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제3판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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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작가 : 신영복

번역 : 

출판사 : 돌배게

읽은날 : 2018/11/02 - 2018/11/23

분류 : 일반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 이후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20여년을 감옥에서 보냈던 신영복 선생님의 옥중 서신...

한편 한편을 명상록이나 논어 읽듯이 읽어갔다.

검열때문이었을까? 울분이나 억울함 이런 글은 보이지 않고, 세상을 관조하는 내용이 정말 많다. 

그렇다고 내탓이오 이런 글도 없다. 

글 초반에 나오는 어린아이들과 어울렸던 2년간의 생활을 보면 평소 신영복 선생님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게 느껴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어린아이가 만들었던 동요에서 '주먹 높이 들고...'같은 문장이 인혁당 주동자라는 증거로 제시된다는 것...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형수님과 계수님께 보내는 편지(특이하게 형이나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가 거의 없다)는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과 자신의 삶에 대한 반추가 가득 담겨있다. 

중간중간 나오는 선생님의 엽서 그림은 재주많은 사람의 재능을 보여준다.


책이 나오면 거의 빠지지 않고 사서 읽는 작가가 있다. 

유시민, 유발 하라리, 알랭 드 보통같은 작가들... 그리고 신영복 선생님..

이제 나를 사색에 잠기게 그 멋진 글을 더 볼 수 없어서 아쉽다..



p24 세상이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다 

p26 농촌에서는 강한 아이만이 어른이 될 수 있다. 살아남은 그 어른들을 보고 성내 사람들은 농촌 사람들이 무병하고 건강하다고 말한다 

p46 여기서 '주먹 쥐고'라는 것은 국가 변란을 노리는 폭력과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추궁을 받았다 

p53 감옥에 들어오기 전에도 한 번씩 읽은 책이지만 책이란 자기가(독자가) 변하면 내용도 변하는지 다른 느낌을 받는다 

p54 이 무의미하고 단조로운 나날의 반복속에서 수감자들은 모든 동작과 사고가 기계처럼 습관화되어버린다 

P71 깨끗한 옷으로 은근히 웃고 있는 사진은 그만큼 나의 심신이 건강하다는 것이 된다 

P80 이곳 벽돌담 속의 이방지대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P85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 함은 사침하여야 사무사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122 어린이들에게 이사는 낭만과 행운의 신대륙이었습니다. 

P135 지족, 안정을 얻기 위하여는 지족, 안정을 닦으라는 가르침이 그 형식논리에 있어서는 순환론의 모순과 동형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이는 쌀을 얻기 위하여는 벼를 심으라는 당연한 이치를 그 내용으로 담고 있다고 믿습니다.  

p139 비록 여름이 아니더라도 저는 책에서 무슨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설령 책에서 무슨 지식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태를 옳게 판단하거나 일머리를 알아 순서 있게 처리하는 능력과는 무관한 경우가 태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p140 이름은 나중에 붙는 것, 지식은 실천에서 나와 실천으로 돌아가야 참다운 것이라 믿습니다.  

P177 이기를 생산한다기보다 필요 그 자체를 무한정 생산해내고 있는 현실을 살면서 오연히 자기를 다스려 나가기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P190 영위하는 일상사와 지닌 생각이 한결같지 못하면 자연 생각이 공허해지게 마련이며, 공허한 생각은 또한 일을 당함에 소용에 닿지 못하여 한낱 사변일 뿐이라 믿습니다. 

P197 그러나 그 정교를 극한 솜씨가 우리의 생활에 보태는 도움에 있어서는 수레의 바퀴를 짜는 한 평범한 목수를 따르지 못함은 물론입니다. 

P200 담 넘어 날아든 무심한 나비 한 마리가 펼쳐보인 봄의 뜻은 이곳에는 꽃나무가 없어 봄조차 가난하다던 푸념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가를 뉘우치게 합니다. 

P208 욕설은 어떤 비상한 감정이 인내력의 한계를 넘어 밖으로 돌출하는, 이를테면 불만이나 스트레스의 가장 싸고 후진 해소방법이라 느껴집니다 

P222 자료의 평가에 있어서 아버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문자로서 남은 기록의 한계와 기록의 담당 계층 여하에 따른 자료의 자의성은 특히 주목되어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P227 세상살이의 순탄치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곳 벽촌 사람들은 기다리는 처를 칭찬하기는 해도 떠나가는 처를 욕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P239 이성에 의하여 감정이 극복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경우도 실은 이성으로써 감정을 억누르는것이 아니라 이성의 높이에 상응하는 높은 단계의 감정에 의하여 낮은 단계의 감정이 극복되고 있을 따름이라 합니다.  

P280 사람은 각자 저마다의 걸음걸이로 저마다의 인생을 걸어가는 것이겠지만, 땅을 박차서 땅을 얻든, 그 위에 쓰러져 그것을 얻든, 죽어서 땅 속에 묻히기까지는 거대한 실천의 대륙 위를 걸어가게 마련이라 생각됩니다.  

P286 관계를 맺음이 없이 길들이는 것이나 불평등한 관계 밑에서 길들여진 모든것은, 본질에 있어서 억압입니다. 

P301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잡초가 된 풀을 뽑는다. 아무도 심어준 사람 없는 잡초를 뽑으며, 벌써 씨앗까지 에비한 9월의 풀을 뽑으며 나는 생각한다.  

P315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P325 도운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빈손으로 앉아 다만 귀를 크게 갖는다는 것이 과연 비를 함께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P373 오랜 징역살이에 이골이 난 꾼들답게 우청한서에 일희일비하는 일없이 묵묵히 당장의 소용에 마음을 쓰되 이를 유유히 거느림으로 해서 동시에 앞도 내다보는 그런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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