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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코끼리를 찾아서
베릴 영 지음, 정영수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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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안내서에 있던 말 기억하니? 여행자는 모험을 찾으러 인도에 갔다가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열 입곱째날에 벤과 노라가 벤쿠버행 비행기안에서 할머니 노라가 벤에게 다시 이야기해준것이다.
첫째날 벤쿠버에서 인도의 뭄바이로 가던 날 비행기 안에 있던 책자에서 할머니 노라는 벤에게 똑 같이 말을 했었다.
아빠의 죽음을 보며 벤은 그 슬픔을 할머니 노라와 어머니에게로 돌린다. 흡연을 할머니가 막아줬더라면, 엄마가 아빠의 건강을 위해 흡연하지 말도록 해줬더라면 그렇게 일찍 아빠는 벤의 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이란 남겨진 이들에겐 세상 끝날때까지 슬픔으로 존재한다. 특히나 젊은 나이에 어린 자식들을 두고 떠나게 되는 아빠를 바라보는 벤 같은 자식들에게는 더더욱.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몰라 그저 컴퓨터에 빠져든다. 벤은 그렇게 아빠를 잃은 슬픔에서 잠시 잊고자 했을것이다. 하지만 힘들게 하루일을 회사에서 보내고 퇴근한 엄마에게는 벤의 그러한 행동이 너무나 화가 났겠지. 그렇게 벤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슬픔을 그렇게 나타내고 있었다. 할머니 노라도 마찬가지로 아들을 먼저 보내 더더욱 힘들었겠지만, 벤에게 인도의 펜팔 친구였던 '샨티'를 찾는다는 것으로 벤에게 인도에서의 15일간의 여행을 제안한다. 아니 제안이 아니라 통보를 한것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인도의 뭄바이에 도착해서 노라 마님 벤 도련님이라고 불러주는 빠담과 마두라는 델리택시 운전사를 만나서 인도의 코끼리와 이스탄불에서의 여행속에서 가네샤신을 만났던 이야기나 인도의 곳곳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들은 그 곳에 가보지 않은 나의 눈 앞에 인도의 어느 도시에, 어느 시골에, 어느 변두리에, 흙먼지 일으키며, 움푹 패인 웅덩이에서 인도의 그늘을 보았으며, 등기소에서 샨티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틀 동안을 보내면서 행정의 현주소가 어떠한지 그 속에서 인도인들의 인내와 끈기는 그들이 깊이 존경하는 마하트마 간디가 어느만큼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그들의 언어와 삶을 통해서 만난다.
샨티 무케르지가 본가인 아그라는 유명한 타이마할(사자한 황제가 부인 뭄타즈 마할을 기리며 만든 묘지)이 있는 곳이어서 아그라에서 만났던 타지마할, 그리고 샨티의 부모님이 이사했다는 바라나시에서 아눕을 따라 겐지스강에서 삶과 죽음의 의식을 보면서 아빠의 죽음을 다시금 벤은 생각하게 된다. 그는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서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살아있는 자들과 함께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며 살아갈 수 있을 힘을 얻게 될것인지...아직도 벤은 할머니와의 여행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샨티를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관광겸 휴식이라도 해야겠다고 찾은 방갈로르에서 라니를 만나고 극적으로 리시케시에 있는 샨티를 찾아가기까지 인도의 모든 표정은 살아 있었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었다. 저자는 분명히 캐나다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인도에 대해 이처럼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할 따름이었다. 라니와 함께 벤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잔잔하면서도 겨웠다.
리시케시에서 꿈같은 샨티와 로라부인과의 상봉이 이어지고 역시나 해피앤딩으로 끝나서 좋아! 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덮을 무렵에 만난 저자의 글에서 그의 인도의 디테일함이 달랐던 것은 역시나 이유가 있었기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로라부인이 펜팔친구를 찾아 인도를 갔었던 것처럼 저자도 펜팔 친구를 찾아 인도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으나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해준 코끼리와의 훌륭한 여행 안내서를 이렇게 멋지게 탄생시켜준 알맹이가 되어주었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었다.
단순한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인도에 대한 해박한 여행 안내서로도 손색이 없을, 그리고 벤과 함께 라니와 함께,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지침서로서 부족함이 없다.
방갈로르의 라니의 따뜻한 미소와 히말라야 산맥 가까이에 있는 리시케시에서의 우정과 사랑이 캐나다의 벤쿠버까지 다시금 연결되었음이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
2013.02.24. 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