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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대필작가의 몽환적인 일상속에서 회색빛 콘크리트안 도시 사람들의 삶 그리고 도시의 세세한 모양새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르내리며, 산자와 죽은자가 같이 어우러지는 삶속에서 그는 먼저 간 부인과의 추억에 끝내 머무른다.
꿈도 많았을것이다. 욕심껏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도 싶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서울에서의 생활은 많은 사람들이 무지개빛 꿈으로
가득할 거라는 믿음으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어디 다들 그러했는가. 다들 자기 살기 바빠서 옆집에 사는 사람들 얼굴 한번 쳐다봐주기도 버거운 날들이 많지 않았던가.
얼굴을 마주보며 인사라도 제대로 해본적이 언제였던가.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을 날을 살면서 삶의 모습이 다들 나와 같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마음 깊숙히 들어가버리고 주어진 시간에 빼곡하게 짜여진 시간표대로 그렇게 그냥 살았다. 그러면 남들보다 더 잘 살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남들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 3의 작가입니다"
그는 대필작가였다. 그가 장자익이라는 사람을 만나기전까지는 그는 먼저 보낸 부인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그저 도시에서 사는 삶에 그럭저럭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전화를 하고 바로 찾아온 장자익이라는 분은 그에게 대필의뢰를 하면서 거금이라 할 수 있는 돈을 주고 떠났다.
그러고서도 몇날 몇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던 그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이라는 간판은 아내가 손수 만들었었다. 도대체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은 어떤 근거로 만들었단 말인가. 어떤 뜻이 있는건 아니었을까...생각하다 보니 작가가 아내와 함께 같이 살면서 이사를 한 횟수가 아홉번이다. 그럼 두번째 대문은 무슨 의미일까? 아홉번째 집이 아홉번의 이사를 의미한 것이었던걸까?...그는 아직도 아내의 그 의도했던 뜻을 모르겠다.
글을 읽어가다 보면, 대필작가의 몽환적인 일상에서 그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그 모습들에서 산자와 죽은자가 같이 어우러지는 그런 일상속에서 도대체 어느것이 현실이고, 도대체 어느것이 현실이 아닌것인지를 분간할 수가 없게 된다. 따분할 것 같은 일상속에서 그의 추억이 어린 과거의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현재의 또 다른 장소에서 삶의 애잔한 모습이 녹아들고 있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도대체 왜 난 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일까?...를 생각하다가도 글 속에 빠져드는 나를 주체하지 못한다.
한 번 잡으니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글의 마력에 빠진다는 것이 이런것인가 싶다. 잔잔하면서도 소소한 삶의 모습들 속에서 도대체 작가가 의도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가도 글의 흐름에 내 마음을 맡기게 되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작은 감동까지도 만나게 된다.
사람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삶의 무게 또한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또 깨닫게 된다. 도시의 생활에 대해 도시의 풍경에 대해 어쩜 그리도 세밀한 묘사를 할 수가 있는지...
아내는 보지 않고, 때때로 사람들의 앞일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아내가 알려준데로 된다. 아내는 아내에게 있는 그런 신통한 능력에 대해서 부담스러워 하거나, 특별하다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재주 하나쯤 가지고 있는것이라고 생각하는듯 하다. 어느 날엔가 아내는 뼈가 끊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병원에 가보아도 어떤 병인지도 모르고, 어떤 원인으로 생긴것인지도 몰랐다. 아내는 죽을 힘을 다해 그 고통을 참아내고 이겨냈다. 아내는 무병이었던 것이다.
"살아온 게 모두 후회된다는 말은 말이야, 더 이상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얘기야. 한 사람이 상대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지는 누구도 몰라. 자기가 어떻게 살았는지만 알면 돼."
죽은 장자익이 작가에게 해준 말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산자와 죽은자들과 대화하면서 우리에게 삶에 대해 삶의 근원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이런 방식으로,
"미안해 하지마."
"사람은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다." 죽은 아내가 작가에게 또한 했던 말이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 산자와 죽은자의 대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또한 일깨움을 주고자 했던 작가의 배려였을거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살아오는 것마냥, 내가 살아갔던 것마냥 문득 외롭다가, 문득 따듯해진다.
문득 울컥해진다. 삶이란 이런것이었던걸까..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의 모습이 이런것이어야 할까...?
나 스스로 나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그렇게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은 그렇게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그렇게 마음속에 깊은 우물하나 파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