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술, 온기 한술 - 당신의 춥고 허기진 속을 채워 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원경 지음 / 담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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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사랑을 퍼 주기도 전에 떠나가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여 사랑할 일이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일을 하면서도 늘 맑고도 향기로운 인연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며 항상 배우고 공부하는 삶, 늘 새롭게 태어나는 삶을 사는 저자의 수행이 머리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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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술, 온기 한술 - 당신의 춥고 허기진 속을 채워 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원경 지음 / 담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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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매서운 추위에 밤새 떨다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배고픔보다 추위가 먼저일 수 있지만, 도시락의 작은 온기라도 전하면 그것으로나마 위안이 될까 싶어서였다. 어제오늘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 도시락을 전달하러 찾아 나서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부디 별일 없이 이번 겨울을 넘기시기를···."

이 책 『밥 한술, 온기 한술』의 저자 원경 스님은 무료급식소 일을 하며 겪고 느낀 많은 일들을 묶어 한 편의 에세이를 냈다. 특히 겨울에는 거동 불편자와, 추위로 움직이지 못하는 무료급식소 이용자들을 위해 도시락 배달도 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따뜻한 온기 있는 식사를 대접해 드릴까로 노심초사하는 헌신의 노력을 오롯이 담아낸 글들이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전달돼 온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먹는 따스한 음식은 소화에도 이롭지만 굳은 마음마저 녹이는 법이다. 따뜻한 밥 한 숟가락, 국 한 모금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모름지기 음식에는 ‘온기’가 있어야 함을 이 순간 더욱 절실히 느꼈다."(p.18)

 


 

“사람들은 저마다 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혹은 지속적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어려움 속에서나마 사랑과 연민을 나누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며 사랑하며’ 내면의 덕성을 간직한 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마음을 대변하는 상징 같은 곳이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사회복지 원각)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언제나 사랑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쓴 책이다. 저자는 내면의 허기를 느끼는 많은 이들에게, 온기 가득한 밥상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이 누군가의 빈 속을 든든히 채워 주는 따뜻하고 푸짐한 한 상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작가의 말」에 훈훈함이 배어 있다. 아름다운 마음이 조각보처럼 색색깔로 모여 있는 곳. ‘사랑’과 ‘자비’를 몸소 실천하는 곳, 바로 원각사 무료급식소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오랜 자비와 따뜻한 마음이 온전히 배어 있다. 온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기꺼이 마음자리를 내어주는 봉사자들, 급식소 현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어우러지는 풍경.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운영자인 원경 스님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마주하며 이를 기록했다.

 


 

저자는 23년째 북한산 형제봉 골짜기에 위치한 심곡암의 주지를 맡고 있다. 심곡암은 저자에게 일상의 터전이자 수행의 처소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곡암에서의 사계절, 법정 스님을 비롯한 맑고 향기로운 인연 이야기, 그리고 그간 깨달아 온 삶의 지혜와 통찰 등 한 명의 수행자로서 혹은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깨달음 또한 진솔하게 풀어냈다. ‘베푸는 마음’을 실천하는 저자와 봉사자들의 따스한 마음을 담은 이야기, 심곡암 주지로서의 일상과 사유를 담아낸 글은 독자들에게 소박하지만 온기 가득한 식사 한 상을 대접받는 듯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준다.

1부 〈“따뜻할 때 어서 드세요”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코로나19 속 어려운 상황에서도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맡은 과정과 이곳에서 일어난 다양한 풍경을 기록했다. 대중들과 함께하는 불교를 위해 현실 속에서 실천하는 복지 불교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저자에게, 무료급식은 단순히 ‘먹고살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하루 한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저자는 밥이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 수단이 아닌 인간적인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바탕임을 강조한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모름지기 음식에는 ‘온기’가 있어야 함을 더욱 절실히 느낀 연유에서다. 추운 날씨에 먹는 따스한 음식은 굳은 마음마저 녹이는 매개체임을 알기에 그는 오늘도 “따뜻할 때 어서 드세요.”라는 말과 함께 음식을 건넨다. ‘사랑’과 ‘자비’를 몸소 실천하는 곳, 온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기꺼이 마음자리를 내어주는 봉사자들, 급식소 현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모습 속에서 피어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원각사 무료급식소에 있다.

