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국립중앙박물관 - 2022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 선정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6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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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혼자 국립중앙박물관

 : 황윤

 : 책읽는 고양이

 : 2022/09/11 - 2022/09/16


예전에 어느 책 머릿말에서 본 글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을 때 책을 쓴다.

국립중앙 박물관을 여러번 방문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박물관을 돌아본 적이 없었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중심으로 금과 동, 불교미술을 엮어 박물관 구경하기라니.. 참신했다.

시대순으로 죽 훑어보거나, 아니면 시간을 길게 들여서 시대별 유물을 보는 게 전부였는데, 이런게 테마를 잡아서 본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알아야 테마를 잡아서 보는게 가능하다.

덕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유물을 보는 방법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이런 맛에 책을 읽는다. 또 하나 배웠다. 


p20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과거의 불교 문화재 및 일본 옛 유물을 실패한 구시대 것으로 인식하여, 오히려 자국민인 일본인에 의해 크게 훼손당하는 일이 무척 잦았다.

p30 무엇보다 반가사유상은 단순히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일반 불상과 달리 좌우 균형이 맞지 않고 포즈도 무척 복잡해서 주조과정의 난이도가 훨씬 높은 편이었다.

p44 사실 이 청동기는 제사를 주관하던 마을의 지배자가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몸에 걸쳐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p69 이런 이집트보다 먼저 금제품을 사용한 집단이 있었으니, 불가리아 동부 흑해에 인접한 항구 도시 바르나에서 1972년 거대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까마득한 과거의 놀라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p77 여기까지 정보를 종합해보면 무덤의 주인공은 북방, 그러니까 부여에서 이주한 지 얼마 안 된 세력이자 낙랑과도 깊은 관계를 지닌 인물일 수도 있겠다.

p82 자세히 보니 기린인지 천마나 사슴인지 모르겠지만, 뿔이 달린 기묘한 동물이 새겨져 있고 주위에는 붉은 구슬 같은 보석이 6개 박혀있다. 무엇보다 이와 유사한 유물이 몽골, 즉 과거 흉노 지역에서 출토된 적이 있기에 흉노와 연결된 유물임을 알 수 있다.

p88 낙랑 전시실의 하이라이트다. ㄷ자 형태의 낙랑 전시실에 전시 중인 유물 45% 정도가 한 인물의 무덤 부장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평양 석암리 9호분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p97 지금은 중국으로 편입되어 그렇지 그 옛날에는 황하 문명으로 대표되는 중원 외에도 수많은 독자적 문명이 주변에 존재했던 것이다.

p104 지금까지 보았듯이 황금은 기원전 3000년경 유라시아 대륙 서쪽부터 크게 흥행하다 드디어 동아시아까지 본격적인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했다.

p107 고구려는 오랜 집념과 노력끝에 드디어 미천왕 때인 313년 낙랑을 축출하여 한반도 밖으로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로써 미천왕은 위대한 업적과 이름을 한민족 역사에 단단히 새긴 것이다.

p110 낙랑인은 백제로도 이주했다. 백제 역사서를 썼다는 고흥, 백제에 의해 일본으로 파견되어 논어, 천자문을 알려주었다는 왕인 등이 바로 그들이다

p111고대 한반도에서 낙랑은 단순히 한나라 군현이라는 의미를 넘어 중국과 연결되는 문화적 다리 이미지로서 존속했다.

p132 고구려의 예시를 보듯 아무리 굴욕적인 역사라 할지라도 이를 제대로 갚아준다면 과거의 실패는 위대한 역사를 위한 일부로서 기억될 뿐이다.

p136 신라측 사신이 광개토대왕 제사에 참가한 김에 제사 그릇 중 일부를 받아왔던 모양이다. 왜 그렇게 예상을 하냐면 이 그릇이 고구려에서 제작된 것임에도 신라 경주 고분에서 부장품으로 출토되었기 대문이다.

p152 학계에서는 황남 대총의 주인을 내물왕, 실성왕, 눌지왕 중 한 명으로 보는 중. 즉, 아무리 늦어도 황남 대총이 만들어진 시기를 5세기 중반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p174 당시 신라 왕은 고구려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 교체될 정도의 존재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장수왕은 젊은 고구려 왕의 신라에 대한 통제력을 여실히 보여주고자 했던 것.

p194 식리총의 금동신발을 다시 살펴보니, 이게 웬걸? 제작 방식이 신라 형식이 아니라 백제 형식으로 만들어진 신반이었다. 즉, 백제 신발이 신라에 와서 부장품으로 묻혔던 것

p211 백제에게 중요도가 큰 세력에게는 용과 봉황을,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는 세력에게는 일반 무늬로 구별했던 것.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백제 금동관이 바다 건너 일본에도 부여되었다는 사실이다.

p225 일본이 강한 시절에는 한반도 유물을 가져갔듯이 반대로 한반도가 강한 시절에는 일본 유물이 한반도로 유출되었구나라는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 즉, 이러한 작품 수집이 미래 세대의 근현대 역사 이해에 중요하다는 의미

p228 한반도의 고리자루 큰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무령왕의 칼이 있다. 둥근 고리 안으로는 용의 얼굴을 배치했고, 그 바로 아래에는 육각형 틀 안에 봉황을 새긴 은판으로 장식했다.

p247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그의 사후 200년 뒤 불교에 귀의한 아소카왕이 인도 통일 왕국의 역량을 다해 널리 알리면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다.

p252 고구려는 372년, 백제는 384년, 신라는 527년에 각각 불교를 도입하면서 대승 불교는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종교로 우뚝 서게 된다. 이때 고구려, 백제는 중국으로부터 신라는 고구려로부터 처음 불교를 받아들였다.

p254 삼국시대 불교 조각 이야기를 할 때 한반도에 영향을 준 인도, 중국 불교 조각을 직접 보면서 관찰할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반대로 만일 일본 불교 조각이 있드면 한반도에서 영향을 받은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겠다.

