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초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마법의 비행

 : 리차드 도킨스

 : 을유출판사

 : 2022/07/18 - 2022/07/26


이기적 유전자라는 멋진 책을 쓰신 분이자 기독교 독설가로 유명한 리차드 도킨스의 신작.

진화론에 입각해 비행이라는 멋진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새, 곤충, 그리고 날기 위해 노력한 사람까지... 

비행을 위해서는 선제조건이 무엇이고 어떤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어떤 새들은 나는 기술을 포기하는 쪽으로 진화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나, 곤충이나, 새나 날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고안한 게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긴, 물리법칙이 그러니 그렇게 맞춰질 수 밖에...

진화라는 게 우연히 개체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그 변화가 자연선택이 될 만큼 조금은 우월해야 하다보니 상당한 믿음이 필요하다. 다만, 화석 등을 통해 진화론에서 생각하는 방식이 꽤 입증되고 있어 진화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 

모든 걸 진화로 설명해야 하고, 진화 자체의 특성상 목적성이 없어야 하니 그냥 그렇다는 것 이상 설명하기는 난감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재미있고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도킨스는 정말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기적 유전자는 처음에는 흥미로웠지만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저렇게 분량만 늘려 설명하는 느낌이라 후반부에서는 흥미가 많이 떨어졌었다.

이 책은 후반부까지 재미있게 이끌고 같다.

물론 그림이 예쁘다는 게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가벼운 킬링타임용 과학도서로 그만이다. 


p24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게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몸을 잘 만드는 유전자가 좋은 유전자다.

p54 박쥐를 제외하면, 외딴섬은 포유류가 아니라 조류의 세상이다. 대개 땅 위에는 포유류가 돌아다니기 마련인데, 섬에서는 대신 새들이 돌아다닌다.

p70 섬에서 새가 날지 못하도록 진화한 이유를 박쥐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그저 아직까지 그런 박쥐가 눈에 띄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p101 포스터 법칙은 원래 작은 동물은 섬에 와서 커지는 경향이 있고, 큰 동물은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그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p114 동물이 체중에 비해 표면적이 클수록, 공중에서 떨어지는 속도는 더 느려지며, 비행에 필요한 앙력을 얻기는 그만큼 쉬워질 것이다.

p140 뒤쫓는 다랑어의 눈에는 날치가 갑작스럽게 사라진다. 전반시라는 현상 때문이다. 물속에 있는 포식자가 수면 위로 뛰쳐나간 먹이는 볼 수 없다는 뜻이다.

p163 맥크레디는 무게를 1그램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비행기 부품들을 접합하는 데 쓰는 접착제도 아주 가벼운 특수한 종류를 썼다. 무게가 대단히 중요했으니까! 비행하는 동물도 최대한 몸을 가볍게 만든다.

p204 수소는 가연성이 크다. 즉, 폭발하는 성질이 있다. 1937년에 일어난 거대한 힌덴부르크 비행선이 폭발하는 비극적인 사고를 기억하기에, 이제 비행선 설계자들은 두 번째로 가벼운 기체인 헬륨을 선호한다.

p224 우주 비행사와 체중계, 우주 정거장과 그 안의 모든 것이 떠 있는 이유는 자유 낙하를 하기 때문이다. 모두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세계를 돌면서 추락하고 있다.

p235 높은 대기 권역으로 올라가면 이른바 공중 부유 생물, 즉 공중 플랑크톤과 마주친다. 꽃가루, 홀씨, 바람에 날리는 씨, 요정파리, 거미줄이라는 작은 낙하산에 매달린 조그만 거미 등 많은 생물로 이루어진 혼합 집단이다.

p253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강력한 이유라는 것은 분명하다. 거의 모든 동식물은 비용과 시간이 아주 많이 드는데도, 짝짓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가 수정을 하면, 암수가 있는 목적에 어긋난다.

p284 진화에서 새로운 착상의 궁극적인 원천이 돌연변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성 생식은 유전자들을 뒤섞어서 많은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내며, 그것들은 자연 선택의 대상이 된다.

p315 유카탄반도의 공룡은 운이 좋은 쪽이었다. 즉사했으니까. 살아남은 공룡들은 그들이 의지하는 식물들이 햇빛 부족으로 죽어 감에 따라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2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 혼자 경주여행

 : 황윤

 : 책읽는고양이

 : 2022/07/11 - 2022/07/15


재미있는 스타일의 여행에세이가 있어서 읽기 시작했다.

