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 - 굶는 자와 남는 식량, 스마트 농업이 그리는 해법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5
김택원 지음 / 동아엠앤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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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식량 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는 굶주림의 원인이 농지에 물을 끌어들이는 관개 수로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지에 물을 대거나 물자를 운반하는 일 등에 너무나 많은 비용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식량 불평등 해소를 제안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 김택원은 그동안 지구 한쪽에서는 식량이 남아돌아가는데 다른 한쪽에선 굶주림에 죽어가는, 불평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해 왔다. 저자는 선진국들이 제국주의 시절부터 부국강병책의 하나로 인구 증가 정책을 썼기 때문에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멜더스의 인구론'을 부정하진 않는다.

맬서스가 살았던 당시의 세계 인구는 8억 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70억 명을 넘어섰다. 엄청난 기술의 발전으로 식량 생산이 급증하면서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대규모 식량 부족 사태는 조만간 우리를 급습할지도 모른다. 지구는 현재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기후로 한쪽에서는 한파가, 한쪽에서는 가뭄이, 한쪽에서는 홍수가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이 책은 1부 식량 위기가 바꿔 놓은 역사, 2부 인류의 식량 위기 극복 과정, 3부 생명으로부터 찾은 새로운 가능성, 4부 식량의 미래, 작지만 큰 농업 순으로 쓰였다. 비농업인이 보더라도 저자가 무엇을 지적하고 무엇을 제안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저자의 제안 역시 설득력 강한 논리정연한 글에 실려 힘을 얻는다. 문외한인 독자도 세계의 식량, 농업 문제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지 이 책 한 권 읽는 것만으로 가늠할 수 있었다. 저자의 통찰력과 탁월한 논리력이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책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025년쯤에는 세계 인구 가운데 30%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18억 명은 물 부족으로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식량 생산에 문제가 생겨 굶주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의 빈곤층들은 자신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사는 돈도 부족해 아이들을 교육시키거나 땅을 마련하는 등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리게 되고 그들의 굶주림은 그들을 빈곤의 함정으로 또다시 빠뜨리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결국 식량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우리가 먹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단순히 환경 문제와만 연관시킬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이다. 거기에 기후 재앙 속에서 식량이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누구의 의도대로 움직일까? 자본주의는 본래의 의도를 넘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자본은 국가를 존엄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기 위해,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을 대규모화해서 공장처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연을 파괴할수록 재앙이 따른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대규모의 농사는 그래서 위험하다. 단 몇 퍼센트의 손아귀에 먹을 것을 쥐어 주면서 재앙의 시발점이 된다.




저자는 아무리 좋은 품종이 나오더라도, 식량을 생산하는 노동력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재배부터 수확,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 적지 않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력만 들인다고 능사는 아니다.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도, 노하우가 부족해도 일을 망치기 일쑤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상황은 어떠한가. 농촌의 생산 가능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고된 농사일을 도울 일손이 없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은 농가의 생산량을 개선하고 재배, 수확, 유통의 전 과정에 도움을 준다. 그 때문에 과거의 원시적인 농업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오늘날에는 스마트 농업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장 기술은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생물 상태를 분석해서 가장 적절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 낸다. 직접 농장에 가지 않아도 온도나 습도 등 중요한 정보들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앱을 이용해 음성으로 농장 상태를 관리할 수도 있다. 스마트 기술은 농산물 유통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수확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유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거래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거래하는 플랫폼 시스템도 도입된다. 블록체인은 변조 걱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므로, 소비자도 도축 날짜나 축사 온도 같은 식품 생산 이력을 확인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보편화된다면 농사를 실패할 걱정도 없고, 산출량을 구체적으로 예측해서 시장 수요에 딱 맞는 작물만을 출하할 수도 있다. 고도화된 식물 공장 시스템 하에서는 소비자 개인과의 계약을 통한 맞춤형 작물 생산도 가능해질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과 농업의 협력은 장차 다가올 식량 부족난을 해결할 최선의 방안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사실 농촌을 기술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기술이 농촌에 도입되고 있고, 적용될 예정이다. 덕분에 나이가 많은 농업 종사자는 물론, 늦게 귀농을 선택해 농업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는, 농업은 소수만의 것이 아니다.

평화와 안정과 행복이 깃드는 농업, 아이들이 먹고 건강하게 자라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농사를 지으면서 다 같이 따뜻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한다면 농업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105개국에서 농산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세계적 식량 위기 가능성에 맞선 국제적인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수출 제한 조치 확산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선 굶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먹을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 걱정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구는 약 77억 명인데, 앞으로 30년 동안 20억 명이 더 증가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식량 조달을 걱정해야 한다. 하지만 100억 명에 달하는 미래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 공급해야 하는 숙제가 인류 앞에 놓였다. 정보통신 기술과의 연계가 대두되는 이유다.

사실 지구촌 한편에는 비만과 음식물 낭비가 넘쳐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굶주림과 아사가 속출한다. 솔직히, 세계에는 70억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사람들까지 먹여 살릴 식량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지구 위에 굶주림(기아)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현실적인 대책은 없을까. 이제 농업은 옛날과 같은 논 매고 밭 가는 식의 원시 형태가 아니다. 농업도 스마트하게 바뀐 지 오래이다. 이제는 생명공학,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봇 등을 적용해 먹거리를 효율적으로 생산한다는 의미이다. 그 이면에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자원 낭비를 막는다는 생각이 숨어 있다.



이 책은 현재 식량 생산 체계의 문제점을 농업 중심으로 짚어 보고 현재 진행 중인 농업의 변화는 이전의 농업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데 초점이 있다. 아울러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새로운 농업에는 무엇이 필요할지 대안을 살펴봄으로써, 농업의 변화가 가져다 줄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식량 위기는 ‘자연이 가해자이고 인류가 피해자’인 일방적인 폭력의 현장이 결코 아니다. 기후 변화를 비롯하여 환경이 부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농업 구조가 바뀌고 인구가 늘어나면 식량 위기는 필연적으로 찾아왔다. 전쟁이나 정치적인 실책에서 비롯된 일부를 제외하면 역사에 드러난 대부분의 식량난은 번영을 누리는 가운데 인구가 증가하다가 갑자기 나타난다. 인류 문명이 20세기 이전까지는 거의 일정한 수준의 인구를 유지한 이유도 이처럼 번영의 절정기에 쇠락을 거듭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세 말 그린란드와 뉴펀들랜드에서 일어난 일은 소규모 정착촌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었지만, 이 일은 산업혁명기 영국에서 유럽 전체의 미래를 걱정할 만큼 큰 규모로 재현된다.(p.47)

저자 : 김택원

서울대학교에서 과학사를 전공하고 동아사이언스의 기자, 편집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동아사이언스로부터 독립한 동아에스앤씨에서 정부 출연 연구기관 및 과학 관련 공공기관의 홍보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지휘하며, 다양한 매체에 과학 기술 관련 글을 여럿 기고하고 있다. 취재차 들린 네덜란드 출장 중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방식의 농업을 접하고 식량과 미래의 농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 책의 집필에 이르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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