p267 학계에서는 연가7년명 금동여래입상의 디자인을 534년까지 중국에 존속했던 북위의 불상 디자인과 비교하여 그 시기를 539년으로 파악한다. 즉, 고구려 안원왕 9년이라 하겠다

p276 사실 아소카왕과 진흥왕 사이에는 800년이라는 시간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이런 일화는 불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사찰을 만들고자 했던 신라왕의 의지를 멋지게 포장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p302 중요한 점은 석가모니 사후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등장한 미륵은 석가모니의 법통을 잇는 새로운 부처이자 그의 세 번의 법회로 무려 282억 명이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이는 곧 미륵이 불교세계관에서는 메시아이자 구세주 같은 존재임을 뜻한다

p314 이 뒤로도 한인 엘리트들의 불교 견제는 여러 국가를 이어가며 지속되었지만 결국 불교는 중국 전역에서 황제부터 민중까지 믿는 대중적 종교가 되었으니, 이런 결과에는 이민족 출신의 황제가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하였다.

p326 간다라 미술에서는 미륵을 포함한 보살이 보여주는 여러 자세 중 하나에 불과했던 X자로 다리를 꼰 형식을 중국에서는 미륵 특유의 디자인으로 확립시켰다는 의미. 이에 X자로 꼬고 있는 중국 불상의 경우 보통 미륵으로 본다

p348 석가모니는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미륵은 용화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 역시 미륵이 미래에 석가모니를 재현하는 인물임을 의미한다 하겠다

p355 조선 시대에 조선왕조실록을 평화 시기에 미리 여러 지역에 배분해둠으로써 임진왜란으로 수도를 포함한 전 국토가 참화를 경험했음에도 그 역사가 살아남았다는 것을 인식하면 좋겠다.

p363 불경에 따르면 미래의 부처인 미륵이 이 세상에 내려올 시기는 다름 아닌 진륜성왕이 통치하는 시점이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남조의 양 무제는 정치적 행동으로 살아있는 전륜성왕의 모습을 중국에서 선보였다.

p367 진흥왕은 태자인 동륜이 한반도 남부의 전륜성왕이 되고 손자 대에서는 새로운 석가모니가 탄생될 왕실 기반을 만든 후, 증손자 대에서는 드디어 석가모니가 신라 왕실에서 탄생할 것이라는 놀라운 스토리텔링을 구성했다.

p369 신라 왕은 미륵을 화랑의 우두머리로 삼았으니, 이처럼 본래 미래의 부처가 될 인물이 신라에선느 오히려 신라 왕을 도와 불국토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물이 된 것이다.

p382 사유의 방에 두 반가사유상을 따로 전신하기 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3층 불교조각실에서 한 점씩 교체 전시했는데, 이러한 전시 방식이 오히려 불교 세계관과 어울린다고 하겠다. 유물 보호 이외에도 오래전부터 반가사유상을 한씩 교체하며 공개하던 이유가 다 있었던 것

p393 상황이 이러하다면 7세기 중반쯤이 되면 한반도에서도 반가사유상 형태의 미륵 조각 역시 인기가 점차 사그라지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 사유의 방에서 만날 수 있는 반가사유상의 한계선을 보통 7세기 초중반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p399 조상기가 남겨진 불상을 통해 살펴보니 6세기 북위 시절에는 석가모니와 미륵이 주로 만들어졌으나, 7세기 당나라 시대로 오니 아미타부처와 관세음보살이 압도적으로 조성되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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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 - 우주를 이끄는 손길은 없어도 우리는 의미를 찾아 나선다
랠프 루이스 지음, 류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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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없는 세계에서 목적찾기

 : 랠프 루이스

 : 바다출판사

 : 2022/09/03 - 2022/09/10


나 같은 유신론자는 이런 책을 읽을 때 아무리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읽으려고 해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기본 전제가 다르다 보니 편견을 가지고 읽을 수 밖에 없다.

항상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을 했을 때 한 번도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답변하겠다고 처음부터 이야기해서 차근차근 책을 읽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유신론 환자들이 신의 뜻이나 목적을 생각하며 치료시기를 놓치고 좌절하는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며 유신론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나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이후 신이 없어도 세상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다는 사례를 제시한다. 다중우주론 등 최근의 과학이론을 이용하여 무신론으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다중우주론은 쉬운 책이나 아티클을 통해 읽어보았지만 잘 이해는 되지 않는 내용이다. 무신론자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부분이라 '무신론자들의 해석은 이렇구나'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후 내가 가장 궁금하던 질문에 대해 답을 했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면 우주는 목적이 없지만 우리는 도덕이나 의미를 찾도록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목적이 없는 세상에서도 의미를 찾자라는 것이다. 

이게 무신론자들이 생각하는 삶의 목적에 대한 대답인가? 좀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 히틀러가 아리안족의 위대함을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그외의 인종을 배제하는 것도 문제없겠네.. 그 민족에게는 그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니...

책에서도 인종차별과 배척이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이야기하니까 말이다. 

이런 대답은 강자가 되어 모두에게 내 사상을 강요하겠다는 독재자나 사이코패스가 잘못됐다고 말하기가 어렵지 않나? 

하긴... 목적이 없이 랜덤하게 이루어진 세계를 가정하면 답은 이렇게 나올 수 밖에 없을 것같다.

좀더 멋진 답을 기대했는데... 역시 무신론의 세계의 답은 잔인하다.

잔인하더라도 그게 사실이라고 말하겠지? 

