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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 - 심리학, 경제학, 교육문화로 읽는 영화 이야기
이승호.양재우.정승훈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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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는 영화에 대한 분석과 지식을 바탕으로 영화감상법의 여러 가지 측면을 제시한다. 심리학, 경제학, 교육문화 측면에서 이른바 '걸작'을 재조명하고 있다. '위대한 영화'가 왜 '위대한'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는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 감상법도 제시하는 셈이다. 우선 어떤 영화가 위대한 영화 반열에 있는가를 '선정'하는 작업은 저자들(3인 공저)의 영화에 대한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많은 독자들과 영화팬들의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저자 자신들의 주관적 의견보다는 이미 대중의 평가와 평론가들의 분석으로 명화 반열에 오른 영화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공감보다는 정확한 영화의 이해에 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선정 작업은 객관성과 대중 설득력을 갖춘 일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저자들은 이 선정 작업에 대한 의견을 한데 모아 이 책의 성격과 발간 취지로 삼았다.

"위대한 영화들은 많다. 하지만 가끔은 왜 그 영화들이 위대한 작품으로 꼽히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평론가들이 먹고살고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브들이 많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정작 영화보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더 좋아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니까. 영화평론가들의 분석들은 대개 고답적이어서 지루할 뿐이지만 6개의 테마를 중심으로 18편의 영화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세 사람이 각자 전문분야인 심리학, 경제학 그리고 교육문화의 시각을 가지고 보는 영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색다른 울림을 준다. 한 편의 영화를 두고 나누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다."

 


 

흔히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수여하는 분야를 보면 연출(감독), 배우, 미술, 음악, 번역, 작품성 등 다양하지만 흔히 최고의 영예인 '대상' 작품을 선정할 때는 종합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라는 자체가 대중성을 띈 예술이기 때문에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상호 대조적인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둘 다를 갖춘 작품을 대상에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대중적 인기를 받은 영화 중 예술로서의 작품성을 따진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영화제에서 상을 주는 방식이고 이에 따른 영화제가 대부분이다. 또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배우들이기 때문에 '남녀 주연상'에 초점이 맞춰지는 예도 많다.

우리 영화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영화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상 수상작도 나왔고, 칸느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는 이미 단골 손님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일제 강점기에 시작한 한국의 영화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해 세계 영화제에서 당당한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어쩌면 영화 산업 자체가 경제력에도 비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날 갑자기' 최고 대우를 받은 것이 오히려 얼떨떨한 느낌마저 준다. 물론 영화계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받았어야 할 상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영화계의 경사는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기뻐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영화가 다른 예술과는 다르게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음악, 미술 등의 예술과는 다른 종합예술이라는 측면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계와 돈에 의존하는 요소가 내포된 예술이라서 '상업성'이라는 뗄 수 없는 요인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 20세기 가장 화려한 예술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 분석을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하고 있다. 심리, 경제, 교육문화 분야다. 먼저 심리적 측면에서의 분석은 오늘날의 영화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대폭이 아닌가 한다. 현대인들은 1차 산업혁명부터 시작된 눈코뜰 새 없이 빠른 격변의 사회에 적응하는 데 고통스러워 한다. 이른바 일과 삶에 대한 걱정이 새로운 스트레스로 부상하면서 심리 갈등 해소가 삶의 한 부분이 될 정도로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 역시 표현하려는 방식이 '심리'의 흐름을 추적하는 전개를 갖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책을 접하면서부터 일어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8편의 위대한 영화 중 첫 번째 작품은 「동주」이다. 이준익 감독, 강하늘(윤동주 역), 박정민(송몽규 역) 주연의 흑백영화로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시인 '윤동주'에 대한 서사다.

영화 「동주」는 일제 강점기에 한글 이름으로 유학을 갈 수 없어 창씨 개명을 해야 했고, 한글로 쓴 시를 출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던 시대를 살았던 윤동주 시인의 삶을 보여준다. 마치 그 시대를 보여주는 듯 흑백영화로 만들었던 것도 이준익 감독의 강점기의 억압된 심리를 보여주는 '신의 한 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에서나 실제로나 시(詩)보다 독립운동을 중요하게 생각되는 송몽규는 동갑의 친한 친구이면서 동주를 한없이 부끄럽게 하는 존재다. 인간 윤동주를, 나라를, 모국어를 빼앗긴 시인으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케 하는 작품이다. 동주는 친한 친구이면서 항상 자신을 앞서가는 몽규에게 유일한 필살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문학이다. 이것만큼은 몽규에게 밀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람은 몽규. 이렇게 되니 공부에 이어 문학까지 몽규에게 졌다고 생각하는 동주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런 심리 묘사를 하기에 컬러보다는 흑백이 더 어울렸음직하다는 사실은 영화인이 아니어도 알 수 있지만 과감히 컬러, 그것도 디지털 컬러시대에 흑백을 결정한 이준익 감독의 심리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영화 스토리의 전개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부분 알고 있다. 거기에 크게 어긋남이 없이 기존의 다른 영화와 차이점을 주기에는 주인공 동주의 심리를 좇아가는 게 훨씬 스토리가 흥미로웠을 것이라는 느낌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만 가졌을까?

