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 - 굶는 자와 남는 식량, 스마트 농업이 그리는 해법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5
김택원 지음 / 동아엠앤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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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식량 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는 굶주림의 원인이 농지에 물을 끌어들이는 관개 수로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지에 물을 대거나 물자를 운반하는 일 등에 너무나 많은 비용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식량 불평등 해소를 제안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 김택원은 그동안 지구 한쪽에서는 식량이 남아돌아가는데 다른 한쪽에선 굶주림에 죽어가는, 불평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해 왔다. 저자는 선진국들이 제국주의 시절부터 부국강병책의 하나로 인구 증가 정책을 썼기 때문에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멜더스의 인구론'을 부정하진 않는다.

맬서스가 살았던 당시의 세계 인구는 8억 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70억 명을 넘어섰다. 엄청난 기술의 발전으로 식량 생산이 급증하면서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대규모 식량 부족 사태는 조만간 우리를 급습할지도 모른다. 지구는 현재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기후로 한쪽에서는 한파가, 한쪽에서는 가뭄이, 한쪽에서는 홍수가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이 책은 1부 식량 위기가 바꿔 놓은 역사, 2부 인류의 식량 위기 극복 과정, 3부 생명으로부터 찾은 새로운 가능성, 4부 식량의 미래, 작지만 큰 농업 순으로 쓰였다. 비농업인이 보더라도 저자가 무엇을 지적하고 무엇을 제안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저자의 제안 역시 설득력 강한 논리정연한 글에 실려 힘을 얻는다. 문외한인 독자도 세계의 식량, 농업 문제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지 이 책 한 권 읽는 것만으로 가늠할 수 있었다. 저자의 통찰력과 탁월한 논리력이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책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025년쯤에는 세계 인구 가운데 30%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18억 명은 물 부족으로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식량 생산에 문제가 생겨 굶주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의 빈곤층들은 자신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사는 돈도 부족해 아이들을 교육시키거나 땅을 마련하는 등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리게 되고 그들의 굶주림은 그들을 빈곤의 함정으로 또다시 빠뜨리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결국 식량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우리가 먹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단순히 환경 문제와만 연관시킬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이다. 거기에 기후 재앙 속에서 식량이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누구의 의도대로 움직일까? 자본주의는 본래의 의도를 넘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자본은 국가를 존엄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기 위해,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을 대규모화해서 공장처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연을 파괴할수록 재앙이 따른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대규모의 농사는 그래서 위험하다. 단 몇 퍼센트의 손아귀에 먹을 것을 쥐어 주면서 재앙의 시발점이 된다.




저자는 아무리 좋은 품종이 나오더라도, 식량을 생산하는 노동력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재배부터 수확,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 적지 않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력만 들인다고 능사는 아니다.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도, 노하우가 부족해도 일을 망치기 일쑤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상황은 어떠한가. 농촌의 생산 가능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고된 농사일을 도울 일손이 없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은 농가의 생산량을 개선하고 재배, 수확, 유통의 전 과정에 도움을 준다. 그 때문에 과거의 원시적인 농업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오늘날에는 스마트 농업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장 기술은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생물 상태를 분석해서 가장 적절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 낸다. 직접 농장에 가지 않아도 온도나 습도 등 중요한 정보들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앱을 이용해 음성으로 농장 상태를 관리할 수도 있다. 스마트 기술은 농산물 유통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수확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유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거래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거래하는 플랫폼 시스템도 도입된다. 블록체인은 변조 걱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므로, 소비자도 도축 날짜나 축사 온도 같은 식품 생산 이력을 확인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보편화된다면 농사를 실패할 걱정도 없고, 산출량을 구체적으로 예측해서 시장 수요에 딱 맞는 작물만을 출하할 수도 있다. 고도화된 식물 공장 시스템 하에서는 소비자 개인과의 계약을 통한 맞춤형 작물 생산도 가능해질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과 농업의 협력은 장차 다가올 식량 부족난을 해결할 최선의 방안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사실 농촌을 기술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기술이 농촌에 도입되고 있고, 적용될 예정이다. 덕분에 나이가 많은 농업 종사자는 물론, 늦게 귀농을 선택해 농업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는, 농업은 소수만의 것이 아니다.

