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즐토브
제이나 레이즈 지음, 임현경 옮김 / 다음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겨가면서 나는 울었다. 그저 울기만 했다. 처음에는 저 깊은 곳에서 갑자기 뭐가 올라와 숨이 턱 막혔다. 그리고 마침내 심장에서부터 눈물이 흘러나와 조용히 볼을 타고 흘렀다.
 

  이 책의 본문 내용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러했던 모습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씌어진 이 책이 실화였기에 더 감동적이며, 더 마음이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베트남이 공산권으로 넘어가면서 더 이상 중국의 피를 물려받은 이들이 그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버거워지기 시작했을 때. 흰 옷을 입은 사람을 따라 몇 명씩 탈출을 시도했다. 정든 집, 모든 것을 버리고 수십 년을 살아왔던 고향을 버리고 떠나는 것으로도 너무나 버겁고 힘든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과 함께 두려움이 더 무서웠다. 자유라는 건 빼앗겨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걸까. 꼭여 그렇지는 않을지라도 처참한 전쟁을 겪고 난 뒤에 탈출해야하는 그 압박감과 함께 어딘가로 가게 될지. 어떻게 미래를 꾸려야 할지도 모를 그 무한적인 막막함에서의 자유를 꿈꾸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을 품는 일이기도 한다.

 

  언제쯤 육지에 닿을까, 매일 아침 굳은 다리를 펴려고 일어나면 끝없는 바다, 오직 바다뿐이다. <중략> 고래의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고래처럼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었다. 바다로 뛰어들어 고래의 부드러운 몸에 올라타 물살을 가르며 사라지고 싶었다. 비단처럼 부드럽고 짙푸른 저 수평선 너머로.

<1부 메이중 35페이지>

 

  살기 위한, 살아내기 위한, 린과 뚜언을 책임져야하는 누나의 책임감과 함께 살아내리라는 희망으로 결국은 원했던 뉴욕행이 결정되고, 뉴욕에서의 또 다른 불안한 나날들이 시작되고 있었을 때 메이의 나이와 비슷한 고집스럽고 반항적이었던 유대인 소녀 한나와의 운명에 그저 감사하게 된다. 학교에서의 불량스런 모습속에 어떻게 '보트 피플'인 베트남 난민들을 위해 자원봉사할 생각과 함께 용기를 낼 수가 있었는지. 그리고 메이와 뚜언네에 강한 집착과 함께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 믿음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인내가 반항적인 한나의 어느곳에 숨겨져 있었는지 도통 알 수는 없으나, 참으로 존경스럽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메이와 한나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수시로 나의 심장은 다시 새로운 각도에서 새로운 모양으로, 새로운 색채로 다시 뛴다는 것을 느꼈다. 한나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던것처럼.

 

  장 지오노님의 나무를 심은 사람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한나의 모습이, 한나가 메이네 가족과 또 다른 베트남 난민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수십년째 이어가고 있으면서 그들의 삶 자체를 윤택하게 지탱할 수 있도록 함께 한다는 일, 그 시간들 동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나의 일생이 한나의 인격이 메이와 그의 동생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오시기까지, 그리고 또 다른 '보트 피플'들에게 미국이란는 사회에 보다 쉽게 적응하고 그 사회에서 나름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었던 한나의 인격은 분명 또 다른 황무지에 울창한 숲을 만들고 있던 또 다른 나무를 심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나와 메이의 가족의 인연을 맺어주었던 '국제구호위원회'의 위력이 아직까지도 난민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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