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약탈박물관 - 제국주의는 어떻게 식민지 문화를 말살시켰나
댄 힉스 지음, 정영은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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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11 - 2022/07/18


유럽이 아프리카, 아시아를 침략하면서 뺏은 유적물에 대해 쓴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를 비롯해 많은 나라의 침략을 받으면서 문화재를 강탈당한 역사가 있어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넓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베닌이라는 나이지리아 쪽에 있던 아프리카 부족을 영국군이 파괴하면서 약탈한 문화재에 대한 내용이었다. 

오직 한 사건만 기록되어 있다.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학자로서 자신의 나라의 치부를 이렇게 자세하고 집요하게 조사하고 책을 냈다는데 놀라웠다.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다라든가, 영국에 가지고 왔기 때문에 잘 보존할 수 있었다는 등의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인류보편의 발전이라는 허황된 박물관의 목표에 대한 위선도 까발려진다. 

내가 잘 모르는 역사적 사실이라 따라가기가 좀 어렵긴 했지만 어떻게 아프리카의 문화와 문명이 파괴되었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지금도 외국 박물관 수장고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우리나라 문화재를 생각해 보면 아프리카의 아픔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런 학자가 있다는 데 놀라웠고, 존경스럽다. 


p19 이 책은 1897년 2월 베닌시티에서 벌어진 영국 군대의 폭력적인 약탈에 관한 책이다.

p45 아프리카 약탈은 제국주의가 진행되며 우연히 발생한 부작용이 아니라 수탈적,군국적 식민주의와 간접적 통치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된 핵심적인 기술이었다.

p51 사물의 생애와 상대적 얽힘이라는 두 개념은 기존의 인류학 이론과 연결되며 1990년대부터 서구 박물관들의 주된 사고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p56 푸코의 글 중 박물관을 주제로 한 것은 거의 없다. 푸코는 아마 박물관에 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부흥한 박물관학은 직서, 통제, 계보학, 규율, 권력 등 푸코식 용어를 적극 사용했다.

p65 드라큘라 이야기처럼, 2897년 베난에 대한 서사에서 엿보이는 고딕의 현대화는 제국주의의 도덕성에 대한 빅토리아인들의 우려, 서구 문명의 불안정성과 유럽 내부에 존재하는 위험한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적극 이용한 것이었다.

p68 콜웰은 1868년 영국군의 막달라 공격이나 1874년 아샨티 왕국 공격, 1892년 프랑스군의 다호메이 공격 등 상대가 준 모욕을 되갚고 우리에게 피해를 입힌 적을 처벌하기 위해 벌인 공격에는 사실 대개의 경우 숨은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국 땅에 질서를 세우기 위해 실행된 일종의 정략적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p71 영국 해군은 야만을 종식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원주민 마을에 무차별적인 포격을 가했다. 영국은 문명을 보편 가치로 내세우며 아프리카의 왕궁과 성소를 파괴했다.

p103 이들 부대는 영국 해군의 지원하에 응징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마을을 주기적으로 공격하며 지속적이고 폭력적인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p111 나이저회사는 여전히 이러한 행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우리가 흙을 파먹고 죽을 지경이 될 때까지 괴롭히겠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살아온 이 땅에서 굶어죽느니 그들과 싸우다 죽는 편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p133 방법은 똑같았다. 상대에게 대화를 청한 후 만남을 거절당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이를 앞세워 보복 공격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p144 서아프리카 해안 지역에 대한 지배가 어느 정도 안정되며 영국은 더 큰 상업적 이익을 좇아 점차 내륙으로 진출하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노에제 근절은 좋은 구실이 되어주었다.

p147 일로린은 항복했으나 회사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에 포격을 퍼붓고 약탈했다.