평화와 안정과 행복이 깃드는 농업, 아이들이 먹고 건강하게 자라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농사를 지으면서 다 같이 따뜻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한다면 농업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105개국에서 농산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세계적 식량 위기 가능성에 맞선 국제적인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수출 제한 조치 확산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선 굶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먹을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 걱정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구는 약 77억 명인데, 앞으로 30년 동안 20억 명이 더 증가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식량 조달을 걱정해야 한다. 하지만 100억 명에 달하는 미래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 공급해야 하는 숙제가 인류 앞에 놓였다. 정보통신 기술과의 연계가 대두되는 이유다.

사실 지구촌 한편에는 비만과 음식물 낭비가 넘쳐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굶주림과 아사가 속출한다. 솔직히, 세계에는 70억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사람들까지 먹여 살릴 식량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지구 위에 굶주림(기아)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현실적인 대책은 없을까. 이제 농업은 옛날과 같은 논 매고 밭 가는 식의 원시 형태가 아니다. 농업도 스마트하게 바뀐 지 오래이다. 이제는 생명공학,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봇 등을 적용해 먹거리를 효율적으로 생산한다는 의미이다. 그 이면에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자원 낭비를 막는다는 생각이 숨어 있다.



이 책은 현재 식량 생산 체계의 문제점을 농업 중심으로 짚어 보고 현재 진행 중인 농업의 변화는 이전의 농업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데 초점이 있다. 아울러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새로운 농업에는 무엇이 필요할지 대안을 살펴봄으로써, 농업의 변화가 가져다 줄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식량 위기는 ‘자연이 가해자이고 인류가 피해자’인 일방적인 폭력의 현장이 결코 아니다. 기후 변화를 비롯하여 환경이 부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농업 구조가 바뀌고 인구가 늘어나면 식량 위기는 필연적으로 찾아왔다. 전쟁이나 정치적인 실책에서 비롯된 일부를 제외하면 역사에 드러난 대부분의 식량난은 번영을 누리는 가운데 인구가 증가하다가 갑자기 나타난다. 인류 문명이 20세기 이전까지는 거의 일정한 수준의 인구를 유지한 이유도 이처럼 번영의 절정기에 쇠락을 거듭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세 말 그린란드와 뉴펀들랜드에서 일어난 일은 소규모 정착촌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었지만, 이 일은 산업혁명기 영국에서 유럽 전체의 미래를 걱정할 만큼 큰 규모로 재현된다.(p.47)

저자 : 김택원

서울대학교에서 과학사를 전공하고 동아사이언스의 기자, 편집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동아사이언스로부터 독립한 동아에스앤씨에서 정부 출연 연구기관 및 과학 관련 공공기관의 홍보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지휘하며, 다양한 매체에 과학 기술 관련 글을 여럿 기고하고 있다. 취재차 들린 네덜란드 출장 중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방식의 농업을 접하고 식량과 미래의 농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 책의 집필에 이르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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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고 괴상하고 웃긴 과학 사전! : 동물 기발하고 괴상하고 웃긴 과학 사전!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 지음, 신수진 옮김 / 비룡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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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그림책을 본다. '신개념 과학 사전'이라고 해서 구미가 당겼다. 또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만든 과학사전이라니 생생한 사진으로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발톱 길이가 1미터나 되는 공룡', '우리 몸속 혈관을 길게 이으면 지구를 두 바퀴'나 돌 수 있다는 광고성 카피도 흥미를 돋우었다. 이 책 『기발하고 괴상하고 웃긴 과학 사전! 1 동물』편은 130년 전통의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만든 가장 기발하고 재미있는 과학 사전 시리즈 중 첫 번째로 발간된 책이다.

어린이용이지만 동물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도 크게 관심을 끌 만했다. 돼지가 비디오 게임을 배울 수 있다, 개는 냄새로 암에 걸린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등 기발한 착상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책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생생한 동물 사진과 함께 300가지 동물 정보를 익히는 데 안성맞춤의 동물 과학 사전이다.




