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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제목 : 포르투갈은 블루다
작가 : 조용준
출판사 : 도도
읽은기간 : 2024/09/16 -2024/09/22
포르투갈에 여행을 가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보니 언제 다 읽나 이런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유명한 포르투와 리스본뿐만 아니라 여행책에는 나오지도 않는 작은 지역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포르투갈을 자세히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한때는 강대국이었으나 이제는 옛날의 영광의 흔적만 가지고 있는 나라를 아줄레주로 엮어내는 글솜씨가 빼어나다.
생각지도 못한 동네를 가보고 싶어지고, 거닐고 싶어진다.
포르투갈의 에스프레소를 마셔보고 싶고,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포르투갈 맥주를 마시고, 포투와인은 들고 석양을 즐기고 싶다.
여행책이란 자고로 이래야지..
p28 유럽 열강들은 세우타를 정복하기 위해 경쟁했지만 포르투갈 아비스 왕종의 넷째왕자 엔히크가 선수를 쳤다. 싸움은 아침에 시작해 환홍 무렵에 싱겁게 끝났다. 포르투갈이 무려 238척의 배에 4만 5,000여 병력을 실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세계사의 흐름을 갈랐다. 바로 이때부터 유럽이 주도하는 대항해시대와 지리상의 발견, 식민지 건설 경쟁이 봇물처럼 터졌다.
p42 이렇게 알코올 도수는 올라갔지만 발효를 도중에 막았기 때문에 포도즙 본래의 과일향이 나는 단맛이 느껴진다. 주로 적포도주가 많고 단맛 때문에 디저트 와인으로 애용된다. 반면 스페인 셰리 와인은 발효를 끝내고 브랜디를 첨가하기 때문에 굉장히 드라이하다. 주로 화이트 와인이고 아페테리프로 애용한다.
p50 도루 관광의 중심지답게 피냥 역은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포르투갈은 거의 모든 역들이 아름다운 아줄레주로 장식하고 있지만 포르투의 상 벤투 역을 제외하면 아마도 피냥역이 포르투갈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p70 포르투는 포르투갈에서 제일가는 아줄레주 야외 전시장이다. 리스본의 명품 아줄레주가 잘 드러나지 않은 실내에 숨어 있는 반면, 포르투의 걸작들은 야외에 위풍당당한 풍채를 드러내놓고 있다.
p87이제 히베이라 지역의 대성당으로 가보자. 정식 명칭은 성 클라라 성당이지만, 포르투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서 그냥 대성당으로 불린다. 1387년 주앙 1세가 영국의 공주 랭커스터의 필리파와 결혼하고, 그들의 아들인 항해왕 엔히크 왕자가 세례를 받은 곳으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다
p163 리스본 파두가 서민들의 애환과 눈물, 이별의 슬픔 등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다면, 코임브라 것은 대학 도시의 노래답게 철학적이면서도 매우 시적이거나 낭만적인 주류를 형성한다.
p176 당시는 포르투갈이 식민지 확대로 부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그 덕에 도서관에는 탐험가 페드루 알바르스 카브랄이 브라질에서 대량으로 가져온 금이 아낌없이 쓰였다. 아울러 귀중한 자단과 흑단 나무의 섬세한 목공 조각이 곁들어지고 중국풍의 금세공에다 화려한 프레스코 천장화가 입혀졌다. 금과 대리석, 정교한 프레스코 천장화로 휘황찬란하게 꾸민 도서관의 화려함에는 그 누구라도 압도되고 만다.
p218 미학적 완결성과 자연스런 형태를 비교하자면 주제파의 것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주제파의 이 그림이야말로 가슴을 드러내놓은 마돈나, 성모 마리아의 가장 완벽한 구현이다. 오비두스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도 주제파의 그림을 당연히 볼 수 있다. 성당 제단화가 바로 그녀가 그린 그림들이다. 산타 마리아 성당은 열 살의 왕 아폰수 5세가 여덟 살의 사촌 이사벨과 1444년 결혼식을 올린 유서 깊은 곳이다.
p226 이처럼 유럽 기독교 문명의 상징은 조각상에서부터 술집 간판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매우 광범위하게 일치해서 나타난다. 이게 바로 문화의 힘이다.
p238 켈트족 언어로 달을 뜻하는 신트라는 켈트족들이 달의 여신을 숭배하는 성지였고,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의 정착지였다. 또한 중세에는 수도사들의 은둔처였으며, 19세기에는 유럽 낭만주의 건축의 실험장소였다.
