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ㅣ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59
박후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위악도
가난도
방황도
치기도
적절하다. 첫 시집답다.
스무 살, 마음속에 품은 지도 한 장 내가 가진 것의 전부였다네 발 디디면 어디나 길이 되었고, 가지 못할 길은 없었으므로 - P60
나는 뒤돌아보지 못하는 한 마리 사과벌레, 청춘을 갉아먹으며 - P58
어디에서 떠내려왔을까 도랑을 따라 흘러가는 사내들, 굵고 단단한 어깨에 새겨진 문신 참을 인 자는 지키지 못할 각서 같은 것 어차피 참는 자에게 복은 없었다 - P56
도시가 팽창을 멈추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불러오는 풍선의 표면에 들러붙은 티끌처럼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서 멀어져가고, - P12
검은 장화 속 같은 날들이었다. 들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장화를 벗으면, 퉁퉁 불어터진 발가락들이 꽈배기처럼 꼬여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 P74
나는 열아홉 살, 역 광장 앞 음악다방에서 해진 백판 재킷과 함께 너무 빨리 늙어갔다. 어린 창녀들과 비틀스를 들으며 낮술을 마셨고, 저탄장에서 날아온 탄가루가 내 몸을 더럽혔다. 취한 날엔 화물열차에 실린 미제 야포의 무늬처럼, 둥근 소매가 핏자국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 P75
눈이 그칠 것 같지 않던 겨울이었고 - P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