이 시리즈는 이토록 흥미진진한 300가지 지식들을 동물, 공룡, 인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별로 엮어 만들었다. 120여 장의 큼직한 사진, 톡톡 튀는 서체와 유머러스한 그림으로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신개념 과학 사전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게다가 가로세로 19센티미터인 책은 아이들이 손으로 쥐기에도 딱 알맞아 언제 어디에서나 책을 보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충족시켜 준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도 책이 좋아지는 마법 같은 과학 사전이라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1888년 설립된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는 130년 넘게 과학, 우주, 자연, 생태, 인류, 문화, 역사 등 전 지구의 탐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은 전 세계 28개국, 23개 언어로 발간되며, 최고의 작가가 찍은 사진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내셔널지오그래픽 책을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워낙 오랜 기간 영상을 통해 지구 세계는 물론 우주천체까지 생생한 사진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의 최대 화제작인 이 시리즈는 엉뚱하고 기발한 과학 지식을 통해 아이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적 욕구를 채워 주는 과학 사전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미 전 세계에서 700만 부를 발행하였으며, TV 프로그램으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인기 있는 동물보다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관점에서 이 책의 특징은 탁월한 선택으로 읽힌다. '역시 내셔널지오그래픽!'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장면의 사진들에 다시 한 번 놀란다. 동물의 놀라운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제 몸무게보다 1000배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는 쇠똥구리, 하늘에서도 땅에 기어가는 개미를 볼 수 있는 독수리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신기한 동물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다. 책에 따르면 인류의 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한 동물도 많다.

타조의 다리를 본뜬 생체 공학 부츠, 도마뱀붙이의 신체 구조를 탐구하여 만든 초강력 접착제도 소개된다. 그밖에 신기한 동물의 탄생 과정과 동물의 한살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는 동물들, 동물에 관한 속담, 동물의 이름에 담긴 의미 등 동물에 관한 모든 지식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는 주변 세계로 시야를 넓히고, 관찰을 통한 과학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구성됐다. 300가지 동물 정보를 모두 마스터한 후 실력을 확인하는 퀴즈도 실려 있다.



저자 :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는 1888년 설립되어 130년 넘게 우주부터 바닷속까지 전 지구를 연구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은 매달 28개국과 23개의 언어로 수백만 명의 독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어린이 출판 브랜드인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는 우주, 자연, 생태, 역사 등의 콘텐츠를 독보적인 수준의 사진 자료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역자 : 신수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한 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다. 자연이 아름다운 제주도에 살면서 어린이 책을 번역하고, 그림책 창작 교육과 전시 기획을 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내 친구 스누피」, 「배드가이즈」 시리즈와 『많아도 너무 많아!』,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 『젓가락 짝꿍』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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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기네스북 - 기록으로 보는 범죄의 세계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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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기록은 살펴보는 사람에 따라 이유가 둘 중의 하나이다. 먼저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이 볼 때다. 경찰이 범죄 기록을 다시 살핀다는 것은 대부분 범인을 잡기 위한 한 방법이다. 혹시 유력한 단서가 될 것 중 빠뜨린 것은 없는지, 범죄 현장서 수집한 자료를 잘못 해석해 경찰이 수사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닌지 등이다. 이 경우 생각보다 범인을 빨리 체포하지 못했을 때 주로 취하는 행동이다. 범죄 기록을 살피는 두 번째 부류는 범죄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범죄 기록을 꼼꼼히 살핀다는 것은 '범죄 없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범죄자가 기록을 살펴본댜는 것은 심각한 상황일 것이다. 범인이고 도주 수배자라면 도망가기에 안전할 곳을 찾으려 범죄 현장의 기록(물론 자신의 기억 중에 있는)을 더듬을 것이고, 이미 형을 마친 범죄자라면 제 2의 범죄를 구상하는 것이 아닐까 추정할 수도 있다. 범죄자가 형을 마친 범죄를 다시 떠올려 생각하고 연구한다면 분명 다시 범죄를 꿈꾸고 잡히지 않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려는 행동으로 보면 틀림이 없지 않을까. 그러나 어디까지나 독자의 추정이지 통계나 실제 사례 연구 결과는 아니니 독자들은 이 책 읽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다. 왜 이런 범죄 기록을 책으로 냈을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문득 떠오른 독자의 생각일 뿐이란 점을 밝힌다.

 


 

독자가 왜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됐을까. 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상황을 고의로 저지르는 행위다. 타인의 안전이나 재산에 위해를 가하거나 폭력을 동반하는 경우 모두 범죄를 간주한다. 물론 법적으로 예외인 경우는 있다. 범죄 현장에서 범인에게 폭력을 가해 범죄를 막거나 범인을 체포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 폭행죄 등을 묻지 않는 경우다. 때문에 대부분의 범죄는 자신의 심리적, 물질적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속이거나 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말하고 그 범위는 굉장히 넓지만 문서화해 범죄로 규정하는 것만 처벌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형법'은 범죄의 구성부터 처벌까지 엄청난 량의 조항이 기록돼 있다.