p243 물의 소중함을 알기에 요란하고 장중한 폭포보다는 소박하고 잔잔한, 고요한 연못을 좋아했다. 분수도 높이 솟구치는 것이 아니라 물줄기가 졸졸졸 흘러내리는,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폰치 무리스카 황동 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 맑고 시원하다. 정말 약수 같다. 주변의 파란 계열 타일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p248 포르투갈로 돌아온 그는 신트라 왕궁을 스페인 아줄레주로 장식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래서 레콩키스타 이후 포르투갈의 첫 아줄레주는 스페인 세비야에서 수입한 타일로 장식됐다. 어떤 백과사전에서 신트라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타일이라고 잘못 기술해놓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못 알고 있다.
p259 이 장식은 하늘의 별을 형상화한 문양으로 이슬람 장식 가운데 가장 미학적 완성도가 높아서 이슬람 왕궁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요소다. 그런데 그것이 이토록 버젓이 카톨릭 군주가 거의 매일 사용하는 예배실의 제단 뒤 천장 장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니.
p269 페나 궁전은 양파 모양의 돔, 무어식 문, 돌로 만든 뱀, 분홍색과 레몬색의 탑 등 뭔가 전체적으로 잘 조화되지 않아서 기묘하다. 여기저기 독특한 부분만 끌어다 쓰다 보니 라스베가스나 디즈니랜드처럼 놀이공원에 온 것 같고 전체적으로 일관된 특징이 없고 매우 어수선하다. 전체적인 외관도 어떻게 보면 예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유치한 레고 조립물 같아 보인다.
p279 호카 곶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황량한 벌판에 세워진 십자가 탑의 글귀다. 바로 카몽이스의 서사시 우스 루지아다스에서 표현한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구절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p335 대학은 폐쇄 당시로부터 214년이나 지난 1973년 다시 문을 열었지만, 오늘날 에보라의 인구는 중세 때보다도 더 적다.
p339 이 성당에는 안토니우 아센상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신부의 다음과 같은 시문도 내려온다. 여행자여, 어딜 그렇게 급히 가는가. 멈추어라. 더 나아가지 말아라. 지금 네 시선에 보이는 이것보다 네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없다.
p344 프란시스코라는 이름이 주는 청빈함과는 정반대로 이 성당은 한창 잘나가던 시절 포르투갈 해외 팽창의 기념비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성당에는 주앙 2세와 마누엘 1세의 문장이 그려져 있다. 벽의 장식도 대항해시대를 찬양하는 항패 관련 모티프들로 채워져서 번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p365 베자 수녀원의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이 독자적으로 장식 타일을 생산하기 이전의 것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 있다. 이 타일은 리스본 인근 신트라 궁전의 것과 함께 포르투갈에 남아 있는 15세기 마니세스타일로, 정작 스페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포르투갈이 수입산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만든 타일로 아줄레주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503년께 한 기념비가 시초라고 한다.
p378 포르투갈의 레콩키스타는 1242년 알가르브의 타비라 전투로 마지막 남은 무어인들이 축출되면서 종료되었다. 타비라는 모로코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무어인들의 포르투갈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무어인들이 쫓겨나자 이번에는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원정대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대항해시대에 이 도시는 탐험대의 식료품을 보급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담당했다.
p382 엔히크와 포르투갈의 도전이 현실적으로 매우 수익성 높은 무슬림 노예무역에서 확고한 기반을 챙기고, 서아프리카의 금과 상아를 독점하는 무슬림 사하라 카라반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엔히크 원정대의 성적이 이교도와의 전쟁으로 확고하게 규정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엔히크 왕자가 출범시킨 모든 포르투갈 범선의 돛에는 항상 십자가가 크게 그려져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p395 엔히크는 청교도적 삶을 산 인물은 아니었다. 사생아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열정이 있었다. 권력에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로지 부국에의 열망과 종교적 신념에 의한 자신의 목표가 분명히 있었다.
p415 실브스는 정말 예쁜 곳이다. 왜 아일랜드 사람인 캐서린과 영국 사람이 로제가 이곳에 왔는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날씨 화창하고 살기 좋은 곳이면 이렇듯 기후 조건이 열악한 섬나라 출신 사람들이 모여든다. 프랑스 코트다쥐로 해안의 니스나 칸도 이렇게 영국 사람들의 휴양지로 시작해 지금처럼 커진 도시다.
