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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영웅들 - 필멸의 인간 영웅 아킬레우스에서 아고라의 지성 소크라테스까지
그레고리 나지 지음, 우진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그리스의 문화는 과거나 지금이나 '노래의 문화'다. 그리스인들에게 슬픔의 흐트낌은 비통함의 노래이다. 아킬레우스의 노래가 보여주는 슬픔은 영웅의 죽음과 필멸성이 필요한것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심지어 아킬레우스가 죽었을 때도 노래는 그를 떠나지 않았어요. ....중략...불멸의 신들은 진심으로 아킬레우스를 내어주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도 여신들의 노래로 남게 되었으니까요.' <판다로스. '이스트미아 찬가'에 나오는 텍스트다>
서사시란 결국 영웅들의 위대한 행적을 고전적이면서도 장려하고 고상한 문체로 기록한, 내용이 엄청나게 방대한 시를 의미한다. 서사시에 등장하는 영웅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놀라움과 경이로움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될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야기하는 영웅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영웅이라는 말을 하기전에 도대체 누가 영웅인가? 이 부분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 그리스의 전통에서는 영웅이란 오래전 살았던 인간으로 남녀의 구분 없이 불멸의 존재인 신들의 후예로서 초인적인 능력을 겸비한 존재를 의미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영웅으로는 아킬레우스이다. 아킬레우스는 '일리아스'의 가장 위대한 여신 테티스의 아들이며, 테티스는 우주를 초월하는 힘을 지닌 바다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영웅들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필멸의 존재들이다. 수명이 아무리 길다 하더라도....어떤 식으로든 신들의 후손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왜 고대 그리스인들은 영웅들을 찬양했는가? 신들은 역사의 어느 시대에서든 숭배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럼 다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왜 영웅들을 찬양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기다린다. 그 답변은 어쩌면 당시 사람들이 신과 영웅을 동격으로 놓고 동시에 숭배했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1970년대 후반부터 하버드 대학교에서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에 대해 가르치고 정리해온 과정을 바탕으로 한 24개의 강의록 안에 호메로스 서사시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명과 교양의 뿌리에 대한 탐구를 해온 나지 교수의 답변이다.
'트로이와 목마'로 처음 접했던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에서 트로이아의 영웅이었던 헥토르가 머지않아 과부와 고아가 될 자신의 아내 그리고 어린 아들과 이별을 하는 가슴 찢어지던 그 장면은 아직까지도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일리아스'에 들어가 있는 트로이아의 최고의 영웅이었던 헥토르의 강한 여운이 소크라테스에게 가장 중요한 말의 부활, 살아남는 말을 통해 영웅에 대한 말도 살아 있는 말로 남을 것이다. 영원히.
2015.2.23. 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