혼자 유적지를 돌아다니는 1인 투어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답사를 하는 컨셉이다. 

경주는 이탈리아의 로마, 일본의 교토처럼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 말은 하루이틀로 다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저자는 일박이일로 경주를 다니며 경주의 문화유산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유명한 불국사, 석굴암을 포함하여 거대고분군, 남산 그리고 최근에 핫한 황리단길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꼭 가야할 유적지가 많이 있지만 초보자나 가벼운 답사자가 다녀야 할 곳은 거의 다 흝는 것 같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문무왕릉으로 알려졌던 원성왕릉이 현재의 대왕암으로 바뀌는 에피소드는 참 재미있었다. 이런 에피소드를 유적지에서 해야 하는데...

다른 시리즈도 계속 읽어봐야겠다.

역시 스토리텔링이 잘 된 책이 읽기도 쉽고 재미있다. 


p19 봉황대와 황남대총 같은 거대한 무덤이 만들어지던 시기는 신라 시대 마립간이라 불리던 왕들이 즉위하던 때로, 17대 내물왕부터 22대 지증왕까지의 기간이다

p23 당시 일본인들은 고분 안에 묻혀 있던 유물에만 관심이 있었기에 봉분은 대충 걷어내어 놀랍게도 경주 철도 공사에 필요한 흙과 돌로 사용해버렸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황당하지만 당시 문화재에 대한 인식 수준 및 식민지를 낮춰 보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 증거이기도 하다.

p36 다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서예가이자 고증학자였던 추사 김정희는 경주 대릉원과 봉황대의 언덕을 왕릉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니, 완당집에 따르면 “경주에 조산이 하나 무너졌는데, 석축이 나온 것으로 보아 왕릉이 틀림없다”하며 남다른 그의 통찰력을 남기고 있다

p37 발굴된 5개의 금관 중 3개는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중이며, 나머지 2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3개의 금관은 각각 금관총, 서봉총, 천마총 금관이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황남대총, 금령총 금관이다.

p49 신라 왕릉으로 알려진 고분은 38기이고 이중 경주 내 왕릉으로 알려진 고분은 총 36기인데, 이 중 상당수는 위치가 삼국사기 또는 삼국유사의 기록과 맞지 않아 근현대들어와 여러 연구자들이 위치를 새롭게 비정하기도 했다. 다만 학자마다 주장들이 조금씩 달라서 정확하게 누구의 무덤이다라고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다.

p69 5-6세기 초반 마립간 시대 신라 왕들이 경주 중앙에 거대한 고분을 만들어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면, 6-7세기 신라왕들은 평지에 거대 사찰을 만들어서 왕가의 힘을 과시했다.

p73 이렇게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황룡사 9층 목탑은 고려시대인 954년, 벼락을 맞고 불타 사라지면서 약 300년 간의 생애를 마감한다. 그럼 역사책에서 배운 몽고 침입으로 불타서 없어졌다는 황룡사 9층 목탑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몽고에 의해 불타 사라진 목팝은 고려 시대 때 복원한 황룡사 9층 목탑으로 고려 현종 때인 1012년, 이전에 벼락을 맞아 사라진 탑을 새로 올리며 만든 것이다. 다름 아닌 이것이 1238년, 몽고 침입으로 사라지게 된다. 결국 신라가 만든 탑은 300년, 고려가 만든 탑은 200년, 총 합쳐서 약 500년을 경주의 기둥으로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p81 황룡사가 진흥왕과 선덕여왕의 전설이 함께하는 절이라면 분황사는 선덕여왕이 만든 절이다

p100 문무왕은 이처럼 위급하던 674년, 이곳에 못을 파고 인공 산을 만들며 화초와 진기한 동물을 기르려 하고 있었다. 여유를 부리 ㄴ것이 아니라 문무왕은 신라 왕으로 봉해진 동생의 저택을 왕실 정원으로 만들어버려 내부 반발을 막고자 한 것이다. 당 편에 선다면 왕의 동생일지라도 신라에 돌아올 자리는 없다는 의미였다

