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학 필독서 50 - 셰익스피어에서 하루키까지 세계 문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14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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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계 문학 필독서 50』은 세계적 명성을 얻은 위대한 작가 50권의 소설을 저자 박균호가 엄격한 기준을 세워 선정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알게 해춘다. 저자 박균호는 작가 입장이 아닌, 독자 입장에서 이들 작가와 작품을 해설하고 분석한다. 당연히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저자는 선정 기준은 〈프롤로그〉에 자세하게 설명한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등재된 50권의 명작 중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가장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세계 명작 소설 전집』, 『세계 고전 소설 100선』 등의 축약본을 읽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뮤지컬과 영화로도 감상했다. 어렸을 때는 '레 미제라블'이란 단어의 뜻도 몰랐지만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도 고등학교 때 이르러서야 알았다. 또 이 소설에 주요 시점에 등장하는 기독교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까막눈이었다. 사상적 배경이나 집필 취지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완역본은 아니지만 그나마 완역에 가까운 책을 손에 든 것은 대학 이후부터였다. 당시 프랑스 시대 상황이 눈에 들어왔고, 기독교 문명이라는 상황도 이해할 때였다. 

그렇게 하나 하나 생각하다보니 빵 한 개 훔쳤다고 '19년의 징역형'에도 시선이 멈추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19세기 중엽 프랑스는 식량 상황이 좋지 않아 식량 도둑을 크게 처벌하는 법이 있었다고 한다. 주인공 장발장도 징역 5년형을 받았으나 여러 번의 탈출 시도로 형기가 19년으로 늘었다. 이 책 『세계 문학 필독서 50』의 1장(章) 〈레 미제라블〉에서는 주인공 '장발장'처럼 징역 5년형을 받은 실제 사례도 소개된다. 

이 장에서 저자는 『레 미제라블』은 당시의 시대상, 생활 모습 등을 알 수 있는 사료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말한다. 특히 위고의 아버지가 워털루 전투 때 프랑스 육군 장교였기 때문에 워털루 전투 부분은 특별히 매우 세밀하고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나폴레옹 3세와의 갈등으로 19년 간의 망명 생활을 했던 위고는 원래 약자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한 인물이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서 더욱더 약자에 대한 연민과 지원을 주장하는 작가로 거듭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위고는 또 매우 진보적인 정치인이기도 했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때문에 『레 미제라블』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통렬히 비판한다는 것. 『노트르담 드 파리』(1831)가 발표된 이후 성당 재건을 위한 대대적인 모금 운동이 일어났고, 아름다운 모습이 재건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두 작품은 모두 민중의 아픔을 노래한 작품이지만 흥미롭게도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배층을 상징하는 성당을 재조명했다면, 『레 미제라블』은 하층민을 상징한 하수도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문학 필독서 50』은 세계의 문학 고전 50편을 선정해 작품에 대한 내용 설명과 함께 책에서 우리가 읽어내야 할 것 등을 저자 박균호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흔히 고전문학이란 줄거리의 재미와 함께 '특별한 그 무엇' 때문에 오랫동안 독자들이 읽어온 작품을 일컫는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문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담았다.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잘 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일본의 현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수십~ 수백 년 문학 역사상 최고의 명저로 평가받는 50권을 엄선, 한 권당 10분이면 읽을 수 있도록 핵심만 쉽게 정리했다. 저자가 책을 엄선한 기준은 읽는 재미가 뛰어나서 한 번 잡으면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는 힘을 가진 책을 중심으로 했다고 밝힌다. 

세계적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위대한 명저 『햄릿』부터 서양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는 『레 미제라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 모든 미국 현대문학의 출발점이라 평가받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 현대 영미 작가 125명의 투표로 정한 세계 문학 베스트 10에서 당당히 1위로 선정된 『안나 카레니나』 등이 망라돼 있다. 특히 거의 모든 작품이 세계 50여 개국에 번역되고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팬층을 거느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해변의 카프카』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으며 오랜 세월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도 포함돼 있다. 독자는 이들 많은 작품을 책이나 뮤지컬이나 오페라, 영화로 변주된 내용을 감상한 편이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나 중국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거의 읽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독자가 옛날에는 책을 많이 읽었으나 최근 20년은 거의 책을 읽지 않았다는 점을 반증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독서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노인과 바다』, 『1984』,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이방인』, 『아Q정전』, 『신곡』 등 누구나 인정할 만한 문학 명저 50권을 작품 내용과 저자, 당시 시대 배경, 작품이 끼친 영향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문학을 잘 모르거나 알고 싶은 초보 독자들부터 문학을 즐겨 읽는 독자들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독자들이 여러 분야 책 중에 문학책을 가장 많이 찾는 이유는, 문학책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혹은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인생과 인물을 간접 경험 함으로써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의미와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 박균호의 주장이고, 집필 취지이다. 저자는 문학책을 읽고 싶었지만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독자, 작품과 작가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 효율적으로 문학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다. 책을 가까이 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느끼듯이 "세상에는 읽어야 할 명작이 많고, 추천하고 싶은 걸작도 수없이 많다." 저자가 이 책을 펴낸 이유를 읽을 수 있는 문장이다. 

저자는 자신의 취향대로 아무렇게나 이 책에 고전들을 선정한 것은 아니다. 분명 고전으로 불리워질 만큼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작품 중에서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했고, 「수 세기에 걸친 명작 중에 이것만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라는 제목의 기준을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책에 따르면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을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았다. 소설을 읽는 재미는 명작의 포기할 수 없는 미덕이다. 여기서 '재미'란 극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소설을 말한다. 사실 위대한 작품들 중에는 이해하기 까다로운 작품들도 많다. 문장이 길고 난해하거나 스토리 자체가 꼬여 있어서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가령 마르셀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작품은 모든 평론가들이 인정하는 대작이자 걸작이지만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소설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또한 어려운 소설 목록에서 늘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이처럼 철학적인 담론을 진지하게 담고 있거나 문학적 의미나 상징성으로 평가받는 소설은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이번 50권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저자는 밝힌다. 독서력이 단단히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면 오히려 독서의 즐거움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토리 자체가 흥미를 돋우고 개성 있고 설득력 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기승전결의 담백한 구조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책을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두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고전의 '기준'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독자는 어렸을 때 학창 시절에 배운 '소설의 4요소(서사성·교시성·오락성·감동성)' '소설구성의 3요소(인물·사건·배경)' 등을 떠올린다. 이런 소설 집필의 기준을 바탕으로 "어떻게 명작이 되는가?"를 고민할 단계가 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마담 보바리』 『분노의 포도』 『적과 흑』 『허영의 시간』 『폭풍의 언던』 등은 문학사적 의의라든가 대표성을 떠나서 한번 잡으면 좀처럼 놓기 어려운 흥미로운 스토리로 유명하다. 이 소설들의 줄거리를 단 몇 줄로 요약해 들려준다면 누구든 호기심이 발동할 것이다. 이렇게 가독성 좋은 책으로 '독서힘'을 기른 다음 다소 난해한 소설로 단계를 높여간다면 그때는 아마 어려운 소설도 조금은 수월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문학은 한 사회와 그 사회의 문화를 대변하는 만큼 문화별, 나라별 분류가 두 번째 중요한 선정 기준이다. 이 책에 실린 50권의 고전을 통독한다면 전 세계 각 문화권의 오늘을 있게 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오늘날 세계는 국경과 문화가 느슨해진 세계 시민의 시대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만나고 소통하며 교류하는 다른 문화권을 이해하는 데 문학 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문학이야말로 시대와 사회상을 고스란히 반여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으로 세계 여행을 해보자는 저자의 의도가 밑바탕에 깔린 셈이다. 

세상을 바꾼 새로운 사상이라든가 사회 변혁운동의 실마리를 제공한 소설을 세 번째 기준으로 삼았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1984』를 읽으면서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경고를 들을 수 있다. 『돈키호테』를 통해서는 근대문학의 기틀을, 『레 미제라블』을 통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제도의 기원을 읽어낼 수 있다. 또한 『변신』에서는 거대 조직의 부품으로 전락한 개인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으면서 인종차별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가 동화책으로만 읽은 『걸리버 여행기』는 어떤가. 이 책은 문학이 신랄한 사회 풍자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특히 명성 있는 문학평론가나 서평가의 평가로 우리는 고전을 읽을 때도 많다. 마치 이 책에 있는 목록과 작품·작가의 설명을 읽고 너무 좋아서 읽게 되는 경우 말이다. 그러나 "좋은 책인 줄은 알겠는데, 왜 우리가 굳이 그 책을 읽어야 하는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지?"란 궁금증이 들 때도 있다. 저자의 답변은 단호하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수많은 사건으로 엮인다. 그럴 때마다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까?'란 의아심이 들 때가 많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될 때도 많다. 이때 우리가 읽었던 소설은 우리를 좀 더 현명하고 깊이 있는 통찰로 안내한다." 