p171 역설적으로 1897년 베닌 원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기록의 부재다. 공식적인 문서는 물론 비공식적인 기록에서도 공격 이후 발생한 포로, 부상당한 원주민을 위해 운영된 병원, 환경 파괴로 인한 기근 등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

p177 역사인류학적으로 볼 때, 앞서 언급한 베닌시티의 흙 건축물과 베닌시티 서쪽에 위치한 베냉공화국 사비의 흙 건축물은 기존에 생각했던 방어 등의 기능 외에도 공공건물로서 복합적인 정치적, 우주론적 중요성을 지녔을 것으로 예측된다. 수세기에 걸친 노예노동과 강제노동으로 건설됐을 이 건축물은 종교적 공간과 자연적 공간을 나누는 역할을 했다.

p182 영국은 베닌의 주권을 빼앗고 그것을 자신이 바라는 형태의 통치로 대체하기 역사와 왕권이 살아 있던 한 도시를 통채로 파괴했다.

p207 베닌 왕의 모든 산호와 청동 조각, 상아가 영국군의 손에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단절되어버린 역사 그 자체다. 그 단절의 크기를 이해하고 그것에 시각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애사의 층위를 더하기보다는 그 단절된 역사를, 생명 약탈의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p218 약탈에는 성직자와 정부관리, 심지어 박물관 큐레이터들도 동참했다. 우리는 이들이 무엇을 약탈했는지, 그들이 가져간 약탈물들이 어떻게 됐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아무런 기록도 없이 손에서 손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p220 서양 국가들은 집단 학살을 통해 상대의 물건을 빼앗아 와서는 야만에 대한 문명의 승리를 보여주겠다며 본국 곳곳에서, 그리고 박물관에서 전시하며 백인우월주의 이념을 확장했다

p235 약탈품으로서 영국에 도착한 베닌의 물건들은 패배한 적의 원시적인 부족 예술로 전시됐다.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가져왔다는 변명이 무색하게 이 약탈품들은 박물관 내에서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

p242 박물관은 전시하는 물건에 공간의 차이가 아닌 시간의 차이를 덧씌웠고, 그렇게 전시된 물건들은 인종주의를 시각화하는 대용물이 됐다.

p250 인류학 박물관들은 새로운 물질주의적 증거와 전시를 통해 이러한 편견을 새로운 형태의 폭력과 증오로 재탄생시켰다.

p254 베닌은 타락하고 퇴보한 문명으로 묘사됐다. 영국은 베닌의 예술품을 퇴락한 예술로 전시했고, 열등한 베닌 사람들을 대량으로 학살했으며, 종교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들을 파괴했다. 이러한 행위는 곧 다가올 20세기의 폭력의 예고편이었다.

p268 영국박물관은 세계 문화재에 대한 보편적 비전을 담은 근대적 박물관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신세계 농장 귀족이 모은 장식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영국박물관이 인류보편의 이상을 바탕으로 설립됐다는 주장은 의도적인 조작이자 신화인 것이다.

p271 대량살상무기 제거는 폭력의 명분이 되어 이라크에서 벌어진 강탈과 점유를 정당화했다. 인권침해를 근절하고 서구식 민주주의를 세운다는 명분은 과거 영국이 내세웠던 노에제와 식인풍습, 인신공양 근절 등 인도주의적 명분을 연상시킨다.

p274 신화학을 연구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2005년 루브르 박물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절대로 인류보편의 박물관이 아니다. 그곳에는 프랑스와 서구사회의 전통을 형성한 것들만 모여 있기 때문이다”

p295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대영제국의 역사는 편리하게도 해적으로 시작해 노예무역 철폐로 끝난다. 박물관들 역시 많은 경우 1838년 노예제 철폐에서부터 2차 보어전쟁에 이르는 기간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영국박물관의 수장고에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문화재가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p311 약탈물의 서양 박물관으로의 이동은 이중의 과정이다. 이 행위는 약탈물을 원래의 주인에게서 빼앗았고, 동시에 우리를 풍요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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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희극인 - 희극인 박지선의 웃음에 대한 단상들
박지선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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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7 - 2022/07/08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못생김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새로 뽑은 개그맨들중에 누가 최고인가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안하고 방송에 나와서 웃기만 해도 웃긴 개그맨들이 있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엄청난 인격모독이지만 이런 웃음포인트가 대세인 적이 있었다.