법의 규정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기에 기존 일어난 범죄의 대부분은 형법에 규정돼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법학을 공부해본 적이 없는 독자로서는 이것 역시 상식에 의존해 하는 말이지만. 이른바 '죄형법정주의' 원칙으로 얼핏 들은 바 있다. 그럼 일반 독자들은 왜 범죄 기록에 흥미를 보이는가. 대부분의 독자들은 '흥미' 때문일 것이다. 범죄를 배우기 위해서도 아니고, 범죄자도 아닌데 범죄 기록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범죄 자체가 흥미를 돋우는 데 꽤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록상 최초, 최대, 최후, 최상, 최저 등 "가장 ~한' 범죄는 당연히 흥미롭다. 독자의 생각으로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어서 흥미를 끈다.

 


 

국내 최초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가 최초 범죄 기록을 통해 범죄의 양상과 흐름을 이해하고, 현재와 미래의 범죄를 예측하기 위해서 범죄의 최초와 세계 기록을 모았다. 특히‘기네스북’이라는 타이틀을 접목해 재미와 지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범죄에 대한 이해도를 최대한 넓혔다. 왜냐하면 더 이상 범죄는 남의 이야기로 치부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범죄는 학자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학술범죄학에서 머물러선 안 되고, 대중과 깊이 소통하면서 대중이 시민이 자신만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대중범죄학이 되어야 한다. 즉, 모든 시민이 스스로 자신을 위한 경찰이 되어야 불시에 나타나 자신을 위협하는 범죄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범죄 기네스북』은 이제까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최초의 범죄에 대해 짚어보면서 현재까지의 범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더욱 빠질 수 없는 점이 ‘재미’와 ‘웃음’그리고 ‘눈물’이다. 『범죄 기네스북』은 어두운 범죄의 기록을 논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희소성, 재미와 웃음 그리고 이야기 뒤편에 남은 슬픔 등이 잘 어우러져 독자에게 범죄소설 같은 읽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 한 권이면 독자들의 저녁이 외롭지 않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현재의 범죄는 이전의 범죄의 양상과 많이 다르다. 흔히 우리는 범죄를 하류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가난해서, 어릴 적 학대를 받아서,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적어서, 생계유지 수단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39년 범죄학자 에드윈 서덜랜드가 ‘스위트룸에서의 범죄’라고 할 수 있는 상류 계층, 즉 화이트칼라 범죄를 언급하면서 이 관점에서의 범죄 본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욱이 실질적 피해는 상류 계층의 범죄가 더 크다는 점을 알렸다.

또 이전에는 환경 범죄가 생태학적 범죄학에 기반을 두었다면 현재는 정말 말 그대로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범죄로 의미가 달라졌다. 특히 디지털 범죄의 경우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범죄의 양상이다. 이렇게 범죄 양상은 시시각각 바뀐다. 『범죄 기네스북』은 56개의 키워드를 통해 고대에서 현재까지의 범죄의 최초 기록들과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기록을 모아 한 권에 다 담았다. 방송가에 「알쓸범잡」이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있다면 출판가에는 『범죄 기네스북』이 있다고 할 정도로, 범죄에 관한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연쇄살인 부분은 개인의 대비 차원에서라도 읽어두면 괜찮을 것 같다. 요즘은 이른바 '지구촌 시대'여서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나와는 샹관 없는 먼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옛날 이야기'로 멀리 해서도 안 된다. 연쇄살인은 동일한 사람이 서로 다른 시간에 발생한 개별적 사건으로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을 불법적으로 살해한 경우를 말한다. 이런 정의는 보편적 학문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선 법과 관련해 공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단어기도 하다.

연쇄살인을 논할 때면 항상 등장하는 유사 용어가 있는데 바로 다중살인(mass murder)과 연속살인(killing spree)이다. 다중살인은 다수의 피해자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살해당하는 경우를, 연속살인은 짧은 시간적 간격을 두고 다른 장소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살해하는 경우를 말한다. 연쇄살인과 가장 분명하게 다른 점은 연쇄살인이 휴지 기간이 있는 반면에 연속살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연쇄살인과 다중살인 그리고 연속살인의 차이」 중에서) 연쇄살인의 정의 정도만 옮기고 흥미를 느낀 독자들은 책을 직접 찾기를 바란다. '세계 최악의 연쇄살인범들'이란 소제목에 나오는 살인범들의 살인 행각이 너무 끔찍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 행위가 많아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저자의 고충이 충분히 읽히는 대목이다.

