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에게 배우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37
맹문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첫눈

야근 끝내고 돌아오는 남편을 맞기 위해 사택(社宅) 골목 어귀에 다소곳이 서 있는 새색시의 스웨터 사이로
사글세방 연탄이 꺼지고 으슬으슬한 저녁, "이것 좀 먹어봐." 불쑥 방문을 열고 비지찌개 한 그릇 들어놓는 옆방 할머니의 메마른 손 사이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하늘을 따서 입에 넣고 재잘거리는 횡단보도 건너편의 아이들 얼굴 사이로
오래된 앨범에 끼워진, 중국집 배달을 나갔다가 덤프 트럭에 깔려 죽은 불알친구 동석이의 오토바이 사이로
"하여간 굶지는 마라, 뭘 해도 몸이 성해야지." 식당에 일 다니는 막내고모님의 늦은 저녁 전화 사이로

몸 달궈 들이박는 저 눈물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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