별점은 답이 내맘에 들지 않아서 주는 완전히 주관적인 점수다.. 책의 전개는 나쁘지 않았다. 


p15 루이스는 인간이 가진 인지력의 버그(또는 특징이라고 할까?), 곧 의미 없는 잡음에서 의미로운 패턴을 찾아내게끔 하는(이것을 나는 패턴 보기라고 부른다) 버그가 있음을 보여 주는데, 신이라든가 신이 부여하는 목적 같은 것도 이런 패턴에 해당하며, 이 모두는 오로지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p32 이 책에서 내가 염두에 두는 목표는 엘리너 포터의 소설 속 주인공인 폴리아나처럼 무조건 낙관만 하는 세계관이 아닌, 동기를 부여하면서도 신중한 낙관론이 담긴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p41 믿음은 동기를 부여하고 합목적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조절 장치이다. 내용과 맥락에 따라 믿음은 용기를 주기도 하고 사기를 꺾기도 한다.

p61 패스트푸드는 진화에 의해 우리가 가지게 된 지방과 당에 대한 갈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문화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p62 목적론적으로 추리하는 직관으로부터 우리는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식의 직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 학부교육이 제공하는 것보다도 더 엄격하게 비판적 사고와 과학적 추리를 연습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p68 이 책에서 우리는 본래 목적, 도덕, 의미가 없었던 우주에서 어떻게 목적, 도덕, 의미가 떠올라 상당히 일관된 흐름으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p85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적 감각을 신뢰하고, 아무리 괴상해도 자기 뇌가 그렇다고 말해 주면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p105 신앙은 증거 없이 믿음에 기초하는 반면, 과학은 믿음 없이 증거에 기초한다

p139 항우울제를 써도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정말로 항우울제로 효과를 본 경우가 많았고, 환자 개인의 철학적 관심사는 희망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단순한 지적 사색으로 바뀌었다

p144 우리도 목적에 이끌리도록 진화해 왔으며, 우주에 목적이 있든 없든 우리에게 내재하는 동기 부여는 궁극적으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p159 다윈의 시대 이후로 과학은 이 광막하고 경이로운 우주가 눈먼 우연의 결과라고 이해하는 일에 실로 매우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p186 만일 우주의 수가 대단히 많다면-심지어 무한히 많을 수도 있다면- 우주 하나하나는 저마다 무작위적으로 물리 법칙들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생명은 커녕 복잡한 물질은 하나도 만들어 내지 못할 법칙들을 가진 우주가 대부분이겠으나, 우주의 수가 무한한 만큼, 법칙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미세 조정되어 있느냐와는 상관없이, 어떤 유형이든 가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필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우주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p201 설사 가능성이 낮은 사건이라고 해도, 우리 우주가 아득히 넓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구와 비슷하게 생명의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행성(또는 경우에 따라 행성의 위성)의 수 또한 지극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p208 스티븐 호킹과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큰 물음들에 대한 학계의 접근법에 대해 다음과 같은 도발적인 진술을 시원하게 내질렀다. “전통적으로 이 큰 물음들은 철학의 물음들이었지만, 철학은 이제 죽었다. 철학은 과학, 특히 물리학에서 현대에 이루어진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앎을 찾아나서는 여정에서 이제 과학자들이 발견의 횃불을 든 자가 되었다”

p218 과학적 환원주의와는 대조되게, 복잡성 이론은 복잡계에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가정한다. 곧,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말이다

p236 현대 신경과학에서 우세한 시각은 이원론이 아니라 일원론이다. 곧, 마음이란 다름 아닌 뇌에서 떠오른 산물이라는 것이다

p247 빈틈이 있으면 메우려 들기 때문에 오류를 저지르기 쉬워서, 패턴이 없는 곳에서도 패턴을 보는 것이다. 이 오류는 오류감지 메커니즘들이 식별해서 바로잡을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p271 많은 마약들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도파민을 자극하고, 종종 극적인 수준으로 도파민이 쇄도하게 만든다. 그 결과 뇌의 동기 부여 회로를 탈취해서 사람의 행동을 장악해 버린다.

p287 시간이 지나면서 해럴드는 이마엽 퇴행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모두 보였다. 초기에는 집중력, 동기 부여, 결정력이 저하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계획, 조직, 문제 해결, 의사결정, 억제적인 자제력 및 충동제어, 자기 인식, 통찰, 판단, 추상적 사고를 비롯해 집행부 기능의 다른 측면들까지 모두 쇠퇴한 것이다

p292 실천의 관점에서 정의하면, 가치란 여느 행위가 개별 생물의 생존 또는 종 전체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지는 이로움이다

p309 인종을 차별하고 국수주의적인 정권들은 이방인 혐오적 선전 활동과 세뇌를 통해 다른 인종집단과의 일체감을 못 느끼게 해서 그 집단을 사람으로 보지 않도록 만드는 전략을 이용해먹는다. 그 극단적인 한 예가 바로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인간 이하의 해충, 오염, 병균, 또는 악성 존재라고 딱지를 붙여 유대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게 만들었던 선전 활동이다.

p313 자제력은 집중력 및 동기 부여와 밀접하게 연결된 집행부 기능으로서, 성격을 구성하는 5대 기본 요소의 하나로 생각하는 성실성 가까이에 자리한다(다른 네 요소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 의향성, 우호성, 신경성이다)

p330 핑커는 역사를 긴 안목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강력한 경향이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그는 믿음 체계들로부터 미신과 비일관성을 이성이 차근차근 숙청해 왔으며, 비판적 사고에 기초한 더욱 세련된 형탱의 현대적 교육에 의해 이성이 향상되면 특히 그렇게 된다고 논한다

p345 그들은 이 고대 경전들이 궁극의 권위를 가지며 궁극의 지혜와 진리를 담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런 모습은 과학적 방법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과학적 방법은 과거의 모든 가정과 학설을 의심을 품고 다루기 때문이다. 종교에 따르면, 최선의 생각은 과거에 이미 계시되었다. 그러나 과학에 따르면, 최선의 생각은 미래에 발견될 것이다

p356 나 자신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곧, 의식을 가지고 있고 지능이 있고 자기를 인식하고 의도를 가진 어떤 높은 자연의 힘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우리가 우주에 대해서 현재 알고 있고 지구상 생명의 진화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과 조금도 양립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p364 진보적 종교들은 이 자연의 규칙을 저마다의 도덕률에 합쳐 넣었으며, 따라서 그 규칙을 강화하는 구실을 그 종교들이 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진보적 종교들의 윤리, 단체, 신자들은 휴머니즘적 대의에 힘을 쏟는 수준이 높으며, 바로 이런 점에서 사회에 가치 있는 이바지를 하고 있다

p373 의미는 목적 감각과 살짝 다른다. 목적 감각은 동기를 가진 목표 지향성 또는 우리 인생에 어떤 의도된 목표가 있다는 감각을 말하지만, 의미는 인생에 담겨 있다고 우리가 해석하는 가치 또는 의의를 말한다

p379 비록 우주는 보살피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동료 인간들의 삶도 보살필 수 있으며 실제로도 보살핀다는 것이다

p409 서로서로를 살펴주고, 서로 곤경에 처할 때마다 연민을 갖고 보살피자. 우리가 가진 통제력은 생각보다 훨씬 약하고, 우리가 가진 탄력성의 크고 작음은 순수한 선택이나 태도의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다. 더 나아지도록 우리 자신을 밀어붙이는 것과 실패했을 때 우리 자신을 용서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쉬지 않고 균형을 잡아 나가야 한다.