 


 

저자 : 이윤호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자인 이윤호 교수는 범죄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당시 국내에서 유일했던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군 제대 후 범죄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경찰행정학과를 개설해 범죄학과 형사정책학 분야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미시간주립대학교의 형사사법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 1987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주요대학에서 범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지 취업을 권하는 은사 교수들의 고언을 뿌리치고 귀국하여 국내 최초로 개설된 경기대학교 교정학과 학과장으로 부임한 이래 교학2처장 등 보직을 수행하다 마음 한편에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던 실무 경험을 쌓고자 최초의 민간전문가 개방형 임용으로 법무부 개방형 계약직 이사관으로서 법무연수원 교정연수부장으로 근무했다.

그 후 학교의 대외협력처장을 거쳐 행정대학원장의 보임을 수행하던 중 모교인 동국대학교의 특별 초빙으로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입학처장, 사회과학대학장, 행정대학원장, 초대경찰사법대학장과 경찰사법대학원장을 역임하고, 대외적으로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그리고 대한범죄학회 초대회장, 한국경찰학회, 한국공안행정학회, 한국대테러정책학회 회장으로 봉사했다. 현재도 범죄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경찰청 최초로 등록된 사단법인 목멱사회과학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사이버대학교 석좌교수로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을 계속하고 있다.

범죄학과 경찰학 그리고 피해자학과 관련한 100여 편의 연구보고서와 논문을 발표하고, 저서로 『범죄학』, 『경찰학』, 『교정학』, 『피해자학』, 『범죄심리학』, 『현대사회와 범죄』, 『범죄 그 진실과 오해』, 『피해자학』, 『한국형사사법정책론』, 『청소년비행론』 등을 집필했고, 범죄의 대중화를 위해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 등을 출간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하루 한 줄, 행복에 물들다』, 『인생프로파일링, 삶을 해부하다』, 『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등을 출간했다. 옮긴 책으로는 『폭력의 해부』가 있다.

 

그림 : 박진숙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조금씩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박진숙은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면서 얻은 느낌을 붓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이 실린 책으로는 『하루 한 줄, 행복에 물들다』,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 『인생프로파일링, 삶을 해부하다』, 『영화 속 범죄 코드를 찾아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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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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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 『방관자 효과』는 심리학 용어로서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구경꾼 효과'라고도 한다. 방관자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경우 곁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현상이 방관자 효과이다. 방관함으로써 생기는 여러 현상 가운데서도 특히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낯선 사람을 도와주지 않을 때 흔히 쓴다.

사람들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데는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나 성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 주위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와줄 확률은 낮아지고,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니,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 하는 심리적 요인 때문인데, 이렇듯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가리켜 심리학 용어로 '책임분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방관자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로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든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도 있는데, 보통 정치가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의학 용어로도 쓰이며 정신분석학에서도 심리학과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정신 분석학자들 역시 이러한 현상을 책임의 분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방관자 효과’라고 부른다. 저자 캐서린 샌더슨은 이 책에서 수많은 심리학 연구와 실험, 신경 과학적 뇌 반응 측정을 통해 행동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인간 본성을 과학적으로 파헤치며, 작은 침묵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부정적 반향을 일으키게 됨을 경고한다. 아울러 진단과 경고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조언하고 있다.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외침”이 아닌,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다는 마틴 루터 킹의 연설처럼 불의와 혼돈이 지배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다시금 용기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충실한 실천적 지침서가 되어준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침묵의 방관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낼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인가. 저자는 책에서 한 가지 사례를 들어 이 책을 쓴 이유를 설명하고 우리의 행동을 선택해야 함을 강조한다.



