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술, 온기 한술 - 당신의 춥고 허기진 속을 채워 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원경 지음 / 담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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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매서운 추위에 밤새 떨다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배고픔보다 추위가 먼저일 수 있지만, 도시락의 작은 온기라도 전하면 그것으로나마 위안이 될까 싶어서였다. 어제오늘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 도시락을 전달하러 찾아 나서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부디 별일 없이 이번 겨울을 넘기시기를···."

이 책 『밥 한술, 온기 한술』의 저자 원경 스님은 무료급식소 일을 하며 겪고 느낀 많은 일들을 묶어 한 편의 에세이를 냈다. 특히 겨울에는 거동 불편자와, 추위로 움직이지 못하는 무료급식소 이용자들을 위해 도시락 배달도 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따뜻한 온기 있는 식사를 대접해 드릴까로 노심초사하는 헌신의 노력을 오롯이 담아낸 글들이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전달돼 온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먹는 따스한 음식은 소화에도 이롭지만 굳은 마음마저 녹이는 법이다. 따뜻한 밥 한 숟가락, 국 한 모금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모름지기 음식에는 ‘온기’가 있어야 함을 이 순간 더욱 절실히 느꼈다."(p.18)

 


 

“사람들은 저마다 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혹은 지속적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어려움 속에서나마 사랑과 연민을 나누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며 사랑하며’ 내면의 덕성을 간직한 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마음을 대변하는 상징 같은 곳이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사회복지 원각)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언제나 사랑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쓴 책이다. 저자는 내면의 허기를 느끼는 많은 이들에게, 온기 가득한 밥상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이 누군가의 빈 속을 든든히 채워 주는 따뜻하고 푸짐한 한 상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작가의 말」에 훈훈함이 배어 있다. 아름다운 마음이 조각보처럼 색색깔로 모여 있는 곳. ‘사랑’과 ‘자비’를 몸소 실천하는 곳, 바로 원각사 무료급식소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오랜 자비와 따뜻한 마음이 온전히 배어 있다. 온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기꺼이 마음자리를 내어주는 봉사자들, 급식소 현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어우러지는 풍경.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운영자인 원경 스님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마주하며 이를 기록했다.

 


 

저자는 23년째 북한산 형제봉 골짜기에 위치한 심곡암의 주지를 맡고 있다. 심곡암은 저자에게 일상의 터전이자 수행의 처소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곡암에서의 사계절, 법정 스님을 비롯한 맑고 향기로운 인연 이야기, 그리고 그간 깨달아 온 삶의 지혜와 통찰 등 한 명의 수행자로서 혹은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깨달음 또한 진솔하게 풀어냈다. ‘베푸는 마음’을 실천하는 저자와 봉사자들의 따스한 마음을 담은 이야기, 심곡암 주지로서의 일상과 사유를 담아낸 글은 독자들에게 소박하지만 온기 가득한 식사 한 상을 대접받는 듯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준다.

1부 〈“따뜻할 때 어서 드세요”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코로나19 속 어려운 상황에서도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맡은 과정과 이곳에서 일어난 다양한 풍경을 기록했다. 대중들과 함께하는 불교를 위해 현실 속에서 실천하는 복지 불교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저자에게, 무료급식은 단순히 ‘먹고살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하루 한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저자는 밥이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 수단이 아닌 인간적인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바탕임을 강조한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모름지기 음식에는 ‘온기’가 있어야 함을 더욱 절실히 느낀 연유에서다. 추운 날씨에 먹는 따스한 음식은 굳은 마음마저 녹이는 매개체임을 알기에 그는 오늘도 “따뜻할 때 어서 드세요.”라는 말과 함께 음식을 건넨다. ‘사랑’과 ‘자비’를 몸소 실천하는 곳, 온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기꺼이 마음자리를 내어주는 봉사자들, 급식소 현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모습 속에서 피어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원각사 무료급식소에 있다.

심곡암은 저자가 23년째 기거하는 일상의 터전이자 수행의 장소이다. 이곳이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중심부라면, 그 중심부를 지탱하는 토대에는 맑고도 향기로운 수많은 인연 속에서 얻은 선물들로 가득하다. “저마다 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있더라도 항시 주변을 돌아보며 사랑과 연민을 나누는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얻은 감동과 깨달음이다.

