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비시선 174
이상국 지음 / 창비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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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로 담백하다.
시인의 고향 양양의 풍광, 정경, 사라진 사람들과 공동체로써의 고향을 잔잔히 보여 준다.
누군가는 스타일도 소재도 구리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쏘야도 좋지만, 나물에도 손이 가는 때가 온다. MSG 범벅이 물리고 진국이 당기는 때
이상국의 시는 구수하고도 웅숭깊다.

도대체 이 동네로 무엇이 지나갔길래
한때는 벌판 하나를 다 먹어치우고도
성이 안 차 식식거리던 발동기가
침세* 대신 커피를 얻어먹고 사는 걸까


* 침세는 방앗삯 - P54

어느 시절엔들 슬픔이 없으랴만
늙은 가을볕 아래
오래 된 삶도 짚가리처럼 무너졌다
그래도 집은 문을 닫지 못하고
다리 건너오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다 - P65

지게

길은 멀다
지게여
들판에는 아직 익어야 할 벼가 있는데
떠나간 집 담벼락에 기대어
너는 몸을 꺾고 쉬는구나

우리들 따뜻했던 등이여

아버지여 - P60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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