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에서 쇼팽을 듣다 - 나의 하루를 그림과 클래식으로 위로받는 마법 같은 시간
안인모 지음 / 지식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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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브르에서 쇼팽을 듣다

 : 안인모

 : 지식서재

읽은기간 : 2024/03/28 -2024/04/01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피아니스트 안인모님의 책...

이번에는 음악과 그림의 콜라보다. 

제목을 봤을때는 루브르 박물관의 그림들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제목은 책 안의 한 꼭지를 뽑아낸 것이었다.

책에는 다양한 미술관의 그림들과 쇼팽을 비롯한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이 실려있다.

저자는 그림을 보며 자신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내용을 표현하고, 이후 그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그림은 근대 이후의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고, 음악도 비슷한 시절의 음악을 엮어 마치 음악과 그림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었다. 

음악이 주는 힘이 있어서인지, 그림을 잘 볼 줄 모르지만 그림에 더 멋져 보인다. 

촛불이나 무드등 아래에서 책에서 소개한 음악을 틀어놓고 와인을 한 잔 하며 그림을 감상하며 글을 읽어야 제맛이 날 것같다.

괜한 허세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냥 그러고 싶은걸 어쩌랴.. 

분위기 잡고 싶은 책이다.. 여자꼬실때 아는 체 하기 좋은 책이다.. 

역시 책이란 허세가 좀 섞여야 더 잘 읽히는 것 같다.. 속물같아서 미안하다. 


p13 클래식을 공부하다 보면 당대의 철학을 접하게 되고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그들이 동시대를 살며 서로가 주고받은 영향들이 문화와 예술의 큰 흐름이었지요.

p28 아주 엄격하게 이 반복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죠. 위 성부의 선율에 어떠한 변화가 있더라도 베이스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정해진 화성 진행을 반복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해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p47 하마터면 변호사가 될 뻔했고, 피아니스트를 선택했지만 그 꿈이 좌절되자 작곡가로 살아가는 슈만. 슈만의 꿈은 좌절된 게 아니라, 키워진 것이에요.

p80 피카소를 찍은 사진들을 보면, 당당한 표정과 근육질의 다부진 몸에서 열정적인 스페인 기질이 우러나요. 스무 살의 자화상 <나, 피카소>에서도 그는 한껏 힘준 강력한 눈빛으로 선전 포고를 합니다.

p88 파리의 여느 카페에서 연주되는 뻔한 음악도 아니에요. 드뷔시는 피아노의 해머가 피아노 줄을 때려서 내는 소리를 너무나 싫어했어요. 그래서 피아노 소리에서 해머의 존재를 느낄 수 없는 음악을 추구합니다. 그 결과, 드뷔시가 지향한 음악, 그 음색과 음향은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눈앞에서 그림을 펼치는 마법을 부려요.

p95 너무나 놀라운 건, 슈베르트가 특히 아팠던 말년에 작곡한 곡들이 그의 모든 작품 중 가장 주옥 같은 명곡이라는 점이에요.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아프레지오네 소타나,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 세 곡, 그리고 현악 5중주와 가곡집 백조의 노래까지.

p109 밤의 음악 녹턴을 들으며, 밤의 그림을 봅니다. 덴마크 화가 페테르 일스테드의 촛불에 책 읽는 여인. 그녀는 독특하게 앉아 있어요. 벽에 붙은 테이블과 마주 앉은 것도 아니고, 벽에 기댄 의자와도 어긋난 방향으로 앉아있어요. 초에서 나오는 불빛을 좀 더 잘 받기 위해서였을까요? 그녀의 주 목적은 책을 읽는 것이니까요

p122 불현듯, 공존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가 와닿습니다. 특히 소리 내는 일을 하는 음악가는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민폐일 수밖에 없어요. 붓을 든 그녀가 오른팔로 캔버스에 매달린 걸 보면, 피아노 소리가 조용히 집중해야 하는 작업을 방해한 걸까요? 그리고 보니 화가의 표정이 힘들어 보여요. 피아니스트는 연습에 열중하느라 자신의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두 사람은 한 공간을 공유할 뿐, 그 외 것들은 서로 공감하지 못합니다.

