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시아 제37호 2015.여름 - 하얼빈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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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선 말입지, 식전 기차에 오르므 저녁 늦게나 내리고, 저녁답에 오르므 해가 휘 떠설랑 내린단 말입지. 기러이까네 절대루 서둘지 말라. 인차 타고 내리는 것에 신경을 쓰다보므 심신에 병고가 생긴단 말입지.'

 

날이 환하게 밝아온 뒤에도 기차는 열심히, 마라토너처럼 달리고 있음을 인지했을 때 저자는 며칠 전에 룽징에서 만났던 조공례 할머니의 화차 타는 법을 기억해냈다. '만주'하면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이 생각나는데 그 '하얼빈'을 할빈, 하얼빈, 하르빈, 하얼삔, 합이빈이라는 여러가지 말로 소통이 된다고 한다. 회색빛 가득한 하얼빈의 이곳 저곳 만주의 이곳 저곳을 그렇게 회색빛으로 만난다. 하얼빈 지명에 대한 자료는 '흑룡강여지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데, 해서여진 어촌의 본래 이름인 아라진이 하라빈으로 번역되었다가 1899년에 할빈으로 개칭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하얼빈'하면 안중근을 생각했고, 만주 하얼빈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사형되었던 안중근의 그 이야기밖에 몰랐었는데, 그러한 하얼빈에 대해 역사와 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자세히 글로 들여다볼 수 있다. 만주어로는 '그물을 말리는 곳'이라는 뜻에서 만날 수 있듯이 하얼빈은 자그마한 어촌에 블과했었다. 그래 우리 나라는 아시아였지, 그 아시아의 어느 한 도시를 그렇게 자세히 만나 볼 수 있는 시간이다. 1946년 마오쩌둥이 중국의 수도를 북경이 아니라 하얼빈으로 정한 적도 있었다는, 그만큼 하얼빈은 해상과 육로를 동시에 갖춘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도시였으며, 동청절도 건설로 하어린에서 베를린까지 철길도 놓여 있었다. 하지만 하얼빈이 너무 북쪽에 치우쳐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중국의 수도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다행인지, 아쉬움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 다른 작가의 하얼빈에 대한 기억은 무단강시에 있던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가 하얼빈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에 하얼빈으로 달려갔고, 그 추웠던 날에 황량한 허허벌판에서 택시도 못잡고 힘들었던 기억을 먼저 내뿜는다. 김정일이 하얼빈에 왔던 사건을 두고 김정일과 하얼빈은 무슨관계일까? 생각할테지만, 김정일이 방문한 하얼빈은 그의 부친인 김일성과 인연이 깊은 곳이라한다. 학생시절에 김일서은 동맹휴학을 주도한 반일죄로 8개월간 징역살이를 하였는데 그 후 김일성이 첫 애인인 한영애와 함께 도주한 곳이 하얼빈이라한다. 하얼빈이라는 도시를 통해서 참 많은 이야기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즐겁다. 역사지식도 그리고 생각지 못한 인물의 사랑이야기도 나오고 하얼빈이라는 도시가 범상치 않음은 확실한듯하다.

 

새롭게 마련한 코너라고 하는 '아시아의 소시집'에서는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네팔의 시인들, 네팔의 국민싱ㄴ인 마더 기미레붙 젊은 시인 머누 먼질까지 총 네 명의 작가의 여덟작품까지도 만나면서 히말라야의 향기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가 아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닌 가깝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책읽기시간이 되었다.

 

 

 

2015.7.2. 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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