p421 로마의 에피쿠로스학파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가 서사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서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었다시피,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우주가 존재했던 그 모든 시간 동안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슬퍼하지 않는다. 우리가 죽고 난 뒤에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와 똑같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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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클래식 이야기
손열음 (Yeoleum Son)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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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 손열음

 : 중앙북스

 : 2022/08/25 - 2022/09/05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손열음님의 칼럼모음집

피아노도 잘치고 예술감독도 잘하고 글도 잘쓰고, 얼굴도 예쁘고...

뭐하나 빠질게 없는 친구...

피아니스트의 음악이야기는 또다른 맛이 있다. 

슈베르트의 음악이 그렇게 이쁜데 치기는 엄청 어렵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연주하는 것과 듣는 것은 정말 다르구나..

30분 연주하기 위해 300시간 연습한다는 말에서 우아하지만 엄청나게 물질을 해야하는 백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죽어라 연습해서 올라오니 넋놓고 보게 만들지...

손열음이라는 피아니스트와 함께 살아가서 참 좋다.


p27 순간적으로 현을 때린 해머는 곧장 제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건반을 계속 누르고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그 음은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다. 한 번 만들어낸 소리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다

p32 절대음감을 소유했던 작곡가들의 음악은 음계 자체가 특정한 의미를 띠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는 같은 장조라도 장난스러운 분위기에는 C장조를, 우아한 분위기에는 G장조를 주로 사용했고, 같은 단조라도 쓸쓸한 느낌일 때는 주로 A단조, 격정적인 느낌은 주로 C단조로 표현했다. 또한 E플랫장조는 매우 즐겨사용하면서도 이와 가까운 A플랫장조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p36 내 리듬감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건 바로 이 점에서였다. 나는 분명 박자는 잘 맞추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사람을 움직이게 할 만한 리듬은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도 폼 나는 리듬감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p41 실로 접해본 적 없는 최악의 반응이라고 느껴졌다. 웃어지지도 않고,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에 커튼콜에도 제대로 임하지 못하다 결국 박수도 그쳤다. 그런데 연주가 끝나고 나를 보러온 사람들마다 ‘반응이 그렇게나 좋은데 왜 웃지도 않고 금방 들어갔느냐’는 거였다

p44 그는 집을 떠난 지 한 달이 조금 못 되어, 죽은 막스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청춘을 송두리째 흔든 사랑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버린 것에, 프로코피예프는 음악으로 화답했다. 바로 피아노 협주곡 2번 G단조 Op16이다

p49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의 2악장 역시 마찬가지다. 아주 기꺼이, 깊숙한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버리는 이 악장은 그 어떤 실낱같은 희망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끝나버린다. 주목할 것은 그 뒤에 등장하는 3악장이다. 이전 악장과는 아무런 관련성도 없다는 듯 다시없을 유쾌함을 자랑하는 이 악장은 마치 슬펐던 건 슬펐던 거고, 이젠 이미 지나버린 일, 그만 다음으로라며 아무렇지 않게 삶의 다음 장에 스스로를 내맡겨버리는 그의 자세, 모차르트 음악의 진정한 근간을 보여준다

p57 다른 말로는, 다수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음악들의 시작이었다

p60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려본 적 없는 부분에서 어이없이 틀려버린다거나 완전히 까먹어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예사다. 그 정도 무대의 배신은 모두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 다만 손, 머리, 귀 모두가 완벽하게 곡을 외우고 있으면, 한쪽 기관이 배신당했을 때 다른 기관이 재빨리 수습해 줄 수도 있게 된다.

p65 페달은 이런 식으로 연주자의 취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다. 손은 아무래도 테크닉 없이 취향을 담아내기가 힘들지만, 발은 상대적으로 단순해 피아니스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p68 아르투르 루빈스타인도 그랬다. 그는 본 연주가 모두 끝나고 바로 다시 무대에 나와 3-5분 남짓한 쇼팽의 연습곡, 왈츠, 폴로네즈, 멘델스존의 무언가 등을 쉬지 않고 연주하는 것을 무척 사랑했다. 이것을 잘 아는 청중들 역시 그의 음악회에서는 진짜 마지막 곡, 마누엘 드 파야의 Danza del fuego를 듣기 전까지는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p73 문제는 내게 그 느낌이 예전 A 440Hz의 도를 낼 때의 안정된 느낌과는 비할 바 없이 별로였다는 것이다. 나에게 이 도는 도가 아닌 것 같은데 도이긴 하니까 할 수 없이 도라고 내는 도인 것이다.

p87 그렇게 반강제로 인민의 음악가가 된 쇼스타코비치. 그의 인생은 곧 한 번 더 박살이 났다. 나치의 선전음악으로 십분활용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처럼 인민 화합을 꾀하는 대작을 원한 스탈린에게 하이든의 중기 교향곡처럼 장난스럽게 시작해 갖은 풍자와 해학을 일삼은 교향곡 9번 Op70.을 바치자, 지다노프로부터 타락한 부르주아의 형식주의를 추종한다는 열띤 비판을 받았다. 이내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을 찬양하는 인민 영화음악이나 담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p92 이런 자리에 서는 베토벤에게는 자신의 음악성과 기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신개념 곡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피아노 소나타 2,3,4번은 스케일, 아르페지오, 트릴, 더블옥타브, 3/4도 동시 진행, 연타 등 어려운 기교들로 점철되었다

p96 평생의 친구였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부인 아델레가 사인을 요청하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첫 소절을 그려주며 “애석하게도 브람스가 안 썼음”이라고 적었다 하니… 유머 있게를 강박적으로 강조하던 슈만과는 다른 형태의 융통성을 지녔던 건지도 모르겠다.

