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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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다섯편의 성인식을 치루어가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지극한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있는 범생이 시우는 남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과학고에 다니지만 어머니의 숨막히는 지극적인 사랑에 나름 부담감에 허덕이고 있다가 시골에서 맞이하게 되는 개를 잡는 일... 자신이 아니면 어머니가 하겠다는 칠손이를 잡는 일에서 시우의 또 다른 성인식이 치뤄지는셈이었다. 어떠한 큰 일을 당하게 되고 그 일을 헤쳐 나가는 그 때에 비로소 몸과 마음이 더 많은 성장을 하는 그런 성인식이 되었던 것이었나보다.

 

  나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면서 울음을 짜냈다. 어머니가 알까봐 울음소리를 꾹꾹 누르면서 온몸 구석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던 눈물의 고삐를 풀어버렷다. 평생 이렇게 많은 눈물을 세상으로 내보낸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입관을 보면서도 이렇게 눈물 이삭을 떨구지는 않았다. <중략>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 눈에서는 천천히 눈물이 잦아들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약간 현기증이 났으나 몸은 가벼웠다. 나는 처음으로 눈물이 얼마나 무거운지, 때로는 몸보다 눈물이 무겁다는 사실을 알았다.

(『성인식』,47페이지 )

 

  군데군데 흙때와 이끼들이 시멘트의 살이 되어 있었고, 다리 밑에서 올라왔는지 아니면 옆으로 기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몇 가닥의 깡마른 덩굴식물이 억척스럽게 벽을 수놓고 있었다. 그 덩굴식물 사이사에에 오래된 글자들이 꿈틀거렸다. 나는 눈을 찌푸리면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이 마을에서 한 시절을 살다 간 온갖 사람들의 노래였다. <중략> 그렇게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새겨놓은 신화들이 어두운 다리 밑에서 살고 있엇다. <중략> 이런 신화들이 다리 밑에서 바글거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더듬더듬 글씨를 쫓아다니다가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잘생긴 황토색 돌멩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돌멩이를 집었다.

"칠손아, 미안하다. 정말 잘살게....."

(『성인식』,63~64페이지 )

 

  왕따에 관련된 「문자 메시지 발신인」은 왕따라는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주면서도, 그것을 상징적으로 치유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골에서 맞이하게 되는 또 다른 세계에서의 맞이하는 꽹과리,장구,북은 또 다른 아이들의 평안한질서를 슬기에게 선물해주게 된다. 슬기가 맞이하는 또 다른 성인식이 된 셈이다.

 

  「욕짱 할머니와 얼짱 손녀」는 '조류독감'이라는 긴급상황을 매개로 하여 생명에 대한 노인의 집념 어린 옹호의 모습을 담은 소설이었으며, 「먼 나라 이야기」에서는 몇 년 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소 전면개방과 이른바 '광우병' 파동을 밑그림으로 삼으면서 또 다시 이상권님의 소에 대한 애착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어렸을 적에 10대의 몸으로 상여를 메고 죽은자를 다시 땅으로 돌아가시게 하는 일을 꿈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가 겪었던 또 다른 성인식을 이 글들을 쓰고 나서 다시금 제대로 치루었던 모양이다.

 

   참으로 여러가지의 '성인식'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자기를 형성해가는 주체의 정체감 발견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소설중에서 이상권님의 소설은 생명과 자연친화적이라는 데 있을것이다.

 

   몇 년간 발표했던 글을 묶었다.

  살아가는 것들의 눈빛을 그리고 싶엇다.

  부디 잘 버티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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