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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여행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 한 손엔 차표를, 한 손엔 시집을
윤용인 지음 / 에르디아 / 2012년 1월
평점 :
여행길인 인생에서 또 다른 모습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무척이나 큰, 설레임을 선물해주곤 한다.
한 손엔 차표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엔 시집을 들고 떠나는 여행엔 무엇보다도 여유로움이 가득할 듯한 느낌이다. 단순히 어느 곳을 여행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것만 같은 그런 색다른 여유로움.
틀에 박힌 삶에서의 일탈이라 생각만으로도 그 행복함이 오래 지속되겠다.
희망,생명,자연,하늘,예술,추억,그리고 통일과 평화 천 년의 역사를 넘어서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러 떠나는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에서 문학의 땅에서, 갈대밭에서, 그리움 가득 안고 떠났던, 그리고 만나게 되었던 여행지에서 그들의 또 다른 삶에 젖어든다. 섬으로 들어가는 뱃길은 늘 '버리고 떠나기'와 같은 감상을 여행자에게 주지만, 보길도는 그 감상의 농도가 더 진하다. '유배' 혹은 '출가'처럼 완전하게 육지와의 인연을 단절하는 그런 기분. 땅끝에서 배를 탔고, 땅끝보다 더 먼 섬을 가고 있는, 역사 속 윤선도나 송시열과 같이 유배를 떠났던 그러한 곳에 들어간다.
가난한 서민들이 낙타의 등 모양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살았던 곳, 타이밍 한 알에 졸린 눈을 비비며 밤새 미싱을 돌리던 소녀들이 있었던 곳, 그 곳에 2006년 '낙산 공공 미술 프로젝트'라는 작업이 있었다. 그리고 방문했던 낙산의 모습은 낙타의 등 모양 허덕이는 그런 모습보다는 가난해도 물 한 잔 나눠 마실 수 있는, 김치 한조각 나눠 먹으면서 깔깔 거리며 웃는 소리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과거의 회색빛 모습이 초록색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곳을 지나갈 때, 한 손에 들고 있는 시를 차근차근 되새김질 해보면서 그렇게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쫓아서가 아닌, 구름 따라, 한 줄기 바람따라 흐르듯이 그렇게 내어맡기는 그런 여행은 사랑과 치유, 희망과 이야기가 담긴 감성 여행이 되어버린다.
시끌벅적한 삶의 소통공간이기도 한, 광장시장에서부터 자연속에 나를 내어 맡기는, 그런 푸르름이 있는 제주의 올레길까지. 떠나고 싶을 때, 차표 한 장 들고, 이 책을 같이 들고 떠날 수 있다면, 시와 함께 여행의 정보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여행길이 될것이다 .
낯선 여행지에서 어느 순간, 시를 음미하며 자연의 시인이 되어버릴 그런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