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꿈에 말이야 - 꿈, 잃어버린 당신 삶의 1/3
이수경 지음 / 우리에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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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현재 절실한 문제를 반드시 다룬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감정적으로 집착하거나 현실에서 꿈꾼 이에게 중요한 것일수록 꿈에 나올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꿈은 의식이 궁금해 하는 일, 집착하고 고민하는 일,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반드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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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꿈에 말이야 - 꿈, 잃어버린 당신 삶의 1/3
이수경 지음 / 우리에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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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지난밤 꾼 꿈 얘기를 하면 독자는 프로이트나 장자 생각을 한다. 실제 꿈을 꾼 사람과 아무런 관련 없는 생각이 독자에게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들어본 단어라면 '꿈'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 잘 때 꾸는 꿈보다는 스스로 목표하고 있는 일에 대해 '꿈'으로 표현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어로는 두 가지가 다르지 않다. 외국어도 마찬가지로 안다. 잘 때 꾸는 꿈과 목표하는 일은 분명히 다른 일인데 왜 함께 혼동해 쓰는 걸까. 독자는 그것이 마땅찮아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도 읽었고, 장자의 '호접몽'에 대한 것도 찾아 읽어봤다. 그러나 독자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독자의 지식 수준의 한계를 절감하며 공부를 접었다. 그러다 이 책 『지난밤 꿈에 말이야』를 읽으며 다시 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저자 이수경은 책을 통해 꿈의 꿈을 통한 사유의 일단을 적었다.

"삶은 나의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우리는 꿈과 현실의 두 차원에 존재하지만, 그것은 결국 하나이다. 밖으로 걷는 길 또한 나의 내면의 발자취이다. 그 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당신의 원수를 사랑하라. 왜냐하면 그가 바로 당신 마음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르므로. 꿈세계를 존중함은 현실을 더욱 행복하고 창의적으로 살기 위함이다. 꿈은 결코 우리를 방관하지 않는다. 꿈은 우리를 치유하고 우리를 성장시키며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를 안겨준다. 그것은 꿈이 사랑의 빛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꿈 공부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표지에 일부를 적어놓은 것으로 봐서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일 것으로 추정한다. "삶은 때로 꿈과 같이 달콤하고 꿈과 같이 고통스럽다. 우리는 왜 여기 이렇게 존재해 있는 걸까? 우리는 왜 매일 어김없이 꿈이라는 낯선 세계로 초대되는 것일까?

삶이 꿈만 같고 꿈이 현실보다도 더욱 생생하다. 이게 다 뭐지. 지금 여기 살아 숨쉬는 자는 누구이고, 꿈속에서 행동하는 자는 누구인가? (중략) 유대 격언에 해석되지 않은 꿈은 열어보지 않은 편지와 같다고 했다. 자기의 꿈을 사명감에 찬 보살핌으로 오랜 기간 소화하기를 꺼려하지 않은 사람치고 그 시야의 확대와 풍성함을 얻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다. 당신이 꿈에 관심을 갖는다면 꿈은 결코 당신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오직 현실의 삶만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엾고 빈곤한 사람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꿈에 관심을 갖고 자기 꿈을 돌보며 세상을 사랑의 빛으로 물들이기를 바란다." 몹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조금은 확대 해석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책을 완전히 읽는다면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저자의 설명에 빠져들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꿈 공부의 시작은 단순한 꿈 하나 때문이었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꽤 오랫동안 '내가 누구인지' 물어봤다. 1987년부터 시작된 물음이었다. 이 세계 저 세계를 기웃거리며 의문을 품고자 했지만 늘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느낌만이 가장 확실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꿈이 찾아왔다. 엄청나게 큰 파란 뱀과 함께 나란히 하늘로 올라가는 꿈이었다. 번개만큼 빠른 속도도 순식간에 하늘로 향했다. 너무 놀라 그 순간 바로 눈이 번쩍 뜨이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일년 후 저자의 꿈 공부가 시작되었다. 오랜 물음에 꿈이 달래줄 것만 같았다.

저자는 꿈을 아주 많이 꾸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의 안 꾸는 사람도 아니라고 한다. 기억하는 한 아주 어릴 때 특별한 꿈 두 편과 성인이 된 후 꾼 강렬한 인상의 꿈이 몇 편 있는 정도라고 한다.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너무나 선명한, 현실보다도 더욱 현실같이 생생한 꿈속 장면들과 꿈속 감정들은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그것들은 마치 저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 저자에 대해 무언가 진실한 것을 전하는 듯 간곡했다고 말한다. 또 그것은 이성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직관적인 진실의 느낌이었다고 덧붙인다.



