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체 17자에 어떻게 그 깊은 의미들을 시라고 쓸 수 있단 말인가? 의문의 눈초리 한가득. 그렇게 이 책을 먼저 바라봤다.

 

  하이쿠!

  바쇼와 부손에 이어 현대까지 일본에서는 17자로 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 만들었다는 표현이 맞을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제목도 '하이쿠'다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열 일곱자다.

 

  글로 길게 풀어놓아도 어려운 것이 글이요, 사람의 생각이다. 그러하건데 길지도 않은, 더군다나 우리가 쉽게 접해왔던 시들에 비해서도 심각하게 짧은 열 일곱자로 '시'를 썼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뿐더러 제대로 시가 완성이 되었을까 싶었지만, 시는 완성되어 있었으며 그 깊이 또한 바다 속 울림을 건져 올려야 하는 것처럼 깊음이 있었다.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바쇼의 하이쿠에 대해 시인 류시화님의 설명이 등장한다. '모든 사물의 끝은 허공인데 그 끝이 허공이 아닌 것이 꽃'이라고 ....여행 중인 바쇼가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고향 친구와 19년 만에 재회했을 때 지은 하이쿠라한다. 이전의 벚꽃을 함께 본 사람을 다시 그 나무 아래서 만난 감회와 먼 날의 추억과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음의 경이를 읊고 있다고 설명해준다. 류시화님의 설명이 없었다면 진주를 진주로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이쿠가 아무리 훌륭하다한들 하이쿠의 명성이 세계 각지의 시인들이 따라 할 만큼 유명하다고 한들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이쿠를 생각하고 되뇌이고 다시 생각하기를 반복하다가 어쩌면 그저 괜찮은 하이쿠...라는 것으로 인식되어질뻔 했다. 하지만, 류시화시인의 십수년의 하이쿠에 대한 열정과 하이쿠를 따라 역사적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고 그리하여 얻은 하이쿠의 내면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다 쉽게 해설이라는 이름으로 내보였기에 그 하이쿠의 진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세계의 50개가 넘는 나라에서 하이쿠에 대한 시집이 출간되었다는 것으로도 하이쿠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반쯤 열린 문이라는 하이쿠. 활짝 열린 문보다 반쯤 열린 문으로 볼 때 더 선명하고 강렬한 것처럼 하이쿠는 생략의 시다. 그렇기에 하이쿠를 다듬기까지, 그리고 하이쿠가 탄생하기까지는 수 많은 축약이 있었을것이다. 열 일곱자의 글자 속에서 인생을 보았으며, 백만 광년 속의 고뇌를 만날 수 있었다.

 

 

2014.11.18. 소지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