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내 이름 1
엘사 오소리오 지음, 박선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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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5개 언어 23개 국가에서 출간했으며 엠네스티 문학상까지 수상했지만, 정작 조국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출간조차 하지 못하고 스페인에서 첫판이 나왔다. 루스! 빛이라는 이름을 가진 루스가 자신의 출생에 의문을 가지고 자신의 출생의 흔적,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나서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아들 후안을 낳고 그가 커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더욱 자신의 뿌리에 대한 갈망때문이었다.

루스가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시작하면서 밝혀지게 되는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이라 부르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지속했던 군사 독재정권이 군대와 경찰, 정보기관을 이용하여 민주세력을 탄압하고 반대세력을 무자비하게 제거했던 사실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이 더러운 전쟁 동안 죽거나 실종된 사람의 수는 9,000 혹은 30,000. 수감자의 아기 중 군인이나 경찰에 강제 입양된 수는 200 혹은 500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지 않아요. 모두들 눈과 귀를 닫아버렸어요."

이러한 현실을 버티어내고 1977년 9월, 자녀들의 생사를 확인하고자 애썼던 몇몇 실종자 어머니들이 모여 실종된 자녀와 얼굴도 본 적 없는 손자손녀들을 찾기 시작했다. 5월의 광장 할머니회, 5월의 광장 어머니협회. 일부 활동가들의 진실을 요구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그들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고, 그들의 존재는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아르헨티나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역사 속의 비극이 루스의 뿌리찾기를 통하여서 나타나지만 그 속에서 여러 계층의 삶과도 만나게 되고,  루스에게 아름다운 자장가로 잠을 재워주었던 미리암이나 미리암이 '짐승'이라 불렀던 피티오티상사 그리고 그 더러운 전쟁의 주동자였던 두파우, 자신의 아들은 사산되었고, 힘 있던 장인 두파우로부터 릴리아나를 위해 사산과 함께 그 병원에서 태어난 또 다른 아이를 딸에게 데리고 와서 자신의 딸이 되었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딸의  부모를 찾기 위해,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던 에두아르도. 릴리아나를 사랑했고, 조국의 처해진 불행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젊음을 불태웠던 카를로스 그리고 마리아나. 그들의 녹록치 않은 시대의 상황들 속에서 결국은 추구되어야 할 것들은 민주주의를 향한 모습이기도 했지만, 인간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애착이었다. 

"내가 어둠 속을 헤매며 내 뿌리를 찾던 일을 그만두어 확실히 마음들이 놓이나 보다. 하지만 나는 그 추적을 멈추지 않았다. 그 일을 그만두는 것은 마치 나 자신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셈이고, 내가 누구인지 결코 알지 못한 채 사는 것과 같다."
                                                                                                                                   <2권 291페이지에서 루스의 말>

그렇다. 루스의 이러한 뿌리찾기로 말미암아 대다수의 사람들이 눈과 귀를 닫아버렸던 더러운 전쟁에 대해서 우리는 이 책으로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이라는 역사를 알게 되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무겁지만은 않은, 유쾌함과 더불어 삶의 진실된 면과 함께 숨막히듯 책장을 넘겨야 할 탄탄한 서사로 채워져 있다. 5월의 광장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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