p434 그 구슬픈 기타하 선율과 목소리를 듣다 보면 포르투갈은 왜 슬플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리스본에 와보면 그 모든게 다 저절로 이해된다. 한때는 영롱한 빛깔로 반짝반짝 빛났을 다채롭고 때깔 좋은 아줄레주로 장식한 거리와 성당과 집들. 그러나 지금은 때가 끼고 금이 가고 이빨이 빠져서 광택을 잃은 처연한 모습으로 벽을 덮고 있을 뿐이다.
p443 알파마를 얘기하면서 처음으로 손꼽아야 하는 것은 단연 파두다. 알파마야말로 파두의 자궁, 탄생지다. 파두의 출생지라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알파마, 리카르도 히베이루의 파마 드 알파마 등 이곳에 바쳐진 곡들이 많다. 파두는 알파마의 거리, 술집과 사창가에서 처음으로 불려졌다.
p477 정작 스페인에서는 스위스의 미늘창병이 이처럼 예술작품의 대상으로 묘사돼 있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들을 고용했던 스페인이 아니라 싸움을 벌였던 포르투갈에서 오히려 아름다운 아줄레주로 만났다.
p485 이렇게 공을 들인 성당이니만큼 중세 포르투갈의 역사에 있어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여러모로 성당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포르투에 대성당이 있다면, 리스본에는 상 비센트가 있다. 12세기에 상 빈센트의 주검이 알가르브에서 이곳으로 옮겨졌고, 브라간사 가문의 가족 묘지가 모셔진 신전도 있다
p494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로 어디를 가든지 파케에 서서 비카 한 잔 홀짝 마시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그 비카가 시작된 곳, 고향이 바로 카페 브라질레이라다. 그러니 리스본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브라질레이라에서 비카 한 잔쯤은 마셔봐야 한다.
p499 트린다드 맥줏집은 말이 맥줏집이지, 고품격의 레스토랑이면서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첫 번째 맥주 양조장이다. 일단 이 맥줏집의 위치나 건물이 갖고있는 역사부터 장난이 아니다. 1294년에 세 명의 수도승이 세운 산티시마 트린다드 수도원이 대지진 이후 한동안 버려졌다가 1836년 맥주 양조장으로 변했고, 최종적으로 레스토랑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p506 이 혼혈 효모는 와인 저장고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여 새롭고 감칠맛을 가진, 차고 신선한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냈다. 오랜 기간 동안의 상면발효 방식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맥주라고 하면 그 유명한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가장 먼저 이름이 떠오르는 도시인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이야말로 하면발효 방식의 출발지가 되었다
p509 그 옛날에 수백 명의 장인들을 동원해 예배당을 조각조각 만들어 이를 무려 3척의 배에 실어 나른 다음 다시 맞추었으니 가장 많은 돈을 들인 예배당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짜맞춘 탓에 성당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면 비례와 구도가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p517 오늘날 설탕과 담배의 글로벌화 역시 출발점이 포르투갈이다. 지금은 두 물품 모두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탄을 받지만, 한때 설탕과 담배가 낭만주의의 발흥에 얼마나 이바지를 했던가. 설탕은 연인과의 달콤한 사랑에, 담배는 지식인의 사색과 낭만적 고뇌에 빠져서는 안 되는 기호 품목이었다
p518 사회적 자본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했어야 할 재화들이 온통 수도원과 성당 건립, 내부의 치장에 들어가고, 그것마저도 온통 수입품으로 대체했으니 국내 문화에술의 발전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전 분야에서 낙후성을 면치 못했다
p524 시아두 옆 동네 바이후 알투는 저녁 때 가야한다. 바이후 알투는 밤에 빛나는 밤의 거리다. 좁을 골목마다 바와 비스트로가 즐비하고 흥겨운 파티가 끊이지 않는다
p528 운 좋으면 이곳에서도 제대로 된 파두를 들을 수 있지만, 격이 떨어지는 파투 공연을 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서 파투 공연장을 찾기 전에 적당한 알코올 섭취를 권장한다. 취기가 좀 오르면 감정에 취해 싸구려 파두도 싸구려로 들리지 않을 테니까
p538 정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아주 안락한 소파를 갖다 놓은 사실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집주인이 평소 사는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그곳에서 차한잔 마시며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편안하게 졸고 싶었다. 이곳의 이름을 포른테이라 궁전이다. 이 궁전, 엄격하게 얘기해서 사냥을 위한 별장은 17세기 리스본 근교에 지은 궁전 가운데 당시의 모습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축물이다.
p549 그렇게 10여 년 동안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본 경험으로 볼 때, 포르투갈을 다섯 가지 오브제로 정리된다.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 아프리카다. 이 다섯 오브제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 다섯 가지를 알면 포르투갈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