2017년 4월 한 남성이 항공기 좌석에서 거칠게 끌려나가는 영상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며 공분을 일으켰다. 당시 69세의 의사 데이비드 다오는 예약을 과도하게 받았다면서 좌석 포기를 종용하는 항공사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공항 보안국 요원 세 명이 다오를 강제로 끌고 나갔고, 이 과정에서 다오는 코뼈와 치아 두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사람들은 다오가 받은 부당한 대우에 집중했지만,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당시 다수의 승객은 그 상황을 휴대 전화로 촬영해 나중에서야 SNS에 분노를 피력했을 뿐, 물리력을 행사하는 보안국 요원을 제지하지 않고 침묵했던 것이다.암허스트 대학교 심리학과 학과장인 저자 캐서린 샌더슨은 전 세계를 뒤덮고 사회적 이슈가 된 침묵과 방관, 무관심이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나비 효과를 목격하며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방관자 효과』를 집필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여러분 모두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두 명의 직조공은 임금에게 멍청한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멋진 옷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임금은 속아 넘어가 이들이 만들었다는 옷을 입고 행진한다. 사람들은 모두 벌거벗은 모습을 보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지적하지 않는다. 멍청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이다. 타인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 어린 소년만 “임금임이 벌거벗었어!”라고 소리칠 수 있었다."(pp88~89)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뉴스에 오르내리는 학교 폭력이나 직장 내 폭력, 또는 군대 등 집단에서 벌어지는 왕따나 폭력 행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런 사건들은 대부분 폭력을 지켜보는 이들의 침묵으로 은폐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없던 일'로 숨겨지기도 한다. 이들의 침묵은 최악의 경우 '죽음'으로까지 가서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책은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복종 실험을 포함해 수많은 심리학 연구와 실험, 신경 과학적 뇌 반응 측정을 통해 행동하기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인간 본성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또한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침묵이 모여 사회적으로 커다란 부정적 반향을 일으키게 되는지 경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진단과 경고에만 머물지 않고 본성을 거슬러 행동하기로 결정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실제적 변화를 가져올 방법을 조언함으로써 불의와 혼돈을 넘어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실천적 지침서를 완성했다.



사람들은 흔히 성폭행이나 기업의 대규모 횡령 같은 중대 범죄는 ‘특별한’ 악인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캐서린 샌더슨은 불행하게도 이러한 판단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1999년 같은 반 친구 에릭 해리스와 함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10여 명의 사망자와 20여 명의 부상자를 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남들은 우리 아이가 비뚤어진 목적을 가진 괴물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악마 같은 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요.”

왜 우리는 악인만 나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추정할까? 친구나 가족 그리고 자신은 좋은 사람이고,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다고 믿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이들도 직장 동료를 추행하고, 학교 친구를 따돌리는 등 일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믿는 이가 부추겨서,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발을 들이면서 도덕적 기준에 대한 감각을 잃고 결국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소한 오해가 불러온 따돌림과 버나드 매도프가 일으킨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는 모두 침묵 속에서 시작되었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범죄와 악행을 저지른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행위는 다수에 의해 쉽게 무시되거나 간과되었다. 나쁜 행동이 실현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악인들의 개인적 결정이 아닌, 다수의 선한 사람들이 침묵하지 않고 나서서 행동하지 못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방관자 효과』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이른바 ‘괴물’을 찾아내 막는 것만으로는 끔찍한 행동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선한 사람을 나쁜 선택으로 이끄는 원인을 찾아내고 주변에서 목소리를 내야 그릇된 행동을 막거나, 적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왜 남성들은 가까운 친구가 여성에 대해 성차별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 가지 원인은 비웃음, 평가, 외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러한 시각에 공공연하게 반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남학생들이 성폭력 상황에 개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타인의 평가(비웃음을 살지 모른다는 두려움)나 다른 남성들에게 약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해 동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공격을 받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초래할까 두려워 침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잘못된 시각이 상당히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외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남학생 사교 모임이나 스포츠팀에서는 문제가 있어도 침묵하려는 경향이 특히 강하다.(pp.189-190)



저자 : 캐서린 샌더슨(CATHERINE A. SANDERSON)

암허스트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심리적 기제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를 뒤덮고 사회적 이슈가 된 침묵과 방관, 무관심이 불러온 나비 효과를 보며 가졌던 “왜”라는 질문이 《방관자 효과》의 시작이었다. 샌더슨은 이 책을 통해 ‘방관자 효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행동으로 옮길 구체적인 방법을 조언한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고등 교육 정보 기관인 프린스턴 리뷰가 선정한 ‘최고의 교수 3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USA투데이》, 《애틀랜틱》, CNN, CBS 등 수많은 언론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심리학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함의를 짚어주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생각이 바뀌는 순간》 등이 있다.

역자 : 박준형

서울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 통번역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부, 재정경제부 등 정부 기관과 여러 방송국에서 통번역 업무를 담당했고, 이데일리 경제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용기의 정치학》,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 《피드 포워드》,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등이 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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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날다 - 우리가 몰랐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혹한 실상
은미희 지음 / 집사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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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제국주의 시절 동남아 각국을 침략하면서 군 사기 진작 목적으로 위안소 설치를 결정하고 위안부 제도 실시한다. 위안부는 피지배국 피침략국의 나이 어린 소녀들이 대상이었다. 강제 침탈된 조선의 소녀들도 '취직'을 미끼로 강제 공출했다. 외교적 표현으로 '공출'이지 강제 연행이다. 침략 전쟁이 실패로 끝나자 전후 책임이 있는 일본은 반윤리적 위안부 제도를 부인했다. 군사적 침략뿐만 아니라 민간인들까지 징용 및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내용을 감추려고 했던 것. 그러나 피해 위안부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증언에 나서자 일본도 한 발 물러섰다. 강제는 아니고 자의로 들어온 사람들이고 급여도 제때 지급했다는 주장이었다.