심곡암은 저자가 23년째 기거하는 일상의 터전이자 수행의 장소이다. 이곳이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중심부라면, 그 중심부를 지탱하는 토대에는 맑고도 향기로운 수많은 인연 속에서 얻은 선물들로 가득하다. “저마다 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있더라도 항시 주변을 돌아보며 사랑과 연민을 나누는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얻은 감동과 깨달음이다.

 


 

그래서인지 2부 〈심곡 일지〉에서는 유독 세 편에 걸쳐 정성스레 써 내려간 ‘법정 스님’과의 일화가 눈에 띈다. 저자가 LA에 있는 고려사의 주지로 지내던 시절, 이곳을 방문한 법정 스님과 삼 개월 동안 함께 지내는 행운을 얻은 그는 스님과 한 상에서 같이 밥을 먹고, 산책길에 동행하며 가까이서 스님을 모시는 귀한 경험을 했다. 법정 스님이 머물다 가신 자리는 늘 맑고 청결했고, 또 향기로웠다. 자신이 몸소 실천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깨우침을 실천한 법정 스님과의 인연은 그의 수행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심곡암에 머물면서 참 많은 인연을 맺어 왔다고 한다. 심곡암에 찾아오는 신도들은 물론, 심곡암 곳곳에 핀 꽃들과 나무, 바위틈에 핀 들꽃까지 모든 자연물과 인연을 맺고 교감을 나누었다. 그렇게 내면에 간직한 사랑은 삶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며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올랐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원각사 무료급식소 봉사자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심곡암까지 오는 해맑은 표정의 보살님,아직도 가슴 한 켠에 애틋하게 자리잡고 있는 부모님, 싱그러운 미소로 심곡암을 찾아온 청년 불자들….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의 모습은 제각기 달랐으나 저자는 다만 이렇게 말한다.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마음만이 덧없는 세월 속에 피는 꽃같이 선명하다”고.

 


 

3부 〈울리지 않는 종은 종이 아니다〉는 그가 이제껏 살아오며 깨우친 인생의 의미에 대한 글을 모았다. 삶의 어려움과 갈등을 대하는 지혜,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 인생에서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등을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녹여냈다. “자신의 생활을 덜어 내어 어렵고 외로운 이들을 위해 귀한 에너지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 삶의 시련과 맞닥뜨리는 힘을 키우는 방법, 요즘과 같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며 꼭 필요한 삶의 태도 등이 저자의 경험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삶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수행자로서의 일상과 사유들을 소박하고도 진실되게 담아낸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스님이 머무신 삼 개월 동안 거의 스님과 함께 공양을 들었다. 송광사 같은 큰 절에선 어른을 모시고 한 자리에서 공양을 드는 일이 좀처럼 없지만 고려사는 그렇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스님과는 마치 한 식구 같은 친근감이 느껴졌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스님을 지켜볼 수 있었던 삼 개월여의 시간, 긴장 속에서도 충만히 행복했던 시간은 어느덧 지나가고 스님은 고국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떠나시기 전 내게 짧은 글을 남겨 주셨다.

"그대를 두고 떠나니

내 마음 어느덧 가을이라오."

- 「법정 스님을 기리며 1 그대를 두고 떠나니 내 마음 어느덧 가을이라오」 중에서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큰 폭풍 같은 시련이 당장은 견디기 힘들 만큼의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이겨 내고 나면 그 사람의 삶은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여 웬만한 생채기에는 끄덕하지 않는 힘이 길러진다. 살면서 태풍 같은 고난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보다는 맞닥뜨릴 힘을 키우는 편이 좋다.

