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양식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10
이성부 지음 / 민음사 / 1974년 9월
평점 :
품절


이국의 정액이
내 아가씨의 육체와 치마폭을
늠름하게 적셨다 때려죽일 놈은 그 자식이 아니라
그 나라가 아니라
허약한 내 몸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나는 알았다 - P78

힘들의 창끝은 무디어진다. - P75

勝利 1


이른 새벽에 잠깨어 물마시고
담배를 한 대
벌판의 마른 마음 소리 들어보면
왜 저다지도 사람들은 춥다냐.

먼 불빛이
혼자만 떠는 아쉬움을 깨달아서
다른 불빛들을 찾아 나설 때,
다른 나라에서도 구해 올 수 없는
목마름을 보았을 때,

하나 남은 불빛은 씨앗처럼 죽어
보다 가까운 아침을 태어나게 한다.
걷어부친 팔뚝과 힘이 만드는
불빛의 장례, 피로 사랑하는
세계와의 만남, 그리하여 불빛은
누리의 밝음 속 그 어두움에
깊이깊이 파묻힌다.

사람의 춥고 가난함도
저 이른 새벽에 혼자 남은 불빛이 아니냐.
결코 사람들은 쓰러져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크게 다른 얼굴로 일어서는 일••••••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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