소설 속에는 우리가 겪지 못했던, 또는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상황과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은 소설이라는 세계 속에서 서로 갈등하고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살아간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그런 수천수만 개의 다양한 세상과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작품 속 세상을 간접 경험하면서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여 나의 감정을 해석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위기, 갈등,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자신이 미처 표출하지 못한 해묵은 감정을 정화하고 인생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저자가 〈프롤로그〉를 통해 밝힌 '세계 문학 필독서 50' 선정 이유는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이자, 소설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이다. 즉 고전을 읽는 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지혜나 영감을 얻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해석해도 된다는 독자는 이해한다. 저자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우리는 그 가운데서 우리의 롤모델을 찾기도 하고, 비슷한 인생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과 인생 경험을 쌓는 등장인물을 만나면 내 인생의 참고인이 되기도 하고, 내가 바라던 삶을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을 만나면 그의 인생을 거울 삼아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한다.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칭송하는 위대한 작가들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사건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들이다."(p.15~16)



「바둑이 품은 예도와 예술적 품격을 담다」라는 제목의 〈명인〉 40장(章)에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바둑 관전기 쓴 소설이다. 1899년 오사카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이즈의 무희』 『설국』 『산소리』 등 수많은 명작을 발표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968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작가로서 절정의 시기에 이른 1972년 자살로 갑작스레 생을 마감했다고 저자 박균호는 쓰고 있다. 자살의 구체적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듯하다. 이 장에서 저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으로 노벨상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가 정작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은 바둑 소설 『명인』이라고 설명한다.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바둑의 대가가 일생 최후의 대국에 혼신을 기울여 몰두하는 이야기이지만, 많은 일본 독자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의 모습을 상징화한 것으로 여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1938년 도쿄 〈니치니치신문〉사가 주최하여 6월 26일부터 12월 4일까지 무려 6개월에 걸쳐 벌어진 혼인보 슈사이 명인 인퇴기, 즉 은퇴 기념 대국을 다룬 소설이다. 상대는 기타니 미노루 7단이었으며 소설 속에서는 오타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야스나리는 이 대국을 직접 관전하고 신문에 기보와 함께 관전기를 64회에 걸쳐 연재한다. 그러나 십수 년이 지난 1951년 소설로 개고(改稿)한 『명인』을 발표했다. 저자는 이 소설은 무척 흥미롭고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바둑을 전혀 두지 못하더라도 별다른 진입 장벽이 없을 만큼 어렵지 않고 놀랍도록 정교하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또 『설국』에서 느끼기 힘든 박진감이 넘친다. 수십 년간의 바둑 인생을 한꺼번에 바쳐서 최후의 승부를 가리는 명인과 도전자 오타케 7단의 승부를 얼마나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묘사했는지 바둑을 둘 줄 모르는 독자들도 마치 자신이 바둑 명승부를 벌이는 당사자인 것처럼, 혹은 그 대국 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긴장감과 생동감을 맛본다. 저자는 "일본에는 바둑을 소재로 한 소설이 많지만 『명인』만큼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소설은 단연코 존재하지 않는다. 바둑이라는 소재로 독자들에게 이토록 강렬한 전율을 느끼게 만든 야스나리는 글쓰기의 명인이라고 칭송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 〈예브게니 오네긴〉은 푸시킨 문학의 재조명한다. 「러시아와 러시아인의 모든 것을 담다」는 부제를 가진 이 장은 푸시킨을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소설가"라고 소개한다. 사실 푸시킨은 현대 러시아 문학을 창시한 작가로 명성이 높다. 푸시킨은 후대 작가들이 애용하게 될 정교한 러시아어 어휘를 확장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장차 러시아 문학 발달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짧은 생애 동안 서정시, 서사시, 소설, 드라마, 비평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문학 장르의 작품을 발표한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이자 국민작가의 평을 듣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러시아 문학이라는 세계에서 푸시킨은 모든 러시아인의 고향과 가족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한다. 

푸시킨이 1823년에서 1830년에 걸쳐 쓴 '운문 소설'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비평가이면서 푸시킨, 도스도옙스키 같은 작가를 길러낸 것으로도 유명한 비평가 밸린스키는 이 작품을 가리켜 "러시아 생활의 백과사전"이라고 찬양했는데, 그만큼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작품은 각각 40~60개의 연을 가진 총 여덟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으며 푸시킨으로서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다. 또 푸시킨은 러시아 최초로 글만 써서 생계를 꾸려갈 수 있었던 최초의 작가였다고도 한다. 푸시킨의 이러한 상업적 성공은 『예브게니 오네긴』 덕분이다. 푸시킨은 이 책 초판 인세만으로 현재 가치로 2억에 상당하는 돈을 벌었다고 설명한다.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한 도스토옙스키는 "『예브게니 오네긴』에서 묘사한 러시아인의 삶은 전무후무한 창의력과 완전함으로 구현되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읽는 것은 이런 위대한 작가들의 내밀한 자기 고백이자 극복의 과정이다. 큰 보상을 지불하지 않고도 이들이 남긴 이 거룩한 유산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니, 이것만큼 어마어마한 재산이 또 있을까? 게다가 그 유산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재미와 감동과 여운까지 있다. 고전소설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어렵다는 편견만 버린다면 누구든 고전소설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 유산을 소유할 수 있다. 일종의 특권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p.481)


저자 : 박균호


교사이자 북 칼럼니스트이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5년째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독서평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웹진》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청소년을 위한 독서 칼럼을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는 《오래된 새 책》, 《아주 특별한 독서》,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 《수집의 즐거움》, 《독서만담》,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읽기》가 있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9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된 바 있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한 2019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도 선정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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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미선나무에서 아카시아까지 시가 된 꽃과 나무
김승희 외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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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꽃과 나무에 대한 시인들의 사유가 담겼다. 독자는 시와 꽃을 모두 좋아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꽃을 예찬한 시는 모든 시인이 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인은 꽃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독자들에게 '꽃의 말'을 전해준다. 어쩌면 꽃은 시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매개체일지도 모른다. 이 시집의 표제어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도 미선나무의 꽃말이라고 한다. 미선나무는 열매의 모양이 부채를 닮아 미선(美扇)나무로 불리운다는 설도 있다. 191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후 유럽과 일본으로 건너가서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훌륭한 조경수로 귀한 대접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나무라고 한다. 현재 미선나무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은 충북 괴산의 송덕리·추점리와 영동읍 외곽지대인 용두봉이며, 최초 발견된 진천군 초평리 자생지는 지난한 한국현대사와 함께 많이 훼손되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안타까움을 준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미선나무는 볕이 잘 드는 산기슭에서 자란다. 높이는 1m에 관목이고, 가지는 끝이 처지며 자줏빛이 돌고, 어린 가지는 네모진다. 잎은 마주나고 2줄로 배열하며 달걀 모양 또는 타원 모양의 달걀형이고 길이가 3∼8cm, 폭이 5∼30mm이며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둥글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전년에에 형성되었다가 3월에 잎보다 먼저 개나리 꽃모양의 흰색 꽃이 총상꽃차례로 수북하게 달린다. 연분홍색의 꽃이 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않다. 노란색의 개나리꽃은 향기가 없지만 미선나무의 꽃은 향기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미선나무의 종류는 흰색 꽃이 피는 것이 기본종이다. 분홍색 꽃이 피는 것을 분홍미선(for. lilacinum), 상아색 꽃이 피는 것을 상아미선(for. eburneum), 꽃받침이 연한 녹색인 것을 푸른미선(for. viridicalycinum), 열매 끝이 패지 않고 둥글게 피는 것을 둥근미선(var. rotundicarpum)이라고 한다.<사진 아래 참조>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꽃과 나무를 모티프로 희망과 사랑을 노래한 국내외 유수한 시인들의 명시를 엄선한 시선집이다. 김승희 시인의 「미선나무에게」를 비롯하여 서른세 명의 시인들이 각양각색으로 변주한 꽃과 나무들이 독자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이 시집의 문을 여는 「미선나무에게」를 쓴 김승희는 한국 여성문학사에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본질적으로 세상의 어두운 면에 감응하는 존재”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시는 위안부 할머니, 밀양 덕천댁 할머니와 김말해 할머니, 5·18과 4·16 엄마들 등 국가폭력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을 기억한다. 시인은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사랑의 봄을 안다”고 하며 이 “봄은 이어지고 이어져 우리 앞에 봄꽃들의 행렬은 끝이 없다.” 그리고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끝이 없다”는 말에서 우리는 기억하는 행위를 간파한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미선나무에게」는 각별한 울림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기억해야 할 것이 무언지 일깨워 준다.


