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중
그곳은 비 온다고?
이곳은 화창하다.
그대 슬픔 조금, 조금씩 마른다.
나는, 천천히 젖는다. - P20
어느 봄날
언덕 아래, 무심코 오줌을 누다가 이런, 매화 만발한 소리를 들었다. - P14
미완이다
어딜 멀리 갔다가 되돌아가는 길인가 보다. 인각사 돌부처 한 분이 천 년 비바람에 많이 닳았다. 거의, 한 덩어리 바위에 가깝다.
그 앞에서 찍은 내 독사진이 있다. 왕복 어디쯤서 만나 잠시 겹친 것일까, 들여다보니 둘 다 미완이다. 지쳐 돌아가는 길이 함께 적적, 막막할 뿐이다. - P58
위도 떠나며
멀어지는 것은 모두 날 붙드는 일말의 힘이 있다. 나는 왜, 뱃전 꽁무니에 붙어 까치발 드나 안 보이는 쪽으로 길게 목을 빼나 멀어지는 것은 모두 내가 놓쳐버리는 간발의 손끝이 있다. - P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