p113 항복 문서를 보내고 그대로 항복했으면 한반도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겠으나, 문무왕은 이후 한반도 역사에서 익숙하게 보이는 그런 왕들과는 격이 달랐다.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은 해내는 인물이었기에 뒤로 물러나는 척하며 준비한 반격을 통해 결국 당나라로부터 승리를 거둔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가장 걸맞는 인물이 한반도에서는 문무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실리를 위해서는 잠시 고개를 숙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난 저 비굴한 표문에 오히려 문무왕의 진면목이 숨겨 있는 듯하여 좋아한다

p118 문무왕은 당시 사람들의 불교 세계관으로 볼 때 인간에서 오히려 짐승으로 격하될지라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짐승도 될 수 있다는 사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전 성골 의식이나 부처 재림을 이야기하던 신라 왕들과는 확실히 인품의 격이 달랐음을 알 수 있다

p125 고고학자 황수영 박사는 동국대 총장 시절인 1982년, 한국 종의 유별난 개성에 대하여 이는 만파식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에 따르면 원통형 긴 음통은 다름 아닌 피리를 형상화한 것이며 용은 피리를 전해준 문무왕을 의미한다 하겠다. 즉 삼국 통일의 영웅이자 만파식적의 주인공인 문무왕의 업적을 종에 장식한 것으로 보자 만파식적이 단순한 전설이 아닌 구체적 모습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p151 석가탑뿐만 아니라 신라의 석탑에서 무구정경 혹은 소탑이 봉안된 사례가 여럿 발견된다. 결국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석탑을 짓고 관리, 유지시키는 데에 거대한 원동력이 된 경전이었던 것이다.

p165 절이 많아지자 이렇듯 본래 신성되던 남산이 더욱 신성시되면서 불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중요한 장소로서 인식되어진다. 이에 거의 300여 년 동안 특히 통일신라 시대 동안 경주 사람들은 자신의 가문과 집안을 위한 사찰, 또는 사찰이 자금상 한계가 있다면 탑이라도, 그것도 힘들면 돌에 부처를 조각하는 마애불이라도 새기면서 기복 신앙의 꽃을 피웠다. 김대성이 불국사를 만든 것처럼 신라인 하나하나가 남산에 자신만의 불국사를 세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약탈박물관 - 제국주의는 어떻게 식민지 문화를 말살시켰나
댄 힉스 지음, 정영은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대약탈박물관

 : 댄힉스

 : 책과함께

 : 2022/07/11 - 2022/07/18


유럽이 아프리카, 아시아를 침략하면서 뺏은 유적물에 대해 쓴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를 비롯해 많은 나라의 침략을 받으면서 문화재를 강탈당한 역사가 있어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넓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베닌이라는 나이지리아 쪽에 있던 아프리카 부족을 영국군이 파괴하면서 약탈한 문화재에 대한 내용이었다. 

오직 한 사건만 기록되어 있다.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학자로서 자신의 나라의 치부를 이렇게 자세하고 집요하게 조사하고 책을 냈다는데 놀라웠다.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다라든가, 영국에 가지고 왔기 때문에 잘 보존할 수 있었다는 등의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인류보편의 발전이라는 허황된 박물관의 목표에 대한 위선도 까발려진다. 

내가 잘 모르는 역사적 사실이라 따라가기가 좀 어렵긴 했지만 어떻게 아프리카의 문화와 문명이 파괴되었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지금도 외국 박물관 수장고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우리나라 문화재를 생각해 보면 아프리카의 아픔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런 학자가 있다는 데 놀라웠고, 존경스럽다. 


p19 이 책은 1897년 2월 베닌시티에서 벌어진 영국 군대의 폭력적인 약탈에 관한 책이다.

p45 아프리카 약탈은 제국주의가 진행되며 우연히 발생한 부작용이 아니라 수탈적,군국적 식민주의와 간접적 통치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된 핵심적인 기술이었다.

