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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수상한 여자들
브리짓 애셔 지음, 권상미 옮김 / 창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일을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건가?"
"내 말은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게 옳지 않다는 뜻일 뿐이야. 한다 안 한다는 말은 안 했어."
"전화해. 부르자."
"누구?"
"내 애인들한테 전화하라고. 당신 혼자 이일을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되지."
회계감사라는 전문직에서 일하고 있는 루시는 감사라는 직업에 걸맞게 나이차이가 많은 남편 아티의 죽음앞에서 냉정함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자신 혼자서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버거운 상태라는 것을 알리자, 남편이라는 사람인 아티는 루시에게 제안이라고 내놓는다.
그냥 단순히 화가나서 남편의 바람기때문에 단순히 화가 나서 집을 나왔을 뿐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편 아티에게서 죽을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더군다나 '베섬'이라는 스무살이 넘은 아들까지 있다니....
아티에게서 받아든 전화번호에는 여러명의 여자 이름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 사람들에게 전화를 한단 말인가. 루시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에 마셨고.... "아티 쇼어맨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임종을 지킬 시간을 정하시려면 전화하세요."라는 말을 누구 누구에게 했는지도 기억할 수가 없었다. 젊은 여대생 같은 나이의 '엘스파'가 루시에게 교대해주러 왔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남편의 여자들은 루시와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아티가 공동으로 장만한 그들만의 집에 하나 둘 찾아든다. 남편의 여자들과 함께 루시가 죽어가는 남편 아티의 마지막을 위해 찾아온 그 여자들과의 만남을 거치고 그들과 어떤 관계로 발전시켜가는가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죽어가고 있는 남편에게 그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하여 남편과 관계를 맺었던 여자들을 불러들였건만 루시에게는 어둠이나 슬픔 그리고 적막함의 그림자는 없었다.
나도 남편이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그 준비기간에 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어떠한 그림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별은 단지 슬픔으로만 다가오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별과 슬픔의 그 이상은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리라.
루시는 내가 바라보지 못하는 죽음이라는 이별의 너머에서 남편의 여자들과의 관계들을 맺으면서 사람과의 관계형성에 대한 새로운 숙제를 안겨준다. 내가 배우지 못하고 바라보지 못한 그런 무지개빛 너머의 다른 세상을 바라본듯한 느낌이랄까. 어렸을 적에 읽었던 한겨울에 아픈 엄마, 죽어가는 엄마를 위해 딸기를 구해오기 위해 동굴을 지나 복숭아꽃이 피어있는 아름답고 따뜻한 마을에서의 체험을 느끼는 기분이 드는 건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 까. 딸기를 구해와서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엄마에게 주고 건강하게 했다는 동화속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아뭏튼 남편의 여자들과 함께 남편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관계들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형성에 관한 여러가지 감정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는것에 의미부여를 해야할 듯 하다.
약간의 특이한 주제였지만, 평범하게 흐르지 않은대신에 그 과정들속에서 우리네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감정이라는 것에 소소한 느낌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책읽기가 되었다.
그리고 뒤에 이루어진 기막힌 반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