p99 모차르트의 음악은 단 한 음도 뺄 것이 없다고 했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말처럼, 모든 음이 각자 놓여야 할 위치에 저절로 가 있는 것 같은 이 완벽한 매무새는 그의 자필 악보를 보면 또렷이 알 수 있다. 수십 번을 고쳐 쓴 흔적이 역력한 베토벤의 악보와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마치 누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기만 한 것 같은 그의 악보, 지운 흔적 한 번 없이 써내려간 그것들을 보노라면 흡사 인간세계 저 너머엔 분명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p100 영화 아마데우스의 또 다른 장면에서 모차르트가 한탄하며 뱉는 그 대사처럼 “저는 상스러운 놈입니다. 하지만 제 음악은 그렇지 않아요”

p102 슈베르트는 히트작만 수십 곡이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이 모든 작품이 별 이유 없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p104 아직까지는 슈베르트를 연주하며 손이 꼬이지 않는다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스케일은 불규칙해서 도전히 손에 익지 않고, 화성 전개마저 엉뚱하기 그지없어 머리로도 익혀지지 않는 이 곡들의 문제는, 전혀 다른 듣는 이의 사정, 떠오르는 시상을 그대로 악보에 옮긴 뿐인 그의 음악이 어렵게 들릴 리 만무하다. 보기에는 한없이 우아한 백조 같은 슈베르트의 음악. 물 속에서 쉬지 않고 발 굴러야 하는 음악가들에게는 손해 보는 장사임이 틀림없는데도 여전히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다.

p114 자산, 생계수단, 자유까지 모두 잃은 그는 마침내 12월 22일, 페트로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부인과 두 딸과 함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황금 수탉과 자신의 미완성작 오페라 모나 바나의 스케치, 단 두 개를 품에 안고 뚜껑도 없는 썰매에 올라 헬싱키로 도망쳤다

p118 가장 거슬렸던 점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그대로 베껴놓은 것 같은 구조였다. 교향곡 1번의 실패로 와싱상담을 한 결과가 이것? 좀 비겁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p123 문제의 희생의 춤, 그 첫 페이지는 각각 한 마디씩, 3/16~5/16~3/16~4/16으로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시작해, 다시(단위는 16분음표) 5-3-4, 3-3-5-4, 3-4-5-5-4로 진행된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이해할 필요가 없다. 아무런 패턴도 없다는 얘기이니까. 거꾸로 말해 그 어떤 장단도 허용치 않는, 리듬에의 속박인 셈이다.

p129 그날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보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여기엔 매우 이상한 슬러(이음줄)가 있네? 두 마디, 두 마디, 또 두 마디에 사용했다가 여기 딱 한 마디에만 안 썼지? 왜일까?” 매일 봐 왔던 악보인데… 맹세코 생전 처음 발견하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신기한 것을 이렇게까지 몰랐다니… 스스로도 놀라웠다

p133 1950년대 후반, 그의 경력이 내리막길을 걷자 음반사가 그를 버렸다. 그러니까 지금 그의 가장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파가니니 무반주 카프리스 앨범, 차이콥스키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앨범이나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소나타 앨범 등은 모두 그가 20대 초반에 녹음해 놓은 것들이다.(그런데도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은 훗날 자신의 파가니니 무반주 카프리스 앨범을 가리키며 마이클 래빈이 이 곡을 녹음한 줄 알았더라면 난 절대로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단다)

p142 피아노 현이 다 부서질 것 같은 러시아산 강철 타건으로 흡사 북한의 선전가요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그의 젊은 시절을 보고 있노라면, 천재의 삶이란 참 고달픈 것이구나 싶다. 시간이 흘러 그의 가르침으로 자란 내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똑같이 2위에 입상할 동안, 그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말았다.

p146 눈부신 미모도, 자극적인 무대 매너도, 눈물을 짜낼 스토리도 없는 데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중국인이기까지 한 그가 아무리 독일 음악을 독일 사람보다 몇만 배 더 잘 연주한들, 팔리기 어려운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할 정도로 그의 인생은 영 풀릴 줄을 몰랐다

p153 전 미국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귀국한 밴 클라이번은 클래식 음악가로는 최초로 뉴욕 시가지에서 색종이 테이프 퍼레이드를 가졌고, 그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은 클래식 음반 최초로 100만 장이 팔리며 빌보드 차트에 125주나 머물렀다. 유럽에 비해 턱없이 짧은 역사와 그에 따르는 문화적 열등감을 단박에 해소시켜 준 이 청년이야말로, 당시 미국사회가 꿈에 그리던 영웅이었던 것이다.

p158 내가 차이콥스키 협주곡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자 그가 1악장 중간 카덴차 부분을 연주해 주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좀 더 심장이 커지는 느낌으로, 벅차는 느낌, 참을 수 없는 느낌…” 그와 그의 음악은 진짜 그랬다. 러시아 음악에 대한 사랑이 벅차오라는 느낌, 조국에 대한 차오르는 애정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나에게는 그가 바로 러시아다

p163 릴리 크라우스의 미친 연주에 빠져 나처럼 허우적대는 사람들에겐 그녀가 바이올리니스트 시몬 골드베르크와 함께 작업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을 추천한다

p164 가곡이라는 것은 당연히 가사를 모르고 듣는 것과 알고 듣는 것이 천양지차다. 하지만 난 슈베르트의 가곡들이라면 가사를 모르고 듣는 것도 죽을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종 대단치 않은 시들마저 천상의 음악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슈베르트니가

p175 그의 곁에는 일당백의 친구들이 있었다. 슈파운, 포글, 쇼버를 위시한 슈베르티아데 멤버들이 그들이다. 그들조차 슈베르트를 “남들에게 인정 못 받는 무능력한 작곡가”로 여겨 지지를 멈추었다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슈베르트는 없었을지 모르다.

