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여행의 로망 - 대한민국 빈티지를 만나다
고선영 지음, 김형호 사진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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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은 너무나도 오래된 어린시절부터였다. 가끔가다 가게 된 새로운 도시에서 만나는 모든것들은 눈에, 가슴에 모두 넣으려 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기찻길 옆 작은 주택가에 살았던 친척집에서는 기적소리가 울리기만 하면 밖으로 나와 기나가는 기차에 무조건적으로 손을 흔들어댔고, 간혹가다 같이 손을 흔들어주는 이를 만나면 그 사람과 손을 같이 흔들면서 기차가 달려가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다가 더 이상 길이 사라지는 곳에서는 그냥. 그냥 손을 흔들었다. 기차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다른 도시에 대한 여행의 달콤함은 그 도시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들마저 생소하고 아름답게 들리기까지 했으니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 내가 가질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동경은 그렇게 어린시절부터 간직하게 되었었나보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서 삶의 위안을 얻고 평화를 얻고 삶의 에너지를 얻고, 때로는 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도시에서의 깊은 인연으로 제2의 고향의터전을 삼기도 하는 이들을 더러 만나게 된다. 그들이 자신의 고향이나 자신이 살아왔던 터전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며 그 도시에 대해 알아보았으며 왜 그들이 그 도시를 선택했고, 그곳으로 모든것을 옮겼을까를 생각해보았으나 명확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한데 저자의 이글을 바라보노라면, 이젠 내 고향이 아닌 다른 도시에 왜 망명하듯이 그곳으로 삶의 마지막까지 정착하고자 하였을까를 이해하게 된다.

  처음 여행을 할 땐 새로운 곳이면 다 좋았다. 다음엔 멋진 풍경을 찾아 다녔고, 시간이 흐른 뒤엔 맛있는 식당과 잘 지은 리조트 따위에 관심이 갔다. 그 다음엔 한적한 길을 걸었고 바람과 하늘과 나무를 눈에 담았다. 시간이 꽤 많이 프른 뒤에는 결국,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집착하게 됐다. 풍경 속 그네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고 말을 걸고 싶어져 안달이 났다. 그래서 동네를 유람하기 시작했다.

  지난 가을 결혼한 친구 L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건 며칠 전의 일이었다. "나 아예 제주로 내려왔어."라고 담담한 말투로 시작한 L의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허니문 여행지로 고심 끝에 선택했던 제주에서 L과 아내는 그 풍경에 홀딱 반해 버렷다고 했다.

<바람과 풍경이 있는 비밀의 섬, 제주편>-45페이지

안동, 영월, 제주 여행을 지나고 통영으로 들어서 ’동피랑’을 만난다. 3.4년전 동피랑 마을이 처음으로 벽화 마을로 조성된 뒤,이 바닷가 마을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 중 하나가 됐단다. 동피랑의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서 만나게 되는 벽화들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옛 삶의 모습들까지 소소한 이야기들이 펌프질하듯이 울컥울컥 나온다. 그런 모습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 제주로 내려간 부부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지 않을까 생각하게도 될거같다....  
"보소, 바람 잘 부탕 쉬었다 가이소, 벨 볼 끼 엄서도 몬당에 서믄 통영항 갱치가 참 좋소."                                                 <동피랑 블루스 시즌 2편>-72페이지

  소도시 여행에 관한 책이어서 더 그럴까? 정말 소소하면서도 작고 작은 우리네 삶들의 작은 삶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다랭이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의 막걸리 이야기. 다시한번 수학여행을 가고 싶은 도시 경주에서 문무대왕릉앞 바닷가의 모습.호랑이 마을 지척에 호랑이 잡는 개라 알려진 풍산개마을 이야기.이 마을에 오면 사람들이 다들 걸음도 느겨지고 말도 느겨지고 목소리도 작아진다는 슬로시티와 함께한 돌담길의 담양.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며, ’꽃의 시인’ 고은 선생이 기거하면서 불가에 입문한 곳이기도 한 ’금강선사’를 만날 수 있는 군산. 충청도와 전라도를 잇는 작은 도시 강경에서 만나게 되는 최초의 근대식 교육 기관인 강경중앙초등학교는 등록문화재 60호로 지정된 강당 건물도 있다.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고창에서 만난 바다와 갯벌, 그리고 도솔산의 옛 산길에서 만난 동백꽃의 향연. 개인적으로 흠모하고 있는 소도시 강화도와 진주의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소도시 여행의 매력은 바로 사람과 함께 한 소소한 행복들이 있기에 더더욱 아름답지 않았을까. 

  여행자 수첩과 함께 우리나라의 소도시들을 돌아보면서 저자의 발자취와 함께 소도시에서의 소소한 행복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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