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오페라 - 당신과 듣고 싶은 사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열한 편의 오페라
백재은 지음 / 그래도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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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어 마이 오페라

 : 백재은

 : 그래도봄

읽은기간 : 2024/02/21 -2024/03/03


저자는 누군지 잘 모르지만 내용을 보면 유명한 오페라 가수인 것 같다.

책이 재미있을 것 같아 골랐다. 그리고 실제로 재미있게 읽었다.

오페라라고는 작년 베로나에서 리골레또를 본 게 전부지만 너무 재미있게 봤고, 즐거웠다

이 책에는 11편의 오페라를 소개한다. 오페라의 내용과 아리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유명한 배역들의 에피소드와 이야기가 들어있다. 

오페라 문외한인 나에겐 카르멘이나 로엔그린같이 교과서에서 봤던 내용들 정도밖에 모르지만 다른 오페라들도 꽤 재미있을 것 같이 느껴진다. 역시 책을 잘 쓰는 사람은 내용에 빠지게 만든다..

오페라 가수답게 이 아리아는 왜 어려운지,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들어야 하는지도 설명하는데 다음에 아리아 모음집을 들을 때 주의깊게 들어봐야겠다.. 

전문가들이 쓰는 책은 확실히 배우는 게 많다. 좋다.. 


p22 모든 교습비는 마르게리트의 아버지 바레치가 지불했다. 훗날 베르디의 입학을 거부했던 밀라노 국립음악원은 베르디의 이름을 따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으로 학교명을 변경했다

p27 팔스타프는 냉소적인 유머와 약간 천박하기까지 한 과장된 경쾌함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희곡을 수면 위로 올려놓는 인물이다

p40 배가 남산만큼 나왔어도 그 배조차 매력으로 알고, 돈이 한 푼 없어도 분명 어디선가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해서라도) 돈이 생길 거라 굳건히 믿으며 자기가 워하는 것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눈치 보지 않고 큰 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배짱좋은 사나이 팔스타프를.

p54 고급스러운 프랑스 오페라 무대 위에서 각종 술꾼과 사기뿐, 점장이, 탈주범까지 등장해서 죽도록 싸운다? 결정적으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이 휘두른 칼에 죽는 결말이라니. 현대 영화로 보아도 끔찍할 만한 장면이 19세기 말 오페라 극장 무대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p62 많은 사람(매출군의 꾸준한 고객들이기도 한)이 그녀의 매춘 경력을 맹렬히 비판하며 그녀의 예술 활동을 비판했지만, 다재다능한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페라 대본과 소설, 희곡을 썼다.

p81 극 중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돈 조반니의 행동은 계속된다. 이를테면 새로운 여자를 계속 만나야 하는 여자 중독, 자기 손으로 무고한 늙은 기사장을 죽여 놓고도 “죽자고 덤빈 기사장의 잘못이지”라고 이야기하는 공간 능력의 완벽한 결여, 가장 가까이에서 자기의 모든 것을 돌봐 주는 하인에게 뻔뻔스럽게 이야기하는 철면피의 모습, 마지막으로 자기가 죽인 원귀 어린 석상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기이한 행태가 극 내내 이어진다

p84 글재주 넘치던 이 신부님은 당대 음악 천재 모차르트와 의기투합해 다폰테 3부작(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 돈 조반니)을 남긴다

p86 살리에리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공석이던 궁정 대본가 자리에 추천한다. 오스트리아 황체 요제프 2세가 다 폰테에게 “지금까지 몇 편의 대본을 썼는가?”하고 묻자, 그는 “아직 한 작품도 쓰지 않았습니다만”이라고 용감하게 대답한다. 역시 보통 인물이 아니었던 요제프 황제는 “오 좋군, 우리는 처녀 뮤즈를 갖게 되는구먼”이라고 대답했다. 예술과 특히 오페라를 사랑했던 황재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도 뛰어났는지, 그를 궁정 대본가로 고용한다.

p89 다폰테와 카사노바 모두 당시 유럽을 휩쓸던 계몽주의의 선구자인 데다, 문학과 철학, 언어에 능통했다. 여색을 밝히는 특별한 취미와 전 직장마저 같았으니 어찌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겠는가

p117 미트리다테에서는 왕의 약혼녀 아스파시아 공주가 무려 둘도 아닌 세 명의 왕과 왕자들에게 구애를 받도록 설정되어 있다. 남자 중 무려 두 사람이 빌런이다. 이 네 인물이 전쟁통에 펼치는 사랑 싸움은 14세 모차르트가 작품에 탄탄한 구도를 세울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다. 4각 구도로 펼쳐지는 이들의 굴곡 넘치는 인생 이야기가 모차르트에게 작곡가로서의 크나큰 성공을 가져다준 것이다.