이 봄에 나는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

누구에게 못한 말을 누군가에게 하는 것처럼

1인분의 사랑의 말을 누군가에게 하려는 것이다

동백에게 못한 말을 매화에게

매화에게 못한 말을 생강나무에게

생강나무에게 못한 말을 산수유에게

산수유에게 못한 말을 산벚나무에게

앵두나무,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 철쭉에게

이 봄에 나는 누군가에게 해야 할 사랑의 고백을

어딘가에게 고백해야 한다(p.15)


- 김승희 「미선나무에게」 중에서



토머스 무어의 「아몬드꽃」을 읊조리다 보면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생각난다. 평생 정신질환으로 불운한 삶이지만 예술에의 열정은 누구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했던 화가다. 그의 그림은 당대에 팔리지 않아 가난하게 살았지만 현재 그의 그림은 수천억 원을 웃돌 정도로 높게 평가받는다. 토머스 무어(1779~1852)는 아일랜드의 시인으로 이국적 정서가 넘치는 페르시아의 설화시 〈랄라루크〉로 유명해졌다. 정치적 풍자시와 애국적인 시집을 남겼고, 〈잉글랜드의 파지가(家) 사람들〉 등 영국인에 대한 유머러스한 풍자시로도 유명하다.


불행할 때

행복한 때를 꿈꾸면 희망은 

잎 없는 가지에 피는 

은빛 아몬드처럼 싹튼다네(p.37)


- 토머스 무어 「아몬드꽃」 전문



비운의 시인 로르카는 시인에게 꽃이 없다면 아픔과 희망을 무엇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시인으로 재판도 없이 사살당한 로르카는 아카시아, 달리아, 장미, 백합, 재스민, 석류나무, 인동덩굴 등 각양각색의 식물을 모티프로 삼아 죽음이 그것으로 끝이라면, 그래서 그 죽음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하면서 슬픔 속에 희망이 깃들기를 염원한다. “소련의 스파이”라는 죄목이었다.(그의 친구들 몇 명이 공산주의자들이었다는 것) 로르카는 이상하리만큼 인기가 있었다. 특히 그가 『집시 이야기 민요집』을 내고 스페인 국가 문학상을 받으면서부터 인기가 대폭발하였다. 로르카의 비극적 죽음은 그의 시를 미국에서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인의 위치로 올려는 데, 그리고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젊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막상 로르카의 좋은 시들은 시인의 설명처럼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 가득 차 있다.


향기로운 아카시아는 질투하고 

달리아는 거드름 부리고

감송은 한숨지으며 사랑을 말하고

축일의 장미는 웃음을 말하고

노란색 꽃은 미움이고

빨간색 꽃은 분노이고

흰색 꽃은 결혼을 뜻하고

자줏빛 꽃은 수의를 뜻한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아카시아꽃」 전문



“데이지꽃을 믿듯 세상을 믿는다”라는 페르난두 페소아, “죽음을 거부하는” 오월의 꽃 전령사 에밀리 디킨슨, “죽지 않는 사랑과 정열”의 빨강 카네이션을 찬미하는 엘라 윌러 윌콕스까지, 서른세 명의 시인들이 읊는 50편의 시를 담은 이 시집은 우리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은유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뜻깊은 기회를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내 처음 소개되는 여성작가 안나 마골린은 절망의 아스팔트에서 백합처럼 온화한 꽃을 피우는 자신을 상상하며 희망을 살린다. 그리고 엘라 윌러 윌콕스는 희망이 있어야 성실할 수 있고, 성실해야 헬리오트로프의 꽃말처럼 헌신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그에게 꽃은 바라보아야 시들지 않으며, 카네이션에는 “죽지 않는 사랑과 정열”이 잠들어 있다. 이 또한 애도를 거친 기억의 흔적이다.

'장미'는 가장 화려하고 매혹적인 향으로 손꼽힌다. 이미지 때문일까, 화려함 때문일까 장미는 '꽃 중의 꽃'인가 보다. 이 시집에도 장미를 소재로한 시가 많다. 일리엄 셰익스피어의 「장미꽃에 관한 소네트 구절 모음」(p.44), 노자영의 「장미」(p.55), 로르카의 「가을의 노래」(p.73), 아틸라 요제프의 「어른거리는 장미」(p.76), 윌리엄 블레이크의 「병든 장미꽃」 등이 등장한다. 


모든 장미꽃들이 희다.

내 아픔만큼 희다,

눈이 내렸을 때만 희다.

전에는 장미꽃들이 

무지개를 입고 있었다.

영혼에도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가을의 노래」 중에서



꽃과 나무가 필요하지 않은 때가 없지만 지금은 특히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꽃은 “인생의 서리를 지기엔 너무 약하다”고 하지만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의 시인들은 꽃을 가슴에 품고 시를 통해 위로를 주는 힘이 있는 매개체로 승화시킨다. 그래서 슬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더욱 그런 시가 간절한지도 모르겠다. 이 시집을 읽다 시대 정신을 가다듬기에 더 없이 좋은 시 한 편이 이 시집에 들어 있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이 시인을 가장 좋아한다. 일제 강점기 한국시사에 영원히 기억될 만큼 절개를 보인 시인다. 윤동주만큼이나 좋다. 


항상 앓은 나의 숨결이 오늘은

해월(海月)처럼 게을러 은빛 물결에 뜨나니

파초 너의 푸른 옷길을 들어

이닷 타는 입술을 축여 주렴

그 옛적 사라센의 마지막 날엔

기약 없이 흩어진 두 날 넋이었어라

젊은 여인들의 잡아 못논 소매 끝엔 

고운 손금조차 아직 꿈을 짜는데

먼 성좌와 새로운 꽃들을 볼 때마다

잊었던 계절을 몇 번 눈 위에 그렸느뇨(p.53)


- 이육사 「파초」 중에서



저자 : 김승희(金勝熙)

1952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 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됐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국제작가프로그램 (IWP),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포스카리 대학교의 체류 작가를 지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어바인 캠퍼스 등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쳤고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시집 『태양 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미완성을 위한 연가』, 『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냄비는 둥둥』, 『희망이 외롭다』, 『도미는 도마 위에서』 등이 있고,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과, 산문집 『33세의 팡세』, 『어쩌면 찬란한 우울의 팡세』 등을 썼다. 연구서로 『이상 시 연구』, 『현대시 텍스트 읽기』, 『코라 기호학과 한국시』, 『애도와 우울(증)의 현대시』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한국서정시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자 : 이육사(李陸史, 이원록, 이활)

본명은 ‘원록’으로 1904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하여 조부에게서 한학을 배웠다. 1925년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한 뒤 1926년 베이징으로 가서 베이징사관학교를 졸업하였다. 1927년 귀국했으나 독립운동으로 대구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 때의 수인번호 64를 따서 호를 ‘육사’라고 지었다. 1930년에 첫 시 「말」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며 시단에 데뷔하였으며, 1937년 김광균 등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발간, 그 무렵 유명한 「청포도」, 「교목」, 「절정」, 「광야」 등을 발표했다. 1943년 6월 동대문경찰서 형사에게 체포되어 베이징으로 압송, 이듬해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하였다.


저자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

1898년 그라나다 지방 푸엔테 바케로스에서 대지주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이 되던 1918년 로르카는 그라나다를 떠나 마드리드로 간다. 그는 그 후 10년 동안 마드리드 국립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같은 해에 첫 작품이자 시적 산문집인 『풍경과 인상들(Paisajes y Impresiones)』을 출간한다. 1920년에 희곡 〈나비의 저주〉를 무대에 올렸으나 청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1921년에는 『시집(Libro de poemas)』을 출간함으로써 공식적인 시인이 되었다. 1927년에는 역사극 〈마리아나 피네다(Mariana Pineda)〉를 무대에 올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로르카를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로르카로 인식시킨 작품은 시집 『집시 로만세(Romancero Gitano)』(1928)였다. 1929∼1931년 시기에 그는 뉴욕에서 몇 달을 보내며 현대 도시의 날카로움을 경험했다. 유럽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신세계의 도시 분위기는 로르카의 내면에 초현실주의에 대한 강한 욕구를 불어넣었다. 시집 『뉴욕의 시인(Poeta en Nueva York)』과 〈관객〉은 거의 같은 시기에 뉴욕과 쿠바에서 초현실주의라는 악령에 사로잡혀 써내려 간 것이다.