박지선씨는 그 못생김의 대명사였다. 첫 코너도 예쁜애, 못생긴애, 이상한 애였나 그랬을 것이다. 

학벌이 중요한 사회답게 박지선씨는 못생긴데 공부잘하는 개그맨으로 떴다. 

그러나 그는 학벌이나 못생김이 아닌 그 자체가 웃긴 개그맨이었다. 

그렇게 내가 사랑했던 그가 어느날 비보를 전했다. 

그 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너무나 안타깝고 서운했다.

1주기를 추모하며 그가 썼던 트위터와 글들이 책으로 편집되어 나왔다.

제목 그대로 멋쟁이 희극인이었던 지선씨를 여전히 추모한다.

내 삶에 웃음과 멋짐, 반듯함을 알게 해준 지선씨.. 편히 쉬세요.


p24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에 다다르니, 골목 입구에 서 있는 엄마의 실루엣이 보인다. 마음이 한껏 놓이려는 것도 잠시, 유심히 엄마의 실루엣을 쳐다보니 “학교 다닐 때 저렇게 생긴 언니한테 돈 뺏긴 적 있는 것 같다”

p34 엄마에게 나의 숨은 매력은 뭐냐고 물었다. “예쁜 얼굴”이라고 답한 뒤, 내가 좋아할 겨를도 없이 바로 “그러나 너무 숨어 있기 때문에 통 보이지 않지”라고 한다.

p106 완벽히 자기 자신에 충실해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 무대를 잘했고 못했고 평가 기준이 관객들 웃음의 유무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본인 연기에 만족하고 안 하고에 있다니, 멋지다.

p126 스폰지밥이 뚱이의 카드를 가지고 싶어 했다. 뚱이가 말했다. “그렇게 이 카드가 좋으면 너 가져” “이렇게 소중한 걸 나한테 줘도 돼?” “친구한테 하찮은 걸 줄 순 없잖아”

p136 친구가 골라줘서 큰 맘먹고 겨울코트를 하나 구입했다. 엄마가 이거 개콘 소품이냐고 물어봤다. 친구한텐 절교문자를 보내야겠다. 엄마 고마워요

p145 엄마가 지구 탄생 45억 년으 비밀이란 다큐를 아주 재밌게 봤다며 두 시간 전부터 얘기해 주는데 지구 탄생 후 50년 정도 밖에 안된 것 같다. 45억 년 얘기 다 할 건가 봐 무서워 빨리 출근하고 싶어

p154 엄마가 갈치조림을 해 줬다. 갈치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무가 맛있는 거야 무를 먹어 무가 맛있는 거라니까” 하시는데 무조림을 해 주지 그랬어.. 내가 갈치한테도 이렇게 희망고문을 당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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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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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는 직업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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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3 - 2022/07/10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예쁘고, 무엇보다 편집자가 쓴 글이라 호기심이 많이 생겨 읽었다.

편집자라는 직업이 얼마나 어렵고 고독한 직업인지에 대해 확 와 닿는다.

서점주인처럼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으면서 일하는 직업일 줄 알았는데, 저자 못지않게 창작의 고통을 겪는 직업이다.

거기에다 독자의 기호와 흥행을 고려해야 하는 위치다 보니 본인의 취향과 좋아하는 내용만으로 책을 구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 참 어려울 것 같다. 

1년에 수천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편집자 손에서 커트당한 책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책은 저자가 쓰지만, 그 책이 세상에 나오게 하는 역할은 대부분 편집자가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마음졸이고 힘들게 내 놓은 책이 1쇄를 넘기지 못하고 사장된다면 그 마음 또한 얼마나 아플까...

세상에 쉬운 직업은 없지만 이만큼 고약한 직업도 없을 것 같다.