설득력이 없는 데다 한푼도 받지 못했다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 동남아 각국에서 증언해 일본의 거짓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국제 사회 여론이 악화되자 이번엔 한국의 경우 1965년 한일청구권협약에 따라 이미 배상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의 개인 배상 청구권이 남아 있다고 최종 판결하자 박근혜 정부 때 맺었던 약 100억원(10억엔)의 일괄 배상으로 끝났다고 새로운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배상금이 목적이 아닌 위안부 할머니들이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자 묵살했다. 1965년의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국 대법원 판결 전 일본 아베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외교 장관끼리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했다. 이때 등장한 외교문서에 '불가역적 협정'을 맸었다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다. 독자는 외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국가간 외교에 '불가역적 협정'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처음 봤다. 가능한 일인가 지금도 의심스럽다. 국제 협정에서 '불가역적' 사안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이를 한국 정부가 인정했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일본은 우리와는 이웃 국가여서 그런지 유독 많은 분쟁이 있어 왔다. 특히 임진왜란과 한일합방 등은 우리나라의 존속 여부를 위협하는 중대한 침략 행위여서 용서받지 못할 짓임에도 여전히 우리를 잘 살게 해준 선진국으로서의 은혜 (철도 가설, 발전소 설치, 공장 가동 등) 운운하며 앞뒤 안 맞는 주장만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얼마 전 비밀 해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도 위안부 문제가 등장한다. 미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하던 소녀 20여명이 일본군이 패주하며 방치한 소녀들이었다. 당시 문서는 미군 장교가 상황발생 보고 문서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그래도 일본은 여전히 케케묵은 허위 주장만 계속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그럴수록 악랄한 침략국이었다는 낙인을 스스로 찍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이란 허구의 사실을 있는 일, 일어날 수 낭처럼 쓰는 예술 행위다. 이미 일어난 일을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실감나게 꾸미는 역사 소설도 있다. 또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로포도 있고,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의 구성으로 꾸민 다큐 소설도 있다. 이 책은 실화(實話)를 바탕으로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사실에 대한 허위나 숨김이 있는 경우 이를 자연스럽게 재구성한 것은 철저히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을 쓴 작가 은미희도 취재나 자료 수집에 굉장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을 터 실상에 독자들이 다가가기에 훨씬 쉬워졌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 『나비, 날다』는 일본 제국에서 식민지 조선 소녀들을 거짓 꾀임과 강제로 공출하여 위안부로 살게 했던 참담한 기록이다. 『Flutter, Flutter, Butterfly』라는 표제로 미국에서 영문판으로 먼저 출판되었다고 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몇몇 뜻 깊은 지사들의 헌신으로 한글판이 나오기 전에 2016년에 영문판이 빛을 보게 되었다. 2021년이 되어서야 많은 분들의 모금으로 한글판이 나오게 되었다. 책을 쓰신 저자의 결단과 미국에서 영역을 맡은 안영숙 씨, 일본인들의 정치적 방해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출판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신 이상원 박사 등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관계한 많은 분들의 수고로 작가를 통해 빛을 본 이 소설이 사실을 바로 인식하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에 나오는 하루코. 춘자(春子). '봄의 여인'이란 뜻의 이름 하루코.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찬 세상, 봄.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고 아름답고 환희에 넘쳐 나는 봄. 그 봄의 세상은 하루코라는 이름으로 나에게는 어둠이 되었고, 지옥이 되었다. 그 시절의 이름, 하루코. 지우개로 지우듯 그렇게 지나간 내 생을 지우고, 나를 소거하고 싶다. 하지만 하루코, 그 이름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짊어지고 가야 할 형벌이었고, 나는 끝내 그 이름을 내 생에서 떨쳐내지 못했다.