1936년 7월 17일 스페인은 시민전쟁에 돌입했다. 로르카는 시인이자 고향 친구인 루이스 로살레스의 집에 피신했다가 그라나다 국민전선 사령관에게 체포되었다. 1936년 8월 20일 새벽, 청색 하늘 아래 로르카는 임시감옥에서 끌려 나와 비스나르와 알파카르 사이에 있는 벼랑에서 재판도 없이 처형당했다.


역자 : 이루카

서울에서 태어나 브루클린과 마드리드에서 성장했다. 비교문학을 공부했으며, 여성과 소수자 문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밤은 엄마처럼 노래한다』는 옮긴이의 첫 번역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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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강화 - 강력한 소설 쓰기 비법 125가지
제임스 스콧 벨 지음, 오수원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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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 책 『소설 강화』를 포함해 최근 글쓰기에 관련한 책 두 권을 읽었다. 또 다른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론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다. 모두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후자는 일본의 작가로 일본에서 두 번째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타계했다. 『새로운 문학~』은 오에 겐자루로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어떻게 만드는가, 문학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을 파고들어 읽고 쓰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그의 경험과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매우 문학적 사유가 깊은 탓에 독자로서는 한 번에 이해하기 곤란할 정도였다. 대표적인 문학 입문서로 평가되고 있다고 소개가 있어 읽었으나 역시 중견 작가쯤 돼야 이해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문학~』은 1부 〈새로운 소설 방법론〉, 2부 〈새로운 문학의 원리〉, 3부 〈새로운 문학의 미래〉 등으로 구성돼 있어 새로운 문학의 원리와 방법론적인 문제를 다룸으로써 미래 문학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국내 평론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에 비해 『소설 강화』는 작가 지망생도 쉽게 이해하도록 '문학'에서도 특히 '소설 쓰기'를 중심에 두고 글쓰기를 돕고 있다. 이 책은 저자 제임스 스콧 벨이 직접 시도해 보고 검증하며,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에게 가르쳐 온 조언과 기법들의 모음집이다. 30년에 걸쳐 생각하고 연구하며 발견한 최종 결과물이라고 저자는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나는 3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책에서 뭔가 배울 때마다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배운 것을 반드시 내 글에 응용해 보았다. 무엇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서히 내 글은 나아지기 시작했다. 책에서 배우는 게 분명 있었다. 글쓰기 책을 읽지 않거나 글쓰기에 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노트를 쓰곤 했다. 때로는 냅킨에도 종잇조각에도 썼다. 노트에 적어 놓은 내용을 버리지 않고 간직해 오다가 자주 검토했다. 여태 그 모든 메모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제는 완전히 정리하여 거대한 파일이 되었다.”(p.6~7) 



저자는 1988년 영화 〈문스트럭〉을 보고 나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한 영문과 교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없을까 질문을 하자 시큰둥하게 "그따위 책은 없어! 책을 읽고 작가가 된 사람은 없어, 작가는 태어나지 만들어지진 않아, 그냥 '재주'가 있든지, 아니면 없든지 그걸로 끝이야"라는 답변을 듣고 작가가 되기를 거의 포기할 뻔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글쓰기 책과 실제 매일 쓰기 등 각고의 읽고 쓰기를 거듭해 오늘날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저자 스콧 벨이 글쓰기를 배우고자 텍스트로 삼은 두 권의 책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한 권은 로런스 블록이 쓴 소설 관련 칼럼이다. 『작가 다이제스트』를 매달 읽었고, 북클럽에도 가입해 책을 여러 권 한꺼번에 주문했다. 형광펜을 쥐고서 한 권 한 권 열심히 읽었다. "책에서 뭔가 배울 때마다 노트에 적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서서히 글이 나아지기 시작했고, 책에서 배우는 게 분명 있었다고 술회한다. 글쓰기 책을 읽지 않거나 글쓰기에 생각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글쓰기 기법에 관한 책은 레너드 비숍이 쓴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 강력한 소설을 위한 329개의 열쇠』를 권유한다. 이 책 역시 저자가 직접 정리한 노트와 마찬가지로 무작위 순서로 나열된 일련의 노트였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저자와 같은 생각이 비슷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저자가 이 책 『소설 강화』에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려는 책과 방식이 비슷하다는 말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오늘날 평생 소설가를 업으로 삼아 살고 싶다면 구경꾼을 독자로, 독자를 팬으로 만드는 ‘특별함’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특별함’을 성취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30년 이상 소설을 쓰고 작법을 가르쳐 온 덕분에, 실용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스타일이 장기인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스콧 벨은 소설을 ‘작품’으로 변모시킬 ‘특별한 기법’을 제공한다. 글쓰기 과정 자체가 고된 노역이나 희생이 아니라, 흥미와 의미를 두루 갖춘 현실적 노하우의 집적물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책은 「강력한 소설 쓰기 비법」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출판사 측은 조금 더 강력하게 '초강력 소설 엔진을 장착하는 125가지 비법'이라고 수식어를 몇 자 첨가했다. 출판사 측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도록 이끄는 노하우가 담긴 필독서"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단 한 권으로 집약한, 스콧 벨 필생의 작법서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소설(글) 쓰기'를 소설의 구성 요소별로 7개의 장(章)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 「플롯과 구조」, 2장 「캐릭터」, 3장 「장면」, 4장 「대화」, 5장 「목소리와 문체」, 6장 「퇴고」, 7장 「작가의 마음가짐」 등이다.

7장에 걸친 내용은 모두 소설 쓰기와 관련되어 있으며, 각 장에서 제시된 부분에 대한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과 좋은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모두 저자의 경험을 함께 기술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앞서 언급한 오에 겐자부로의 『새로운 문학~』이 문학성 높은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사색과 탐구라면 이 책 『소설 강화』는 대중적 글쓰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새로운 문학~』이 독자의 읽기에 관계없다는 뜻이 아니고, 『소설 강화』가 예술적 천착을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다. 두 책이 모두 독자와 책의 판매부수를 염두에 둔다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잘쓴 책도 독자들이 외면한다면 가치는 떨어지고, 다소 격이 떨어지거나 문학성이 부족해도 독자가 판단할 일이라는 뜻이다. 

저자가 첫 번째로 내놓은 이야기는 「플롯과 구조」이다. 소설의 구성을 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소설의 구성은 유기적(독자가 느낀 점으로)이어야 한다. 단어와 단어의 유기적 관계, 문장과 문장의 유기적 관계, 이야기와 이야기가 서로 밀접하게 엮여야 한다는 의미다. 스콧 벨은 이 부분에서 '팬서를 위한 플롯', '플로터를 위한 즉흥적 글쓰기', '플롯 생성 과정', '강력한 헤드라인', '주인공이 모험을 거부하게 하라', '훌륭한 플롯의 핵심', '엉망진창 초고', '2막을 통과하는 비결', '열망과 상처', '엔딩', '제임스 패터슨의 사례', '서브플롯' 등의 각 장을 통해 자세하고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모두 쉬운 단어들로 작가 지망생이라면 생경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다만 글쓰기를 열망하는 지망생이 아니고 일반 독자로서 자주 접하지 못한 단어는 '팬서' 정도이다. 저자도 이를 의식해서 글의 첫 머리에 뜻을 명기한다. '계획 없이 글 쓰는 작가'다. 저자는 이들이 '순수하게' 즉흥적으로 쓰는 것보다 플롯을 재미있게, 그리고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 줄 방법을 하나 제시한다. 이른바 '표지판 장면(signpost scenes)'이 필요하다. 플롯의 기반이 될 만한 장면 셋을 브레인스토밍 해볼 것을 주문한다.