p51 사물의 생애와 상대적 얽힘이라는 두 개념은 기존의 인류학 이론과 연결되며 1990년대부터 서구 박물관들의 주된 사고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p56 푸코의 글 중 박물관을 주제로 한 것은 거의 없다. 푸코는 아마 박물관에 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부흥한 박물관학은 직서, 통제, 계보학, 규율, 권력 등 푸코식 용어를 적극 사용했다.

p65 드라큘라 이야기처럼, 2897년 베난에 대한 서사에서 엿보이는 고딕의 현대화는 제국주의의 도덕성에 대한 빅토리아인들의 우려, 서구 문명의 불안정성과 유럽 내부에 존재하는 위험한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적극 이용한 것이었다.

p68 콜웰은 1868년 영국군의 막달라 공격이나 1874년 아샨티 왕국 공격, 1892년 프랑스군의 다호메이 공격 등 상대가 준 모욕을 되갚고 우리에게 피해를 입힌 적을 처벌하기 위해 벌인 공격에는 사실 대개의 경우 숨은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국 땅에 질서를 세우기 위해 실행된 일종의 정략적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p71 영국 해군은 야만을 종식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원주민 마을에 무차별적인 포격을 가했다. 영국은 문명을 보편 가치로 내세우며 아프리카의 왕궁과 성소를 파괴했다.

p103 이들 부대는 영국 해군의 지원하에 응징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마을을 주기적으로 공격하며 지속적이고 폭력적인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p111 나이저회사는 여전히 이러한 행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우리가 흙을 파먹고 죽을 지경이 될 때까지 괴롭히겠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살아온 이 땅에서 굶어죽느니 그들과 싸우다 죽는 편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p133 방법은 똑같았다. 상대에게 대화를 청한 후 만남을 거절당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이를 앞세워 보복 공격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p144 서아프리카 해안 지역에 대한 지배가 어느 정도 안정되며 영국은 더 큰 상업적 이익을 좇아 점차 내륙으로 진출하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노에제 근절은 좋은 구실이 되어주었다.

p147 일로린은 항복했으나 회사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에 포격을 퍼붓고 약탈했다.

p171 역설적으로 1897년 베닌 원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기록의 부재다. 공식적인 문서는 물론 비공식적인 기록에서도 공격 이후 발생한 포로, 부상당한 원주민을 위해 운영된 병원, 환경 파괴로 인한 기근 등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

p177 역사인류학적으로 볼 때, 앞서 언급한 베닌시티의 흙 건축물과 베닌시티 서쪽에 위치한 베냉공화국 사비의 흙 건축물은 기존에 생각했던 방어 등의 기능 외에도 공공건물로서 복합적인 정치적, 우주론적 중요성을 지녔을 것으로 예측된다. 수세기에 걸친 노예노동과 강제노동으로 건설됐을 이 건축물은 종교적 공간과 자연적 공간을 나누는 역할을 했다.

p182 영국은 베닌의 주권을 빼앗고 그것을 자신이 바라는 형태의 통치로 대체하기 역사와 왕권이 살아 있던 한 도시를 통채로 파괴했다.

p207 베닌 왕의 모든 산호와 청동 조각, 상아가 영국군의 손에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단절되어버린 역사 그 자체다. 그 단절의 크기를 이해하고 그것에 시각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애사의 층위를 더하기보다는 그 단절된 역사를, 생명 약탈의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p218 약탈에는 성직자와 정부관리, 심지어 박물관 큐레이터들도 동참했다. 우리는 이들이 무엇을 약탈했는지, 그들이 가져간 약탈물들이 어떻게 됐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아무런 기록도 없이 손에서 손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p220 서양 국가들은 집단 학살을 통해 상대의 물건을 빼앗아 와서는 야만에 대한 문명의 승리를 보여주겠다며 본국 곳곳에서, 그리고 박물관에서 전시하며 백인우월주의 이념을 확장했다

p235 약탈품으로서 영국에 도착한 베닌의 물건들은 패배한 적의 원시적인 부족 예술로 전시됐다.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가져왔다는 변명이 무색하게 이 약탈품들은 박물관 내에서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

p242 박물관은 전시하는 물건에 공간의 차이가 아닌 시간의 차이를 덧씌웠고, 그렇게 전시된 물건들은 인종주의를 시각화하는 대용물이 됐다.