 


 

그래서인지 2부 〈심곡 일지〉에서는 유독 세 편에 걸쳐 정성스레 써 내려간 ‘법정 스님’과의 일화가 눈에 띈다. 저자가 LA에 있는 고려사의 주지로 지내던 시절, 이곳을 방문한 법정 스님과 삼 개월 동안 함께 지내는 행운을 얻은 그는 스님과 한 상에서 같이 밥을 먹고, 산책길에 동행하며 가까이서 스님을 모시는 귀한 경험을 했다. 법정 스님이 머물다 가신 자리는 늘 맑고 청결했고, 또 향기로웠다. 자신이 몸소 실천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깨우침을 실천한 법정 스님과의 인연은 그의 수행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심곡암에 머물면서 참 많은 인연을 맺어 왔다고 한다. 심곡암에 찾아오는 신도들은 물론, 심곡암 곳곳에 핀 꽃들과 나무, 바위틈에 핀 들꽃까지 모든 자연물과 인연을 맺고 교감을 나누었다. 그렇게 내면에 간직한 사랑은 삶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며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올랐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원각사 무료급식소 봉사자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심곡암까지 오는 해맑은 표정의 보살님,아직도 가슴 한 켠에 애틋하게 자리잡고 있는 부모님, 싱그러운 미소로 심곡암을 찾아온 청년 불자들….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의 모습은 제각기 달랐으나 저자는 다만 이렇게 말한다.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마음만이 덧없는 세월 속에 피는 꽃같이 선명하다”고.

 


 

3부 〈울리지 않는 종은 종이 아니다〉는 그가 이제껏 살아오며 깨우친 인생의 의미에 대한 글을 모았다. 삶의 어려움과 갈등을 대하는 지혜,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 인생에서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등을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녹여냈다. “자신의 생활을 덜어 내어 어렵고 외로운 이들을 위해 귀한 에너지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 삶의 시련과 맞닥뜨리는 힘을 키우는 방법, 요즘과 같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며 꼭 필요한 삶의 태도 등이 저자의 경험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삶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수행자로서의 일상과 사유들을 소박하고도 진실되게 담아낸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스님이 머무신 삼 개월 동안 거의 스님과 함께 공양을 들었다. 송광사 같은 큰 절에선 어른을 모시고 한 자리에서 공양을 드는 일이 좀처럼 없지만 고려사는 그렇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스님과는 마치 한 식구 같은 친근감이 느껴졌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스님을 지켜볼 수 있었던 삼 개월여의 시간, 긴장 속에서도 충만히 행복했던 시간은 어느덧 지나가고 스님은 고국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떠나시기 전 내게 짧은 글을 남겨 주셨다.

"그대를 두고 떠나니

내 마음 어느덧 가을이라오."

- 「법정 스님을 기리며 1 그대를 두고 떠나니 내 마음 어느덧 가을이라오」 중에서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큰 폭풍 같은 시련이 당장은 견디기 힘들 만큼의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이겨 내고 나면 그 사람의 삶은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여 웬만한 생채기에는 끄덕하지 않는 힘이 길러진다. 살면서 태풍 같은 고난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보다는 맞닥뜨릴 힘을 키우는 편이 좋다.

- 「태풍 전야」 중에서

 

저자 : 원경

 

송광사에서 석림 현호 화상을 은사로 득도. 동곡 일타 스님께 사미계를, 대한불교조계종 금정산 범어사에서 자운 성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였다. 통도사 보광선원에서 첫 하안거 이후 제방선원 수선 안거를 지냈다. 중앙승가대학 8회로 졸업하였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송광사 분원인 고려사 주지를 역임했다. 현재 북한산 형제봉 자락에 위치한 아름다운 암자 ‘심곡암’ 주지로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을 겸하고 있다. 2015년, 스무 해 가까이 이어져 왔던 배고픈 어르신들을 위한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사회복지 원각)’가 운영상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출가수행자로서 당연히 배고픈 이에게 밥을 주어 기사구제飢死救濟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일념으로 선뜻 급식소 운영을 맡았다. 이 외에도 1998년 불교계 최초 전통사찰 속 현대적 사찰음악회를 연출, 북한산국립공원 내 ‘도심 속의 아름다운 절, 심곡암’이 개최하는 〈산사음악회〉를 23년째 이어 오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시인 회원으로 시집 『그대, 꽃처럼』과 산문집 『그대 진실로 행복을 바란다면, 소중한 것부터 하세요』를 출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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