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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나라 백성의 나라 - 상 - 북리 군왕부 살인 사건
김용심 지음 / 보리 / 2010년 6월
평점 :
"진실로 저 하늘이 보시기에는 황제도, 백성도 모두 다 똑같은 하늘의 자식일 것"이라고 그토록 충성스럽고 반듯한 사람이라는 전조의 모습을 인종이 몰랐더라면 전조는 그 자리에서 참수를 당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엄청난 역천(逆天)의 말을 했던 것이다.
송나라때의 '경력(慶曆)의 치(治)'라 부르며 송나라 최고의 전성기로 일컫고 있는 인종(仁宗)때의 일이었다. 인종은 원래 성품이 인자한 왕이었다.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유 태후의 섭정을 받으며 왕위에 올랏고, 그 뒤로 무려 십여 년을 실권없이 지냈으며 1033년 태후가 죽어 권력을 돌려받고도 한동안 그렇고 그런 평범한 행보를 걸었던 그가 치세 중반인 경력 연간(1041~1048)에 이르러 눈에 띄게 어질고 똑똑한 정치를 펼치는 인종에게 도대체 어떠한 일이 있었길래 그리 될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가지고 송나라 수도 개봉에서부터 그의 발자취를 뒤따라 가본다. 그 과정에서 인피면구를 쓰고 인종이 암행을 떠나면서 만나게 되는 전조라는 남협을 만나 마음을 주고 받으면서 천자라는 위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천자라는 자리에서 백성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다.
양양 왕이 죽어 가면서 인종왕에게 퍼부었던 "천자? 천자라고? 웃기지 마라. 조정(趙禎;인종의 이름)! 곤룡포에 면류관만 벗겨 놓으면 누가 너를 천자로 알겠느냐. 시정을 거니는 하찮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잡배와 조금도 다르지 않거늘, 누가 너를 황제로 보겟느냔말이다! 송을 창건한 태조 조광윤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느냐? 너처럼 유약하고멍청한 자가 황제라니, 감히 천자라 칭하다니! 조정아, 아느냐? 사람들이 네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림은 네가 황제라서가 아니라 황제의 옷과 관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걸친 번쩍거리는 껍데기에 절을 하는 것일 뿐이란 말이다! 조정, 너는 천자가 아니다. 천자의 옷을 걸친 허수아비에 불과할 뿐이다! " 이 말은 인종의 뇌리에 박혔다. '그대들이 절하는 게 나인가, 내가 입은 곤룡포와 면류관인가.'
진짜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겨 만들었다고도 하고, 그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면이라고도 해서 '인피면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는 '인피면구(人皮面具)'를 쓰고서 인종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양양왕의 그 진실을 알고자 나선 암행길에서 그는 전조와 함께 아령과 함께 북리 군왕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 동행하면서 천자를 하늘의 백성이라고 말하고 있는 역적으로 몰아 죽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불온한 이 말을 들으면서도 그가 고뇌하게 될 진짜 이유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강즉정-즉 강한것이 정의라는 강호의 세계에서 남협으로 거듭난 전조의 가치관은 가히 놀란만하다. 너무나 매끄럽고 매혹적인 그의 행동으로 인해 인종이 깨우치고 배우고 더 훌륭한 인품으로 거듭나기 위한 모델이 되었던것은 확실하니말이다. 하지만 인종도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러한 전조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전조가 존경하고 따르고 있는 포증에게만은 어쩔 수 없는 시기심을 가지게 됨은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충신보다도 진실한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충심과 참 사람의 모습이 그리웠기때문일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라는 크나큰 대륙에서의 그 넓은 강호의 세계를 다소나마 알 수가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북리 군왕부 살인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쫓아가면서 추리소설의 한 단편을 보는듯 하기도 했다. 글을 그저 읽는 것이 아니라 전조의 그 따라갈 수 없는 따뜻함과 함께 냉철한 그 가치관에 매료당하게 되고 인종의 해박한 지식과 함께 배우고 더 훌륭한 천자가 되기 위해 백성의 삶을 알아가고자 하는 그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과 함께 과거나 현 시대에서 필요할 군왕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안타까움으로 바라보게도 되었다. 포증의 모습에서 전조의 모습을 보면서 따뜻함과 냉철함과 동시에 나타나는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이 내 옆에 있는양 그 모습을 눈으로 그려가면서 행동하나 말투 하나 하나에 마음을 다하여 읽고, 따라갔다. 단순한 소설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감흥이 깊으며, 마음속에 울림이 너무나 크다. 슬프면서도 따뜻한 전조의 마음을 인종의 그 마음이 담겨져 있는 소설이다. 붙잡으면 마법처럼 글들을 읽어내려가게 된다. 짧지 않은 테스트가 읽고나면 너무나 짧게만 느껴진다. 아직까지도 임금의 나라는 존재할까, 혹여 아직도 천자라고 으스대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일이지만, 현재를 보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나를 어떻게 불리워 줄지에 대해 더 고심해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동조할 만한 글들이 담겨져 있는 책이기도 하다.
아직도 머릿속에는 마음속에는 인종과 전조가 천자의 나라 백성의 나라에 대해 토론하며 행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펼쳐가고자 하는 백성의 나라가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너무나도 많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오래도록 그 감흥에 사로잡히게 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