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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ㅣ 문학동네 시집 25
고재종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12월
평점 :
품절
“길을 잃은 사람일수록 온갖 길 생각으로
꽉 차는 것인지.” 78
길을 잃고 헤맨다. 갈 길이 없는 때. 아득하다.
“너는 여전히 직바른 속도를 꿈꾸지만
거기 벼랑 위의 원추리꽃에 눈이 팔려
한순간 까마득한 추락을 할 뻔도 하는
이 길을 누군가의 음덕인 양 여기는 건
우리 생의 곡절을 항상 과장만 해온
그 앞에 태산준령은 또 도사리고
우린 그 길을 넘어야 하는 엄정함으로
또 한 생을 여며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81
험난한 첩첩산중이 버티고 섰다. 그래도 한 떨기 꽃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기도. 그래서 위태로워지기도 하지만, 덕택에 덕분에 살아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십일월
갱변의 늙은 황소가 서산 봉우리 쪽으로 주둥이를 처들며 굵은 바리톤으로 운다
밀감빛 깔린 그 서쪽으로 한 무리의 새떼가 날아 봉우리를 느린 사 박자로 넘는다
그리고는 문득 텅 비어버리는 적막 속에 나 한동안 서 있곤 하던 늦가을 저녁이 있다
소소소 이는 소슬바람이 갈대숲에서 기어 나와 마을의 등불 하나하나를 닦아내는 것도 그때다” 116
단순한 진리가 있다.
“배꽃 길을 걷는 할머님
워매! 바람에 꽃 다 져부네, 하니
같이 걷던 영감님
꽃이 져야 열매 맺제, 하네”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