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Paik - 6.25 전쟁의 파워 리더 백선엽을 말한다
유광종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백선엽이라는 인물 자체가 무결점(無缺點)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정치적인 상상력이 부족했고, 좀 더 큰 세계를 스스로 차지해 자신이 품은 뜻을 더 크게 펼치려는 진취적인 욕망이 약했다."고 저자 유광종은 이 책에 그렇게 말하고 있다.

 

평전이라고 하기에는 위인전기라는 느낌이 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다소 평전과 위인전기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구분짓기가 쉽지 않음은 사실이다.

 

한국전쟁 61주년을 앞두고 발행된 이 책은 61주년을 넘어선 시점에 만나게 되었다.

 

평안남도의 어느 궁핍한 시골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백선엽은  그의 모진 삶으로 인해 침묵과 사색의 시간들속에서 '애늙은이'로 자랐을것이라고 말한다. 죽음을 이겨낸 삶은 보다 계획적이고 더욱 처절하면서도 강건하다. 그의 삶의 미래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렇게 있는듯 없는 듯 살았던 그가,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 6.25라는 전쟁이었다고 하니, 그는 아마도 전쟁으로 인해 태어나 영웅이 아닌가 싶다. 전쟁이 있었기에 그의 삶은 빛을 발했으며, 전쟁으로 인해 그의 리더쉽은 또한 그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뒤로 후퇴하는 전쟁을 하지 않기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이 전쟁의 전부인양 알고 있었던 우리네의 생각을 뒤엎었던 그는 전진하기 위해 후회를 결정했으며, 또한 후퇴하는 일을 만들지 않기위해 부단한 고심을 하고, 또 고심을 했기 때문에 그의 선택은 항상 느리다는 답답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는 순간에는 그에게 승리가 있을 뿐이었다. 그는 승리가 보이지 않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 전쟁의 시간들 속에서는 최선의 방법이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아파하고 있다.  그 아픔에 다소나마 백선엽장군의 리더쉽이 위안이 되었던 것은 우리 아버지들이, 할아버지들이 목숨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족의 목숨, 형제의 목숨, 나라의 목숨으로 생각하고 싸웠다는 현실을 백선엽과 함께했던 이들의 행보를 통해서 다소나마 알 수 있었기때문일것이다.

 

전쟁이라는 것이 우리네가  쌓아온 문명의 세월을 하루아침에 재로 변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 재를 넘어서서 더 큰 미래의 꿈을 우리 앞에 내어 놓을 수 있는 것도 우리네 사람들의 대단함이다.

 

이 평전이 '백선엽'이라는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 데 어느만큼의 위력이 있을것이며, 또한 그가 그러한 칭송을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인가에 대한 잣대는 현실의 시점에서 굳이 결론지을 이유는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다부동전투에서의 그의 피를 부르는, 생명을 부르는, 평화를 부르는 그 장면은 오래 남을 듯 하다.

 

“지금까지 정말 잘 싸웠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 여기서 밀린다면 우리는 바다에 빠져야 한다. 저 아래에 미군들이 있다. 우리가 밀리면 저들도 철수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끝이다. 내가 앞장서겠다. 내가 두려움에 밀려 후퇴하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 나를 믿고 앞으로 나가서 싸우자.”

그리고 백선엽은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빼들었다. 이어 그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11연대 1대대 장병들의 중간을 가르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산 위로 적들이 하나둘씩 넘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었다.

뒤에서 그의 부하들이 따르는 소리가 들렸다. 함성도 일고 있었다. 사단장 백선엽은 계속 산길을 뛰어 올랐다. 숨이 차기 시작했다. 뒤에서 따라온 어떤 부하가 백선엽의 어깨를 잡았고, 뒤이어 다른 누군가가 사단장의 허리를 잡았다. 그들은 “사단장님, 이제 그만 나오세요. 우리가 앞장 서겠습니다.” 사단장을 제치고 부하들이 달려나갔다. 거센 함성을 외치면서 11연대 1대대 장병들이 다시 진격했다. 산등성이를 넘어오던 적들은 그런 기세에 밀렸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고 있었다.

다부동 전투의 가장 백미(白眉)에 해당하는 부분일지 모르겠다.  (본문 272-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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