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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평점 :

솔직. 담백하고 독특한 상상력과 기발한 언어유희로도 유명하다는 이외수님의 책을 사실 처음으로 만나본다.
우선은 정태련님의 그림을 그리셨다니 글과 함께 그림또한 맛깔스럽게 만날것이라는 기대감도 품어봤고, 책을 읽는 내내 역시나 하는 감탄사도 혼자 되뇌이듯 해보기도 했다. '하악하악'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보고자 이 책을 접하면서 네이버 지식인의 글들까지도 검색해보았다는...ㅋ 여튼, 이외수님의 삶의 생존법이 이 책속에 담겨 있다니. 아마도 우리네 사는 현실과 비슷한 삶을 그 또한 살았다는 뜻일테지 라고 멋대로 생각해본다.
털썩. 쩐다. 대략난감. 캐안습. 즐! 어쩜 이리도 한글이 품위가 없어졌단 말인가...속으로 생각해보며 여튼 그의 글들을 읽기로 해본다.
회사생활 할때에 어느 부장님을 '깍두기 부장님'이라는 별칭을 붙여서 부르던 때가 생각나게 하는 구절을 만났다. 본문 31페이지를 보자면 깍두기의 팔뚝에 '차카게 살자'라고 새겨진 문신을 바라보고 비록 맞춤법은 틀렷지만 새길 때의 그 숙연한 마음을 생각하면 깍두기도 그 순간은 시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인간 모두가 시인이 아니겠는가. 내가 겪어보았던 그 부장님도 퇴사후에 자꾸만 섭섭하다는 둥, 행복하라는 둥, 건강하라는 둥 구구절절 카톡으로 마음을 표현하던 모습들을 만나고보니 땅을 밟고 서 있는 우리네들 모두가 각박한 삶에 찌들어 살기는 하나 어린시절 행복한 추억 하나쯤은 품고 살기도 하며, 때로는 울컥 울컥 행복했던 자연의 추억 하나 대롱대롱 매달려 감성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니 이래서 살맛나는 세상이 되기도 하는가보다.
짧디 짧은 글들을 읽어내려가면서 킥킥 웃음이 튀어나오는건 어찌 막을 수도 없는. 그렇게 그동안 치장해왔던 나를 벗어던지게 하는 묘한 마력이 숨겨져 있는 책이기도 했다.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나도 느꼈었던 것인데 말할 수 없었던 것들. 삶 속에서 누군가가 대변하듯이 내밷어주는 말들. 그 말들 속에서 작은 위로를 받는다.
근데 세종대왕 이도 할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만들어낸 고귀하고 품위있는 한글이라 생각했던 우리 한글이 이처럼 막쓰여도 된단말인지. 가식적이지 않고, 천민인지 서민인지도 구분짓기 힘들. 아니 우리네 삶의 모습들 속에서 담아두었던 찌꺼기들같은 것들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한 글들을 읽어내려가면서 그 속에서 또 다른 위안을 받는 것은 도대체 어떤 힘이 이 책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인지, 이제는 조금은 알 듯도 하다.
참 많이도 웃으면서 읽게 되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