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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평점 :
이 책 제목 『방관자 효과』는 심리학 용어로서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구경꾼 효과'라고도 한다. 방관자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경우 곁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현상이 방관자 효과이다. 방관함으로써 생기는 여러 현상 가운데서도 특히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낯선 사람을 도와주지 않을 때 흔히 쓴다.
사람들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데는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나 성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 주위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와줄 확률은 낮아지고,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니,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 하는 심리적 요인 때문인데, 이렇듯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가리켜 심리학 용어로 '책임분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방관자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로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든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도 있는데, 보통 정치가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의학 용어로도 쓰이며 정신분석학에서도 심리학과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정신 분석학자들 역시 이러한 현상을 책임의 분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방관자 효과’라고 부른다. 저자 캐서린 샌더슨은 이 책에서 수많은 심리학 연구와 실험, 신경 과학적 뇌 반응 측정을 통해 행동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인간 본성을 과학적으로 파헤치며, 작은 침묵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부정적 반향을 일으키게 됨을 경고한다. 아울러 진단과 경고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조언하고 있다.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외침”이 아닌,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다는 마틴 루터 킹의 연설처럼 불의와 혼돈이 지배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다시금 용기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충실한 실천적 지침서가 되어준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침묵의 방관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낼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인가. 저자는 책에서 한 가지 사례를 들어 이 책을 쓴 이유를 설명하고 우리의 행동을 선택해야 함을 강조한다.
2017년 4월 한 남성이 항공기 좌석에서 거칠게 끌려나가는 영상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며 공분을 일으켰다. 당시 69세의 의사 데이비드 다오는 예약을 과도하게 받았다면서 좌석 포기를 종용하는 항공사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공항 보안국 요원 세 명이 다오를 강제로 끌고 나갔고, 이 과정에서 다오는 코뼈와 치아 두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사람들은 다오가 받은 부당한 대우에 집중했지만,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당시 다수의 승객은 그 상황을 휴대 전화로 촬영해 나중에서야 SNS에 분노를 피력했을 뿐, 물리력을 행사하는 보안국 요원을 제지하지 않고 침묵했던 것이다.암허스트 대학교 심리학과 학과장인 저자 캐서린 샌더슨은 전 세계를 뒤덮고 사회적 이슈가 된 침묵과 방관, 무관심이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나비 효과를 목격하며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방관자 효과』를 집필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여러분 모두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두 명의 직조공은 임금에게 멍청한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멋진 옷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임금은 속아 넘어가 이들이 만들었다는 옷을 입고 행진한다. 사람들은 모두 벌거벗은 모습을 보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지적하지 않는다. 멍청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이다. 타인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 어린 소년만 “임금임이 벌거벗었어!”라고 소리칠 수 있었다."(pp88~89)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뉴스에 오르내리는 학교 폭력이나 직장 내 폭력, 또는 군대 등 집단에서 벌어지는 왕따나 폭력 행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런 사건들은 대부분 폭력을 지켜보는 이들의 침묵으로 은폐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없던 일'로 숨겨지기도 한다. 이들의 침묵은 최악의 경우 '죽음'으로까지 가서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책은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복종 실험을 포함해 수많은 심리학 연구와 실험, 신경 과학적 뇌 반응 측정을 통해 행동하기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인간 본성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또한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침묵이 모여 사회적으로 커다란 부정적 반향을 일으키게 되는지 경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진단과 경고에만 머물지 않고 본성을 거슬러 행동하기로 결정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실제적 변화를 가져올 방법을 조언함으로써 불의와 혼돈을 넘어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실천적 지침서를 완성했다.
사람들은 흔히 성폭행이나 기업의 대규모 횡령 같은 중대 범죄는 ‘특별한’ 악인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캐서린 샌더슨은 불행하게도 이러한 판단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1999년 같은 반 친구 에릭 해리스와 함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10여 명의 사망자와 20여 명의 부상자를 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남들은 우리 아이가 비뚤어진 목적을 가진 괴물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악마 같은 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요.”
왜 우리는 악인만 나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추정할까? 친구나 가족 그리고 자신은 좋은 사람이고,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다고 믿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이들도 직장 동료를 추행하고, 학교 친구를 따돌리는 등 일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믿는 이가 부추겨서,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발을 들이면서 도덕적 기준에 대한 감각을 잃고 결국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소한 오해가 불러온 따돌림과 버나드 매도프가 일으킨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는 모두 침묵 속에서 시작되었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범죄와 악행을 저지른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행위는 다수에 의해 쉽게 무시되거나 간과되었다. 나쁜 행동이 실현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악인들의 개인적 결정이 아닌, 다수의 선한 사람들이 침묵하지 않고 나서서 행동하지 못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방관자 효과』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이른바 ‘괴물’을 찾아내 막는 것만으로는 끔찍한 행동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선한 사람을 나쁜 선택으로 이끄는 원인을 찾아내고 주변에서 목소리를 내야 그릇된 행동을 막거나, 적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왜 남성들은 가까운 친구가 여성에 대해 성차별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 가지 원인은 비웃음, 평가, 외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러한 시각에 공공연하게 반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남학생들이 성폭력 상황에 개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타인의 평가(비웃음을 살지 모른다는 두려움)나 다른 남성들에게 약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해 동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공격을 받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초래할까 두려워 침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잘못된 시각이 상당히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외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남학생 사교 모임이나 스포츠팀에서는 문제가 있어도 침묵하려는 경향이 특히 강하다.(pp.189-190)
저자 : 캐서린 샌더슨(CATHERINE A. SANDERSON)
암허스트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심리적 기제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를 뒤덮고 사회적 이슈가 된 침묵과 방관, 무관심이 불러온 나비 효과를 보며 가졌던 “왜”라는 질문이 《방관자 효과》의 시작이었다. 샌더슨은 이 책을 통해 ‘방관자 효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행동으로 옮길 구체적인 방법을 조언한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고등 교육 정보 기관인 프린스턴 리뷰가 선정한 ‘최고의 교수 3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USA투데이》, 《애틀랜틱》, CNN, CBS 등 수많은 언론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심리학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함의를 짚어주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생각이 바뀌는 순간》 등이 있다.
역자 : 박준형
서울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 통번역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부, 재정경제부 등 정부 기관과 여러 방송국에서 통번역 업무를 담당했고, 이데일리 경제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용기의 정치학》,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 《피드 포워드》,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등이 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