p156 프리앙의 그림 연인과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모두 그들이 30대가 되기 전의 작품이에요. 20대의 열렬했던 사랑,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대단했던 그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기도 합니다. 사랑도 상황도 바뀌기 마련이니, 처음의 그 사랑을 그대로 끝까지 지켜내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죠

p167 포레는 이 곡에서 자신이 겪은 고통을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중후하고 아름답게 녹여냅니다. 마치 하소연할 곳이 없어 악보에 잉크로 구구절절 외치는 듯해요. 포레가 자신의 슬픔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엘레지는 그의 낭만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마지막 작품이에요. 포레는 자신의 감정을 악보에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자신답지 않다고 느끼고, 이후엔 음악에 감정 표현을 절제합니다.

p174 그대를 사항해나 알레라이데가 사랑 앞에서 찬진난만한 스물다섯 청년 베토벤의 노래였다면, 멀리 있는 연인에게는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은 중년 베토벤의 노래잡이에요. 그래서 더 아프답니다.

p183 60살이 된 브람스는 클라라를 만난 지 40년이 되자 6개의 피아노 소품을 작곡해서 그녀에게 헌정합니다. 그중 두 번째 곡 인터메조(간주곡)에서 브람스의 가슴 아픈 사랑이 들려옵니다. 그의 마음속 이야기를 읊조리듯 담아낸 이 곡은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생애 마지막 연서였어요. 악보를 전해 받은 74세의 클라라는 브람스가 평생을 담아온 사랑을 오롯이 느껴요. 브람스의 사랑이 오선지 위 검정 잉크가 퍼지듯이 사방에 울립니다.

p190 상드는 쇼팽의 장례식에 오지 않았어요. 들라크루아는 장례식에 참석해, 쇼팽의 친구 세 명과 함께 관을 운구합니다. 쇼팽이 가쁜 숨을 내쉬며 임종을 맞는 순간에 곁을 지킨 것도 들라크루아였어요. 이후 들라크루아는 상드와 우정을 유지하며, 죽기 직전까지 편지 왕애를 이어나가요. 결과적으로 둘의 편지 속에 언급된 쇼팽 이야기는 쇼팽 연구에 귀한 자료가 되었지요

p197 아무것도 모른 채 시동생과 사랑에 빠진 프란체스카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어요. 게다가 파울로는 프란체스카를 속였다는 죄책감에 가련한 그녀에게 연민까지 느끼며, 둘의 사람은 깊어집니다. 그들은 신랑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요. 이 위험한 만남은 결국 형 조반니에게 발각돼요. 조반니는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죽여버려요. 용납 받지 못하는 사랑을 한 두 영혼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곧장 지옥으로 떨어집니다.

p199 귀차르디는 귀족, 베토벤은 평민이었어요. 게다가 그녀는 어느 백작과 약혼한 상태였고, 베토벤은 청력을 잃어가는 데다 미래가 불투명한 음악가였죠. 고통이 없는 사랑이 있을까요? 이 사랑도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귀차르디의 사랑으로 행복을 찾아가던 베토벤은 그녀를 향한 사랑과 격정을 피아노 소나타 14번에 녹여냅니다. 그리고 이 곡을 그녀에게 헌정해요

p235 건반 위의 슈퍼스타 리스트가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을 위로하는 로맨티스트 리스트가 작곡한 이 곡에는 왕년의 그가 보여주던 화려한 기교는 들리지 않아요. 단순하고 소박한 선율로 보듬고, 진한 울림으로 다독이기 위해, 리스트는 시를 쓰듯 음표를 써 내려가요. 한 줄 한 줄 여백이 느껴지는 이 곡에는 공작부인에 대한 리스트의 사랑과 신뢰가 가득합니다.

p240 둘의 만남으로부터 약 60년이 지난 후, 70세의 클라라가 자신의 은퇴 무대에서 연주한 곡은 바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어요.

