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난 뒤, 책장을 덮으면서 나 스스로 되뇌었다. "그래! 역시 전용복님은 한국인이다." 비록,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그의 옻칠의 능력을 살릴만한 곳이 없기는 하나, 그는 일본에서 옻칠의 혼이 담긴 작품들을 통하여서 인정을 받았다.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옻칠로 그려낸 그림이 저리도 아름다울까 감탄하기에도 바쁜시간들이었다. 일본의 자존심 메구로가조엔을 복원해 낸 한국의 옻칠쟁이 전용복! 옻칠이 무에 그리 대단할까 싶겠지만, 수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온 옻나무에서 채취한 옻으로 그 독한 방울 하나 얼굴에 떨어져도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문둥병자처럼 되는 그런것들을 감수하고 오로지 옻칠의 그 매력에 빠져서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던 전용복님의 그 투철한 장인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어령 문화부전장관님도 추천사에서 말씀하셨지만, 전용복님의 그 열정과 예술혼이 왜 남의나라 일본에서 일본의 물건에 영혼을 걸고 작품활동을 해야했는가에 대해 한국의 습성과 사회의 모습에 자괴감마저 든다고 하였듯이 나 또한 그랬다. 한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괜한 수고를 하는 사람마냥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모습에서 당장 돈이 되지 않은 것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한국인의 어리석은 철학을 보았으며, 힘들어도 우리것을 창작하고 다듬고 장인정신을 불태우는 일이 어찌 어리석은 일이 되어야 하는지. 개탄스럽기까지하다. 책의 앞장에 일러두기로 '이 책은 저자의 전작인 《나는 조선의 옻칠쟁이다》의 개정 증보판입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이 이미 몇년전에 출간이 되었던 책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책이 왜 제목까지 바뀌어지면서까지 다시 다른 출판사를 통하여 다른 책인것마냥 다시 나와야 하는지...아니 이 책은 두번 세번 계속적으로 한국인들의 가슴속에 파고들 때까지 나와야 한다. 현미경을 보면서 그림을 그릴 때는 숨도 쉬지 않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그려내야만 한다. 한국인 전용복님은 그렇게 장인정신의 혼을 불태우고 있었다. 일본으로 귀화하라는 요청에도 그는 한국인으로 살기를 고집했었다니. 그의 조국애또한 감동할 만 하다.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이며 한국인 전용복님의 자서전과도 같은 책이지만, 단순한 자서전을 읽은것도 아니며, 단순한 위인전을 읽은것도 아니니 그는 만년전의 옻칠세계를 우리 조선의 옻칠세계로 오롯이 선조들의 장인정신과 기법으로 완벽하게 한국의 멋을 살려내고 있었음에 그저 감사하고 그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일이었다. 치열하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고 옻칠세계를 우리 선조들의 혼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 보이고자 개척하는 칠예작가로 자리매김할 전용복님 그 삶 자체는 분명 하나의 위대한 장인의 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