 


 

이 책은 「동주」를 세 가지 분야 중 '심리'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있지만 경제와 교육문화 분야도 함께 아우르고 책을 통해 분석,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당초 계획대로 6개 테마(자아, 가족, 사랑, 인생, 죽음, 행복)로 나누고 각 테마별로 세 작품씩 모두 18편의 영화가 등장한다. 또 한 개 영화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과 조명이 이루어지지만 「동주」는 첫째 항목 〈자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테마가 맞춰져 있다. 심리적 분석이 적절한 작품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물론 경제, 교육문화 측면에서 분석과 감상과 함께 이어진다. 같은 테마 '자아'의 다른 영화엔 「와일즈」가 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여우주연과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2015년 장 마크 발레 감독이 만들었고, 리즈 위더스푼(셰릴 스트레이드 역)과 로라 던(바비 역)이 주연을 맡았다. 삶에 대한 유일한 희망이었던 엄마마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셰릴. 그녀는 이혼과 마약 등 방황에 방황을 거듭하다 우연히 눈에 띈 수천 킬로미터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인 PCT(Pacific Crest Trail)를 걷기로 결심한다.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그녀는 이 도전을 통해 삶에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이 영화는 자아의 심리적인 면을 들여다본다. 또 셰릴의 트레일 도전을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분석한다. "경제학이란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학문'이다. 소위 인풋 대비 아웃풋이 매우 중요시 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단 경제학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는데, 인간은 매우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즉 쓸데없는 감정을 배제한 채 수학적으로 가장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 부르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성적 판단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갑작스러운 감정에 휘말리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의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학문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극한의 도전으로 자아 찾기에 성공하고 결국 다큐멘터리 PD와 결혼도 하고 행복한 삶을 예정하고 있다는 행동경제학의 논리로 이 영화를 분석하고 있다.

 


 

세 번째 테마 〈사랑, 첫 사랑과 마지막 사랑 사이 그 어디〉란 제목에서 「오만과 편견」이 주목을 끈다. 독자가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까지 봤던 작품이어서다. 1813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원래 이 작품은 당시 영국 사회의 결혼 풍습을 풍자하는 소설이다. 오스틴의 창작 목적(?, 작품 주제)는 당시 남녀, 특히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이 '결혼에 이르는 길'에 대한 심리적, 사회적 매커니즘을 밝히고 비판하는 데 있었다. 이 작품의 유명한 시작 부분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영화 「오만과 편견」은 조 라이트 감독, 키이라 나이틀리(엘리자베스 베닛 역)와 매튜 맥퍼딘(미스터 다아시 역)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평화로운 19세기 초 영국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시작한다. 다섯 딸을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다섯 딸이 함께하는 '베넷가'는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된다. 그러던 어느날 대가문의 신사 '다아시'가 찾아오게 되고, 베넷가의 둘째딸 '엘리자베스'는 그와 사랑의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가문과 체면이 뒤엉키는 혼란 속에서 그들은 과연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19세기 초 신분 차이와 계급사회를 넘어선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남주인공 다아시는 잘생기고 귀족 가문에다 재산이 넘친다. 그래서일까. 그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하며 조금은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다.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평범한 가문인데도 기가 죽어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주체성과 미모, 쾌활함이 넘친다. 원작 소설은 당시 남녀의 사랑보다는 정략적 결혼의 문제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당당한 엘리자베스의 말에서 우리는 똑똑하고 주체적인 당시로서는 '신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깊은 사랑 없인 나도 결혼 안 해."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어린 시절. 집 천장에는 밤마다 쥐들이 뛰어다니며 운동회를 열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화장실이 급해 눈을 뜨니 반짝하며 쳐다보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쥐였죠. 녀석과 눈이 마주친 순간 소름이 돋아 이불을 다시 뒤집어썼습니다. 이후 결심을 하였습니다. 어른이 되면 쥐가 없는 아파트에서 살리라. 쥐 잡는 용품 구입. 라면박스 위에 미끼인 사과 한 알을 놓고 주변에 끈끈이를 잔뜩 뿌려놓았습니다. 새벽 무렵 다시 소리가 납니다. 불을 켜니 눈앞에 드러난 전경. 두 마리의 쥐가 접착제에 붙어 허우적거립니다. 먹이를 구하러 왔다가 봉변을 당한 입장. 지켜보았습니다. 한참이나. 벗어나기 위해 털이 뽑히면서도 발버둥치는 녀석들. 그 속에 내가 보였습니다. 살기 위해 악다구니를 하는. 영화 속의 그녀도 그러하였습니다. “내가 왜 이 힘든 길을 걷고 있는지 하루에도 몇 십번이나 자문하였지.”(p.32~33) - 「심리편」 중에서

 

셰릴은 94일간 총 1,770km를 걷는다. 무려 6개나 되는 발톱을 희생하며. 경제적으로 이러한 행동은 그녀에게 아무런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아니 성과는커녕 오히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돈까지 다 써버리게 되니 경제적으로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의 막바지에는 이런 걱정까지 하게 된다. “300마일(약 483㎞) 정도 남았어. 제발 끝났으면 좋겠어. 하지만 두렵기도 해. 그게 끝나면…. 내 이름 앞으로 200원밖에 남지 않거든. 그래도 계속 살아야겠지. 하지만 아직 전혀 준비되지 않았어.” 하지만 행동경제학적으로 보게 되면 그녀의 선택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아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다시 힘을 내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격려와 위로, 그리고 믿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당장의 경제적 성과가 아닌,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일시적 멈춤이 그녀에게 더 중요했던 거라 할 수 있다.(p.52) - 「경제편」 중에서

 

많은 자기계발서는 ‘계속 무언가를 하라’고 한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하라고. 한때는 승자와 패자라고 구분 지어서 이러면 패자다, 그러니 계속 ‘이렇게’ 하라고 했다. 산업사회 이래로 게으름은 악이었다. 이젠 게으름을 즐기며 생활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을 때리는 시간이 현대인에게 필수다. 시청 앞 광장에서 멍 때리기 대회도 열리는 시대다. 오늘은 어떤 멍을 해볼까.(p.57~58) - 「교육문화편」 중에서

 


 

저자 : 양재우(차칸양)

경제인문학자이자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로서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를 모토로 일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자신하며, 스스로를 대상으로 그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일반인 스스로 경제뿐 아니라 경영, 인문적 관점에서의 삶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에코라이후 기본 과정>을 9년째 운영해 오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경제 기본기 습득 프로그램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돈습관)>도 진행하고 있다. 일반기업, 도서관, 공공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진행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문배움공동체 ‘숭례문학당’의 경제 멘토로도 활약 중이다. 구본형변화경연구소 4기 연구원 출신으로 『소심야구』(2012년),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2013년), 『평범한 사람도 돈 걱정 없이 잘 살고 싶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2019년),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2020년)』 외 1권(공저)을 출간했다.