p250 인류학 박물관들은 새로운 물질주의적 증거와 전시를 통해 이러한 편견을 새로운 형태의 폭력과 증오로 재탄생시켰다.

p254 베닌은 타락하고 퇴보한 문명으로 묘사됐다. 영국은 베닌의 예술품을 퇴락한 예술로 전시했고, 열등한 베닌 사람들을 대량으로 학살했으며, 종교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들을 파괴했다. 이러한 행위는 곧 다가올 20세기의 폭력의 예고편이었다.

p268 영국박물관은 세계 문화재에 대한 보편적 비전을 담은 근대적 박물관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신세계 농장 귀족이 모은 장식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영국박물관이 인류보편의 이상을 바탕으로 설립됐다는 주장은 의도적인 조작이자 신화인 것이다.

p271 대량살상무기 제거는 폭력의 명분이 되어 이라크에서 벌어진 강탈과 점유를 정당화했다. 인권침해를 근절하고 서구식 민주주의를 세운다는 명분은 과거 영국이 내세웠던 노에제와 식인풍습, 인신공양 근절 등 인도주의적 명분을 연상시킨다.

p274 신화학을 연구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2005년 루브르 박물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절대로 인류보편의 박물관이 아니다. 그곳에는 프랑스와 서구사회의 전통을 형성한 것들만 모여 있기 때문이다”

p295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대영제국의 역사는 편리하게도 해적으로 시작해 노예무역 철폐로 끝난다. 박물관들 역시 많은 경우 1838년 노예제 철폐에서부터 2차 보어전쟁에 이르는 기간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영국박물관의 수장고에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문화재가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p311 약탈물의 서양 박물관으로의 이동은 이중의 과정이다. 이 행위는 약탈물을 원래의 주인에게서 빼앗았고, 동시에 우리를 풍요롭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쟁이 희극인 - 희극인 박지선의 웃음에 대한 단상들
박지선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멋쟁이 희극인

 : 박지선

 : 자이언트북스

 : 2022/07/07 - 2022/07/08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못생김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새로 뽑은 개그맨들중에 누가 최고인가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안하고 방송에 나와서 웃기만 해도 웃긴 개그맨들이 있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엄청난 인격모독이지만 이런 웃음포인트가 대세인 적이 있었다.

박지선씨는 그 못생김의 대명사였다. 첫 코너도 예쁜애, 못생긴애, 이상한 애였나 그랬을 것이다. 

학벌이 중요한 사회답게 박지선씨는 못생긴데 공부잘하는 개그맨으로 떴다. 

그러나 그는 학벌이나 못생김이 아닌 그 자체가 웃긴 개그맨이었다. 

그렇게 내가 사랑했던 그가 어느날 비보를 전했다. 

그 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너무나 안타깝고 서운했다.

1주기를 추모하며 그가 썼던 트위터와 글들이 책으로 편집되어 나왔다.

제목 그대로 멋쟁이 희극인이었던 지선씨를 여전히 추모한다.

내 삶에 웃음과 멋짐, 반듯함을 알게 해준 지선씨.. 편히 쉬세요.


p24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에 다다르니, 골목 입구에 서 있는 엄마의 실루엣이 보인다. 마음이 한껏 놓이려는 것도 잠시, 유심히 엄마의 실루엣을 쳐다보니 “학교 다닐 때 저렇게 생긴 언니한테 돈 뺏긴 적 있는 것 같다”

p34 엄마에게 나의 숨은 매력은 뭐냐고 물었다. “예쁜 얼굴”이라고 답한 뒤, 내가 좋아할 겨를도 없이 바로 “그러나 너무 숨어 있기 때문에 통 보이지 않지”라고 한다.

p106 완벽히 자기 자신에 충실해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 무대를 잘했고 못했고 평가 기준이 관객들 웃음의 유무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본인 연기에 만족하고 안 하고에 있다니, 멋지다.

