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계의 깡패인 잡초는 언제나 승리한다. 어떻게 이 럴 수가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그냥 두었으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하찮은 식물이 인간이라는 공범의 도움으로 잡초가 되기까지 거쳐온 길에 숨겨져 있다. 그 길은 잡초마다 다르지만 모두 식물의 진화가 인간의 행동과 뒤얽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잡초는 동반자인 인간처럼 다른 개체의 희생을 담보로 자원을 차지하는 기회주의자다. 잡초는 유전적 변화를 통해 인간에게 저항하고 인간은 잡초를 그럭저럭 견딜 만한 존재로 만들 기회에 저항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 잡초와 인간 모두 서로에게 저항해왔다. 하지만 어리석음을 과시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 P16
잡초는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종이 달라질 뿐 아니라, 그 종이 잡초인지 아닌지도 때와 장소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잡초’도 ‘잡초다움’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잡초’에 대한 고정된 정의가 없거나, 어느 식물이 미움을 받아 마땅한지에 대한 합의가 없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이 처치 곤란한 불한당을 만들고 파괴하는 일에 일조해왔다. -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