p186 몇몇 교수들의 비상식적인 형태가 낳은 여러 폐단, 이를 모두 피해 최대한 공정하고자 짜낸 방책들은 예술성을 묵살하는 도구로 되돌아왔다. 애초에 우리의 잘못이었으니 법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문제는 그 피해가 애꿏은 음악 영재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p194 독일과 미국 청중의 반응을 모두 섞어 놓은 가장 뜨거운 청중은 바로 한국 청중이라는 것이다. 연주자가 악기에서 손을 놓는 시점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며 연주자를 몇 번이고 무대로 다시 불러내는 한국 청중은 이미 전 세계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p202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왜 이렇게 죽도록 연습을 할까? 제일 간단하게는, 피아노처럼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건반을 누르는 게 아니라 한 음 한 음을 일일이 잡아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 같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내 친구들은 모두 이 감각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항상 불안해한다

p207 다른 천재가 깔아놓은 초석 없이, 다른 천재로부터 받은 영감 없이, 또 다른 천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안겨주고픈 욕심 없이 천재는 결코 탄생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집념, 부모의 희생, 훌륭한 스승, 헌신적인 추종자… 그 모두의 결과물이 천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가 보고 싶다면 우리 모두 TV를 켜자

p211 피아노 치러 다니는 와중이지만 한 번 무대에 서는 시간은 길어 봤자 2시간, 짧으면 20-30분에 불과할 뿐이니, 누군가는 음악가를 두고 30분간 무대에 서기 위해 300시간을 무대 밖에서 준비만 하는 인생이라고 했다는 데, 정말 그런 것도 같다

p216 내가 음악을 함으로써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기량을 쌓기 위해 자기 스스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그 과정은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p223 우리 아빠가 서울의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거기 수돗물은 나오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니… 도대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한 강원도는 어떤 모습이었기에!

p228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던 그 일을 그분은 하나하나 조용히 실천했다. 수십억대의 고악기를 사서 아무 대가도 없이 재능 있는 음악도들에게 빌려주었고,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직접 찾아가 이들과의 협연 무대를 주선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이들을 내세울 변변한 무대조차 없다는 안타까움에 직접 금호영재콘서트라는 무대를 마련해 매주 어린아이들을 무대에 세웠다. 나 역시 이 무대에서 그분을 처음 뵈었다

p236 어쩌다 전혀 준비 안 된 새 곡을 가지고 당장 내일이나 모레 외워서 연주해야 할 때의 마음가짐은 대략 이렇다.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계속 같은 부분에서 기억이 막히고 아무리 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암기 과정, 어느새 어둠의 목소리가 깃든다. “이러지 말고 쳤던 곡으로 바꾸지?”

p240 연주도, 무대도 혼자 올라가는 독주회가 오히려 덜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모두 내가 혼자 감당하면 그뿐이라는 사실 때문에.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나 앙상블 연주에서는 행여나 남에게 피해를 입힐까 봐, 아니면 남에게 방해를 받을까 봐, 마음이 완전히 놓이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서 독주회가 더 좋냐고? 당연히 아니다. 독주회 한 번 할 에너지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열 번에 앙상블만 스무 번은 하겠다. 그럼 혼자가 좋은 건 아니네. 음… 그런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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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듯이 쓴다 - 강원국의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법
강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나는 말하듯이 쓴다

 : 강원국

 : 위즈덤하우스

 : 2022/08/26 - 2022/09/03


강원국 선생님 책을 재미있어서 항상 읽고 있다.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은 매우 구수하고 어눌해보이는데 말은 참 재미있게 잘하신다.

우리 회사에서도 강연을 한번 했었는데 회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엮어 참 재미있게 말씀하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내용은 자기계발서답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준다.

자기계발서가 다 그렇듯이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다.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못하는 거다.

아부를 잘해야겠다는 것과 위로를 가장한 충고를 피하라는 것이 가장 와 닿았다.

책을 읽고 무엇인가 한두개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하면 그 책읽기는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책읽기였다. 


p16 그게 언제였지?, 누구였더라?, 이것에 관한 내 생각은 뭐지?라고 자기 자신에게 물을 수 있으면 쓸 수 있다

p17 직장생활은 세 가지를 요구한다. 문제의 제기와 분석과 해결이다. 제기를 잘하면 까칠한 사람이 되고, 분석을 잘하면 똑똑한 사람이 되고, 해결을 잘 하면 유능한 사람이 된다

p51 인간은 감정이 먼저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이 있기 마련이고, 감정이 앞서야 정상이다. 이성을 만났을 대 사귈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이성이 아니다

p57 글은 기억과 상상으로 쓴다. 기억은 과거이고 상상은 미래다. 우리 머릿속에 지식이나 경험은 기억의 형태로 있다. 상상은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이고 살아보지 않은 미래다

p59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을 전해주고 싶다. “불확실한 데 도전하는 것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의미 있고 보람있는 일입니다. 저는 그 사람의 삶에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 사람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p61 웃기는 말만 재미있을까. 그렇지 않다. 재미의 범위는 넓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도 재미있고, 공감되는 얘기도 “맞아, 맞아”가 절로 나올 정도로 재미있다. 관점이 새롭거나 해석이 기발해도 재미있고, 명쾌하게 정곡을 찌르는 내용도 재미있다

p68 회의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열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숙제를 만들기 위해 열린다

p76 말은 희안하게도 하면 할수록 양이 늘어난다. 어른들은 말이 많다. 말을 많이 해봐서 그런 것이다.

p79 책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말해보라고 권한다. 특정 주제로 열 시간 이상 말할 수 있으면 당장 책을 써도 된다. 예를 들어 자서전을 쓰고 싶으면 자신에 관해 말해 보라. 열 시간 이상 말할 수 있으면 이미 책 한 권을 쓴 것이다

p79 노무현 대통령은 구술을 시작하면서 종종 이렇게 말했다. “받아 적지 말게. 지금은 받아 적와봤자 소용없네. 그냥 잘 듣게” 그러다 어느 순간 “지금부터”라는 말과 함께 받아 적기 시작하면 말이 아니라 글이었다. 그전까지는 말이 아니라 생각이었다. 그분은 말로 생각하고, 말로 글을 썼다.

