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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언제였는지 정확한 기억을 찾을 수는 없지만, 평범한 회사원이 되서 시간되면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그렇게 일정한 생활, 익숙해진 생활을 하는것이 꿈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참 바쁜 도시, 서울에서 살아가는 횟수가 늘면서 그 꿈꾸던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맨날 만나고, 같은 일을 하는 그러한 생활에서 어쩌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정말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맞을까? 때로는 내가 만나는 사람이 정말로 내가 아는 사람일까? 그러한 의문들 사이에서 잠깐씩 생각에 잠겼던적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배우 김현주가 TV프로그램에 나와서 고민을 상담받았던 적이 있다. '자신의 성격이 어떤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는데.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고민거리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말이지 서울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치열하다. 바쁜사람들, 바쁜시간들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조차도 어떻게 하루를 잘 버텨내었는지, 내일의 삶에 어느만큼 준비하고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를일이리라. 그처럼 살다가 보면 때로는 맨날 보는 사람들이 맨날 보는 물건들이 가끔은 타인처럼, 전혀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일 때가 있었던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우리네에게는 어쩌면 당연하겠지.
작가 최인호님은 암으로 투병중이시다. 그러한 그가 그 암과의 투병에서도 모자라 글을 썼단다. 그것도 타인에게,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쓴 책이 아닌 자신을 위해 쓴 책이라한다. 그의 십자가이기도 했던 원고지에 그의 삶을 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K라는 남자의 사흘에 걸친 이별 이야기인 동시에 어떤 붕괴에 대한 보고서일 수도 있는 모든 것과 작별한 뒤에야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최인호님은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지 않았을까. 독자를 위해 쓴 책이 아닌, 자신에게 동일본의 대지진을 보고서 모든것을 이별하고 난 뒤에 그 뒤에 생겨날 새 생명을 바라볼 수 있는 그의 내면의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내렸던 그의 모습이 느껴진다.
3일 동안에 평범한 일상에서 어쩌면 지쳐 쓰러져버렸기에 그랬기에 평범함의 일상이 어쩌면 타인들의 도시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를 그 시간들속에서 치열하게 온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집의 가장에게 읽혀주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비단 가장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이 땅에서 가끔씩 내가 사는 하늘아래 모든 것들이 내가 알던 것들이 아닌 그런 세상인것처럼 어색함으로 다가왔음을 느꼈던 나에게도, 나의 그 기억들 속에서 최인호님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마음 깊숙히 들어오는 것과 함께 위로가 되었다.
작가 최인호님의 또 다른 문학세계를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