 

저자 : 이승호

‘나의 목소리로 세상을 밝게 합시다.’ 사명 선언문 기반 글과 강의라는 천직에 업을 걸고 있다. 인간 행위에 대한 관심으로 대학에서 심리학을, 대학원에서는 여가학을 전공. 방문판매 기업체에서 약 20년 현장 영업과 교육 파트를 경험하였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을 통해 나의 이름으로 된 첫 번째 책 『여자는 알지만 남자는 모르는 20가지』(2013년)을 출간하였고, Dale Carnegie 리더십 강사, 전문코치 자격증 등을 바탕으로 인간, 자연, 힐링, 치유, 명상, 감성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데일 카네기 코리아, KT&G, KMA 한국능률협회, LG생활건강 등 기업체 및 서울시 50플러스, 서울시 식생활 종합 지원센터,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 복지관, 도서관, 평생교육원 외 출강 중이다.

 

저자 : 정승훈

자칭 디지털 미디어 문화학자.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2008년 그림책 등 독서강의를 부모 대상으로 시작하고 미디어로 분야를 확장한 14년차 프리랜서 강사이며 강사와 기관을 연결하고 강사를 양성하는 스마트에듀빌더 대표다. 뒤늦게 다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화협동과정 석사 졸업을 하고 2021년 박사 과정 중이다. 교육과 문화에 관심이 많고 독서와 미디어를 융복합한 기획을 하고 있다. 2020년 길 위의 인문학으로 <원작이 있는 그림책> 강의를 영천도서관에 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11기 연구원으로 인문학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책도 출판했다. 저서로는 『학원 없이 살기』(2013), 『불안을 주세요 안심을 드립니다』(2020), 『0~7세 공부 고민 해결해 드립니다』(2020), 『문화로 크리에이터』(2021) 공저가 있고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2020) 단독저서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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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강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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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세이를 읽다 보면 어디선가 읽은 듯한 느낌이 책들이 종종 있다. 독자는 이 책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을 읽으며 그런 느낌을 받았다. 왜 그랬을까? 쉽사리 '아, 그 책!'이란 생각은 없이 막연한 느낌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한참을 읽다 드디어 이유를 알게 됐다. 읽었던 게 아니고 경험했던 게 아스라한 추억속에 잠겨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부터는 읽기도 이해하기도 쉽고 공감도 컸다. 한두 편의 시처럼 짧은 글들이 이렇게 강렬하게 기억속에 남아 있었구나! 하며 감탄도 했다. 그것은 연애할 때 감정도 있었고, 결혼 후의 느낌도 복합되기도 했다. 그렇게 가슴속에서 사라져갈 기억들이, 사랑의 행복한 느낌들이 하나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책이 독자에게 준 선물 같은 일깨움이었다.

이 책은 독립출판계에서 폭발적 사랑을 받고 입소문만으로 단행본 중쇄를 거듭한 저자 강송희의 에세이라고 한다. 저자의 기존 두 권의 저서 『어느 날 뚜벅이가 걸어왔다, 말을』과 『외로운 것들에 지지 않으려면』에서 글을 추렸다. 이에 40여 편의 새로운 글을 더해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소장가치를 높여 출간한 '개정증보판'이다. 여러 번 읽고 곱씹어도 감성이 깊게 배어 나오는 글에 수만 명의 애독자가 지금껏 꾸준한 사랑을 보내와 가능한 일이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5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저자의 더욱더 따스해진 온도를 함뿍 담아, 기존의 독자뿐 아니라 사랑을, 상처를 위로받고 싶은 모든 이들이 기댈 수 있는 한 권의 멋진 에세이집이 나온 것이다. 저자는 이미 출판계에서도 소문난 유명 작가가 됐다. “두 번, 세 번 읽어도또 읽게 되는 마성의 책입니다.”는 독자평이 그 증거이다.

 


 

이 책은 표지에 '에세이'라고 씌여 있어서 에세이로 통용되는 것이지 내용이나 글은 시(詩)처럼 응축되고 간결하다. 또 길이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길고 짧음도 자유자재다. 길다고 결코 혼잡하지 않고 짧다고 부실하지 않다. 꼭 필요한 단어만 사용해 적재적소에 넣은 것을 보면 시에 가깝다. 어떤 내용은 '이게 저자의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사랑이 드러나 보이기도 하지만 은유와 상징으로 필요없는 말, 덧대는 글이 없다. 이는 저자의 글솜씨에 따른 것이겠지만 저자는 사랑도 시인처럼 했구나 싶기도 하다. 한 예로 「당신의 밤하늘」이란 제목에서 저자의 사랑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추측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마음을 이렇게 온통 밤하늘을 가득 채운 수많은 별(은하수)처럼 채워질 수 있을까.

 

옥상에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그랬다면 계단을 오르는 동안

차오른 숨을 두근거림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두컴컴한 공간을 비추는 달을 향해

고개를 들지 않았을 것이다.