- 「태풍 전야」 중에서

 

저자 : 원경

 

송광사에서 석림 현호 화상을 은사로 득도. 동곡 일타 스님께 사미계를, 대한불교조계종 금정산 범어사에서 자운 성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였다. 통도사 보광선원에서 첫 하안거 이후 제방선원 수선 안거를 지냈다. 중앙승가대학 8회로 졸업하였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송광사 분원인 고려사 주지를 역임했다. 현재 북한산 형제봉 자락에 위치한 아름다운 암자 ‘심곡암’ 주지로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을 겸하고 있다. 2015년, 스무 해 가까이 이어져 왔던 배고픈 어르신들을 위한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사회복지 원각)’가 운영상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출가수행자로서 당연히 배고픈 이에게 밥을 주어 기사구제飢死救濟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일념으로 선뜻 급식소 운영을 맡았다. 이 외에도 1998년 불교계 최초 전통사찰 속 현대적 사찰음악회를 연출, 북한산국립공원 내 ‘도심 속의 아름다운 절, 심곡암’이 개최하는 〈산사음악회〉를 23년째 이어 오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시인 회원으로 시집 『그대, 꽃처럼』과 산문집 『그대 진실로 행복을 바란다면, 소중한 것부터 하세요』를 출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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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경성의 음악공간을 산책하다
신혜승.김은영.이수정 지음 / 우리에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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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이 들어와 생소한 음악들을 접한 조선 사람들의 반응이 생생히 담겨 있는 신문 기사를 비롯해서, 쇼팽의 곡을 리사이틀하면서 일제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곡을 선정하는 등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때론 슬프면서도 선열들의 나라와 음악에 담긴 열정이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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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경성의 음악공간을 산책하다
신혜승.김은영.이수정 지음 / 우리에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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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20세기를 논할 때마다 우리의 태도는 암울했다. 19세기 말 일본 제국주의의 무력 침략으로 20세기를 열자마자 강제 병합을 당한 후 36년의 식민지 생활을 감내했고, 해방된 후 5년만에 우리 민족 최대의 위기인 한국전쟁을 겪었다. 무려 3년에 걸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서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기까지 50년도 안 돼 이룬 성과여서 세계 모든 나라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뼈를 깎는 아픔만큼의 피와 땀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21세기를 맞았다.

이 기간에 우리는 돈만 벌고 민주화 투쟁만 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세계가 대한민국을 놀라운 눈으로 다시 보게 된 또 하나의 축은 문화 역량이다. 그 어려운 나라에서 문화 민족이라는 자부심의 토양은 결국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이른바 'K-컬처'가 21세기 접어들며 우리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주기도 했다. 이젠 세계 10대 경제대국, 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 K-컬처의 민족이라는 대명사가 훈장처럼 가슴에 달려 있다. 다른 분야도 사실 어려웠지만 문화 분야는 서구화된 세계의 흐름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갖고 세계 문화를 선도해 갈 위치에 오르기까지에는 우리가 역사 속에 묻고 있는 일제 강점기의 시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문화에 대한 강력한 욕구는 한민족 5,000년 동안 우리 민족 가슴속에 이어져 왔고, 그 빛은 어쩌면 일제 강점기에서의 우리 지식인들의 피땀이 배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책 『100년 전 경성의 음악공간을 산책하다』는 일제 강점기 시대 우리 음악인들의 고뇌와 우리 문화에 대한 계승 의식 등을 짚어보는 저자들의 의지가 빚어낸 산물이다. 신혜승 김은영 이수정 등 3명의 공동저자는 각각 1920년대 이후 우리 음악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고 자료를 수집해 만들어낸 역사 자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정도로 온 힘을 기울여 빚어낸 문화역사서로의 가치도 높다. 저자들은 문화산업의 성장에 비해 학계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시도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 책의 집필에 의견을 모았다.

