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철학적 문제 의식이 갖는 첫번째 의미는 공자의 사상을 주희(朱熹)의 《논어집주》(論語集註)와 그에 근거한 기존의 해석들로부터 해방시킨 그의 현대적 해석의 혁명성에 있으며, 두번째 의미는 먼 옛날의 중국 고전에 나타난 철학적 통찰을 오늘날의 현대적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단히 매력적인 하나의 ‘새로운 대안’으로 재해석해 내놓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적 모델’이 현실상황에서 얼마만큼 실질적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이미 기존의 전통들이 왜곡되고 뒤틀린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회(공동체)의 경우라면, 그리고 그러한 왜곡된 전통과의 역사적 연결선상에서 극심한 사회적 모순에 시달리는 비참한 중생들의 구체적 행위가 결코 진정하게 ‘인간적’이라고 볼 수 없는 그런 사회적 상황이라고 한다면, 이와 같은 보수적이고 개량적인 경향을 짙게 노정할 수밖에 없는 ‘전통 지향적‘ 해결 방식이 진정 사회와 인간의 문제를 얼마만큼 실질적으로 해결해 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 담겨진 바로 이와 같은 ‘새로운 대안‘의 참신성과 문제점 모두가 보여주는 특수성 때문에 나는 1992년 2학기 대학원 과정에서 핑가레트의 이 조그만, 그러나 많은 시사성을 담고 있는 저술을 독해하였고 이제 우리말로 옮겨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참신성과 문제성을 아울러 안고 있는 그의 해석이 이제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잔잔한 파문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요컨대 그의 야심적인 독해가 보여주는 공자의 모습과 그 철학적 통찰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비전’이 이 땅 독자들의 철학적 문제 의식 속에서진지하게 고려되고 비판적으로 이해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 P9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점점더 단계적으로 야심이 커나가는 세 가지 희망을 가졌었다.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나의 첫번째 희망은 서구인에게 공자의 철학적 통찰력을 알리고 그것을 제대로 평가해 보이려는 것이었다. 20세기의 서구의 철학자들은 공자의 사상을 인간의 본성과 인간 세계를 꿰뚫어볼 수 있는 철학적 통찰의 원천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그저 아득한 고대의 잘 이해되지 않는 역사적·문화적 재료로만 치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출판된 후 20년의 세월이 흘러오는 동안, 이러한 사고 경향이 눈에 띄게 달라졌음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11
공자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그가 무미 건조하고 답답한 도덕 군자라고 생각하였다. 그의 어록인 <논어>(論語)는 온통 구닥다리 냄새가나서 더 이상 현실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나중에 꼼꼼히 읽어 보면서 그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나에게 내가 아는 어떤 위대한 사상가와 마찬가지로 깊은 통찰력과 탁견을 가진 사상가로 다가오게 되었다. 공자가 오늘날 우리 현대인에게 스승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그는 이미 통용되고 있는 개념들에 단순히 색다른 조명을 해주는 그런 철학자가 아니라, 현대인을 깨우치는 진정한 큰 스승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이미 어딘가에 언급되어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말하고 있다. 그는 우리를 가르칠 새로운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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