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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1950년, 받지 못한 편지들
이흥환 엮음 / 삼인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전쟁은 파괴할 뿐입니다.
잔잔히 흘러갈
수많은 사람의
긴 행로들을
이어질 수 있을 이야기들을
(중략) 결혼지여야(결혼을 시켜야) 좋겠는데 생각다 못하여 결혼 시일 날을 받아다 음 9월 초4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좀 박도하다(얼마 안 남았다). 속히 들어오기만 기다린다. 밧도해든거슨(날을 가깝게 잡은 것은) 날 받으면 XXX 날줄 아라더니(알았더니) 날 이렇게 나는 것을 할 재간 없다. 고드러오나(곧 들어오너라). 날은 음 9월 초4일인데 초2일날 집에 들어서라. 예물은 음 8월 23일날 간다. (후략) 1950년 10월 10일
말은 긴데 한마디로 하면, 음력 9월 4일이 너 장가갈 날이니 9월 2일에는 집에 오라는 말이다. 아들한테 남의 혼사 청첩장 보내듯 했다. 어쨌든 아들은 아버지 말대로 음력 9월 초이튿날 집에 들어서야 할 텐데, 이 편지를 아들 성목은 못 받고 만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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