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서진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공예 무형문화재 12인의 장인정신 이야기를 만난다. 공기 좋고 물 맑은 제주에서 20대의 푸른 낭만을 만끽한 그가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며 사람 냄새 가득한 전국의 시장을 여행지로 제히한 책 <한국의 시장>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 지 불과 한해도 넘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 저자를 알아보기 전에는 연세 지긋하신 분이 우리나라의 장인들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겠거니 생각을 했었지만, 이 책을 받아들고 저자가 20대의 아가씨라는 사실에서 무척이나 생소함에 놀랬었다. <한산모시>편에서의 자두나무집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만난 자두나무집 할아버지의 걱정어림에 이상하다 생각하여 저자를 알아보았었고, 그 젊디 젊은 아가씨가 우리것을 알리기 위해 갖은 고생 마다하고 우리것을 소중히 여겨야 할 장인정신이 생기게끔 해주는 이런 책을 만들기 위해 발품을 팔았을 일들이 고스란히 머리속에 그려진다.

 

  한산모시를 만나면서 특히나 낱말하나 놓치지 않고 읽으려 했던 이유는 그 모시를 만드는 과정을 어렷을 적에 보고 살았었던 이유때문이기도 했으리라. 어머니들의 무릎이며, 손이며, 혀이며 남아나질 않는 그 모진 세월을 모시를 만들어 생계를 꾸리던 모습과 겹쳐지니 단순한 모시를 만난것이 아니라, 우리네 어머니의 삶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명품 모시 하나에 얼마만큼의 땀방울과 주름살이 얼굴과 온 몸에 잡히는지 모를것이다. 살가움이 스며든 잠자리 날개옷같은 속살이 살포시 비추이는 그런 모시. 모시의 자랑스러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은이들이 알것이다. 단지 그 모시를 지켜가는 그 모습들이 얼마나 다부지고, 때로는 절절한지 생각하나쯤은 품을 일이다.

 

  하늘빛을 닮은 색깔, 그 색깔을 내가 입을 수 있다면,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것이다. 우리네것을 사랑하는 이라면 염색의 묘미가 하늘이 내려준 천연의 색깔을 가슴에 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것이다.

 

"쪽빛이 무슨 색일까요?"

 

  쪽은 한 가지 색이 아니라한다. 쪽으로 나온 색감들은 감히 어떤 색이라 정의내리기도 미안하다. 그저 하늘빛을 닮은 그 색깔을 담아내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힘듦을 감수하고 맥이 끊겼던 쪽염색을 소명으로 생각하시는 정관채 선생님. 그 일상이 하늘빛이었다. 쪽 염색의 세세한 과정들을 보면서 염색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마저 인다.

 

  바늘에 실 꿰어 한 땀, 한 땀 손끝에 힘주면 정성이 한 벌이다. 말할 수 있는 침선장에게는 실과 바늘이 한 땀 한 땀 놓여있을 그 정성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일년에 두어번 내려가는 남도에 가게 되면 작은 대나무밭옆으로 옹기종기 옹기들이 때깔을 자랑하고 도로변옆을 항상 지키고 있었다. 언젠간 가봐야지. 주인네는 어떤 사람이길래 저리 고운 옹기를 저리 소담하게 자리해놓았을까나 생각했었는데 책으로 옹기를 먼저 만난다. 오롯한 마음으로 옹기를 만드는 과정들이 참으로 정갈하게 종이에 씌어있다.

 

  한 자, 한 자 마음에 품은 뜻을 새기던 '낙죽장도장' , 낙죽장도에는 그림 그리는 일을 천시했던 풍토 때문인지 그림을 그린 것이 없고 공예 역시 천시했기에 낙관을 따로 두지도 않았다. 여성들 중에는 정절을 중시한 양갓집 규수들이 지닐 수 있었다는 은장도는  대중적인 성격을 딘 호신용 칼이자 노리개였기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처럼 완벽한 낙죽장도는 무척이나 생소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의 기록문화라 해도 손색이 없을정도의 내용들과 선비들의 사상이 들어 있는것이 낙죽장도다.

 

  '문화재 길 따라 고즈넉한 여행하기'까지 저자의 따사로운 글들을 따라 갔다오면, 봄 빛 아지랭이가 얼마나 향기롭게 피어오르는지 그 느낌을 이 책들 속에서 만나게 되었던듯 하다. 12가지 장인들의 삶과 맥을 끊지 않기 위해 힘듦을 자초하여 감당하고 자부심으로 우리것을 지켜내고 있는 그분들의 마음이 바로 장인정신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와 미래사이에서 공존하고 있기에 우리것은 아직 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분들의 삶 속에서 역사속의 우리 조상들을 만나게 된다.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을 이 책으로 만들어 그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알게 해주신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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