"책의 시작은 교란(혼란)이 등장해야 한다." 혼란을 가져오는 사건의 전조가 일어나며 문제가 닥쳐오고 있다는 느낌을 독자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엔딩은 강렬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저자는 글의 마지막 부분(최후의 전투)에서 악당을 바꾸는 결말의 반전은 극적이고, 독자들의 흥미를 가장 고조시키는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또 저자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 '거울 순간'은 주인공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한 책에서 최소한 5개의 거울 순간을 브레인스토밍하라고 주문한다. 저자에 따르면 주인공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대면해야 하는지 공감이 일어나면 모든 장면을 하나로 묶는 흐름이 생긴다. 킬러 장면은 갈등과 서스펜스로 가득 찬 장면이다. 이야기 전체에 묶이지 않은 채, 다양한 이야기 줄거리 방향을 테스트 해보면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자들이 책을 구매하게 하는 강력한 헤드라인에 대한 설명도 놓치지 않고 있으며, 주인공의 여정과 모험, 또는 이에 대한 거절은 훌륭한 플롯의 핵심이다. 일단 초고를 쓰고, 동기와 욕망을 보여주는 그림자 이야기도 곁들인다. 열망과 상처를 나누면서 내적 갈등을 다루기, 엔딩, 서브플롯 작성에 대해 저자는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며 자신의 경험을 함께 서술하며 역설한다.

2장 「캐릭터」에서 저자는 "연기의 출발점은 캐릭터가 자기 자신이 되는 것"라고 비유적 표현을 들어 인물 설정을 이야기한다. 인물은 작가가 창조한다. 캐릭터의 세계에 있는 자신을 상상하고, 보고, 들으며, 뼛속가지 깊이 새겨져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크다. 저자는 감정은 감미료와 같아서, 감정이 지나치게 많으면 소설이 망가진다고 경계한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자신과 다른 캐릭터를 구상하는 것부터 사실은 어려운 일이다. 또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이 중복되거나 유사한 개성이어서도 안 된다. 독자에게 쓸데없는 혼란을 줄 수도 있어서다. 때문에 각각의 인물에게 개성을 부여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다르다. 글을 쓰다 보면 캐릭터가 작가의 구상에 맞지 않거나, 프로필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일을 주의해서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저자는 또한 이야기의 전체적인 전개와 반전을 예측하고 글을 쓰려 하는 작가 지망생이 있는데 이런 방법은 아주 오래 걸릴 수 있다고 글쓰기의 대가 드와이트 스웨인의 말을 인용해 주의를 준다. 이 밖에도 조연을 중요 플롯으로 만들기, 캐릭터 작업으로 작품에 몰입하기, 글쓰기 전 준비할 사항, 이야기의 층위를 보태기, 캐릭터의 내적 갈등, 캐릭터 설정 방법, 캐릭터에게 꿈을 주기, 캐릭터의 인격에 대해 알아본다.



3장 「장면」에서 저자는 소설을 쓸 때 '자극-응답' 거래(stimulus-response tranaction)로 순서에 맞춰 써야 한다. 응답은 자극에서 멀지 않아야 하다. 복잡한 거래일 경우 독자들이 캐릭터의 행동을 궁금하게 한다. 플롯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응답을 자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행동의 순서를 맞춰 쓰라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나는 담뱃불을 붙인 다음 입술로 밀어 넣었다"란 문장은 독자에게 어색함을 불러 일으킨다. 문장의 응답이 먼저 나오고 자극이 뒤에 나오기 때문이다. 워낙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틀린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또 '장면과 시퀄(scenes and sequsls)'라고 부르는 요소를 반드시 염두에 둘 것을 권장한다. 비컴의 책에서 장면-시퀄, 즉 감정 비트 부분을 다룬 시퀄을 보며 큰 깨우침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소설의 약점이 무엇인지, 그 약점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지 단박에 알아내 개선했다는 말이다. 그 후로 저자의 책은 팔리기 시작했다는 말은 의미가 깊다. 반응 비트의 장점은 유연하다고 독자들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장면-시퀼의 감정 비트는 유연하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캐릭터 내면의 단계를 파악해야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자극-응답, 장면-시퀄, 이것이야말로 소설을 강력하게 만드는 엔진이다.(p.105) 

첫 줄을 쓰는 목표는 독자가 더 읽고 싶어하고,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란 점도 역설한다. 저자는 이와 함께 '액션', '목소리', '나무' 등 오프닝 라인을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결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고민하고, 열심히 들여다보고, 수정하며,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4장 「대화」에서는 "대화도 액션"임을 강조한다. 캐릭터가 원하는 것을 부여해 갈등을 빚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문장부호 활용 방법도 설명한다. 또 위트는 억지로 재치나 기지를 발휘하지 않으며, 실제로 말할 법한 것을 대사로 만들어야 살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5장 「목소리와 문체」에서는 캐릭터의 눈은 캐릭터가 누구인지, 내부에 어떤 수수께끼가 담겨 있는지에 관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단서를 제공할 것을 주문한다. 이상적인 문체는 야단스럽지 않고, 튀지 않는 시적 문체라는 점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배경이나 캐릭터의 묘사 요소들을 심화할 때, 생각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 채 글을 쓸 것을 권유한다. 특히 동의어 사전의 필요성도 강조된다. 이 부분은 아마도 '동어반복(同語反復)'을 피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퇴고」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을 읽고 쓰고 하는 사람은 늘 「퇴고」가 가장 중요한 마무리 작업임을 알고 있다. 6장 「퇴고」에서 저자는 1차 퇴고 후 나올 책의 내용을 개요로 작성하고, 빈 곳, 빠진 것 등을 찾아보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원고를 다시 쓰고, 통독한 후, 기간을 두고 다시 점검해서 혹시 모를 불충분한 점을 원고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1차, 2차, 3차에 걸쳐서라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최선의 노력으로 바로 잡고 난 후 출판으로 넘겨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7장 「작가의 마음가짐」이란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모세의 10계명'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항상 지녀야 할 태도를 적은 것이다. 다음은 책에 적힌 대로 독자가 번호를 붙였다. 원하는 독자들이 참고하고 머릿속에 새겨넣길 원하는 입장에서다. 

① 매주 일정한 분량의 글을 써라

② 초고는 격정에 사로잡혀 물 흐르듯 써라

③ 주인공을 난관에 빠뜨려라

④ 주인공이 가는 길에 더 강력한 적을 배치하라

⑤ 첫 단락부터 이야기를 빨리 전개하라

⑥ 놀라움을 창조하라

⑦ 이야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은 싹 다 빼버려라

⑧ 지루한 부분은 모조리 빼라 

⑨ 철면피가 되는 법을 익혀라

⑩ 평생 배우고 성장하며 글쓰기를 멈추지 말라



성공하는 작가는 포기를 모른다. 배우기를 중단하는 법도 없다. 자수성가한 부자들 가운데 88퍼센트는 매일 최소한 30분씩 독서를 한단다. 지식을 늘리기 위해서다. 작가인 여러분도 과연 이렇게 하고 있는가? 나는 지난 30년간 글쓰기 작법과 테크닉에 관한 내용을 읽거나 공부하지 않고 보낸 적은 단 하루도 없다.(p.325)


저자 : 제임스 스콧 벨(James Scott Bell) 


대학에서 철학과 영화를 공부하고 레이먼드 카버에게 창작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소설 쓰기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했다. 대학 졸업 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연기를 했다. 결혼 뒤에 로스쿨에 진학,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영화 「문스트럭」을 보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절대 소설 쓰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변호사로 10여 년간 활동한 법원을 무대로 스릴러소설 『교착Deadlock』을 발표해 크리스티상을 수상했고, 연달아 소설을 쓰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섰다. 자신처럼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고 좌절하는 예비 작가들을 위해 소설 쓰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문학잡지에 꾸준히 칼럼을 게재하고 있으며, 페퍼딘대학교와 작가 컨퍼런스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역자 : 오수원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정리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인공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이름 없는 존재인 ‘괴물’의 관점에서 소설을 다시 보면서 인간의 많은 모순과 문제의 면면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현재 파주출판도시에서 동료 번역가들과 ‘번역인’이라는 공동체를 꾸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인문, 과학, 정치,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영미권 양서를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문장의 일』, 『조의 아이들』, 『데이비드 흄』,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현대 과학·종교 논쟁』, 『포스트 캐피털리즘』,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실험 100』, 『쌍둥이 지구를 찾아서』, 『비』, 『잘 쉬는 기술』, 『뷰티풀 큐어』, 『우리는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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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 오에 겐자부로 소설론의 결정판! 오에 컬렉션 1
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 21세기문화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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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의 저자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일본의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1935년 일본 유서 깊은 무사 집안에서 태어난 오에는 전후 일본의 폐색된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갈 곳 없는 울분과 방황, 절망감 등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표현하며 이시하라 신타로, 가이코 다케시와 함께 전후 신세대 작가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독자로서는 그의 작품이나 그의 문학 사상을 접하지 못했기에 이름만 알고 있을 정도다. 전후 일본의 침체된 분위기가 아직 걷히지 않았을 1954년에 도쿄 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여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의 가르침 밑에서 단테, 라블레, 발자크, 포, 예이츠 등을 비롯하여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반영웅주의에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1960년 평생의 친구이자 동지였던 사회파 영화 감독 이타미 주조의 여동생 이타미 유카리와 결혼했다. 일본 문단의 가장 주목 받는 작가로서 문학평론가로서 명성을 쌓았고, 노벨상 수상 이후 일본의 대표적 문학가로 자리 잡았다. 