특별히 눈에 띄고 재미있는 부분은 독자와 편집자의 관계다.

편집자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는 독자가 있다니... 놀라웠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오늘도 출퇴근하면서 한권의 책이 손에 들린다. 노력한 사람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고, 내게 기쁨과 유익이 되었으면 좋겠다. 



p14 저자의 경험이 글이 되면 그것을 읽은 편집잔느 이를 다시 경험으로 구현한다. 이 정도는 사소한 일일테고, 가령 동물 복지에 관한 책을 만든 편집자는 비건에 관심이 높아진다

p24 지칠 줄 모르고 누군가를 또다시 좋아하게 되는 것이 편집자의 특성이다. 왜냐하면 글로 사람을 먼저 접하는 우리는 서로의 신상부터 파악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곧바로 정체성의 핵심(글)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p27 펠리오는 쉽지 않은 학자다. 그는 연구 뿐 아니라 편지와 서평을 쓸 때도 한결같이 학자의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그의 작업에 접근하려면 역자는 프랑스어, 영어, 한문, 고전문학에 두루 능통해야 한다. 실크로드 하면 둔황, 둔황 하면 혜초, 혜초 하면 펠리오인데도 그의 책이 국내에 한 권도 번역되지 않은 이유다

p35 편집자는 전문적인 학술 세계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축적한 연구를 흡수하려고 끊임없이 기웃거리는 존재다. 글을 읽고, 그에 관해 저자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자기 발전을 이루는 가장 빠르고 핵심적인 방법이다

p43 각주는 글쓴이의 실력을 검증하는 세밀한 장치다. 모름지기 학자는 선대의 문헌을 모두 검토한 뒤 그로부터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

p54 몇 년 전 P는 여러 해에 걸쳐 두꺼운 번역서를 완성했다. 많은 번역가가 그러하듯 텍스트가 까다로워 그도 연구를 병행하느라 작업을 오래 지체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가 번역을 하면서 밤에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는 사실은 책 출간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p79 편집은 배치와 재배치, 수정과 재수정의 과정이며, 편집자는 원본을 창조하는 저자와는 독창성 면에서 수백 킬로미터쯤 떨어진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편집자가 공들여야 하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수백 수천의 시간이며, 결국 지난 세월을 돌아봤을 때 남는 것도 뒤에 버려진, 못 보여준 것 속에 간직된 시간들이다.

p103 그는 편집자가 책의 제목을 바꾸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다. 제목은 글의 필수불가결한 일부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뒤에 오는 내용을 쓴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불여선 안된다. 필자가 붙인 제목을 자기가 지은 것으로 바꿔치기하는 편집자들의 습관은, 판지로 만들어 세운 마오쩌둥의 몸에 관광객이 머리만 갖다 대고 찍은 사진에 빗댈 수 있다.

p122 문제는 이런 직업에 10년을 넘어 20-30년간 몸담으면 편집자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시선이 무뎌져 날카로운 펜이 되기보다 뭉툭한 색연필이 되기 쉽다는데 있다

p126 편집자들은 모험과 실험보다는 안정과 확신에 올라타 애초에 자신이 무엇 때문에 편집자가 됐는지 점점 망각해간다

p128 몇몇 고전을 주로 탐독하며 독서의 지평을 잘 넓히지 않는 깐깐한 독자나, 절판된 양서들에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들은 출판계의 생리를 얕볼지 모른다. 편집자는 여기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저들은 우리의 주류 독자가 아니므로 더 넓고 얕은 물에 있는 독자들을 만나겠노라고 생각한다.