p137 한 마디를 꽉 채운 음표 16개를 노래로 불러봤나. 1초에 네 단어 불러봤느냐고.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말이다. 악보 위에 뿌려진 음표들을 팔이 떨어져라 연주하는 수십 명의 악기 연주자의 연주가 성악가가 놓친 16분음표 한 호흡 때문에 도미노 쓰러지듯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보통 성악가가 10년 먹을 욕을 하룻밤 사이에 먹기 딱 좋은 오페라가 바로 로시니의 오페라다

p145 로시니처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작곡가의 마음을 대변하기엔 동화 속 공주님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을지도. 그는 샤를 페로 원작의 마술적이고 아름다운 행운의 아가씨를 의지의 이탈리아 여인으로 바꾸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p151 19세기에 들어 보헤미안은 좀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출신 지역과는 상관없이 전통적인 생활이나 관스에 얽매이지 ㅇ낳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와 같은 성격을 가진 청년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된다.

p158 미미가 죽는 장면을 작곡하고 난 뒤 푸치니는 마치 내가 낳은 아이가 죽은 것 같다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했다고 한다. 로맨틱의 대가 푸치니에게 미미는 자신의 어머니가 투영된 피그말리온 같은 여인이 아니었을까

p163 사교계 여인들이 우정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성들과 교제한 것에 반해 코르티잔들은 남성들과 사귀면서 물질적인 후원을 받는 것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p171 초반에는 레온카발로가 승리한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대중들은 푸치니의 라 보엠과 사랑에 빠졌다. 내용이 좀 다르면 어떤가. 팀 푸치니 대본가들이 만들어 낸 빈틈없는 극의 골격, 푸치니의 손에서 탄생한 가슴을 저미는 아름다운 선율, 거기에 관현악단의 유려한 연주가 더해지며 관객들이 새로운 라 보엠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데 마술과는 같은 역할을 해낸다

p182 2차 원정에서야 결국 발렌티니아누스 3세를 라벤나에서 로마로 몰아낸 아틸라는, 교황 레오 1세를 만나고 나서야 진격을 멈춘다.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칼을 거두고 지금의 헝가리 지방으로 돌아간다. 아틸라에게 돈을 잔뜩 주고 물러나게 했다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둘 사이의 대화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훗날 성인으로 추대된 레오 1세는 반달족의 침략 때도 협상에 성공해 이탈리아를 전쟁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낸다

p202 내가 한 번이라도 가정의 정겨움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더라면,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을 내 신부로 맞아들였을 겁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닙니다. 난 당신에게서 내 청춘 시절의 이상형을 발견했답니다. 그러니 진심으로 말하건대, 내 슬픈 인생을 함께할 유일한 동반자는 바로 모든 아름다움의 증표인 당신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내 인생은 행복해졌겠지요

p206 다듬어지지 않은 러시아 처녀의 열정을 담은 이 밤 편지는 오페라에서 무려 15분가량이나 되는 아리아로 재탄생했다. 차이콥스키는 타티아나 역할에 강인한 목소리의 여성 성악가를 내세웠다.

p226 이런 관객들에게 몸무게를 3분의 1이나 감량한 허리 22인치의 아름다운 칼라스가 노래를 불렀으니, 아무래도 그 감흥이 달랐을 수밖에. 당대 최고의 미녀 비올레타를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배역과 딱 어울려 감동이 배가 됐을 것이다. 슬프지만 여주인공은 매력적이고 볼 일이다.

p235 그녀의 장례식에는 타인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흥미만 있을 뿐이리라는 말처럼 불온한 흥미만 가득 가진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정작 그녀의 관을 따르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페르고 백작이다.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마지막 장면처럼 참회와 화해의 시간도 없이 쓸쓸하게 죽어간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지켜준 것은 전 애인인 뒤마 피스도, 그녀에게 일곰 개의 서랍이 달린 경대를 선물한 일곱 명의 애인도 아니었다. 마리 뒤플레시는 파리 3대 묘지 중 하나인 몽마르트르 공동묘지에 묻혔다.

p246 제르몽은 그저 아들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봐 곧 죽게되는 아들의 애인에게 ‘사실 나 너희의 사랑을 인정하려고 했다.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라고 변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p256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악가들이 늘 이야기하는 고음의 가장 기본은 릴렉스다. 고음을 잘 내기 위해서는 성대를 길고 얇게 늘린 뒤, 성대 표면의 점막을 잘 펼쳐 살짝만 떨게 해주어야 한다.

p260 번스타인은 기성세대 사이에 만연한 시대적 사상에 쉽게 휩쓸리지 않았다. 스스로 공공연하게 공산당이라고 이야기한 데다, 당시 미국에서 은근히 미움받던 유대인이자 소문난 동성애자로서 반항의 모든 조건을 지닌 환벽한 시대의 타깃이었다.

p275 볼테르는 이 소설로 반박과 주장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었던 이해와 동조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집필된 지 300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읽히는 프랑스 풍자문학의 대표작이 되었다. 이야기는 참으로 생명력이 길다

p289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는 그의 역작 비너스의 탄생에서 이방의 여신 비너스를 빨강머리로 그려냈다. 구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난교가 성행하는 아스다롯 신전에서 죄를 범하는데, 이 신전의 여주인 비너스를 보티첼리는 빨강 머리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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