해외 문학을 폭넓게 접하면서 독특한 시적 문체를 정립한 그는 장애를 가진 큰아들과의 공존을 통해서 반전과 평화, 민주주의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관찰과 천착을 거듭하여 자신만의 개성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황제와 국가주의, 핵무기, 우익의 협박과 테러를 포함한 모든 폭력에 맞서며, 일본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을 반대하는 ‘9조 모임’과 자위대의 해외 파병 반대, 김지하 시인의 구명을 위한 단식 투쟁 등 다양한 사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오로지 문학 활동에 전념했을 뿐 사회 사상이나 정치 이념에 좌우되지 않은 문필가로 세계의 명성을 얻었다. 아마 노벨문학상 수상의 이유가 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에는 한국에서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반대하는 다양한 활동 때문에 '행동하는 지식인'의 이미지가 강렬해, '소설가의 소설가'로 불리는 그의 소설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똑바로 부각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 책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는 평소 오에를 연구해 오던 〈오에 간행위원회〉가 소설 읽기와 쓰기의 궁극적 단계에 이른 그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충실히 알리고자 작품 컬렉션을 간행하기로 의견을 모아 추진한 '시리즈 5권' 중 첫 번째 책이다. 오에 컬렉션은 평론 4권, 소설 1권의 전 5권으로 구성됐고, 한국의 독자들에게 '읽기와 쓰기' 이론의 정수를 경험하고, 그 이론이 실제 소설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표출되는지를 제 5권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 책의 「오에 컬렉션을 발간하며」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간행 위원회는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논집)에서 오에 겐자부로는 단테·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 등의 작품들을 러시아 포멀리즘의 '낯설게 하기'라는 방식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간행위원회는 오에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어떻게 만드는가, 문학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을 파고든다고 설명하며, 문학을 적극적으로 읽고 쓰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그의 경험과 방식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이와나미신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배치될 만큼 대표적인 문학 입문서로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모두 3부 1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새로운 소설 방법론〉, 2부 〈새로운 문학의 원리〉, 3부 〈새로운 문학의 미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이 새로운 문학의 원리와 방법론적인 문제를 다룸으로써 미래 문학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풀이로 읽힌다. 세 개의 부는 각각 5~6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는 「‘소설의 목소리’를 듣다」, 「다양한 레벨에서 관계 맺기」, 「기본적 수법 ‘낯설게 하기’ (1)」, 「기본적 수법 ‘낯설게 하기’ (2)」, 「‘낯설게 하기’에서 전략화·문체화로」, 2부 「상상력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1)」, 「상상력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2)」, 「문학, 세상의 모델을 만들다」, 「읽기와 쓰기의 전환 장치 (1)」, 「읽기와 쓰기의 전환 장치 (2)」와, 3부에는 「익살꾼 = 트릭스터」, 「신화적 여성 (1)」, 「신화적 여성 (2)」, 「카니발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새로운 글쓴이에게 (1)」, 「새로운 글쓴이에게 (2)」 등이다. 




책의 뒷 부분에 성신여대 일문학과 남휘정 교수가 「지금, 새롭게 읽고 쓰려는 자들에게 전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진심」이란 제목의 〈해설〉을 쓰고 있다. 남휘정 교수는 "이 책은 하나의 형식을 갖춘 문예 평론이기 전에 작가 개인의 고백서이자 새로운 독자에게 전하는 희망의 편지"라고 전제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여 새로운 독자를 찾아가는 소설가와의 창조적 관계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남 교수는 "쇠퇴는 회복해야만 하고 원래 상태로 돌아가리라 믿는다. 하지만 착실하게 되돌아갈 길을 만들 당사자 역시 앞으로 소설이나 시를 적극적으로 쓰고 읽을 젊은이들이다. 젊은 사람에게 희망을 거는 나는, 내 생각을 문학의 원리와 방법론으로 풀어놓으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본문 p.22)를 인용하고, 저자가 고백을 시작으로 그들에게 문학적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독자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작가로서의 현실적 숙명을, 오에가 누구보다 민감하게 인지하고 있었을 터라고 덧붙인다. 이 책이 오에 겐자부로의 타계 1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새롭게 태어날 독자들을 위해 매우 중요한 메시지로 인식되도록 돕고 있다는 말이다. 

남 교수는 이와 함께 "이전 발표된 오에의 평론 『소설의 방법』에서도 '낯설게 하기'와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지만, 이 책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문자로 전달되는 '목소리의 힘'이라고 역설한다. 이에 따라 오에는 단지 홀로 이룩한 방법론과 성과를 앞세우지 않고, 인류 문명과 역사에 자각적인 지식인들로부터 수용한 사상을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해설하고 있다.

또 오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 밀란 쿤데라(1929~2023)가 현대사회에서 '소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것을 인용하며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는 남 교수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주목할 것을 권한다. "경제 대국 일본 사회에서 기도하는 목소리가 잘 들리던가?"(-본문 p.271)



남 교수는 일본의 전후 경제 부흥과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의 급속도의 성장률을 거듭하면서 황금기 일본 신화와 한국의 산업화를 연결시켜 이 책이 번역돼 그의 문학 사상이 우리의 현실에 일종의 경계심을 준다고 말한다. "독서를 통한 능동적 행위가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이렇게 얻어진 문학적 이미지는 이 책에서 언급한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처럼 쓰는 이와 읽는 이를 구별하지 않고 실제적인 힘을 발휘한다. 오에는 문학에 현실과 연결된 실제적인 힘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현재 모두가 알듯이 황금기 일본 신화는 붕괴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상징되는 일본은 긴 침체기를 겪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에게 서서히 그림자를 드리우는 저성장·저출산·고령화 사회라는 악몽을 일본 사회는 일찍이 경험한 것이다. 이 시기에 오에는 물질 만능 시대의 '종말'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낡은' 것들을 넘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일본의 가장 화려한 시대에 발표된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가 현재를 되짚어 보게 한다. 더 이상 사회 변화를 향해 어떤 능동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 군상은 일본에서 만연한 현상이었고 지금도 다를 바 없다. 여기서 1980년대 일본의 '수동적 인간상'과 우리의 '제5공화국' 그것에 나타난 격차의 문제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정치와 경제 모든 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던 두 나라의 시대상은 변화했지만 동시에 각각 또 다른 궁지로 몰린 것도 사실이다.

남 교수는 오에가 과거 역사로서 경험한 사실을 현재에 다시 생각하고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미래를 예측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본의 1980년대는 현재의 한국과 가까운 듯하다. 그는 문학의 가능성에 대해 지적한 부분을 인용한다.

문하긍ㄹ 기대하는 지평이 역사적 삶의 실천에서 기대되는 지평보다 훌륭한 것은, 그것이 실제 경험을 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앞서 예견하고, 사회적 행동에 있어 한정된 활동 범위를 새로운 원망·요구·목표를 향해 넓힘으로써 미래에 겪게 될 경험의 길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본문 p.133)



독자가 이 책에서 발견한 생경한 단어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낯설게 하기'와 또 하나의 단어는 '트릭스타(trickster)'이다. 종교대사전에 따르면 트릭스타(trickster)는 책략이나 사기술을 구사해서 활약하는 '장난꾸러기'가 주인공으로서 등장하는 신화나 민화는 세계 각지에서 보이는데 그런 등장인물 말한다. 트릭스타는 책략을 이용하는 교활함·현명함이 상찬되는 한편,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어리석음으로 비웃음을 당하는 자이며, 또한 인간에게 불이나 문명을 가져온 문화영웅적인 신인 동시에, 단순히 장난을 좋아하는 반사회적인 파괴자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선한 문화영웅과 악학 파괴자, 또는 현자와 우자라는, 법과 질서상에서 보면 일관성이 결여된 모순된 역할이 주인공의 속성으로 이야기된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족의 트릭스타 설화는 코요테, 큰 까마귀, 들토끼나 마나보죠 등의 이름의 문화영웅=트릭스타가, 각각 주인공으로서 활약하는, 공통의 형을 포함하는 많은 설화군을 이루고 있다는 풀이로만 봐도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낯설게 하기'는 책의 여러 곳에서 등장하며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단어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어원을 따라 풀이까지 덧붙일 정도로 비중을 두고 다루고 있다. 