알 듯 모를 둣한 꿈 얘기는 장자의 '호접몽'이 생각난다. 그 얘기를 찾아본다. 꿈 속에서 나비로서 팔랑팔랑 춤추며 날고 있다가, 깨어났지만, 과연 자신은 나비가 된 꿈을 꾸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자신은 나비가 꾸고 있는 꿈인가 하는 설화이다. 이 설화는 '무위자연' '일체제동'의 장자의 생각이 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서 유명하다.

'무위자연'을 장자의 말로 하면 '소요유'가 되어, 그것은 목적 의식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경지이며, 그 경지에 이르면 자연과 융화해 자유로운 삶의 방법이 생긴다고 장자는 말한다. 장자가 다른 설화에서 제출해 온 '시와 비, 생과 사, 대와 소,미와 추, 귀와 천' 등의 현실에 대립되고 있는 것에 보이는 것은, 인간의 '앎'이 낳은 결과이며, 장자는 그것을 '단순한 외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한다. '앎'에는 어떤 확실한 판단은 없으니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앎의 판단으로부터 떨어져 보면, 차이나 구별을 넘은 세계가 보여 온다. 이것이, 장자가 말하는 '소요유'의 세계이다. 이것이 만물제동의 세계에서 노는 것이며, 장자가 나비의 꿈을 통해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건의 변화란 표면에 나타난 현상면에서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나비와 장주가 형태 위서 큰 차이를 가지면서, 모두 당신인 것에 변화는 없다. 만물은 끊임없는 변화를 이루지만, 그 열매, 본질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어렵다. 이번에는 저자가 공부했을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대해 찾아본다. 프로이트의 학문은 생물학과 생리학에서 출발하는데 『꿈의 해석』 역시 19세기의 실증적 인간학의 토양에서 탄생했다. 인간의 언어, 인간의 노동, 인간의 생명에 대한 실증적 분석의 하나로 인간의 꿈 생활도 연구되었던 것이다. 인간은 왜 잠을 자는가? 수면은 인간의 생명활동에 어떤 기능을 하는가? 잠을 자는 동안 나타나는 '꿈'이라 불리는 이상한 지각 영상은 무엇인가?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된 망막에 맺히는 이 모호한 영상들의 출처는 무엇인가? 잠자는 동안에도 여전히 반작용을 요구하는 외부의 자극들과 신체 내부의 자극들이 꿈과 맺는 관계는 무엇인가? 쇼펜하우어를 위시한 19세기 생리학자들은 꿈에 대해 이러한 질문들을 던졌다. 한마디로, 신체 자극과 꿈의 관계를 밝혀보려 했던 것이다.

신경병리학자였던 프로이트 역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신경생리학은 단지 신체 자극과 꿈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줄 뿐 정작 꿈속에서 펼쳐지는 형상들의 원인과 관계 혹은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 형상들은 그저 외부 자극들의 흔적이거나 무의미한 연상작용일 뿐 그 자체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프로이트의 과학 의지는 거기서 멈출 수 없었다. 꿈꿀 때의 표상활동 역시 각성시의 표상활동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인간의 정신활동이며,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규칙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이긴 하지만 실제에 접근한 느낌은 없다. 다시 『지난밤 꿈에 말이야』로 돌아가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 책은 9개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 꿈이란 무엇인가

2. 수면과학으로의 도약

3.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4. 꿈은 음악처럼 이야기한다

5. 숙명의 딜레마, 어머니와 아버지

6. 그림자 콤플렉스와 내면 여행

7. 방탄소년단의 성장 드라마

8.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9. 나의 꿈을 내가 조종하다.

이 책에는 57개의 실제 꿈 이야기가 사례로 나와 있고 저자의 해석도 달려 있어 꿈의 사례별 접근을 돕고 있다. 물론 해석 역시 동서고금의 해석을 빌리기도 하고, 저자의 독창적인 해석을 덧붙이기 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 노래 가사 10개가 별도의 7장에 소개 수록됐다. 저자는 어김없이 가사 중에서 발견되는 꿈에 대한 얘기로 확장해 해석해준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는 나

날 토로하기 이ㅜ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나

- 〈페르소나〉 중에서

방탄소년단이 융 심리학을 카드로 뽑아 들었다. 세상을 향해 진정성 강한 메시지를 던져왔던 방탄이 이번에는 자기 자신을 찾아서 내면 여행에 나섰다고 해석한다. 〈Persona〉는 방탄의 리더 RM의 솔로곡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게 바로 나예요."라고 내세울 만한 안전한 페르소나를 선호한다. 사람들은 페르소나를 통해 이런 저런 사람으로 보이고자 하고 혹은 가면 뒤로 숨고 싶어 한다. 카톡의 프사, SNS에 쉴 새 없이 올리는 사진과 글들이 바로 그 사람의 페르소나,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이자 그 사람의 사회적 가면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 : 이수경