p136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허전해 견딜 수가 없어서’라고 답했는데, 이는 작가적 소양을 타고난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p146 독자가 몰리에르를 읽고 정말로 재미없다고 생각한다면, 그에게는 그 책장을 덮을 권리가 있다. 몰리에르와 함께 있는 시간이 하품을 연발하게 만들면 그는 더 이상 내게 고귀하거나 흥미를 끌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p156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두꺼운 책들을 벽돌이나 베개라며 놀리지 않고, 저자들이 다가가려 했던 깊고 넓은 세계에 합류하려는 이들이 최소한 2000-3000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p163 이들 모두 21세기를 어느 정도 예언하며 경고하는 절박한 목소리인데, 딱 1000명의 독자만 빼고는 이들 증언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런 책을 만들고 나면 딱 천 마리의 학만 접어 선물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학을 더 이상 접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것은 물론이다

p167 법학자 한동일의 법으로 읽는 유럽사는 2016년 가을 저자로부터 복간 의뢰를 받았다. 아주 진지한 학술서였지만, 국내에서는 희귀한 연구라 복간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판매 목표를 1000부로 잡고 복간을 결정했는데, 저자가 갑자기 라틴어 수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예상을 훨씬 웃돌아 약 8000부까지 판매되었다

p173 테오도르는 혹시 글을 더 썼다가 조롱받으면 어떻게 하나를 가장 걱정했다. 너무나도 형편없는 글을 써서 갈매기조차 키득거리면 어떡하나. 나는 글을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려웠다

p175 최근에 동네 집을 하나 고쳐서 돈이 들어왔으니 책 좀 추천해주시오. 그와는 이런 식의 통화가 주를 이룬다. 사서처럼 필독서로 꼽히는 것, 두껍고 본격서 느낌이 나는 책들이 그의 취향이다. 요즘에는 지평을 넓혀 2차 텍스트도 꽤 많이 읽는다. 젊은이들에게는 공기와도 같은 인터넷을 못 해서 직접 불러주면 받아 적어서 배송한다

p179 하루는 니체르 ㄹ읽는 데, 어느 구절에서 자신이 요즘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늦여름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니체를 따라 나도 늦여름을 읽기 시작했다. 19세기 독일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19세기에 쓰인 책들을 찾아 읽느라 약 1년간 20세기 작품들로 올라오지 못한 채 19세기 말에 걸친 세기말 빈, 좋은 유럽인 니체와 같은 책을 기획, 편집해서 출간했다.

p184 작가들의 작가인 도스토옙스키는 찰스 디킨스의 추종자였다. G.K. 체스터턴 역시 20세기 작가 중에서 디킨스를 가장 존경해, 자기 소설 서문에서 항상 디킨스를 언급했고 디킨스에 관해 책 한 권을 통째로 할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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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 님을 위한 행복한 인간관계 지침서
김경일 지음 / 저녁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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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 김경일

 : 저녁달

 : 2022/07/04 - 2022/07/06


심리학자의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독자들의 FAQ라고 해야 할까...

어떤 주제로 묶기에 쉽지 않은 책이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인간생활에 대해서 심리학자가 나름 생각하고 연구한 내용을 에세이로 엮은 느낌이다. 

강의에서 가끔 나온 에피소드들을 많이 읽을 수 있다...

덕분에 읽기 쉽고 공감가는 내용이다. 

또한 인간관계의 팁을 얻을 수 있다.

사소한 일로 나와 동질감을 느껴 말을 옮기는 사람에게 사소한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행동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소소하고 작은 팁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는 즐거움은 충분하다. 


p22 슬픈 영화는 표현하기가 더 힘듭니다. 슬픈 영화들을 다양한 크기로 표현하는 것은 20대 후반쯤 되어야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재밌다보다 슬프다는 감정은 훨씬 더 많은 맥락을 이해해야 하고 경험도 많이 해봐야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p45 이 두 부류가 조화를 이루고 잘 지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서로 고마워하는 겁니다. 저는 꼼꼼하고 까탈스럽고 실수라고는 하지 않는 저의 파트너 교수에게 늘 “교수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합니다.