저자 오에 겐자부로에 따르면 '낯설게 하기'라는 말은 본디 러이사어 아스트라녜니예(остранение)의 번역어에서 나왔다. 혁명 전후 러시아 예술의 다양한 분야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서서 새롭고 활기찬 빛을 발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낯설게 하기'는 문학을 과학으로 진전시키 러시아 형식주의 그룹이 만들어 낸 용어이다. 이들 학자는 문학이-새롭게 만들어진 것뿐 아니라 전승된 민담이나 민요를 포함한 넓은 의미로서의 문학-표현하고 있는 내용·형태를 통해 연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중략) '낯설게 하기'는 포멀리스트들이 만들어 낸 문예론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잘 정제된 이론으로 단순하리만치 명쾌하며 깊이가 있어 일상·실용의 말이 어떻게 문학 표현의 말과 다른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한다.



상상력이란 실제로 자신에게 주어진 이미지, 고정된 이미지를 근본부터 다시 만드는 능력이다.(p.269)


저자 : 오에 겐자부로(おおえ けんざぶろう, 大江 健三郞)

일본 소설가.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1935년 일본 에히메현의 유서 깊은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1954년 도쿄대학 불문과에 입학했고, 논문 「사르트르 소설의 이미지에 관하여」로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발표한 단편소설 「기묘한 아르바이트」(1957)가 [마이니치신문]에 언급되면서 주목받고 평론가들의 좋은 평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듬해에 단편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등단 초기에는 전후 일본의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의 방황과 좌절을 그려냈고 60년대에는 미일안보조약 재개정 반대 시위와 학생운동 등 민주주의로 향하는 진보적인 흐름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 훗날 노벨문학상 수상식에서 대표작으로 언급된 『만엔 원년의 풋볼』(1967)에서는 이러한 주제를 100년 전의 농민 봉기와 연결하기도 했고, 『홍수는 나의 영혼에 이르러』(1973)에서는 일본의 급진 좌파가 몰락하게 되는 ‘아사마 산장 사건’을 다루었다. 1960년 평생의 친구이자 동지였던 사회파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여동생 이타미 유카리와 결혼했다. 1963년 장남 오에 히카리가 뇌 이상으로 지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를 계기로 『개인적인 체험』, 『허공의 괴물 아구이』, 『핀치러너 조서』 등 지적 장애아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모색하는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폭력 앞에 놓인 인간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국경을 넘어 사회적인 약자,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작품 속에 그려 냈다. 대표작인 『개인적인 체험』(1964)은 실제 오에 히카리가 태어났을 때의 상황을 기반으로 해서 쓴 소설이다.

이후 소설뿐만 아니라 르포르타주인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 등을 발표하면서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주요 과제들을 주목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일본의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작가 스스로 마지막 소설 3부작이라고 명한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을 발표했고 근래까지 장편소설 『익사』(2009), 단편집 『오에 겐자부로 자선 단편』(2014) 등을 발표하였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일본 전후 세대 대표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2023년 3월 향년 88세로 별세하였다.


역자 : 이민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와 한림대에서 연구원과 강사로 활동하였다. 지은 책으로 『일본 대중문학 형성기와 아쿠타가와문학: 야스키치 시리즈·사소설·메타픽션』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일본 프로문학지의 식민지 조선인 자료 선집』 『일본인, 경성을 보고 듣고 느끼다』 『처음 읽는 로마사』 『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 『프로만 알고 있는 소설 쓰는 법』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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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윤석열 -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
황형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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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포스트 윤석열』은 윤석열 대통령 후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정치 인사에 대한 소개글이다. 당연히 여권과 야권 인사가 두루 망라돼 있으며, 지금까지 정치 경력과 현재의 활동 상황을 중심으로 '포스트 윤석열' 시대에 대한 탐색이다. 이 책의 글들은 저자 황형준이 온라인에서 55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황형준의 법정모독〉에서 발췌된 것으로 이번에 증보, 출간됐다. 이 책은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 온라인에 공개하기에 민감한 비화들까지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 역시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2024년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2027년 대통령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유력 인사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이낙연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모두 14명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온라인에 연재한 〈황형준의 법정모독〉의 골격을 유지하되 약 30퍼센트 가량 새로 쓰고 보완했으며, 2023년 연말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를 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한국인은 모두가 교육 전문가이고, 정치 전문가들이다"는 명제를 독자들에게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전자의 경우 한국전쟁 이후 새로운 사회 질서를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신분 상승의 방법은 '많이 배워야 한다'는 의식이 굳어짐으로써 확립된 이야기이다. 후자는 우리 민족이 수천 년 동안 전쟁과 통일, 외세 침략과 독립, 전쟁과 분단, 고도 경제성장과 민주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치에 대한 아픔과 한(恨)이 DNA에 박혀 그만큼 정치 민도(民度)가 높다는 뜻으로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스트 윤석열 시대 어떤 인물이 가장 떠오르는지, 그 인물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서 어떤 계기로 정치를 시작했는지, 정치 입문 뒤엔 어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거쳤는지, 그리고 최종적인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인지 등이 담겨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한국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등장인물들과의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객관적, 합리적 관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들이 보완하고 시정해야 할 지점에 대해 조언과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성향의 기자 출신이다.



책에 따르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정치는 점점 더 외면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극단의 정치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정치도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한쪽은 반대쪽을 악마화하고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며 터무니없는 주장과 저주를 퍼부어댄다. 그럴수록 정치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국민은 "정치는 원래 그런 거야"라며 아예 포기한다. 천덕꾸러기 문제아가 된 것이다. 정치인이 되면 사람이 나쁘게 변하고 근묵자흑(近墨者黑)이 디는게 상식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배우자와 가족부터 말리는 현실이다. 그럴수록 정치에 진출하려던 우수 인재들은 그 뜻을 접고 다른 분야로 진출하게 된다. 저자가 명제로 내세운 '한국인들은 정치 전문가이고, 정치 이야기를 즐긴다'는 이야기와 맥락이 다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드러나기도 한다. 한국 정치인은 정치의 본질을 상실하고 이해 관계에만 밝고, 국민들은 이들의 험담과 정치 혐오의식이 매우높다는 사실을 기자의 시각으로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정치, 즉 'K정치'가 이렇게 평가절하되고 홀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시선이 작동한다. 윗세대가 겪은 참혹한 전쟁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평화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 일도, 국민 세금을 어디에 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한국의 청사진을 그리는 곳도 결국 정치임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정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할 절대 이유이다. 저자는 2007년 기자가 된 뒤 국회와 청와대, 검찰과 법원 등을 주로 맡아 정치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대부분 2024년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2027년 대통령 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유력 인사들이다. 약 10년 전부터 옆에서 지켜보았던 이들의 언행과 주변의 평가를 꼼꼼하게 기록해둔 '취재 메모'가 큰 힘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간 꼭꼭 숨겨놓았던 팩트들을 탈탈 털어서 비장의 무기처럼 여러 개 꺼낸 측면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에 독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작동된 것으로 독자의 눈에는 읽힌다.