음악과 꿈을 만들고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학교에서는 러시아문학, 작곡, 음악학을 전공했지만, 정말 내게 필요한 배움은 잡다한 독서와 소소한 실천을 통해 매순간 찾아나가고 있다. 지금껏 가장 즐거웠던 반복적 꿈들은 하늘을 나는 꿈과 오래된 건물의 넓은 홀에서 앤티크 풍의 아름다운 그랜드 피아노를 치는 꿈들이었다. 다시 떠올려도 언제나 황홀하고 행복한 기억이다. 그리고 꿈 연구 이후 꿈에 대해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꿈을 통해 타인의 마음, 타인의 고통, 서로의 사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꿈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모두 하나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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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이 살고 싶다
김미경 지음, 배성기 그림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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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시, 나아가 미술까지 걸쳐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만끽하는 김미경, 그녀로 하여 시를 쓰게 만드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김미경은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된 시적 도약을 바깥 변두리의 세계로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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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이 살고 싶다
김미경 지음, 배성기 그림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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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로 살다 시인으로 변신을 꾀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다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된다. 한 사람에게 이렇게 크고 많은 재주를 주는 분이 신(神)이라면 "신은 모든 인간을 사랑한다"는 말을 오늘부터 믿지 않을 것 같다. 피아니스트로서도 빼어난 실력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더니 이젠 시로써 감동을 주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신에게 질투하려는 독자로서는 사실 오늘 피아니스트이자 시인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기분이 유쾌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미경의 첫 시집 출간이 기쁘기 그지 없다. 시인은 학창 시절 우연히 참가한 전국 백일장을 계기로 시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에 평생을 사로잡혀 있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오랜 숙원을 푼 셈이다. 그의 시엔 타고난 예술성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예술 사랑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리리라 쉽게 짐작한다.



이 시집 『꽃같이 살고 싶다』를 세상에 내놓으며 비로소 ‘시인’이 되었다는 말은 세속적인 표현이고, 늘 담고 있는 예술적 열정에 이끌렸을 것이다. 예술가의 눈에는 예술가만 보였는지 배우자 역시 화가이자 의사인 배성기 박사라 한다. 이 시집에 실린 아름다운 그림들이 그의 작품이라니 부럽기조차 하다. 김미경 시인은 적지 않은 세월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줄리어드 음대 출신으로 지난 1992년에 데뷔했다. 이후 30년을 대한민국의 피아니스트로 세계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음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무척 많이 들었을 것이다. 독자도 꽤 자주 들었고 지금도 그의 피아노 독주를 CD를 통해 가끔 감상한다. 곡에 따라 빠르고 변화무쌍한 곡에서의 그의 건반 두드림은 격렬하다 못해 무아지경에 이른 것처럼 느껴진다. 시인으로 첫 발을 내디딘 이 시집은 모두 3부로 이뤄졌다. 1부 「꽃같이 살고 싶다」, 2부 「한 단어로 쓰여진 편지」, 3부 「아름다운 동행」에 모두 61편의 시를 담았다.



팍팍한 삶 함께여서 고마운 이들과 함께 걷던 그 길을 다시 걸어보는 여정에서 이 시집의 한 부분은 시인의 강렬한 생의 의지와 함께 저물어가는 생의 끝을 바라보는 초연함을 담고 있다.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모두 나의 순간들”이라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스스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겸허한 마음이 빛나는 시들이다.

백일장 참가 후 사십여 년이 지난 어느 여름날, 그녀는 가슴에 묻어두었던 불같은 떨림을 스멀스멀 쏟아냈고, 그렇게 하나둘 써 내려가기 시작한 문장들은 더 이상 멈출 도리가 없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기 있는 줄 몰랐던, 구석에서 날 바라보며 가슴을 시리게 하는” 작은 존재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기울이기도 하고(「풀꽃」), “달빛인지 세상인지” 모를 내 안팎의 시련과 맞서면서 “늘 슬픔에 젖어 발밑은 눈물로 흥건”해도 철새와 영혼처럼 떠나지 못하고 “갈데없는” 존재들을 한 줌의 온기로 따스하게 끌어안기도 한다.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모인 그들의 모습은 마치 쓸쓸한 갈대밭, 텅 빈 새벽의 슬픔을 달래는 한 편의 노래처럼 읽힌다(「갈대의 고백」).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란 가진 것을 잃고, 그것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는 지난한 과정일지 모른다. 이러한 사실이 짐짓 우리를 실망시키고 좌절시킨다. 시인은 생(生)이 주는 시련에 절망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마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더 높은 단계로 승화하려는 모습의 그녀의 시 속에는 담겨 있다.

