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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의 순간 - 영화감독 17인이 들려주는 나의 청춘 분투기
한국영화감독조합 지음, 주성철 엮음 / 푸른숲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잔소리중에 하나는 "제발 시간을 죽이지 마라" 였다. 꿈이 구체적인 꿈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인데
자신들의 미래에 있어 가장 소중한 이 청소년기를 그 소중한 시기를 시간을 죽이는 것만 같은, 내 기준에서 바라보았던, 내 기준에서
판단했던 내 아이들의 삶 속에서 죽이는 시간들에 대해 나는 그렇게 모질게 짖어댔었다. 그러한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나의 그 언어들에
있어서 아주 아주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던 이 책 속의 문장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임순례 감독의 청춘 분투기의 모습이다.
'나도 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에 자기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거듭되는 실패에도 부구하고 버텨낸 이유에 대해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결코 '버리는 시간'이란 없다고 확신하듯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임순례 감독의 삶 속에서 버리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때문에 그러한 '결코'라는 수식어를 담을 수 있기때문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네들의 어린시절에도 꿈이 있었던가 돌이켜본다. 우리들이 꿈이 있어서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치열하게 삶 속에서 고민하고 달렸던가?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꿈이란 것은 정말이지 사치였다. 정말이지 그저 살기에 바빴던, 다른 사람들처럼만이라도, 조금 더 나은 사람들의 회사원의 모습이라도 살아가는 것이 그게 삶의 목표였고, 공부를 하는 이유였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무언가를 했을 때,
행복했던 순간이 어느 때 였었는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냈던 우리들의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 꿈은 무의미였다.
그렇다고 우리들의 삶이 훌륭했다는 건 아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가 아닌, 그저 살아내야 할 그런 삶의 모습을 향해 그렇게 살아갔었지만, 그 삶들 속에서 우리와 같은 생각을 넘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 꿈을 향해 살아갔던 영화감독 열일곱명이 들려주는 그들의 청춘 분투기를 보고 우리 아이들도 꿈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를 욕심부려본다. 굳이 꿈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좋다. 그렇다고 꿈에 대해 심각하게 부담감으로 인식하고 있는 친구가 있더라도 그저 가볍게 우리네 이모, 삼촌의 또래가
어떻게 꿈에 가까이 다가갔는지를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수만 있어도 그것으로 족하다.
2014.12.21.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