p256 라흐마니노프는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우울증을 치료해 준 달 박사, 언제나 곁을 지켜준 아내 나탈리아, 라흐마니노프는 이 노래를 N에게 헌정해요. N이 누구인지는 라흐마니노프 본인만이 알지요. 니콜라이 달 박사아 나탈리아, 혹은 그들 모두를 의미할 수도 있어요. 아마도 라흐마니노프가 마음 깊이 고아뭐할만큼, 도움을 준 사람일 거에요. 눈먼 소녀의 그림을 보며 노래를 들으니 N이 라흐마니노프의 손을 잡아주었듯,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고 싶습니다.

p271 저녁 퇴근길의 차디찬 공기를 맞으며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들어요.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입니다. 이 곡은 프랑스 시인 부르제의 시에 드뷔시가 선율을 붙인 노래에요. 드뷔시는 마치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빛을 그려냅니다. 음표에 말이죠. 그는 특정 순간의 기분과 느낌, 정취, 또는 시를 읽고 떠오르는 장면을 음악으로 담아내요. 그러니까 이 곡은 해가 지고 저녁이 시작되는 그 시점의 풍경을 전해요

p282 도시무도회와 부지발 무도회에 등장하는 발라동은 미술사에서 중요한 인물이에요 르누아르뿐 아니라, 드가, 로트레크, 모딜리아니 등 당대 웬만한 프랑스 화가들의 캔버스엔 그녀가 그려져 있지요. 그녀의 예쁜 얼굴은 다양한 붓끝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화가의 모델 일을 하며 그들의 애인 역할도 하던 다른 모델들과 달리, 발라동은 모델 일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화가가 되어 직접 그림을 그려요

p309 음악에 대한 사티의 관념은 다소 독특했어요. 대부분 음악가들은 자신의 음악이 주목받길 바랐지만, 사티는 그 반대였어요. 사티는 주목받는 음악이 아닌, 공간속에서 가구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공존하는 음악을 추구합니다.

p310 짐노페디는 사티의 대표 가구 음악이에요. 짐노페디는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청년들이 나체로 추던 춤이에요. 아마도 사티는 우연히 이 낯선 단어를 접하고 그 생소함에 이끌려 제목으로 사용한 것 같아요. 3개의 짐노페디 중 1번은 다양한 미디어에 등장해 유명해졌어요.

p337 스탈린이 죽고 4년 후, 51세가 된 쇼스타코비치는 사랑하는 아들 막심의 19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파이노 협주곡 2번을 작곡해요. 막심은 자신의 모스크바 음악원 졸업 연주회에서 이 곡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합니다. 특히 이 곡의 2악장 안단테는 낛을 놓고 듣게 되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어요. 전체적으로 여운이 느껴지는 간결미와 느린 템포의 조화로움이 지친 영혼을 달래줍니다.

p364 온 사방이 꽃이고, 나무이고, 생명체입니다. 화관 속에 누운 듯한 그녀만이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아요. 투명한 냇물에 누운 그녀는 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요. 그녀의 눈에 하늘은 어떤 표정이었을까요?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과 그속에 자리한 그녀의 차디찬 육체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며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p366 영원히 묻혀버릴 뻔한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바로 바흐에요. 바흐는 마르첼로가 오보에로 새긴 깊은 슬픔에 감동해 하프시코드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해요. 이렇듯 바흐의 손에 의해 마르첼로의 협주곡으로 새롭게 탄생하면서 마르첼로의 이름도 주목받게 됩니다.

p374 물이 내게 준 것은 칼로의 그 유명한 얼굴을 보여주지 않지만 그녀의 모든 희로애락을 잘 보여주는 진정한 자화상이에요. 얼굴 없는 자화상이면서, 그녀의 삶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자서전이죠.

p381 그녀의 생애 마지막 그림이 된 수박 그림. 칼로는 빨간 과육에 대문자로 마지막 메시지를 써요. 인생이여, 만세! 프리다 칼로. 1954년 멕시코 코요아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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