p88 미국 작가 E.B. 화이트는 “창조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포기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글쓰기라는 창조행위도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자제하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면 되는 일이다

p101 상사는 세 가지를 해줘야 한다. 첫째, 들어주고, 둘째, 알려주고, 셋째, 고쳐줘야 한다

p116 아부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부를 잘하려면 퍼스트펭귄이 되어야 한다. 상사가 박수받을 만한 일을 했다면, 남들이 주저하고 망설이더라도 가장 먼저 나서서 칭찬해야 한다. 아마도 뒤이어 너나없이 칭찬에 동참할 것이다 이때 상사의 기억에 남는 사람은 가장 먼저 말을 꺼낸 바로 그 첫째 펭귄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뻔뻔함과 용기가 필요하다

p125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위로를 가장한 충고다. 입원한 이에게 문안 가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것이니 조심하라는 둥, 음식을 가려 먹으라는 둥 잔소리하거나, 사는 게 다 그런것이라는 둥, 그보다 더한 일도 겪어봤다는 둥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다. 위로한답시고 당사자의 고통을 과소평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위로가 되기는커녕 기분만 나빠질 뿐이다.

p140 코멘트가 절대로 필요한 곳이 직장이다. 회의할 때 하는 발언이 모두 코멘트다. 보통 상사가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으며 코멘트를 요구한다. 반대로 상사도 부하가 질문하면 대답해줘야 한다. 그 대답이 코멘트다

p141 독자는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이 자기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특히 지식이 난무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늘날 더더욱 그렇다

p150 그는 독서의 역사라는 책에서 독서와 삶의 유형을 순례자, 은둔자, 책벌레로 분류했다. 순례자는 두루 섭렵하는 유형이고, 은둔자는 특정 작가나 작품을 냅다 파는 유형이며, 책벌레는 주마간산식으로 권수만 늘리는 유형이다

p153 억지로라도 읽으니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이 기분이 매우 좋다는 점이다. 나만 아는 듯한, 고전의 저자와 대화하는 듯한 뿌듯함! 고전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리라

p165 두 분은 자신의 경험에 늘 의미를 부여했다. 경험하며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깨달았는지 생각했다. 연설문, 기고문 실마리도 자신의 경험에서 찾았다. 어느 단체에 가서 연설해야 한다면 그 단체와 무슨 인연이 있는지, 그 단체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곱씹었다. 그것이 연설문이 되었다.

p167 찾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서는 디테일이 생명이다. 자세하게 묘사해줘야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고 귀에 생생하게 들린다. 시간적,공간적 배경뿐 아니라 상황과 분위기 등을 상세하게 얘기할수록 재미있다

p180 김영하 작가의 조언대로, 엄마가 자기 생일을 기억 못 해 생일상을 차려주지 않은 경우와 용변을 보고 나서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경우를 모두 뭉뚱그려 “짜증 난다”라고 하지 말고, 앞의 상황에서는 서운하다라고 하고, 뒤의 상황에서는 황당하다라고 말하는 게 좋다. 실상과 진실을 구체성으로만 모습을 드러낸다

p185 숫자는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 사람의 창의와 꿈은 숫자로 파악할 수 없다. 감정과 정서는 숫자에 나타나지 않는다.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봐야 한다. 숫자에 울고 웃는, 바로 그 사람을 말해야 한다

p208 주제로 쓸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글에서 말하고 싶은 한 문장을 찾는 것이다

p210 글은 한정식이 아니라 일품요리여야 한다. 백화점이 아니라 전문점이어야 한다. 초점을 잘 맞춘 사진 같은 글이 좋은 글이다.

p250 소설 쓰는 일은 밤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데까지만 보면서 가는 게 소설 쓰기다

p268 나는 일부러 기억을 떠올린다.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서다. 기억은 뇌가 내게 하는 하소연이다. 이런 기억으로 힘드니 제발 좀 들어달라고 애처롭게 사정하는 것이다. 그런 간청을 글로 쓰면, 이제는 알았으니 됐다. 들어줘서 고맙다라며 가슴속에 들고 있던 감정의 응어리를 푼다

p273 위대한 개츠비를 쓴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말했다. “핵심 감정을 찾아라. 이것이 단편소설으 ㄹ쓰기 위해 알아야 할 전부다”

p276 글에 오답은 있다. 못 쓴 글은 누가 봐도 못 쓴 글이다. 그러니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못 쓰지만 않으려고 하면 된다. 다시 말해 잘 고치면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쓰는 데 공들이면서 진을 다 뺀다. 쓰고 나면 꼴도 보기 싫다. 그래서 고치는 걸 소홀히 한다. 이에 반해 잘 쓰는 사람은 쓰는 행위를 목적이 아니라 고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 고치기 위해 쓴다. 고치는 데 무게를 둔다

p283 김대중 대통령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세 가지르 ㄹ생각했다. 첫째, 시련은 영원하지 않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어려움의 끝은 반드시 온다. 둘째, 그 끝이 왔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하자. 미진함은 있어도 후회는 없도록 하자. 최선을 다하자. 셋째, 위기에서 기회를 찾자. 역사는 반드시 기회를 준다. 그 기회는 위기의 옷을 입고 온다. 그 기회를 포착하고 선용하는 민족은 흥하고 그렇지 않은 민족은 쇠락한다

p284 노무현 대통령은 위기가 생기면 구성원들은 지도자를 쳐다본다라면서 위기 시에 지도자는 세 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첫째,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피하거나 비껴가려 말고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 둘째,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급급하여 후일 더 큰 화를 자초하는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그는 경기 진작을 위해 훗날 부담이 될 부동산 부양 정책을 쓰지 않았다. 셋째, 위기를 부풀리거나 조장하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 북한이 자기 영해 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호들갑스럽게 대응하지 ㅇ낳은 게 대표적이다.

