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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 이대 - 하근찬의 대표 단편소설 ㅣ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5
하근찬 지음, 오승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하근찬님의 수난이대를 다시 만난다.
아버지가 아들을 맞으러 산길을 내달린다. 다른 집들은 전사통지서를 받았다고 통곡인데 그래도 전사통지서가 아니지 않은가.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 많이 다치지는 않았을거야. 아무렴... 아버지는 "서방님 들어가신다" 하면서 으레 들어가던 주막도 건너뛰고 시장으로 곧장 달려가 정성껏 고등어를 고른다. 역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기다리는 심정은 여느 부모와 매한가지일것이다. 아들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일제 강점기때 그가 한쪽 팔을 잃고 돌아오던 일. 하지만, 도착한 열차에서 나오는 사람들 중에 아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서성이다 돌아서는 그 순간에 뒤에서 상이군인처럼 보이는 목발을 짚고 있는 아들 진수를 돌아보고 그의 가슴은 말이 아니었을것이다. 자신의 삶도 시대의 아픔에서 너무나 비참한데 아들까지 6.25의 전쟁속에서 다리하나를 잃게 되다니...
일제 강점기와 6.25를 동시에 아버지와 아들이 겪으면서 아버지는 한쪽 팔을 아들 진수는 다리 한쪽을 그렇게 잃었다.
민족적 수난이 이대를 이어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민족적 수난이기 이전에 가족의 수난에 대한 만만치 않은 무게가 시종일관 짓누른다. 결국은 외나무다리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업고 아들은 한쪽 손에는 목발을 또 다른 한쪽 손에는 아버지가 낮에 시장에서 정성껏 고른 고등어를 든다. 그들 앞에 우뚝 솟은 산의 모습이 암울한 듯 하면서도 가슴 시리도록 찡하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겪었던 그 시대를 가까이서 만나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하며, 역사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먼저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아버지와 진수의 모습으로 마무리 되지만, 그래도 긍정의 희망 하나가 비집고 들어서 있기에 그 여운은 잔잔하게 우리들 의식속에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