p61 누군가 자꾸 내 말을 옮기고 나한테 뭔가를 물어본다는 건 나에 대한 굉장한 동질감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 동질성은 아마도 사소한 것일 거에요. 순댓국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났는데 정치적 견해까지 같다면 이후로 말이 아주 잘 통한다는 느낌을 갖는 식이죠.

p69 가식적인 사람들은 대개 자존감이 낮은데 자만감이 높습니다.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감도 있을 겁니다. 자신감도 있고 자만감도 있는데 자존감만 없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참 짠하고 불쌍합니다.

p80 실제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관계주의적 성향이 가장 강한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관계주의란 우리를 자아로 동일시하여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는 걸 말합니다.

p86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는 필연적으로 관점이 획일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휘관들의 관점이 동일하다 보니 같은 생각을 하고 검증을 하지 않죠.

p94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행복은 달려가면서 인고해야 하는, 그래서 끝내 어느 순간에 만나야 하는 목표가 아니에요. 오늘 하루하루 우리가 소소하게 느껴야 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p116 김정운 박사는 인정투쟁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더군요. 한국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어하고, 그렇게 인정받아야 하는 그 삶을 투쟁적으로 삽니다. 그런데 인정투쟁보다 더 쉬운 말이 있습니다. 남의 감탄입니다. 인간은 감탄하고 감탄을 받으려고 살아요.

p144 사람의 뇌를 햅틱, 즉 촉감의 뇌라고 합니다 .인간은 촉감을 통해서 서로 더 가깝게 느낍니다. 부모자식 사이 또는 연인 사이에 더 많은 애정과 애착을 형성하는 것 역시 서로의 피부를 접촉하고 이를 느기기 때문입니다.

p177 21세기를 전후로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해보니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서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지금껏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발견한 점은 결정이 정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p194 저녁 뉴스에서 기상 캐스터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일은 전국에 비가 내리겠습니다. 그러면 땅덩이가 큰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왜? 그들이 살던 나라에서는 단 한 번도 전국에 비가 내린 적이 없거든요.

p210 조직이 나에게 장기적인 일을 부여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도록, 조직의 기존 구성원들도 모르고 있었던 그들만의 장점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p221 실손보험 광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무조건 기본 콘셉트는 이거죠. “이런 꼴 안 당하시려면 지금 당장 보험에 가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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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2 - 지리는 어떻게 나라의 운명을, 세계의 분쟁을,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2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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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의 힘2

 : 팀 마샬

 : 사이

 : 2022/06/24 - 2022/07/02


2권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1권만큼은 아니다.

1권은 정말 국가와 지리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2권은 지리와 연관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나라의 정치적인 입지등이 더 중심이 된 것 같다. 

마지막에 우주와 관련된 부분은 지리라기보다는 정치적 파워게임의 이야기라고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의 지정학적 위치가 얼마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지는 여전한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지정학적 위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일수록 더 세밀한 외교와 안보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1권만큼은 아니지만 2권도 나름 유익했다. 


p11 평등주의, 직설적 화법, 단순명료함, 불굴의 투지 등이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의 특성이라는 개념은 상투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p35 역사의 대부분 동안 이 땅은 페르시아로 알려져 있었다. 이란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35년부터인데 인구의 40퍼센트 가량을 차지하는 비페르시아계 소수 민족을 고려해서였다.

p36 쿠르드족이나 아제리족처럼 비교적 큰 집단에 존재하는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이나라 역대 통치자들은 늘 강력한 중앙 집권과 억압적인 통치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p39 페르시아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4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부족들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민족적으로 뿌리가 비슷한 메디아 사람들의 왕국과 멀지 않은 자그로스 산맥 주변에 자리 잡았다. 평지에서 산으로 올라가 공격하는 것보다 산 아래로 내려와 공격하는 게 훨씬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기원전 550년에 페르시아 통치자인 키루스 2세는 메디아 왕국을 점령해 페르시아 제국에 합병했다. 이는 세계 무대에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 제국의 탄생이 선포된 순간이었다