p295 이 책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네. 나오자마자 책꽂이에 꽂힐 책이니 잘 쓸 필요 없고, 창립기념일에 맞춰 나오기만 하면 되네

p305 선을 행하는 사람은 봄이 왔을 때 동산의 풀 같아서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지만, 매일매일 덕이 자라고, 악을 행하는 사람은 칼을 가는 숫돌 같아서 닳아 없어지는 것이 보이지 않으나, 나날이 덕이 깎이고 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p309 모든 잔소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귀담아듣지 않는 말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간절한 마음을 담아도 듣는 사람이 잔소리로 느끼면 효과가 없다

p314 의중은 실제로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보이고, 보여야 맞출 수 있다.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게 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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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 - 고고학으로 제주도 여행하는 법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4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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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혼자 제주여행

 : 황윤

 : 책읽는 고양이

 : 2022/08/28 - 2022/09/01


여행기이자 역사탐방책을 계속 읽고 있다.

이번에는 제주다.

제주도에 무슨 역사가 있을까 했는데 꽤 많은 역사가 숨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것은 항파두리로 대변되는 삼별초와 몽골의 항쟁

그런데 그 외에도 탐라시절부터 대륙과의 관계 사이에서 저울질했던 모습하여, 목호의 난과 관련된 이야기, 조선초에 멸망한 몽골의 왕족들의 정착이야기 등 내가 모르던 많은 역사들이 있었다.

조심스러워서 그런지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항쟁같은 내용은 담겨져 있지 않다.

적절한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무덤에 대한 추론도 있고, 제주도의 신화이야기도 있어서 제주도에 여행을 가게 되면 한번 들려보고 싶은 곳들이 생겼다. 

리조트나 해수욕장, 카페만 다니는 제주도가 아니라 역사적인 발자취를 걸어보는 것도 제주도의 또 다른 매력일 것 같다.

마지막에 있는 목호의 난이라는 단편소설은 덤이다. 


p21 중국 한나라, 위나라의 역사서에는 이처럼 주호국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가 등장한다.

p28 탐라국 전설에 등장하는 첫째인 양을나는 제주 양씨의 시조로, 둘째인 고을나는 제주 고씨의 시조로, 셋째인 부을나는 제주 부씨의 시조로 각각 모셔진다.

p50 통일신라부터 고려, 조선가지의 난파선이 한반도 앞바다에서 발견되어 이곳에서 그 유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오죽하면 이곳 박물관은 특별전마저도 종종 해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난파선 유물을 소개할 정도. 세계적으로도 무척 보기 드문 주제를 가진 박물관이라 하겠다.

p61 300척 규모의 왜선을 포획하려면 최소 1만 5,000명의 외적을 제거해야 가능한 수치인데, 과장법이 심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로도 명나라 주원장에게 잔소리로 계속 시달리자 최영은 결국 요동 정벌까지 계획하게 된다.

p72 고려가 몽골의 원나라에 하복한 뒤로는 원나라의 견제로 제대로 된 수군을 갖추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 왜구들의 노략질을 제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p92 이처럼 제주도는 당시 중국 남부와 일본을 연결해주는 바닷길 중간 지대였기에, 고려의 지방으로 포함된 이후, 개성의 중앙정부에서 큰 관심을 두고 관리하고 있었다.

p125 결국 최영으로부터 낚시 기술을 배웠다는 내용은 사실 과거부터 모셔온 전설 속 선인의 흔적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1374년, 최영의 추자도 방문은 그동안 모시던 신의 존재를 바꿀 정도의 대사건이었다.

p141 이곳 제주목 관아를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600-900년 전후, 즉 통일신라 시대에 사용되었던 토기와 집터부터 고려 시대의 도자기 및 집터 등이 확인되었기에, 조선 시대 관아가 들어서기 전인 7-13세기부터 이미 상당한 규모의 마을이 구성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p151 나는 여행을 가면 해당 도시의 박물관에 반드시 들른다. 이는 지역의 역사, 문화, 더 나아가 관람을 위한 지도역할을 박물관에서 충실히 해주기 때문이다.

p170 제주 삼별초의 항전으로 유명한 항파두리성에는 삼별초가 제주도로 오기 30년 전부터 기와 건물이 있었고, 삼별초가 사라진 뒤에는 몽골의 군대가 주둔하였다.

p207 한때 중국의 한 지역을 통치했던 왕 신분의 몽골 최고 귀족이 제주도에 유배 오게 되었으니 이느 ㄴ곧 칭기즈칸의 후손들이 제주도에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p209 고려 정부가 제주도와 원나라의 관계를 끊고자 하자 그동안 제주에서 말을 기르던 목호들이 제주 목사 등 고려가 파견한 지방관을 죽이며 적극적으로 저항했으니, 1356년부터 1376년까지 20년 동안 총 5회에 걸친 목호의 난이 이어졌다.

p218 토성을 따라 20여분 걷다보니,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군. 수백 년 전 고려 시대에도 앞으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육지에서 오는 배를 매번 확인했을테다. 또한 항푸두리성 앞바다에는 여러 포구가 존재했기에 바다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p236 1374년의 전쟁은 원명 교체기의 영향 속에 벌어진 사건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때도 역시나 제주도는 육지 세력의 변화에 따라 크게 휩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p240 새별오름 주변에는 목호가 제주도에 있던 시절만큼이나 말 목장이 여전히 많이 남아 운영 중이다. 이 중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경주마를 키우는 곳부터 관람객이 말을 직접 탈 수 있는 곳까지 다양하게 있으니 말이지

p272 홍로현, 그러니까 지금의 강정동에 대궐 터라 불리는 곳이 있어 살펴보니, 이곳에 질 좋은 돌과 기와가 여전히 남아있었나보다. 이에 송정규는 이곳이 바로 원나라 마지막 황제가 궁궐을 만들고자 했던 장소가 아닐까 하고 추정했던 것이다.

p278 목호의 난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제주도에는 몽골의 후손들이 살아갔으니, 제주도 서남부에 남아 있는 많은 유적지가 과거에 있었던 몽골의 영향력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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