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찾아보니 2018년에 이 시집을 읽고 이렇게 썼다.“뭐랄까 내면으로 너무 침잠한달까. 모호하다. 또렷하지 못해 아쉬움. 감정을 지나치게 지움, 세월호 침몰을 배경으로 쓴 <고래의 눈물>마저 슬픔이나 분노가 1도 없음. 생기없는 무채색”이전 시집들에 가득했던, 삶의 구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14년 만에 낸 시집인데, 그 사이 시인은 보일러공 생업을 유지하면서, 방통대를 거쳐 문창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래서일까. 시집 내내 당신을 호명하고 당신에게 얘기하고 당신을 노래한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의문문이 넘실대고 시의 끝을 그렇게 맺는 것도 잦다는 것.잘 만든 증류주는 재료의 향이 알콜과 조화를 이룬다. 지나친 증류는 그저 순도 높은 에틸알콜에 이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