 

또 그랬다면, 밤하늘을 메운 은하수를

눈에 담지 못했을 것이고

 

당신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사랑의 몇 가지 정의」에서 속내를 내비친다.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를 쓰고 있다. 저자에게 사랑이란 이렇게 다정하고 아늑한 느낌이며 알 수 없는 안온함을 가져다 준다. "볼을 쓰다듬기 전 먼저 뺨을 손바닥에 가져다주는 것, 눈이 마주치기 전부터 입꼬리가 함께 올라가는 것, 흑백사진을 찍어도 따듯하게 출력되는 것." 그렇게 사랑해야 진짜 사랑이라는 듯 저자는 애틋하고 진한 사랑의 마음을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에서 그려낸다.

 

매일 밤,

당신은 내 마음의 문턱을 스스럼없이 넘는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열고 들어와,

홀로 덩그러니 있는 네게 손을 내민다.

 

그러면 나는 밤새,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나는 어떤 의미인지,

당신도 아주 가끔은 내 생각을 하는지.

 

말없이 웃는 당신을 보며,

나는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을 깨닫는다.

길고 긴 밤이어도 좋다는 마음을 깨닫는다.

당신이 찾아와 웃어준다면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내게 빛은 당신의 미소 하나면 충분하다고.

 

 

함께 있을 때와 이별 후의 감정도 명백하다. 저자는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함께의 의미」에서 "그 사람과 네가 하나 된 것 같은 느낌은, / 열기 어린 체온을 나눌 때만 아니라 // 곤히 잠든 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을 때, / 뒤척이는 너를 돌려 머리를 맞댈 때, / 혹여 네가 잠에 깰까 /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덮지도 걷어내지도 못한 채로 / 잠이 들 때. // '우리는 함께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함께한 사랑이 떠난 후 이별의 아픔은 「후회」에서 드러난다.

 

곁에 있을 땐 이해하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이해하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것들을,

상대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후회라고 부른다.

 


 

뒤늦은 후회는 아픔만 남을 뿐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적어도 저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실패에 대해 자세를 가다듬는다.

 

상대보다 나를 더 먼저 살피게 되었으며,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해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가 아픈 것이 싫어졌다. 그래서 실은 마음 한구석 온전히 그 사람 생각뿐이더라도, 내 시간 속에 나를 잠시 가둔 채 상대를 방관하는 법을 터득했으며, 그것이 상대를 마주함으로 상처받는 내 모습보다는 적어도 덜 초라하다고 믿게 되었다. 무엇이 정답이닞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씩,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의 무언가가 늘어갈 것 같은 기분이다.

- 「무엇보다 내가 아픈 것이 싫어졌다」 중에서

 

'열린 사고'라는 건 그런 것 같아. / '실패'를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가령 무엇에 도전한다고 가정하고, 그것이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는 거지. / 만약 '이것이 실패한다면 내가 쏟은 시간과 돈은 누가 보상해주지?'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상대적으로 닫혀 있다고 보는 거야. / 반대로 '이것이 실패한다면 나는 실패를 경험한 것이고, 실패 직전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이 나의 재산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열려 있다는 말이지. /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가' 하는지는 더 중요해. / 똑같은 실패일지라도 누군가에겐 그저 씁쓸해하며 지나칠 수많은 날 중 하루일 테고, 누군가에겐 값진 경험으로 기록될 테니까. / 이렇게 보니 우리 인생에는 실패가 없겠다. 그치?

- 「실패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전문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1장 〈온 밤은 한없이 너의 쪽으로 기울고〉, 2장 〈외로운 것들에 지지 않으려면〉, 3장 〈상처가 스미는 시간을 위한 말들〉, 4장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요〉이다. 사랑과 시간의 흐름이 함께 기울고(헤어지고), 추스리고, 살아가는 일을 염두에 두는 구성을 보인다. 저자는 책의 뒷 부분 〈작가의 말〉을 통해 "나이가 든다고 하여 내면이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많아질 때마다 고개를 숙이게 된다."며 "그저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져서 무덤덤하다고 겨기며 살아갈 뿐, 우리는 사실 지금도 서툴고 어리숙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힘든 것은 여전히 힘들고, 아주 작은 상처에도 쉽게 무너지곤 한다."고 말하고 "어쩌면 아파보았기에, 그 아픔이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하는지 알고 있기에 더 겁쟁이가 되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라며 되뇌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반드시 출구는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음을 강조한다. 빛이 없다면 어둠이 없다는 것을 이제 조금 믿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그 믿음의 중심에는 늘 사랑이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도, 나를 사랑하고 타자를 사랑하는 과정은 고단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을 일이라는 '삶의 진리'를 깨달아가고 있음을 슬며시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저자 : 강송희

 

새벽산책과 간절기의 냄새, 그리고 올바르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불안과 걱정으로 물든 밤에 문득 들여다보고 싶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에세이, 동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단단히 뿌리내리는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어느 날 뚜벅이가 걸어왔다, 말을》, 《외로운 것들에 지지 않으려면》, 《쉿! 세종대왕님이 보고 계셔!》(2018년 KB 창작동화제 입선), 《당신의 기억을 팔아드립니다.》(2019년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제3회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 작품상), 《열애설의 탄생》, 《자꾸만 네가 보여》, 《파 드 트루아(Pas de trois)》, 《소유의 밤》 등을 썼으며,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삶과 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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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구단 DNA - 메쎄이상의 코로나19 극복기
조원표.이상택.김기배 지음 / 하다(HadA)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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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터진 2020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거의 모든 기업이 매출 감소, 적자경영, 감원 등 회사 축소로 허덕이고 있을 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연봉 인상, 회사 규모 확대, 흑자경영인 회사가 있다. 전시 전문업체 '메쎄이상'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시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인 2020년에도 감원·감봉 없이 흑자를 내고 전 직원에 연말 보너스를 지급했다. 이 회사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지난 2007년 ‘경향하우징페어’ 인수로 전시업계에 뛰어들어, 10여 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간 전시회사로 성장한 메쎄이상의 '고군분투기'가 이 책에 담겼다. 『외인구단 DNA』다.