이 책은 모두 14명의 정치 인사가 등장한다. 각 1명 당 1장(章)씩 모두 14장으로 이루어졌다. 마치 드라마 대본집처럼 장의 명칭 대신 화(話, 畵)란 명칭을 사용했다. 일정한 순서는 없이 각 장이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이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을 때 주로 '화'로 쓰는 사례에 따른 듯 보인다. 아니, 어쩌면 몇 화가 총선에서, 또 대선에서 승리의 월계관을 쓸지 모른다는 의미에서 독립된 장으로서의 역할에 치중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색다른 구성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름과 주제를 제목에 넣어 제목만 읽어도 누구의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이 간다. 1화 「 ‘황태자’ 한동훈, ‘조선제일검’에서 ‘여권의 얼굴’로」, 2화 「 ‘신림동 신선’ 윤석열의 ‘A long long time ago’」, 3화 「 ‘츤데레’ 이낙연은 ‘총리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4화 「10년 와신상담 끝에 ‘약자 동행’에 승부 건 오세훈」, 5화 「‘국민 금쪽이’ 안철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6화 「여성 신화 써온 ‘눈물 많은 센 언니’ 박영선」, 7화 「20년째 비상 못하는 ‘완전연소남’ 원희룡龍」, 8화 「중도실용의 새 정치 꿈꾸던 ‘원 웨이ONE WAY’ 김한길」, 9화 「박지원, ‘산소 같은 남자’에서 ‘한국의 바이든’까지」, 10화 「‘이유 있는 반항아’ 금태섭의 ‘잘못된 만남’」, 11화 「‘청년 반란’ 일으켰던 여의도 ‘옴파탈’ 이준석」, 12화 「‘미움받을 용기’ 가진 자유인 양정철」, 13화 「‘AI 검찰총장’ 이원석의 법과 정치 사이」, 14화 「‘비인간적 스펙’ 김관영의 대학 때 별명은 ‘스트립’」 등이다. 

독자들이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 아는 정치 인사들이다. 물론 여권 인사도 있고, 야권 인사도 있다. 여야는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갈리기에 언제든 여가 야로, 야가 여로 바뀔 수 있어서 이 책에서 여야 구별은 무의미한다. 단지 우리의 정치가 정당정치이고, 유력 인사는 대부분 정당에 몸을 담고 있어서 활동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 우리는 거대 양당이 의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양당제'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여당과 야당의 구별이 있다. 늘 참신한 정치 신인이나 유능한 정치인 발굴에는 '다당제'가 유리하지만 대통령제와 다당제가 잘 어울릴지는 일반 국민들이 알기 어렵다. 다만 이로 인해 정치 신인이나 유능한 인물 발굴이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소설가 장강명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치 논의는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인물 이야기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인물 분석을 접하기 어렵다. 먼저 정치판의 당사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왜곡해서 퍼뜨린다. 지지자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과장해서 옮긴다"고 적었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이 써서 객관적이라는 점을 돋보이게 하는 추천사이다.



독자의 정치 성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가끔씩 받는다.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면 무작위로 전화나 휴대폰으로 조사하는 경우이다. 독자는 늘 '중도'임을 강조한다.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원래 정치에 뜻이 없고, 따라서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기에 굳이 한쪽 편을 들 이유가 없어서이다. 선거 때도 정당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인물과 정책에 따라 독자의 마음에 드는 투표를 한다. 일부 사람은 "정책을 본다는 것은 정당을 고려한다는 의미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 그렇다고 대답하지만 더 이상 말하기 싫어서다. 아니라고, 다르다고 말한다면 분명 따지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인들은 정치보다는 정치인들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으로 생각되는 부분이다. 

독자들이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면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정치는 뒷전이고, 나에게 걸린 이해 관계를 먼저 따져 선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책의 부제에서부터 이름을 드러내고, 맨 앞장에 선보인 인사는 한동훈이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고,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검찰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지금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국민의힘)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법무부 장관직을 버리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도일 것이다. 그는 1973년 생으로 지금 만 50세이다. 정치인으로서는 신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동훈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정치인 한동훈'"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출범 초기부터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었다. 한동훈의 거취를 둘러싸고 2024년에서의 서울 종로 출마설과 총리 기용설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당초 여권 안팎에선 그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왔다.(실제로 그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략) 한동훈 입장에서도 총선 불출마는 정치인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측면도 있었다. 이미 처음으로 윤 대통령이 '0선 의원' 출신 대통령이 된 만큼 총선 출마는 한동훈에게 필수 코스가 아닐 수 있다. 정치를 한다면 여의도에서 여러 사람에게 물어뜯기지 않고 '대선 직행'을 하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선에 출마할지 말지는 결국 흐름을 판단해야 하는데, 대선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황을 지켜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p.31~32)



총선·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0'인 인물 중 한 사람이 이 책에서 한 장(章)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저자가 왜 『포스트 윤석열』이란 제목에서 '윤석열'이란 인물에게 한 장을 할애했을까? 그것은 남은 임기가 많은 만큼 지금까지 해온 부분에서 결핍됐거나 부정적 판단을 받은 일을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끼워넣은 것으로 독자에게 읽힌다. 그의 이력이나 경력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통령 이후의 행보도 공식으로 밝혀진 것처럼 거의 미스터리 부분도 없다. 그래서 저자는 앞으로의 윤석열 정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꺼내들 타임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윤석열의 국민의힘 정당과 정부가 차기 집권 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썼을지도 모른다. 

책에 따르면 한동안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법무부, 검찰만 보였다. 그나마 최근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이라는 과제를 강조하면서 성과를 내려 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3대 개혁 추진을 밝히자 검찰과 공안당국이 개혁을 위한 집행기관이라도 된 것인 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연계 간첩 사건, 노조 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는 등 이분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도 위험 징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진보와 보수도 아닌 극좌와 극우의 시각에서 한쪽을 '때려잡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마이 웨이'를 걷는 외골수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예전과는 달이 주변의 직언을 안 받아들이고 쓴소리를 하면 서운해 한다는 것. 

비선 논란도 계속 제기된다.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며 잠시 숨 죽이던 김건희 여사도 다시 공식 무대로 올라오며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김 여사의) 오빠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후보 시절부터 천공 등 무속 논란까지 빚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그야말로 '비선 실세' 논란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관련 보고를 받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려 했지만 이를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경험이 있는 윤 대통령이 실제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는지,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직언을 하는 참모가 없는지 궁금하다. 선출된 권력은 국민 앞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항명'해서는 안 된다.



이밖에도 박영선 전 중소기업부 장관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는 '부드러운 직선'이라는 자신의 시를 따라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박영선 전 장관에게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p.141) 저자는 박영선에 대해 '엘레강스'한 공주파인 듯하면서도 억척스러운 무수리파다고 썼다. 마키아벨리가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군주의 자질로 언급한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용맹함이 있다. 둘 다 가지기 어려운, 양립불가능한 품성이 동시에 내재된 듯한 미묘하고 복합적인 '멋'과 '맛'이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023년 2월경 언급한 이야기다. “이낙연은 미국 간 것부터 잘못됐어. 미국 간다길래 내가 ‘당신이 DJ야? 가지 마’라고 했다. DJ는 낙선을 해도 민주당과 호남에서 ‘우리 대통령 후보다’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재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낙연은 당의 대선 후보가 아니었다. 대통령 후보로 낙선한 게 아니라 경선에서 패한 것이다. 대선 후보 코스프레하는 꼴이 됐다. 그러기 때문에 미국에 안 가고 지금 현장에서 이재명과 함께 투쟁을 해나갔어야 된다. 지금이라도 이낙연이 사는 길은 확실하게 이재명을 도와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라도) 관련 메시지를 내야 한다.”(p.86-87)('취재 메모' 중) 


저자 : 황형준


2007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뒤 사회부와 경제부, 정치부 등에서 근무했다. 경찰, 검찰, 법원, 정당,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 주요 출입처를 담당했다. 청와대팀장과 법조팀장 등을 맡아 일했다. 2010년 삼성언론상, 2018년 336회 이달의 기자상, 2022년 대한민국언론대상 최우수상, 2023년 한국신문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중학생 때 『삼국지』에 푹 빠진 뒤 정치학과 철학, 문학 등 분야로 관심이 넓어졌다. 독서와 글쓰기가 좋아져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현재를 살고 싶어서, 현장을 지키는 기자가 됐다’고 스스로 외쳤지만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처럼 산 것 아닌지 가끔 회의(懷疑)한다. 정치, 사회 제도와 법 등 세상을 바꾸는 특종도 중요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웃게 만들 수 있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펜이 누군가를 해치기보다 누군가를 살리는 데 쓰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게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듯 언론에는 미담보다 사건·사고가, 칭찬보다 비판이 많은 게 현실이다.

『포스트 윤석열 :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는 이에 대한 반성이자 탈출구이다. 언젠가는 사람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쓰겠다고 다짐하고는 했다. 이 책은 10년가량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만난 유력 인사들에 대해 적어둔 방대한 분량의 ‘취재 메모’가 골자가 됐다. ‘기억이 곧 존재이고, 기록만이 존재를 증명한다’는 소신 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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