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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놓친 역사, 공간으로 읽는다 ㅣ 금요일엔 역사책 3
여호규 지음, 한국역사연구회 기획 / 푸른역사 / 2023년 6월
평점 :
“위치나 장소라는 개념은 종전 역사 연구에서도 종종사용되었지만, ‘공간‘ 개념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장소‘가 주관적이고 개성적인 성격을 지닌 개념이라면, ‘공간‘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 개념이다. 이에 불특정 다수가 공유하는 보편적 요소를 찾고자 할 때, 장소보다 ‘공간 개념을 사용한다. 역사 연구에서도 다양한 사람이나 집단이 공유하는 사회구조나 정치체제를 연구할 때는 ‘공간’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168
‘공간’ 개념을 설명하면서 ‘사회적 생산 공간’이라는 개념을 도출하고 그것을 차용하여 고대인들이 도성을 바둑판 모양의 계획도시로 건설한 까닭, 삼국 초기에 왕궁을 건설하지 못한 이유, 신라의 5소경이나 고구려의 별도와 같이 ‘또 다른 서울’을 건설한 배경을 풀어낸다.
두 나라 지방의 서울을 ‘재화의 공급 집적지’로 영역 통합의 구심점이라 설명하였다. 백제의 도성은 하천을 끼고 있어서 정치적 부도만 존재했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높다.
저자의 바람대로 공간을 통한 역사 연구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시간 우위 역사관의 기준은 서구가 이룩한 근대문명이었다.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근대를 기준으로 세계 각지의 역사와 문화를 시간적으로 서열화하고, 심지어 미개와 문명으로 구별하면서 자신들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았다. 시간 우위 역사관의 밑바탕에는 서구 중심적 편향성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학계가 서구 중심 역사관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공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필자도 이러한 분위기의 영향을 받으며 공간에 조금씩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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