p126 스폰지밥이 뚱이의 카드를 가지고 싶어 했다. 뚱이가 말했다. “그렇게 이 카드가 좋으면 너 가져” “이렇게 소중한 걸 나한테 줘도 돼?” “친구한테 하찮은 걸 줄 순 없잖아”

p136 친구가 골라줘서 큰 맘먹고 겨울코트를 하나 구입했다. 엄마가 이거 개콘 소품이냐고 물어봤다. 친구한텐 절교문자를 보내야겠다. 엄마 고마워요

p145 엄마가 지구 탄생 45억 년으 비밀이란 다큐를 아주 재밌게 봤다며 두 시간 전부터 얘기해 주는데 지구 탄생 후 50년 정도 밖에 안된 것 같다. 45억 년 얘기 다 할 건가 봐 무서워 빨리 출근하고 싶어

p154 엄마가 갈치조림을 해 줬다. 갈치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무가 맛있는 거야 무를 먹어 무가 맛있는 거라니까” 하시는데 무조림을 해 주지 그랬어.. 내가 갈치한테도 이렇게 희망고문을 당해야 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읽는 직업

 : 이은혜

 : 마음산책

 : 2022/07/03 - 2022/07/10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예쁘고, 무엇보다 편집자가 쓴 글이라 호기심이 많이 생겨 읽었다.

편집자라는 직업이 얼마나 어렵고 고독한 직업인지에 대해 확 와 닿는다.

서점주인처럼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으면서 일하는 직업일 줄 알았는데, 저자 못지않게 창작의 고통을 겪는 직업이다.

거기에다 독자의 기호와 흥행을 고려해야 하는 위치다 보니 본인의 취향과 좋아하는 내용만으로 책을 구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 참 어려울 것 같다. 

1년에 수천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편집자 손에서 커트당한 책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책은 저자가 쓰지만, 그 책이 세상에 나오게 하는 역할은 대부분 편집자가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마음졸이고 힘들게 내 놓은 책이 1쇄를 넘기지 못하고 사장된다면 그 마음 또한 얼마나 아플까...

세상에 쉬운 직업은 없지만 이만큼 고약한 직업도 없을 것 같다.

특별히 눈에 띄고 재미있는 부분은 독자와 편집자의 관계다.

편집자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는 독자가 있다니... 놀라웠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오늘도 출퇴근하면서 한권의 책이 손에 들린다. 노력한 사람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고, 내게 기쁨과 유익이 되었으면 좋겠다. 



p14 저자의 경험이 글이 되면 그것을 읽은 편집잔느 이를 다시 경험으로 구현한다. 이 정도는 사소한 일일테고, 가령 동물 복지에 관한 책을 만든 편집자는 비건에 관심이 높아진다

p24 지칠 줄 모르고 누군가를 또다시 좋아하게 되는 것이 편집자의 특성이다. 왜냐하면 글로 사람을 먼저 접하는 우리는 서로의 신상부터 파악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곧바로 정체성의 핵심(글)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p27 펠리오는 쉽지 않은 학자다. 그는 연구 뿐 아니라 편지와 서평을 쓸 때도 한결같이 학자의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그의 작업에 접근하려면 역자는 프랑스어, 영어, 한문, 고전문학에 두루 능통해야 한다. 실크로드 하면 둔황, 둔황 하면 혜초, 혜초 하면 펠리오인데도 그의 책이 국내에 한 권도 번역되지 않은 이유다

p35 편집자는 전문적인 학술 세계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축적한 연구를 흡수하려고 끊임없이 기웃거리는 존재다. 글을 읽고, 그에 관해 저자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자기 발전을 이루는 가장 빠르고 핵심적인 방법이다

p43 각주는 글쓴이의 실력을 검증하는 세밀한 장치다. 모름지기 학자는 선대의 문헌을 모두 검토한 뒤 그로부터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

p54 몇 년 전 P는 여러 해에 걸쳐 두꺼운 번역서를 완성했다. 많은 번역가가 그러하듯 텍스트가 까다로워 그도 연구를 병행하느라 작업을 오래 지체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가 번역을 하면서 밤에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는 사실은 책 출간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p79 편집은 배치와 재배치, 수정과 재수정의 과정이며, 편집자는 원본을 창조하는 저자와는 독창성 면에서 수백 킬로미터쯤 떨어진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편집자가 공들여야 하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수백 수천의 시간이며, 결국 지난 세월을 돌아봤을 때 남는 것도 뒤에 버려진, 못 보여준 것 속에 간직된 시간들이다.