이 회사는 ‘무슨 전시회사를 100억원 넘게 주고 인수하느냐’며 업계에서 ‘호구’, ‘바보’ 소리를 들었던 사업 초기의 위기도 넘겼다. 피인수기업 직원들은 갈등만 빚다가 떠나고,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은 휘청거렸다. 시행착오 끝에 얻은 비싼 교훈은 브랜드와 디지털화가 고루한 전시산업의 돌파구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과감한 홍보전략으로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고객 데이터를 집적·분석할 IT 툴을 개발했다. 직원들의 암묵지에 의존하던 전시기획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업무로 바뀌면서 회사는 성장곡선을 그리게 된다. 메쎄이상은 문과 출신이 대부분이다. 데이터 분석 도구는 IT 전문가가 만들지만 이를 이용해 트렌드를 빠르게 분석해 전시를 기획하는 데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문송’한 ‘고인물’들로 가득한 올드한 산업에서 혁신을 꿈꾼다면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B2B 보증사업으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회사, '이상네트웍스'는 수많은 언론과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벤처기업이었다. 메쎄이상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이상네트웍스 조원표 사장은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닷컴과 협업하던 중 아주 이상하고 생소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닷컴이 오프라인 전시회를 여는 모습이었다.

“최첨단 전자상거래 회사가 왜 전시회를 하는 건가요? 오프라인 전시회와 알리바바닷컴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이 의문에 대한 중국측 담당자의 대답은 전시업계의 판을 뒤흔든 메쎄이상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07년 경향하우징페어를 인수하며 전시업계에 뛰어든 메쎄이상은 13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간 전시회사로 성장했다. 「코리아빌드」, 「케이펫페어」, 「코베베이비페어」, 「핸드아티코리아」 등 메쎄이상이 운영하는 전시회만 60여 개다. 이들은 ‘전시장은 공공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내 최초의 민간 전시장 시대를 열었고, 2023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서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외 전시장을 직접 운영하게 됐다. 전시업계에 진출한 지 고작 10여년 만에 어떻게 메쎄이상은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메쎄이상은 그 힘을 ‘이상 DNA', '외인구단 DNA’라고 부른다.

 


 

메쎄이상 사람들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기어코 해내고, ‘그정도까지 할 필요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일을 밀어붙이기를 즐겨한다. 이들의 ‘외인구단 DNA’는 모든 것을 멈추게 했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시회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그 힘을 증명해 냈다. 어느날 불쑥 전시업계에 들어와 ‘호구’, ‘바보’ 소리를 듣던 메쎄이상이 전시산업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메인스트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이 책 『외인구단 DNA』에 담겨 있다. 단순히 ‘전시를 잘 하는 회사’가 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넘어 전시업계의 글로벌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상한 이야기’. 이들의 기이한 상상이 『외인구단 DNA』를 통해 펼쳐진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 「전시산업의 청개구리」를 시작으로, 1장 「수상한 등장: 전시회를 사들이는 낯선 사람들」, 2장 「의아한 방향: 온라인에 목숨 거는 오프라인 기업」, 3장 「남다른 문화: 엉뚱한 선택, 신기한 궁합」, 4장 「독특한 인재: 외인구단 DNA」, 5장 「생소한 운용: 안정 속의 성장」, 6장 「기이한 상상: 전시산업의 진화와 미래」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우리들의 외인구단, 모두의 DNA」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메쎄이상이 전시회 사업을 시작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낸 일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저자 3인이 모두 현 경영진이어서 상황중계하듯 실감나게 쓰였다. 어쩌면 기자 출신도 있어서인지 글맛도 좋다.

 


 

'코로나 극복기'란 부제가 붙여졌지만 가장 큰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오면서이다. 전시사업이라는 것이 수많은 기업과 관련 사업자 혹은 바이어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인데 코로나 팬데믹은 과연 '날벼락'이었다. 이른바 「코리아빌드」 개막이 딱 10일 남은 2020년 2월 16일 오후.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 진동이 유난히 크게 울리렸다. 참가기업 A사 대표에게 결려온 전화였다. 코로나 19의 심각성을 말하는 그는 정부에서 실내외를 불문하고 모든 모임의 중단을 지시했다는 말을 전한다.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메쎄이상은 생각했다. 메쎄이상에게 전시회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사옥 1층 강당에서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강행'을 결정했다. 전 직원이 나서 전화로 전시회 강행을 전달하고 항의 전화로 직원당 하루 평균 200여통의 전화로 목이 쉴 때까지 읍소, 격려, 욕설 등을 뚫고 최소 규모의 부스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심각해져 가던 코로나 19 상황이 '신천지' 사태로 우리나라에서 본격 점화되면서 우리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물론 전시회장 킨텍스 측에서도 '취소'를 종용해왔다. 참가기업에게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정작 문제는 신뢰의 문제였다. 참가기업에게 큰소리 쳐놓고 하루 전날 '취소'한 데 따른 뒷얘기를 감당하기 어려울 터여서다. 메쎄이상 사장은 전 직원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이번 일은 완전 실패했지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코로나19로 직원 감축이라든 연봉 감액 등의 조치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우선 내부를 안정시켰다.