일제 강점기 시대 당시 우리 문화의 중심 공간인 서울(경성)에서의 음악의 발전과 서구 음악의 유입 등을 생생하게 재현해 냄으로써 우리의 K-컬처가 우연히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 빚어낸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준다. 원래 문화는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그 빛이 더 짙어진다고 한다. 일체감을 형성하기에 좋기 때문이리라. 세계에서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국내의 연구자들도 학문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음악 분야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시도한 첫 결과이다. 그동안 각자의 연구공간에서 주로 문헌을 갖고 씨름하던 세 명의 연구자들이 100년 전 서울의 음악문화를 ‘음악회’ 풍경을 통해 소개한다.

 


 

저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100년 전 서울은 근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통과 신문물이 충돌하며 성장했다. 신문물의 자극은 과거의 전통을 낙후되고 촌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하게 했고 식민지에 의해 그동안의 가치관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대가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음악회라는 신문물을 통해 그동안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운드를 경험한 청중들은 차츰 매료되어 갔다. 서양음악의 도입은 전통음악의 변화를 요구했다. 과거 특정 청중에게만 연주된 음악은 유성기로 라디오방송국으로 그 대상을 확대시켜 나갔고 여류 명창이라는 새로운 연주자 그룹이 생기면서 여성은 이 시기의 흥행을 보증하는 새로운 계층으로 서게 된다.

이 시기는 우리의 3.1독립만세 운동을 기점으로 일제가 이른바 식민지 정책을 '문화 정책'으로 변화시키는 큰 계기가 된다. 즉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바꾸어가는 계기가 3.1독립만세 운동이다. 저자들은 이 시대 서울을 세 지역으로 나뉘어 설명한다. 하나가 청계천 아래의 '남존'이다. 또 하나는 청계천 위의 '북촌', 마지막 하나는 '궁궐'의 궁중음악이다. 먼저 저자 신혜승은 모던의 중심부 남촌의 음악공간을 산책한다. 1920년대 모던 걸과 모던 보이들이 거닐었던 도심을 따라 경성공회당에서 열린 각종 음악공연들을 소개한다. 첫 우리말 라디오방송 중계가 경성공회당에서 있었고, 이때 최고의 인기가수 강석연의 공연이 라디오 전파를 타며 그 인기가 증폭되었다. 한국근대음악사의 역사적 사건은 경성공회당이라는 음악공간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 번째 코스는 청계천 위의 북촌으로 조선인들에게 ‘운종가(雲從街)’로 불릴 정도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종로 지역을 중심으로 저자 김은영이 음악산책을 시도한다. 한국 근대사에서 기독교는 종교적 영역을 넘어 가치관, 생활방식 등 문화적 영역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1903년에 창설된 YMCA는 나라의 주권이 외세에 의해 뒤바뀌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민족계몽운동을 통해 미래를 도모하고자 했다. 양악의 선구자로 구성된 ‘경성찬양회’,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흑인음악단의 공연, 작곡가 홍난파의 성장과 실험장이었던 YMCA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1933년, 공회당이 지어진 지도 어언 13년이 흘렀다. 경성공회당에서는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양한 양상의 공연과 집회가 열렸을 뿐 아니라 민간 무선실험방송이 실시된 이후 1933년 4월에는 우리말 방송도 시작되었다. 이어 6월 2일에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 음악회가 개최된다. 이날 밤 경성공회당에서는 국제적 수준만큼 여기에서 성장한 조선인 피아니스트 박경호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으며 여기에서 쇼팽의 폴로네즈가 울려퍼지게 된다."(p.39)

 


 

세 번째 코스는 경성의 중심부에 위치했던 궁궐과 궁중음악의 변화과정을 음악회를 통해 저자 이수정이 소개한다. 조선시대까지 궁중음악을 연주하던 장악원은 식민지 시기 동안 이왕직아악부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이 시기에 박람회, 야앵 등 대중을 동원하여 제국의 위엄을 홍보하려 했던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단체가 바로 이왕직아악부이다. 과거 조선의 왕과 궁궐의 행사에 적합하도록 훈련받았던 음악인들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음악활동을 해야 하는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왕직아악부가 각종 행사에 동원되어 연주한 구체적 내용을 보며 봉건사회의 전통이 근대화와 문명화의 이름으로 뒤바뀌고 왜곡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는 우리 궁궐의 격을 낯추고 심지어는 공원으로 격하시키는 등 악랄한 왜곡을 하기도 한다.