p103 그는 편집자가 책의 제목을 바꾸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다. 제목은 글의 필수불가결한 일부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뒤에 오는 내용을 쓴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불여선 안된다. 필자가 붙인 제목을 자기가 지은 것으로 바꿔치기하는 편집자들의 습관은, 판지로 만들어 세운 마오쩌둥의 몸에 관광객이 머리만 갖다 대고 찍은 사진에 빗댈 수 있다.

p122 문제는 이런 직업에 10년을 넘어 20-30년간 몸담으면 편집자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시선이 무뎌져 날카로운 펜이 되기보다 뭉툭한 색연필이 되기 쉽다는데 있다

p126 편집자들은 모험과 실험보다는 안정과 확신에 올라타 애초에 자신이 무엇 때문에 편집자가 됐는지 점점 망각해간다

p128 몇몇 고전을 주로 탐독하며 독서의 지평을 잘 넓히지 않는 깐깐한 독자나, 절판된 양서들에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들은 출판계의 생리를 얕볼지 모른다. 편집자는 여기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저들은 우리의 주류 독자가 아니므로 더 넓고 얕은 물에 있는 독자들을 만나겠노라고 생각한다.

p136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허전해 견딜 수가 없어서’라고 답했는데, 이는 작가적 소양을 타고난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p146 독자가 몰리에르를 읽고 정말로 재미없다고 생각한다면, 그에게는 그 책장을 덮을 권리가 있다. 몰리에르와 함께 있는 시간이 하품을 연발하게 만들면 그는 더 이상 내게 고귀하거나 흥미를 끌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p156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두꺼운 책들을 벽돌이나 베개라며 놀리지 않고, 저자들이 다가가려 했던 깊고 넓은 세계에 합류하려는 이들이 최소한 2000-3000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p163 이들 모두 21세기를 어느 정도 예언하며 경고하는 절박한 목소리인데, 딱 1000명의 독자만 빼고는 이들 증언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런 책을 만들고 나면 딱 천 마리의 학만 접어 선물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학을 더 이상 접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것은 물론이다

p167 법학자 한동일의 법으로 읽는 유럽사는 2016년 가을 저자로부터 복간 의뢰를 받았다. 아주 진지한 학술서였지만, 국내에서는 희귀한 연구라 복간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판매 목표를 1000부로 잡고 복간을 결정했는데, 저자가 갑자기 라틴어 수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예상을 훨씬 웃돌아 약 8000부까지 판매되었다

p173 테오도르는 혹시 글을 더 썼다가 조롱받으면 어떻게 하나를 가장 걱정했다. 너무나도 형편없는 글을 써서 갈매기조차 키득거리면 어떡하나. 나는 글을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려웠다

p175 최근에 동네 집을 하나 고쳐서 돈이 들어왔으니 책 좀 추천해주시오. 그와는 이런 식의 통화가 주를 이룬다. 사서처럼 필독서로 꼽히는 것, 두껍고 본격서 느낌이 나는 책들이 그의 취향이다. 요즘에는 지평을 넓혀 2차 텍스트도 꽤 많이 읽는다. 젊은이들에게는 공기와도 같은 인터넷을 못 해서 직접 불러주면 받아 적어서 배송한다

p179 하루는 니체르 ㄹ읽는 데, 어느 구절에서 자신이 요즘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늦여름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니체를 따라 나도 늦여름을 읽기 시작했다. 19세기 독일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19세기에 쓰인 책들을 찾아 읽느라 약 1년간 20세기 작품들로 올라오지 못한 채 19세기 말에 걸친 세기말 빈, 좋은 유럽인 니체와 같은 책을 기획, 편집해서 출간했다.

p184 작가들의 작가인 도스토옙스키는 찰스 디킨스의 추종자였다. G.K. 체스터턴 역시 20세기 작가 중에서 디킨스를 가장 존경해, 자기 소설 서문에서 항상 디킨스를 언급했고 디킨스에 관해 책 한 권을 통째로 할애하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