 

 

IT 개발 직원들의 노력으로 모든 오프라인 전시회 참가업체의 제품을 동영상으로 검색할 수 있는 링크온(Link-on)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링크온은 앞으로 알리바바닷컴과 같은 최고의 B2B 마켓플레이스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또 건축박람회의 모든 내용을 유튜브로 관람할 수 있는 '고홈TV'도 시작했다. 가장 큰 성과를 O2O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메쎄이상은 코로나 19를 2년 넘게 사업을 발전 지속시켰다. 물론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 직원의 노력과 코로나 첫해인 2020년은 앞서 말한 킨텍스 진행 예정이었던 「코리아빌드」만 취소했을 뿐 다른 모든 전시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무려 50회나 되었다.

전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오히려 가장 많은 전시회 개최 기록이다. 덕분에 다른 모든 전시 회사가 적자를 냈지만 유일하게 메쎄이상만 흑자경영을 이어갔다. '우리 회사에 취소라는 옵션은 없음을, 전시회 연기는 안중에도 없음'을 선포했다. 아울러 전 직원 연봉을 150%~200% 인상 조치했다. 가장 어려운 때 함께 최선의 노력을 해준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었다. 메쎄이상은 성공 이유에 대해 "메쎄이상은 외인구단 DNA가 있다. 우리들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기를 좋아한다. '그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일을 밀어붙이기를 즐겨 한다. 우리들은 일류 인재를 뽑아 일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달프지만 간절함을 갖고 있는 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오늘보다는 내일을 꿈꾸는 조직을 만들고자 힘써 왔다."며 성공의 이유를 직원들의 노력으로 돌린다.

 


 

10여년 전 전시업계에 불쑥 들어온 메쎄이상을 많은 사람들이 '청개구리'처럼 쳐다봤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하는 결정, 우리가 일하는 방식, 우리가 향하는 문화가 기존의 전시업계 관행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청개구리 한 마리가 전시업계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회사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전시산업의 메인 스트림을 넘어, 글로벌 주역으로 발전하고 하는 꿈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상한 이야기'가 이 책에 쓰여 있다. 조원표 사장과 회사 직원들의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우리들이 민간은 할 수 없는 사업, 공공기관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시장이라는 전시장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단 한 번도 민간이 시도하지 않은 사업, 누구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전시장 운영사업에 메쎄이상이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전시업계에 또 한 번 파란을 일으켰다. 2020년 7월, 우리 회사는 ‘수원메쎄’라는 전시장을 건립했다. 전시장 내부 크기는 9,080㎡, 위치는 우리나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수원역 근처이다. 우리가 전시장을 건립하겠다고 하자 대부분은 “미쳤다”, “의욕이 앞선다”고 말했다. 말도 안 된다는 얘기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메쎄이상이 망할 때가 됐다고 농을 쳤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우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하니 ‘외인구단 DNA’를 가진 우리에겐 더욱 매력적으로보였다. ‘남이 할 수 없다면 내가 하겠다,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가 잘하면 대박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p.258~259)

 


 

저자 : 조원표

현 ㈜메쎄이상 대표이사, 전 동아일보 기자, 전 이상네트웍스 대표이사.

2000년 벤처붐이 한창일 때 언론인의 꿈을 접고 벤처를 시작했다. ‘전자상거래보증제도’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해 기업 간 전자상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그 덕분에 ㈜이상네트웍스를 B2B전자상거래 사이트로서는 국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경향하우징페어 인수합병으로 전시산업에 발을 디딘 후 지금은 ‘전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 : 이상택

현 (주)메쎄이상 부사장 전 (주)이상글로벌 대표이사.

전시회를 주최하고 있지만, 생뚱맞게도 전공은 법학이다. 20대 후반,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작은 벤처회사를 공동창업하여 신용카드결제시스템을 기획·개발하다가, 회사를 옮겨 B2B전자상거래 회사에서 상품기획과 영업을 했다. 2011년부터 이상그룹에 합류하여 알리바바닷컴 한국팀 업무, B2B전자상거래 업무를 거쳐 지금은 전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 나는 뭘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시스템을 진단하고 로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평가받으려고 노력한다.

 

저자 : 김기배

현 ㈜이상네트웍스 대표이사.

김순복 님과 이영자 님의 아들로 52년 전에 태어났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 허양미 님의 남편이 되어 딸 김가원과 아들 김종성의 아빠로 22년째 살고 있다. 역사학이나 철학 같은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입시원서 쓸 때 갑자기 먹고 살아갈 걱정에 영문도 모르고 회계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단맛, 쓴맛 다 맛보고 나서야 2003년 이상네트웍스에 합류하였다. ‘경영은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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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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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통하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자신의 세계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한 사진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을 조명해낸 이 책은 창고에 케케묵은 필름에 빛을 가함으로써 그의 예술혼과 사진 열정을 독자들에게 보이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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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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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비비안 마이어』는 한 사진 작가의 단순한 전기(傳記)처럼 보이지만 전기보다는 예술가의 '작가론'을 쓴 것이다. 일생을 조명함으로써 예술관부터 그의 예술세계를 규정할 수 있는 책이다. 사진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는 만큼 생애가 제대로 알려진 것도 없다. 이 책의 저자 앤 마크스의 집념이 없었다면 우리 앞에 그의 예술은 물론 삶도 묻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미국 시카고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사진으로 비비안 마이어는 순식간에 ‘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남긴 놀라운 작품과 베일에 싸인 삶은 곧바로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비비안은 생전 자신의 과거를 워낙 깊이 감추어 그와 함께 살던 고용주들도 그가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부모나 형제자매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지 않았는지, 왜 현상도 하지 않은 수많은 필름들을 창고에 그대로 방치해두었는지 누구도 답할 수 없었다. 앤 마크스는 창고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8톤의 잡동사니와 작가의 개인적 기록을 샅샅이 훑고, 프랑스 시골 마을과 뉴욕의 문서 보관소를 뒤졌다. 저자는 14만 장에 이르는 아카이브에 접근할 유일한 권한을 프랑스 재판관으로부터 허락받아 이 미스터리한 사진 작가의 유일무이한 초상화를 완성해냈다. 치밀한 조사와 끈질긴 추적 끝에 이 책은 혼외자, 중혼, 부모의 방임,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 질환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를 밝히고 있으며, 그 굴레에서 빠져나와 독립적이고 진취적으로 자기 삶을 구축해나간 한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를들려주고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의 초기 작품부터 대표작을 아우르며,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주제와 기술, 장비에 대한 설명은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가장 친절한 작품 해설처럼 다가온다. 비비안 사후의 작품 소유권과 처리 방법을 둘러싼 논쟁 및 그에 얽힌 오해들까지 풀어줌으로써 비비안 마이어의 팬들이 그의 작품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책이 바로 이 책 『비비안 마이어』다. 독자의 사진 예술에 대한 무지를 일깨워줄 이 책을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책에 따르면 2007년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 나온 상자가 미국 사진계를 발칵 뒤집어놓고 전 세계에 ‘비비안 마이어 현상’ 이라 불러도 좋을 열풍을 일으키기까지, 모든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극적으로 전개되었다. 자신이 집필할 책에 실을 자료 사진을 구하기 위해 경매장에 들른 청년은 사진과 네거티브 필름,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현상조차 하지 않은 필름들로 가득한 상자를 구매한다. 시험 삼아 인화해본 사진들에 매료된 청년은 그중 몇 장을 인터넷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렸고,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무명 작가의 작품에 열광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작가의 작품과 삶이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강연과 전시가 열렸으며, 베일에 싸인 작가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되어 수십 개 나라에서 개봉되었다.