"창경궁의 상황은 더욱 심하다. 1907년부터 경내의 전각 대부분이 헐리고 훼손된 것은 다른 궁궐들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제는 이곳에 박물관, 동물원, 식물원을 지어 대중공원으로 변모시켰고, 공공시설과 놀이시설이 들어서고, 호랑이, 낙타, 하마, 공작 같은 동물과 이국적인 식물이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왕실 소유 재산에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을 심고, '창경원'이라고 낮추어 불렀다. 궁궐이 '짐승 우리'로 전락함을 통탄하기도 했으나, 창경원 꽃놀이가 유명해지자 수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다."(p.202)

 


 

저자들은 특히 당시 음악 부문의 친일과 반일 인사들의 행적과 마지막을 일부 다루기도 하며 당시 시대 상황과 이들의 행적에 대해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오로지 음악에 기여한 부분만 해석하려 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자료로서의 역할엔 다소 미흡할 수 있지만 음악에 관한 것을 위주로 그들의 행위 등을 기술하는 객관적 평가를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지만 가급적 중립적 입장에서 기술하려 했다는 점에서 더 알고자 하는 독자들의 개인 탐구에 맡기고, 그들의 행적과 음약 기여도에만 관해 썼다. 그것이 대부분 당시 신문의 평가나 보도에 의존하게 된 원인인 듯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채동선과 홍난파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채동선은 시인 정지용의 시에 곡을 써 발표하는 등 대단한 활약을 했으나 1940년대 접어들어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등 일제의 압박이 심해지자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일체의 외부활동을 중단한 채 농사꾼으로 변신한다. 해방후 고려음악회 회장으로 활동했으나 아쉽게도 1953년 부산 피난시절 급성복막염으로 53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이에 비해 홍난파는 음악에 몰두하고 음악에만 전념하려 했지만 일제의 회유에 사상 전향서를 쓰고 전향한 후 친일단체인 대동민우회, 조선문예회, 시국대응전선사상보국연맹, 국민총력조선연맹, 조선음악협회와 같은 단체에 가입하여 친일가요를 작곡하고 "지나사변과 음악"과 같은 친일적 논조의 글을 남겼다. 1937년 이후 난파의 음악활동은 그를 음악계의 대표적 친일 인사로 분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저자 : 신혜승

이화여자대학교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18세기 영국의 기악음악에 대한 연구로 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음악과 역사는 물론, 음악과 공간, 음악과 정치, 음악과 젠더와의 관계를 음악학적인 입장에서 새롭게 조망하는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음악학 분야에 관심의 폭과 깊이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연세대 · 이화여대 · 서강대 · 한성대 · 건국대 · 세종대에서 음악사 및 음악문화콘텐츠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뮤직스토리텔링 연구소 대표로 저술, 창작, 기획,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 : 김은영

대학 때 노래운동과 민족음악론에 흥미를 느껴 중앙대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하고 동아대학교에서 전통음악의 근대성 연구로 음악문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양음악, 전통음악, 대중음악으로 분리된 음악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연구를 지향하며 연구자들의 연대를 통해 음악학 연구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중이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면서 냉전기 한국음악을 연구하고 있다.

 

저자 : 이수정

중앙대학교 국악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에 관한 연구로 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근대 한국음악계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며, 저술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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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4막, 은퇴란 없다
윤병철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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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4막을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낼 수 있을까? 행복하고 보람 있고 품격 있는 인생 4막의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경제적인 준비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물론 돈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삶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계획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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