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으로 특히 기억하는 작가인 헤르만 헤세가 작가인줄로만 알았는데 1900년인 스물세 살부터 죽음에 이른 1962년까지 작품을 스는 틈틈이 신문과 잡지 등에 서평과 에세이를 기고했으며, 그가 쓴 3천여 편의 서평과 에세이가 있었다니 너무나 놀라웠다.

 

헤르만 헤세가 쓴 3천여 편의 서평과 에세이 가운데 가장 빼어난 글 73편을 가려 이 책에 옮겼다고 옮긴이 안인희는 말한다. 번역 작업을 하는 도중 석 달 동안 독일 베를린에 체류했었을 때, 그녀가 머물던 아파트 옆 헌책방에서 헤세가 추천한 책들을 여러 권 샀는데 헤세의 책 속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구절에 있는 글이 무척이나 심장을 파고든다.

 

'글로 쓰인 모든 것 중에서 나는 오로지 글쓴이가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그러면 너는 피가 정신임을 알것이다.'

 

참으로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었다. 그가 남긴 수많은 서평과 에세이 가운데 이제는 세계문학의 고전이라 할 만한, 작품들을 보자면, 서양의 고전이라 할 만한 책들에서부터 중국인인 조설근의 <붉은 방의 꿈>까지 방대한 분량의 독서를 하였다. 좋은 비판을 하기 위해서라도 비판에 앞서 먼저 경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순수한 경탄을 통해 우리는 가장 많이 배운다. 좋은 책을 찾아내면 올바른 방법으로 경탄과 사랑을 바칠 줄 알아야 한다.

 

플로베르의 <감정교육>의 번역본인 <감성의 학교>라는 제목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속에서 만나는 프랑스 사람들은 소설이 한 조각 문화사를 만들고 사회와 풍속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지루한 주장을 백 번쯤 내놓았다고 한다. 고로 프랑스 사람들도 다른 민족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설은 어떠해야 하는가.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소설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1905년 3월 31일자에 실린 뮌헨 신문을 더 깊이있게 살펴보게 된다. 헤세가 사랑한 작가인 크누트 함순의 <시대의 자식들>이란 부분에서 함순의 언어는 옛날과 똑같이 경쾌하고 독단적인 모험가이자 작가의 언어, 달콤하고 은밀한 음악성은 아니라도, 대신 성숙함과 미소와 노년의 지혜의 울림이 나타난 언어를 좋아했는데 함순의 늙어가는 나이와 시들어감에 대해 인정하기 싫은 대목도 말하면서 몸시 좋아하는 작가들 그들의 잔을 너무 깊이 들이마셨기에 그들에게 등을 돌릴 수 없게 되었다고 새 취리히 신문에서 1915년 6월 1일자에 말했다.

 

서양인인 헤세는 동양인의 책을 읽고 서평을 썼을 때, 중국의 궁정에 의해 조정되는 사회와 도덕, 그 사치, 희롱 섞인 감상주의, 형식에 대한 세련된 즐거움이나 예의와 취향에 붙잡힌 마음의 조잡함등 18세기 중국의 얼굴을 잘 보여주었다는 점이 조설근의 <붉은 방의 꿈>을 읽었을 때의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헤르만 헤세, 그는 1차대전과 2차 대전을 모두 겪은 사람으로 전쟁 도중에, 그리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방향감각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꾸준히 독서 안내자 역활을 했던 것처럼 이 시대에도 과거를 탐하며 그 속에서의 독서 안내자를 필요로 하는 수 많은 독자들에게 책 속에서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2015.2.15. 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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