기쁨이나 슬픔이나, 만남이나 이별이나 “모두 나의 순간들”이라고(「그 순간」), “눈물인지 땀인지 범벅이 되어” “눈부시게도 환한 미소로” “인생 그거 별거 아녀” “다 괜찮다네” 하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냉면과 계란 반쪽」). “잠기고 더 깊이 잠겨야 결국 헤어 나올 수 있”는 아픔, “아리고 더 아려야 결국 깨어 나올 수 있”는 슬픔, “쓸쓸하고 더 완벽히 쓸쓸해야 결국 걸어 나올 수 있”는 외로움(「물속의 돌」). 이토록 고통만이 범람하는 인생에서 김미경이 진정으로 희구하는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훅 떨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모르는 것처럼

살고 싶다

꽃같이 살고 싶다

- 「꽃같이 살고 싶다」 중에서





“가시로 가득한 우리네 인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살아나는 빨간 장미가 되게 하소서” “살아 숨 쉬는 동안 더 붉게 물들게 도와주소서”(「빨간 장미」) 하고 기도하는 강렬한 생의 의지는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김미경의 시는 꺼지지 않는 생의 불꽃을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연소되어가는 생에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 “훅 떨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모르는 것처럼” 계속해서 삶의 새로운 국면을 향해 나아가고 도전하면서도(「꽃같이 살고 싶다」), 산다는 것은 “무대 위의 조명을 아쉬워하지 않”고 “슬펐던 눈물 한 동이 바다에 떠나보내”며 “함께 걷던 그 길을 다시 걸어보는 것”(「산다는 건」)이라며 저물어가는 생의 끝을 담담히 응시하기도 한다. “아등바등 살았던 엊그제 그 땀을 닦아주는 내려가는 길”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음미하며(「내리막길」).



또한, 시인은 쓸쓸하고 쓰라린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자와 동반자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애정은 그녀로 하여 “어느 날 갑자기 땅에 널브러져도 누구에겐 위로가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이타적 사랑을 실천하는 계기가 된다. “당신의 온기가 용기가” 되던 “그 길이 우리의 여정이 되었”노라고, “팍팍한 이 생 함께여서 고마운(「아름다운 동행」) 마음을 다른 존재들에게도 전하며 그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려 하는 것이다. “모두 가버린” 공간 혹은 시간에 홀로 남는다 해도 시인은 “슬퍼하지 않는다”. “떠나면 다시 돌아올 걸 알기에.”(「서울역」) 작별이란 새로운 시작의 동의어기도 하니까.

당신은

길목에

서 있었지요

그 길이

우리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 「아름다운 동행」 중에서



젊었을 때 팩팩거리던 성질은 다 죽어 이제는 뭘 봐도 이해가 될 것 같고 타오르기만 할 줄 알았던 열정은 알맞게 식어 이제 선선한 바람을 좋아하며 천천히 내려가는 길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아주 천천히 매일매일 감사하며 그동안의 고단함을 껴안으려 합니다. 그동안 나를 빛나게 비춰주고 있었던 가족들에게 이 시를 바칩니다.

- 김미경, 「시인의 말」 중에서

저자 : 김미경

서울대학교, 뉴욕 줄리어드 스쿨 음악대학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코모아카데미 부원장과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FACULTY를 역임했다. 1992년 뉴욕 카네기홀 데뷔를 시작으로 여러 주요 국제무대에서 공연했다. 슈만 카니발, 이영조 작곡가의 KOREAN PIANO MUSIC 독주 등 다수의 음반을 발매했다. 국제 피아노콩쿠르 심사위원으로 가장 자주 초청받는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현재 연천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MK INSTITUTE OF PIANO를 설립해 음악교육에 힘쓰고 있다.

그림 : 배성기

의학박사이자 산부인과 전문의. 서울, 베를린, 파리, 바르셀로나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고, 〈4인 남매展〉 〈예술과 의술의 만남展〉 〈그림 그리는 의사들展〉 〈의인미展〉 〈한국의사미술회展〉 등 다수의 전시회에 참여했다. 현재 성메디칼산부인과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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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이 우리를 비껴가지 않는 이유 - 던져진 존재들을 위한 위로
민이언 지음, 제소정 그림 / 디페랑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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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의미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기다려 낼 수밖에 없는 시간들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존재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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