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발표도 하지 않을 글을 계속 쓴다 아침달 시집 28
성윤석 지음 / 아침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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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는 참 탱글탱글했다. 성윤석이 남해의 처남네 수산시장에서 일하며 길어낸 시들은 참으로 신선했다.
아마도 지금 시인은 안정적이지 못한 듯하다. 삶의 여건이 고스란히 시에 담기는가 보다. 불안하고 우울하다.
어떤 시인들은 굳건하기도 하고, 관조도 서정도 찬찬히 보여 주는데, 이 시집은 쭉 흔들린다. 떤다.
평안할 수 없는 때다.

자연은 부서지고 실망하면서 아름다
워지는 것이니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쓰지
않아 걱정하지 말자고 이제 우리를 아는
사람은 우리밖엔 없을 거야 그것이 작
은 연대든, 혼자든, 눈이 와 같이 떨어
지지만 혼자 떨어지는 눈이 온다구 - P72

언제부턴가
무슨 일에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슬픔에게선
아무것도 찾아지지 않는다 - P82

희망은 가져보는 것

희망은 희망이 없을 때 가져보는 물건이 아니었더냐

공터에서의 희망 축대 옆 계단 위에서의 희망

도서관을 힘겹게 올라가던 희망

희망은 싸구려가 되었다 - P85

벗어놓은 바지


벗어놓은 바지가 움직이는 것 같다
구제 세일 옷가게에서
점퍼는 사도 바지는 안 사게 되더라
점퍼는 감싸고
바지는 서 있게 하니까
대개는 영혼을 아끼는 거지
사람의 몸이란 긴 거울 속에 있는 것
하루의 겨울
비 오는 겨울에서 돌아와
바지를 벗어놓으면
벗어놓은 바지는
무언가를 받치고 있는 대 같아
몸과 영혼이 동시에
빠져나가고
빠져나갔지만
그대로 일어서서
걸어 나갈 것만 같은,
길은 매일 와 있지만
밖으로 나간 지 오래
바지는 엎드려 있다네
바다 앞에서 거북이 멈칫거리는 것처럼
이게 아닌가
창밖은 다 내 잘못이야 - P112

어이, 너의 공허함은 아직 커다란가
터져버릴까 봐
뚜껑을 여는 대신
손으로 누르고 있다가
이번엔 그것마저 잊혀서
너는 울고 있구나 - P25

우리는 모두 죽었다
지금의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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