 


 

하지만 사진의 주인에게 다가갈수록 더 많은 비밀과 의문이 쌓였다. 프랑스에서 자랐고, 뉴욕과 시카고에서 보모로 일했으며, 극히 제한된 인간관계를 맺었다는 것 외에는 도무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무례하고 오만하며 심술궂은 ‘사악한 마녀’였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중하고 다정하며 책임감 강한 ‘메리 포핀스’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14만 장에 이르는 작품을 남길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그 결과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대부분의 필름을 현상조차 하지 않은 채 상자에 넣어 창고에 방치했고, 창고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다. 가장 친한 지인이나 고용주도 그의 기본적인 가족관계나 성장 배경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었고, 어떤 이는 자신의 보모에게 카메라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사실도 저자의 끈질긴 추적 끝에 밝혀졌다.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이처럼 모순적이고 미스터리한 작가의 삶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겨둔 채 끝을 맺는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앤 마크스는 이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다. 8톤의 창고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잡동사니 가운데 비비안의 흔적을 쫓을 수 있는 단서를 찾고, 프랑스 시골 마을과 뉴욕 문서 보관소를 뒤졌다. 이런 활동 덕분에 어쩌면 비비안이 평생 숨기고 싶었을 집안의 가계도도 완성한다. 저자는 14만 장에 이르는 아카이브에 접근할 유일한 권한을 프랑스 판사로부터 허락받아 비비안의 작품을 그의 삶의 맥락에서 해석할 단초를 마련한다.

 


 

치밀한 연구와 끈질긴 추적 끝에 무심하고 냉담한 겉모습 뒤에 지성과 연민과 영감으로 가득한 인물이 있었다는 것, 자신의 작품을 금세기 사진 분야의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만들 창조적이고 진지한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마침내 비비안 마이어라는,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사진가의 삶과 작품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저자 앤 마크스는 비비안 마이어라는 다층적인 인물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비밀들에 다가서기 위해 가장 먼저 그의 가장 가까운 가족의 가계도를 추적하고 혼외자, 중혼, 부모의 방임,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 질환 등으로 얽힌 복잡한 가족사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비비안의 오빠인 칼 마이어의 존재와 그 불운한 삶을 최초로 밝혀냄으로써 비비안의 사후 유산 처리를 둘러싼 문제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한 바 있는 저자는,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에서 비비안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타협하지 않는 정신에 주목한다. 과거와 과감하게 절연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삶을 유지했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보모 일을 감수했으며, 그 와중에도 비비안 마이어는 그 자신으로 살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1950년 이모할머니가 남기고 간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 비비안 마이어는 그곳에서부터 40여 년간 지속될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박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엄청난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오트잘프의 날카로운 봉우리, 깊은 계곡, 거친 시골 풍경, 무엇보다 독실한 가톨릭 전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지역 사람들과 노동자들의 사진을 찍었다. “과거를 빼앗긴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다”라고 했던 수전 손택의 말이 떠오를 만큼, 이 시절 초기 작품에는 비비안이 처음부터 부지런히 사진 기술을 익혔고, 촬영 대상과 주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증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스 카메라를 정사각형 모양의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는 롤라이플렉스로 바꾼 뒤, 비비안의 작품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급격히 성장한다.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시카고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비비안은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순수한 것, 뒤틀린 것 모두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했고, 도시와 시골의 풍경에서 고유의 대칭과 패턴과 질감을 발견했으며, 그 유명한 자화상 사진들을 통해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박할 수 없는 증거로 세상에 보여주었다. 드디어 예술가로서의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

책에 따르면 비비안 마이어는 카메라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진지한 사진작가를 꿈꾸었다. 그러나 동료 사진작가들과 교류하고, 사진엽서를 만들어 판매하려는 등의 노력과 시도는 어느 시점부터 사라지고, 평생 찍은 14만 장의 사진 대부분을 현상도 하지 않은 채, 상자 속에 던져넣고 창고에 봉인해버린다. 자신의 사진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기로 한 비비안 마이어의 결심은 그의 사후 유산 처리 과정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킨 요소였고, 비비안 마이어의 팬들은 그의 작품을 음미할 때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묘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비비안 마이어를 둘러싼 미스터리 중 가장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을 것만 같은 이 지점에서 앤 마크스는 한편으로는 ‘세상과 담을 쌓은 불운한 천재’라는 식의 납작한 해석을 거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간 언론과 전문가들이 의도적으로 간과해왔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비비안을 옭아매온 ‘저장 장애’와 편집증의 원인 및 그 영향을 재조명한다.