p43 호메이니는 일찍이 이란인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1964년에 그는 “샤가 이란 국민들을 미국의 개보다 못한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라고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후 그는 문제적 인물로 낙인찍혀 이라크로 추방되었다가 당시엔 프랑스에 머물고 있었다

p46 1997년 상대적으로 온건한 종교학자인 모하마드 하타미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자 강경파들은 충격에 빠졌다. 하타미의 재임 동안 성직자들은 제출된 법안의 3분의 1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법안들의 대다수는 하타미와 그 지지자들이 도입하기로 공약한 자유주의 성향의 정책들이었다

p54 해외 언론은 자신들이 찾아내는 반체제 젊은이들 말고도 혁명수비대와 관련된 기업들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나 각본가로 일하고 있거나 그곳에서 영상 편집 및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교육받은 청년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 또한 지적해야 한다

p59 석유는 이 나라에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고, 이 부는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극단적인 브랜드와 폭력적인 해석을 수출하는 이 나라를 석유에 목말라하는 권력구조 사이에서 살아남게 해주고 있다

p65 이븐 사우드야말로 진정으로 독자적인 아랍 지도자가 되었다. 그의 지위를 넘볼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영국과의 협약이 그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사우드 가문이 아라비아 반도 대부분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할 수 있게 해주었다

p74 애초에 왕세자는 개혁가의 면모를 부각시켰는데 이 사건으로 그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여러 나라가 그와 개별적으로 관계 맺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평소처럼 비즈니스가 진행되었다

p79 국가 자본주의라는 중국 모델에 대다수 아랍 지도자들은 매료됐습니다. 정치적 자유주의와 별개로 경제적 자유주의는 대다수 이 지역 정부들이 추구하는 것이어서 지난 20여년 간 중국은 성공한 모델로 칭송받고 잇지요

p84 1707년쯤 한층 가난해진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가 개척해 놓은 해외 시장에 괜찮은 조건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프랑스 인구가 자국의 두 배는 되는 것을 알고 있는 잉글랜드로서도 스코틀랜드가 올드 동맹을 연장해서 프랑스에 기대지 않게 할 확실한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와 후속 협정을 맺으면서 그들이 빚을 갚을 수 잇게 재정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p84 역사책으로만 보면 영국은 승자 편에 서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패자였다

p84 로마인들이 떠난 뒤 영국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을 꼽으라면 바로 이 침공을 들 수 있다

p84 잉글랜드는 유럽에서 패권국이 출현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늘 힘의 균형을 추구해 왔다. 요컨대 그와 같은 가능성이 대두하면 그 반대편에 서는 식이다. 이른바 역외균형 전략(강대한 세력이 아닌 세력을 지원하여 두 세력 간의 긴장을 키워 반대편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은 섬 전체를 확실하게 통제하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p108 오늘날 이 바다들은 그리스가 유럽 못지않게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말해 주고 있다

p110 그리스에는 아테네보다 더 크거나(시라쿠사), 더 부유하거나(코린트), 또는 더 강한(스파르타) 곳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테네는 이전에도 또 이후에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하지 못했던 일, 즉 소크라테스부터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는 현저하게 뛰어난 인물들을 배출해 냈다. 아테네인들은 다른 곳으로 모험을 떠나기 좋아했고, 다른 문화로부터 기꺼이 배우기를 즐겼다

p119 그리스 쪽에서 보면 그들의 국토방위는 본토 방어와 에게해의 지배권에 집중돼 있다. 해상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본토로 가는 보급로는 단절되고 적의 침공에 훤히 노출될 것이 뻔하다

p128 오늘날 터키는 그리스, 불가리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들은 일찍이 오스만이 제국 건설을 착수했을 때 만났던 이웃이다

p150 사헬은 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가로질러 홍해와 대서양까지 연결되는 장장 6천킬로미터에 달하는 경로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는 낭만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팀북투(말리의 중부에 위치한 도시)나 카르툼(수단의 수도) 같은 큰 도시도 볼 수 있지만, 세계 시장으로 팔려가는 광물에 생계를 의지하는 작고 지저분하고 후미지고 파리가 들끓는 동네도 만날 수 있다

