우리들의 양식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10
이성부 지음 / 민음사 / 197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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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산을 좋아한다.
오르막이 싫지 않다.
정상은 가도 그만, 고집하지 않는다.
산에 있다는 게, 걷고 있다는 것이, 그저 그런 듯 늘 특별한 푸나무들과 그 풍경들, 길로 떨어지는 햇살과, 온생애를 훑고 가는 바람이 좋다.

그렇게 우뚝하구나
이성부

시간은, 시간을 낳고 있었다.
어둠이 깨우치는 것도 어둠,
불행은 끝끝내
나의 마지막 의지까지 내리 눌렀다. - P82

밤이 마지막으로 키워주는 것은 사랑이다.
끝없는 형벌 가운데서도
우리는 아직 든든하게 결합되어 있다.
쉽사리 죽음으로 가면 안 된다. 아직은 저렇게
사랑을 보듬고 울고 있는 사람들, 한 하늘과
한 세상의 목마름을 나누어 지니면서
저렇게 저렇게 용감한 사람들, 가는 사람들,
아직은 똑똑히 우리도 보고 있어야 한다. - P54

계절은 몰래 와서 잠자고, 미움의 짙은 때가 쌓이고
돌아볼 아무런 역사마저 사라진다.
담배를 피워 물고 뿔뿔이 헤어지는
저 떨리는 민주의 일부, 시민의 일부.
우리들은 모두 저렇게 어디론가 떨어져 간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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