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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 언어의 소금, 《사기》 속에서 길어 올린 천금 같은 삶의 지혜
김영수 지음 / 생각연구소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회사생활을 하고 있기에 가장 먼저 눈에 띈 부분은 아마도 업무적인 부분이나 사람과의 인간관계와 연관된 부분일것이다. '실지호리(失之豪厘), 차이천리(差以千里'의 사자성어처럼 터럭만큼의 실수가 천 리나 되는 엄청난 잘못을 초래한다. 작은 실수를 줄여라는 의미로 2,158년 전 사마천의 사기의 세상으로 달려가 삶의 지혜를 찾게 된다. 삶에 있어서 매 순간 순간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들에 망설임이 몸을 망친다는 당단부단(當斷不斷), 반수기란(反受其亂). 죽음이 삶을 결정한다는 구우일모(九牛一毛)는 '하잘것없고 별 볼 일 없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초등학생 한자공부 책에도 등장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성어의 원저작자가 사마천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 성어의 뜻은 그저 하잘것없고 별 볼 일 없는 의미로 알고 있었지만, 사마천이 사형을 선고받고 궁형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되면서 한나라와 유목민족인 흉노족과의 싸움중에 이광의 손자이기도 했던 이릉이 여러번의 승전을 한나라의 무제에게 주었지만, 한 번의 실수로 인해 패배하게 된 이릉을 두둔하다가 사형을 선고받고 사마천의 유업이기도 했던 사기에 대한 신념으로 죽음보다 더한 궁형을 선택하고 삶과 죽음의 순간순간을 <사기>에 매진하였던 것을 두고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홉 마리 소의 털 한 올'이라는 성어를 사용한다. 죽음은 인간의 정신을 집중하게 만든다. 구우일모는 사마천의 궁형에 얽힌 진실의 잔혹함과 불굴의 의지가 농축된 명언 중의 명언이며 간명하게 압축된 네 글자 그 아래 무겁게 침전된 위대한 역사가의 진솔한 인간미와 심오한 생사관까지 읽어낼 수 있다.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느냐는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만큼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꿈과 과업을 위해 죽음보다 더한 고난과 번뇌를 이겨냈던 사마천의 일화를 통해서 더 깊이있는 고민을 안겨준다.
<사기>의 고사성어나 명구들은 고상한 도덕적 잠언도 아니고, 얄팍한 힐링서들의 사탕 발린 당의정도 아니지만, 서늘한 이성(理性)과 따뜻한 감성(感性)을 겸비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줄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감하면서 7편의 삶의 필요에 따라 정리되어 있는 사기를 2,158년전의 훌륭한 글로만 모셔두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천금 같은 삶의 지혜로 모셔두고자 한다.
2013.6.25. 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