 


 

비비안에게 사진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한 사진 작가가 세상에 대한 자신의 깊은 이해를 드러내고 그 세상에 참여하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고풍스러운 옷차림, 바셀린을 듬뿍 바른 무표정한 얼굴에 단호하고 직설적인 말투, 남성용 구두를 신고 두 팔을 휘저으며 군인처럼 소리 내어 걸었고,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지만 거리를 오가는 이들을 찍을 때면 무례할 정도로 거침없이 돌진했던 사람으로 비비안 마이어를 기억한다. 그러나 비비안 마이어는 오버사이즈 코트 아래에 리버티 오브 런던의 화려한 패턴이 새겨진 블라우스를 입었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다방면의 지식과 놀라운 유머 감각을 보였으며, 카메라에 담은 피사체의 반응에 늘 신경 썼다.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 여성,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메리카 인디언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에게 저장 장애와 편집증의 그늘을 드리웠지만 그 순간에도 사진은 그에게 세상과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였다. 비비안은 그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라도 그 세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증명했다. 저자는 비비안이 남기고 간 유산들, 그의 작품 외에 수많은 녹음테이프, 영상, 끄적인 메모, 촬영 일지, 개인적인 수집품을 샅샅이 살펴 그가 매 순간 취했을 선택들을 연대기적으로 되살리는 가운데 이 복잡한 인물의 내면과 그 안의 투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 거리 사진의 거장 조엘 마이어로위츠는 비비안의 작품이 “유머와 통렬함, 비극,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평하며, 작가에게서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정확한 안목을 발견한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아이부터 한밤중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경찰에게 끌려가는 주취자까지 세상의 모든 표정을 다 담은 듯 개성 넘치고 유머러스한 거리의 모습,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완벽한 구도로 보여주는 도시의 풍경들, 신문의 사회면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각종 범죄 사진과 유명인들의 파파라치 사진, 그리고 진지한 작가의 내면을 표현하면서도 분열하는 듯한 이미지의 묘한 자화상들까지 비비안의 작품이 걸치고 있는 장르는 실로 광범위하고, 다루는 주제 또한 안온한 중산층의 삶부터 도시 안에서 장벽과 균열을 만들어내는 인종과 계급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그 너른 폭의 작품에서 우리는 공통적으로 세상을 향한 연민 어린 시선과 휴머니즘, 자신이 본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진정성, 그리고 인간의 삶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역설과 모순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 친밀감을 표하기 위해 신체적인 접촉을 하려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포옹이나 키스를 하지 않아요”라며 거리를 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받으면 “그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에요”라며 선을 그었던 매몰차고 무뚝뚝한 인물이 어떻게 이처럼 인간미 넘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가 직면했던 불운과 장애, 그것을 넘어서려 했던 비범한 의지를 이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세상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그 세상을 그렸던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가 평생 무엇을 위해 싸웠고, 무엇을 향해 나아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에 다가섬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그가 남긴 작품의 진정한 가치, 그가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하려 했던 그 깊고 내밀한 이야기에 다가갈 수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의 초기 작품부터 대표작을 아우르며, 그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주제와 기술, 장비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작품 해설이다. 저자는 비비안 사후의 작품 소유권과 처리 방법을 둘러싼 논쟁 및 그에 얽힌 오해들까지 풀어줌으로써 비비안 마이어의 팬들이 그의 작품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 :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이어는 미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독신으로 남의 집을 전전하며 보모, 가정부, 간병인 등으로 일했다. 큰 키에 마른 체형이었던 비비안 마이어는 늘 헐렁한 남자 셔츠, 구식 블라우스, 단순한 디자인의 중간 길이 치마를 입고, 돌돌 말아 내려 신은 스타킹과 끈을 묶는 튼튼한 신발 차림으로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독특한 억양과 강한 자기주장, 직설적이며 무뚝뚝한 성격 탓에 가까이하기를 꺼려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주변인들은 그녀를 가식 없고 놀랄 만큼 지적인 사람이었다고 평한다. 보모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틈틈이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을 찍었고, 그중 25년 이상을 6X6cm 크기의 정사각형 사진을 만들어내는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사용했다. 평생에 걸쳐 수십 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찍었지만 2009년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저자 : 앤 마크스(Ann Marks)

30년 동안 대기업의 임원으로 일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최고 마케팅 경영자로 근무했다. 오랜 기간 기업에서 일하며 보통 사람들의 행태를 분석해온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둘러싼 비밀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특유의 끈질김과 인내로 14만 장에 이르는 비비안 마이어의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허락받아 집필의 기초를 마련했으며, 지금은 비비안의 삶과 작품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요한 출처가 되었다. 저자의 추적 기사는 「시카고 트리뷴」, 「뉴욕 타임스」, 「AP 통신」 등을 포함한 주요 언론에 실렸다.

 

역자 : 김소정

생물학을 전공했고 과학과 역사를 좋아한다. 동네에서 꾸준히 하고 있는 독서 모임과 번역계 동료들과 함께하는 번역 공부로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오랫동안 번역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옮긴 책으로 마커스 초운의 『이 작은 손바닥 안의 무한함』, 『만물과학』을 비롯해 『여자, 뇌, 호르몬』,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생물학』,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 『호수, 비밀의 세계』,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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