p153 당시 탐험대는 군인과 짐꾼에 포로들까지 섞어 3천 명을 헤아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보급품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그러자 그들은 마을을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주민들을 강간하거나 살해했다

p161 타크피리는 수니파 이외의 무슬림은 진정한 이슬람 교리를 믿는 자들이 아니기 대문에 그들은 더 이상 무슬림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지하디스트 관점에서 보면 이 논리는 다른 무슬림들은 죽여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은 중동의 수니파 무슬림들 사이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p167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0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해외에서 계속 희토류를 사들이는 중이다.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희토류 가공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에 희토류를 이용한 생산품을 팔고 있다. 반면 가공시설이 충분치 않은 미국은 중국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p169 우리는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시리아의 혼란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보아왔다. 요컨대 푸틴 대통령이 유럽의 소심함과 미국의 무관심을 이용하는 것을 말이다. 사헬 같은 유동적인 지역이야말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걸프 국가들은 여전히 주머니가 넉넉해 자금 부족을 채워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군대는 홍해를 건너와서 프랑스와 미국의 화력을 대체할 만한 입장은 아니다

p173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고산지대, 열대 밀림, 불타는 듯 뜨거운 사막, 단단한 암석을 깎아 만든 1천 년 된 교회를 포함한 9곳의 세계 문화유산, 그리고 숨을 멎게 하는 웅장한 폭포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위해 해마다 1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나라를 찾아온다

p174 시리아에서 시작해서 남쪽인 모잠비크까지 장장 6천4백 킬로미터나 뻗어 있는 이 지구대는 에티오피아 중심부를 지나면서 이 나라의 고지대를 양쪽으로 갈라놓는다

p178 가장 세력이 강했던 악숨 제국 시대(100-940년)에 에티오피아의 영토는 이집트 남쪽부터 홍해를 거쳐 예멘까지 이르렀다. 이 나라는 해상 교역로를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해군과 육군을 보유했고 이 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뿔을 호령했다

p195 스페인의 주요 다섯 개 강 중 네 개가 대서양으로 흐르고 에브로강만 지중해로 흘러든다. 대다수 강들은 배를 띄우기 어려워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지름길로 이용하지 못하다보니 물자를 실어 나르거나 전쟁 중 군대를 이동시키는 데도 별반 쓸모가 없다

p197 마르텔이 패했다면 샤를마뉴(마르텔의 손자) 대제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현재 카탈루나 일부인 피레네 산맥 남쪽에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이곳은 훗날 이베리아 레콩키스타 프로젝트의 동쪽 측면을 차지할 만큼 커진다. 투르전투 이후 무슬림들은 점점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756년부터 1031년까지 이베리아 반도의 3분의 2 정도만을 차지한 채 안달루시아 우마야드 왕국을 세우고 머물렀다.

p217 모두가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러시아 항공우주국 국장인 드미트리 로고진은 “달을 또 다른 아프카니스탄이나 이라크로 만들 수 있다”라고 비유한다. 이 말은 한 번 겨뤄보자는 뜻이다

p221 머스크는 이 분야에서 민간기업이 정부보다 앞서가면서 NASA와도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다. 사실 상업적인 조직과 국가가 연결된 사례는 꽤 오래전에도 있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16세기부터 줄곧 대영제국과 교역 이익을 함께해 온 동인도회사다. 이 회사는 영국이 통치하는 일부 지역에서 마치 정부기관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p231 파이오니어 금속판을 처음 고아한 사람은 위대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과 프랭크 드레이크였다. 그들은 다음을 전제로 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즉 외계의 지적생명체에 성대나 귀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과학을 지배하는 본연의 원리는 같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금속판에는 각자 다른 에너지 상태를 가진 수소원자 2개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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