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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동통신 봉수 - 우리 터 우리 혼, 오늘도 팔도가 무사하다 봉화가 전해 주네
최진연 글.사진 / 강이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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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팔도가 무사하다 봉화가 전해주네'
초등학생 4학년 아이에게 '봉수'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니 답이 이렇다.
"나라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즉 전쟁이나 나라의 경사가 생겼을 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알려주는 기구였대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배우는 과정중에 '봉수'가 옛날 이동통신이 있었다는 게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나도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도 책에서만 배웠던 '봉수'를 남산에 올라갔을 때, 정상 근처에서 본 것이 '봉수'에 대한 첫인상이다.
어떻게 '봉수'를 복원시켜놓았는지 잘은 모르지만, 항상 역사 속 무언인가를 만나게 될 때,
"역사적 고증을 참고 삼아 전문가들이 철저하게 복원을 했을거야"라고 아이들에게 답변을 해주었다는 사실.
그렇게 남산에서의 봉수대를 보면서도 나는 아이에게 그렇게 답변을 했었다.
"엄마, 지금 우리 눈 앞에 있는 봉수대는 옛날 조선시대부터 계속 있어 왔던 건가요?"
"아닐걸. 아마도 6.25 전쟁도 있었고 그에 앞서 일본 식민시대도 거쳤으니 그 때 아마 많이들 소실이 되었을거야.
잘 봐봐. 너무나 깨끗하잖아. 우리 나라가 그렇게까지 역사 유적지를 깨끗하게 보존 했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는데?"
"그럼 엄마, 이 봉수대는 없어졌다가 다시 만들어진거네요? 그렇다면 옛날의 봉수대와 똑같이 만들어진 것이 맞을까요?"
"그렇겠지! 아마도.... 그래도 수도 서울에 봉수대를 복원할려면 역사전문가들도 많으니 그분들에게 철저하게 고증을 받아서 복원을 했을거야. 아마도...."
그렇게 불과 몇 달 전에도 아이와 나는 그렇게 봉수대를 바라보고 그런 대화를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최진연 작가님은 우리나라에 있는 봉수대들을 발로 뛰며 20여년 간 찾아다니며 조사해 온 결과, 조선 세종대에 크게 정비되어 국가경영의 기간 통신망으로 유지되었던 '봉수'가 고종 31년 갑오경장 때 철폐되고 , 이듬해 칙령으로 전국 각 처의 봉대와 봉수군이 최종 철폐되기에 이르렀으며, 그 봉수제의 철폐 이후 120년이 지나면서 그 존재가치마저 잊혀가는 상태에 현재 한반도 남한에 약 500여 기의 봉수 터가 동.남.서해 연안의 만이나 곶 뿐만 아니라, 도서 혹은 육지의 산 정상에 소재하고 있는데 20년 넘게 남한 지역 곳곳에 산재한 봉수 210여 기를 직접 답사해 사진을 찍고 글을 정리해 오면서 직접 살펴 본 결과물로는 참으로 많은 봉수들이 없어졌고, 흔적도 찾기 힘든 것들도 있으며, 어떤 것은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현재까지도 접근이 불가능해 유적의 실태조차 파악이 어려우며, 해맞이 명소 자리로 전락해 있기도 하며, 서울에 있는 동봉수는 서울정도 600년 기념 이벤트로 사용하기 위해 1994년 연조 하나와 방호벽을 복원했는데 정확한 고증절차 없이 복원해 굴뚝 모양이 되고 말았다고 하니...
남산의 봉수대 앞에서 내 아이에게 "철저한 역사적 고증 절차를 거쳐 복원했을거야" 라는 말은 거의 거짓말이 되어버리고 만 셈이다.
역사적 산물들을 지키는 것을 하지는 못할망정,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소실되고 엉뚱하게 복원하고 더 엉뚱한 방향으로 가치를 전락시키는 전국의 210여기의 봉수를 만나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저자의 목소리가 많이도 나타난다.
조선봉수 연락 약도와 조선 후기 전국 봉수지도(증보문헌비고)를 토대로 사진기자이면서 데일리안 문화유적 전문기자인 저자의 조선 봉수를 따라 함경도에서 출발한 제1노선과 부산에서 출발한 제2노선, 평안도 내륙을 다라온 제3노선, 평안도 해안을 경유해 도착한 곳이 남산케이블카 종점 부근인 제4노선, 그리고 전라도 여수를 출발해 서해안을 타고 올라와 남산분수대 주변에 도착했던 제5노선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신궁이 있던 곳인데 이 노선들을 따라 봉수의 이야기가 지역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생생한 사진과 구수한 입담으로 팔도여행하듯이 봉수의 흔적들을 따라 고흥과 여수 신안 대봉산봉수까지의 봉수 여행이 가치있는 순간으로 다가온다.
20여년의 시간을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이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2015.1.16. 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