이렇게 시작되고 있는 이 소설 『나비, 날다』는 순분이라는 조선의 열다섯 소녀가 일본 군인의 꾀임과 강제에 의하여 끌려가 버마(지금의 미얀마)라는 곳의 위안소에서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일본 제국의 군인들에게 처참하게 강간당하고 성병에 걸리고 임신하는 소녀들의 사실적 이야기이다. 위안소의 위안부들은 일본 제국의 군인에게 주는 선물이었고 이 소녀들은 그야말로 성 노예 신세였다.


저자에 따르면 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는 사실이며, 사실을 알리고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저자 자신의 견해는 최대한 배제했다 한다. 생존하는 할머니들의 증언을 소설의 형식과 구성을 빌어 엮어낸, 사실의 기록이며 또 다른 증언인 셈이다. 거대한 폭력 앞에 한 소녀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고, 국가가 보호해 주지 못하는 소녀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 지는지를 생각해 보자는 생각에서 작가는 집필을 시작했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쓰면서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참혹하고 잔인해 이 글을 쓴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다. 누가 읽든 읽지 않든, 사관의 자세로 기록을 남기자는 마음으로 힘들게 이 소설을 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가 쓴 책이 아니라 할머니들이 쓴 책이다."라고 말했다.

“강제연행은 없었다, 위안부 20만 명은 근거 없다, 성 노예가 아니다, 자유 의지로 가난의 굴레에 돈 벌려 간 매춘이다.” 야만적인 전쟁의 광기 속에서 열다섯의 조선인 소녀들이 끌려가 돈을 벌기 위해 하루에 20여 명 넘는 군인들을 상대했다는 것은 과연 상식적으로 맞는 말인가. 열다섯의 소녀가 돈을 벌기 위해 하루 20여 명의 일본 군인을 상대했다는 게, 다시 말해 자유 의지로 매춘을 한 공창이라는 말은 이 소설 속의 소녀들이 당한 참혹한 사실들 앞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군 위안부였던 김학순 씨가 처음 공개적으로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던 것이 1991년이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였던 여성들은 이제 고령으로 별세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은 아직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 소설은 그런 할머니들의 삶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되도록 했다.



그때 휘장이 걷히고 다른 병사가 들어왔다. 그는 미처 옷을 입지도 못한 채 팔에 걸고 밖으로 나가고, 새로 들어온 병사는 채 씻지도 못한 순분에게로 다가왔다.“더러워. 더러워. 더러운 것들!”

그는 앞선 군인의 체취와 타액과 정액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순분의 몸을 더듬으며 연신 더럽다며 침을 뱉고 순분의 몸을 때렸다. 그의 우악살스런 손길이 순분을 할퀴고 지나갈 때마다 순분은 낮게 신음을 내질렀다.

“조센징들은 더러워. 더러워. 다 더러워.”(p.231)

“맛있었나? 맛있었겠지. 고깃국이었으니까.”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방금 너희들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는 다시 말을 멈춘 채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 웃음이 왠지 섬뜩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느릿느릿 입을 뗐다.

“방금 너희들은 너희 친구를 먹었다. 너희들이 맛있게 먹은 것은 너희 친구다. 너희들은 너희 친구를 먹었단 말이다.”

아이들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친구라니? 친구를 먹었다니?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방금 그자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눈으로 물었다.(p.295)



저자 : 은미희

1960년에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하였다. 광주문화방송 성우를 거쳐, [전남매일]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96년 단편 「누에는 고치 속에서 무슨 꿈을 꾸는가」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1999년 단편 「다시 나는 새」로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장편소설 『비둘기집 사람들』로 삼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금기시되고 터부시되는 근친 간의 사랑과 동성 간의 사랑 등을 중심으로 인생과 사랑의 어두운 그늘을 다뤘던 『소수의 사랑』으로 지난한 생의 그림자에 대한 고유의 진지한 성찰력을 보여 준다는 평을 받았다.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현대판 남사당패라 할 만한 떠돌이 엿장수 공연단의 애환을 그려 낸 『바람의 노래』를 발표했을 때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언론의 시선을 모았다. 그의 여러 단편들을 모아 엮은 첫 단편소설집 『만두 빚는 여자』는 쓸쓸한 일상을 붙잡고 삶을 이어 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삶의 숭고함을 토로해 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작품으로 단편소설집 『만두 빚는 여자』가 있고, 장편소설 『소수의 사랑』, 『바람의 노래』, 『18세, 첫경험』,『바람남자 나무여자』,『나비야 나비야』, 『흑치마 사다코』등이 있으며, 청소년평전으로 『조선의 천재 화가 장승업』, 『창조와 파괴의 여신 카미유 클로델』,『인류의 빛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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